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5일
세계여행 제 36일 째 (3)
Rome, Italy
세계여행 제 36일 째 (3)
Rome, Italy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갈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나만의 착각이라도.
콜로세움을 나온 우리들은 진실의 입을 보러 가기 위해 보카 벨라 베리타 광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콜로세움의 복작복작한 거리에서 한참 걸어나오니 갑자기 시원한 가로수 길 옆으로 잔디밭 평지가 펼쳐져 있었는데
지금 지도를 펼쳐서 보니 대충 Circo Massimo라는 곳인 것 같다.
원래 여행다니면서 지도나 지하철 노선 보기를 자청하는 나이지만
이탈리아에서부터는 나는 지도나 길찾기에서 손을 떼고 주영오빠가 네비게이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그때는 지도 안봐도 된다고 좋다고 헬렐레 정신놓고 다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도시의 윤곽이 안잡힌다.
(아..이런거 싫어...다시 가야 하나 ....-.,-)
한적한 길을 따라 걸어요..
어느 한가로운 오후처럼...
2G짜리 메모리로 갈아끼웠다.
그리고 옆의 사진이 2G로 바꿔 끼운후
저장된 첫 사진.
여기 이 곳을 걸을 때는 낯선 여행지같지 않고
친언니오빠랑 피크닉 나간 그런 느낌이었다.
즐겁고 편안한고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은..
시은언니와 주영오빠도 그런 느낌이었을까?
훗날 각자 여행길이 나뉘어진 후,
내 디카를 한번 켤때마다
이 사진이 제일 먼저 로딩되었는데
이 사진을 볼때마다 이 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다시금 스멀스멀 그리워지곤 했었다.
로마 시내 곳곳에서 발견되던 암호같은 알파벳.
그렇게 한참 걷고 걸어 보카 델라 베리타 광장에 도착한 우리들! 그러나 아뿔싸!!!!!
진실의 입을 보는데도...........관람시간이 정해져있구나;;;!!!! 문닫았다!!!!!!
가이드 책에는 그런 관람시간 안내 따위 나와있지 않았는데!!!!
이날 해가 너무 길어서였을까? 우리는 한참 낮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시간이 5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결국 우리는 진실의 입에 손 넣기를 포기당한채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어떻게 걸어왔는데 ㅠㅠ
아자씨, 내 손도 잡숴봐요. 잡숴보란 말이에요 ㅠㅠ
그리하여 다시 발길을 돌린 곳은, 진실의 입에서 그리 멀지 않은 캄피돌리오 광장 (Piazza del Campidoglo).
우리가 잘 아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광장으로 이 광장으로 올라오는 계단(코르도나타;Cordonata)도 그가 직접 설계했단다.
어디 함 올라가 보까~?
이게 어떻게 오후 6시쯤의 하늘색이냐고!!
꽃무늬가 아름다운 캄피돌리오 광장.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이 꽃무늬 모양 바닥의 광장은,
로마의 다른 여타 바로크 양식의 광장과 달리 르네상스 양식을 따르고 있다고..(가이드가 말씀하신다)
바로크양식아고 르네상스양식이고 간에, 우리는 지금 지쳤어! 하루종일 걸었단 말이야...ㅠ
게다가 하늘 보곤 몰라는데 시계보니 저녁시간.; 작은 피자 한조각으로 채운 배가 벌써 꼬르륵 거린다.
그래 , 조금만 참아 나의 위장아. 우리 요 캄피돌리오 광장의 로마 시청사 뒤에서
포로 로마노 (Foro Romano)만 쓰윽 보고 얼른 하숙집에 가서 반찬 10가지랑 같이 밥먹자 !!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여긴 카피톨리노 언덕과 팔라티노 언덕사이의 저지대로 고대 로마 생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가이드북 참조 ㅋ)
여기서 사법, 정치, 종교 등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그 때의 유적이 남아있어
고대 로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바로 그 곳!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바라다 본 포로로마노 .
여기 바로 위에 그늘에 가려진 기둥들이 바로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농업의 신을 위한 새턴 신전이었다 한다.
그 아래에 국가의 보물이 매장되어 있었다는데!!!!!..........지금 내려가서 파보면 아무것도 없겠지? 쳇.
밤에 혼자 몰래 나와서 파볼까?
콜로세움 쪽에서 바라본 포로 로마노.
사실 포로 로마노는 무료로 일반인에게 공개 되기 때문에 마음껏 들어가서 걸어봐도 되지만,
하필이면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입장할 수 없게끔 되어 있었다. 들어가려면 다시 콜로세움쪽으로 가야 했는데
지금 하루종일 걸은데다 배까지 고픈 우리들은 차마 콜로세움으로 되돌아 걷기 싫어서;;
그냥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뭐가 먼지 가이드책으로 구경하며 포로 로마노를 구경했다......(...)
휴, 긴긴 하루 해가 집니다.
저녁 7시쯤, 하숙집에 돌아오니 맛있는 한국식 반찬이 10가지나 날 기다리고 있어 ....거기다가 저녁은 감자탕이야..헐...
다른데보다 5유로 비싼데, 이렇게 아침 저녁 10가지 반찬을 얻어먹으면서 5유로 비싸다는건 핑계일뿐, 꺄아...
정말 배터지게 밥도 먹었는데, 하숙집 아저씨가 하숙집 주변에 있는 인기 최고의 젤라또 집을 소개해주셨다...
그래서 우린 또 안갈 수가 없어서.....(...) 젤라또 먹으러 고고씽!!
형형색색의 젤라또!
찌그린 얼굴이 컨셉... |
말끔하게 샤워하고 셀카도 찍고 ㅋㅋ |
젤라또 한번 맛보세요 요호호호호호
일단 맛있고 말고 간에, 젤라또....무지 큰거다...;; 왠만한 사람 성인 손보다 크다..;;; 거기다 맛도 있고!
알고보니 이미 한국에도 진출했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본적이 없어...........(....)
오빠는 길묻는데 나는 남의 오토바이에서 사진이나 찍고;
그렇게 젤라또까지 먹어치운 우리들은
그 밤에 주영오빠가 있다는 믿음 하나로
오늘 처음 발디딘 동네를 산책한다고 오바 했다.
주영오빠를 만난지는 4일,
실제로는 3일만 함께했는데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같이 여행했던것처럼
나와 시은언니, 주영오빠
모두 편하고 믿음직한 사이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쨌든 오빠의 방향감각을 믿고 산책을 시작했는데
정말...
야밤에 로마 한복판에서 미아 되는줄 알았다;
주영오빠가 로마인들을 붙잡고 손짓발짓 다해서
겨우 밤 10시에;; 하숙집에 무사히 돌아왔다;;;
내일은 또 어떤 로마를 만나게 될까.
오늘보다 더 멋진 로마에서의 하루를 보낼 수 있길!
(ps. 지지난 달에 써놓은 글이지만, 공개버튼을 누르려고 보니 벌써 1년 전도 더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슬프다. 나는 작년 딱 이날에 포지타노의 절벽 발코니에 앉아 쏟아지는 별들 속에 둥둥 떠서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래 정말 꿈을 꾸고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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