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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06 [21] 아스따 루에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1

21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4.

Buenos Aires

 

 

 

 

 

#21 de Agosto, 2015

 

 

 

라 보까를 보고 나니 이제 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그리고 이 남미 땅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시간 남짓.

웬만큼 볼 건 다 본거 같으면서도 또 아직 돌아보지 못한걸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만 느껴진다.

잠시 그저께 날씨가 좋으면 샌드위치를 사들고 다시 가리라 마음먹었던 레꼴레따에 다시 갈까도 생각했지만

무슨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 우리는 숙소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5월 광장 근처로 이동했다.

 

겨울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씨는 화창하고, 공기가 청량하다.

단 한 순간도 어디 실내에서 이 좋은 날씨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정말.

 

 

날은 화창하지만 마른 가지를 드러낸 나무가 겨울임을 실감하게 하네.

 

 

어디 실내에 들어가기 싫은 날씨이긴 하지만, 식사를 거를 순 없어서

마지막으로 가장 유명한 카페 또르또니 (Cafe Tortoni)를 찾아갔다.

카페 또르또니는 1858년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가 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원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식인과 정치인과 같은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에게 더 유명해진 곳이라고.

 

 

 

 

그랑 까페 또르또니. 원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였나보다 "Venta de helados" 아이스크림 가게라고 적혀있네.

 

 

 

유명한 관광지(?)답게 조금 기다려서 자리를 안내받았다.

내부에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실내장식과 작은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유명한 곳이니 와보긴 했지만 글쎄 - 굳이 카페를 가야 한다면 꼭 여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 또르또니의 실내

 

 

카페 또르또니에서 :) 스테이크 샌드위치. 빵과 스테이크 only.

 

 

 

 

 

여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아 이거 저거 많이도 시켜봤다. 라떼랑 샌드위치랑 케이크까지.

스테이크 샌드위치라고 해서 시켜봤는데,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만 끼운 샌드위치가 나와서 사실 깜짝 놀랐...

부실해보였다기보다는, 남미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여기서 샌드위치라고 파는 것들이 원래 좀 단순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이 BLT처럼 샌드위치 속재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여긴 정말 한 두가지 속재료만 들어가는 것 같아.

어쨌든, 피가 뚝뚝흐르는 스테이크 맛이 일품이라 이렇게만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이제 우리 첫날 노을 구경하느라 넋을 놓았던 5월 광장으로 가볼까?

금요일 점심시간인데도 5월 광장은 관광객들과 잠깐의 시위로 복작이고 또 한편 활기찬 느낌마저 든다.

 

 

하늘에 구름이 붓질처럼 흩어져있네.

 

 

 

 

이 맑은 하늘, 이 햇살, 이 푸르름을 정말 1초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와서인지 마음이 쿵쾅거린다. 두근거린다.

나는 복작거리는 5월 광장대신 대통령궁을 따라 그 뒤편으로 크게 한 바퀴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

한 도시안에서도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것 같다.

대통령 궁 뒷편으로는 초록 잔디가 넓게 펼쳐져있고 큰 상록수 나무의 푸른잎이 바람에 산들산들거린다.

우리는 그렇게 크게 한바퀴를 돌아 다시 까사 로사다 (Casa rosada), 대통령궁 앞으로 돌아왔다.

 

 

 

파아란 하늘과 어우러지는 분홍색 대통령 궁

 

 

 

관광객 인증샷은 필수지

 

 

 

 

 

 

 

 

 

대통령궁 앞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나온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하고 -

이제 더 이상 이 곳에서 가야 할 곳도, 갈 수 있는 시간도 남아있지 않다.

숙소로 돌아가야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그냥 여기 이 곳에서 남미에서 느낄 수 있는 마지막 햇살을 즐길래.

나도 잔디밭에 털썩 누웠다.

 

 

누운 자리에서 올려다본 하늘. 이 세상 하늘은 모두 같을까. 마치 가을 하늘처럼 손에 영원히 닿지 않을 것처럼 높게만 느껴진다.

 

 

 

대통령 궁 앞 잔디밭에 누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낀다.

첫 날처럼, 그냥 여기 이 곳에 이 시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 행복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조차 모르겠다.

내게 행복은 대개 성취라는 결과와 함께 왔던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서, 성취를 위해서는 나는 그 준비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고 희생해왔다.

그리고 나서 얻는 성취의 행복은 강렬했지만 그 행복이 항상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나는 존재만으로 행복하기도 하다.

하늘이 맑고 파랄 때,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쬘 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쾌청할 때.

그리고 지금처럼 눈치보지 않고 그냥 나답게,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잔디밭에 풀썩 누워서 이 순간을 즐긴다. 

나는 이 순간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이 순간의 내가 너무나도 좋다 . 

행복하다고- 온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

 

 

 

 

 

 

안녕 - 안녕 - 안녕.

부에노스 아이레스.

마지막 순간을 행복가득하게 떠나게 해줘서 고마워.

언젠가 다시 올테니까 아디오스라고 인사하진 않을게.

Hasta Luego!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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