세계여행 제 37일째 (4)
Rome, Italy
판테온을 구경할때부터 이상하게도 내 기분은 hit the bottom.
그야말로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이유없이 기분이 다운되어서는
언니오빠들이랑 멀찍이 떨어져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로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유가 없을리가. 지금와서 1년이 다 되어서 하는 얘기인데,
그 때 나는 갑자기 불안감과 착잡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스위스에서 하루, 그리고 로마에서 단 이틀이었지만 주영오빠와 셋이 함께하는 여행은 상상이상으로 즐거웠다.
모두들 로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세 명이서 함께하는 여행엔 푹 빠져있었으니까.
정신줄을 놓고 다녀도 될만큼 모든게 활기찼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당장 내일부터라도 주영오빠가 더이상 우리의 스케쥴을 함께 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던 거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셋이 있다가 갑자기 둘이 되면 왠지 축축 처질 것 같은 느낌.
나와 시은언니는 바티칸에 들렀다가 이탈리아 남부로 훌쩍 떠날 예정이었는데,
주영오빠가 과연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갈 경비를 부담할 수 있느냐...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없는 식욕에 겨우 밥 몇숟갈을 넘기고 저녁에 예정되어있던 야경투어를 하러
떼르미니역에 나갔더니 한국인 가이드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오늘 야경투어의 코스는 "트레비분수-판테온-나보나광장-천사의 성"순서란다.
....방금까지 그 코스 그대로 놀다왔거든요?;;;;;;;; 헐........................................-.,-
어쨌든; 이번엔 가이드를 따라 트레비 분수로 출동!
공짜 야경투어였는데 가이드 언니가 정말 싹싹하게 설명을 잘해주셨다.
거의 1년이 다 지나서 그 설명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 기억을 되짚어보면,
트레비 분수의 트레비는 바로 삼거리라는 뜻이란다. 삼거리에 있는 분수.
스페인어로도, 하나-둘-셋을 셀 때, uno-dos-tres로 세는데 뭔가 어언이 비슷하다는 생각!
한 손바닥에 동전 두개를 놓고 |
어깨 너머로 휙! |
그리고 분수에 동전을 던질때도 오른손위에 동전을 놓고는 왼쪽 어깨를 너머 던지는 거란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 나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전 두개를 놓고 왼쪽 어깨위로 던졌다.
.....그런데, 두 번째 동전의 의미인 사랑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로마로 다시 돌아오게, 사랑이 이뤄지게 해주세요 !
트레비분수에서 판테온으로 장소를 옮겼다. 처음 왔을때 찍고 싶었던 사진.
트레비분수와 판테온을 거쳐 다시 간 곳은, 로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나보나 광장.
활기차고 자유롭고 예술의 혼이 넘쳐 흐르던 이 곳은 밤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낮보다도 훨씬 낭만적이고 분위기있는 모습에 가슴 깊은 곳까지 찌릿한 느낌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보나에서 찍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이렇게 밤에도 그림을 팔고 있다.
Ready... |
Relax... |
shoot ! |
주영오빠는 나의 사진찍는 포즈를 꽤나 좋아했다.
내가 저런 자세로 사진 찍는 줄 몰랐는데 오빠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문득 총을 잡아도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밤이지만 낮만큼이나 활기차다.
나보나 광장을 걷는 한 여인, |
그녈 부르는 애인에게로 걸어간다. |
함께 팔짱을 끼고 나보나 광장을 가로지르는 로마의 연인.
야경투어를 함께한 한국인들과.
그 중에서도 밤에 가본 나보나 광장은 정말
이틀동안의 로마 여행 중,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처럼,
악사의 흥겨운 노래가 들려오고
환한 햇살 아래 이젤에 걸려있던 그림들이
어두운 광장의 조명아래선
그림이 걸린 그 모습 자체가
또 다른 멋진 그림이 되어 있었다.
...
좋구나.
이런 여름밤 나보나 광장의 분위기.
콜로세움보다도, 그 어느 성당들보다도,
로마의 그 오래된 조각품들 보다도.
지금 이 곳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제 각각의 모습이,
그 삶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Travel Book. 2008. 06. 06
나보나 광장에서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천사의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이드 언니 말에 의하면 천상의 성을 지나갈때 걸어야 하는 천사의 다리에는 전설이 있다고.
다리를 건널때 처음으로 눈이 마주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나?
여름밤 이탈리아 로마, 천사의 다리. 이런 이름들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한데
이 다리를 건널 때 처음 눈이 마주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니! 꺄악!
근데 이 다리에 상주하는 거지들이 많으니까 거지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땅바닥을 보고 걸어야 한단다.;.......
천사의 다리에서 보이는 푸른 지붕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다.
가이드 언니는 천사의 성을 조금 돌아,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 보이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버스가 끊길까 말까 하는 그런 늦은 시간이었는데 (10시쯤?) 포토존이라 소문난 그곳엔
온통 한국인이 드글드글드글,DSLR들고 드글드글드글..........역시 한국인이야......
우리도 다른 한국인들 사진 좀 찍어주고, 좀 한산해졌을 때를 틈타 트라이포드에 올려놓고 셀프타이머 작동!
(우린 뭔데 트라이포드까지 가지고 다니는거냐.......................-_-)
저어어 뒤에 우리가 내일 다시 올,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필카는 어깨에 메고 디카는 손에 쥐고, 내가 수고가 많다...
이 날 밤은 정말 두고두고 잊지 못할 거다. 아니 이 날 하루 모두를.
사실 로마의 명성이나 환상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나보나 광장 하나로 나는 로마의 매력에 푹 빠졌으니까.
이렇게 방안에 틀어박혀 타이핑을 하면서도 나는 또 로마의 돌바닥을 밟으며 걷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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