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9. Mon.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 Seoul

 

 

자고로, 어른이 되었어도

엄마 말 잘들어서 하나 손해 볼 것이 없다.

 

어제 Bertrand at Mister A's에서 즐겁게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데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 비행기 출발 시간 다시 한 번 잘 확인해라"

 

 

예예 어머니.

제가 여행을 벌써 10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비행기 시간 하나 확인 안 해봤을까봐요 ^^

 

 

 

예예. 그런데

나는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

 

 

어제까지의 화창한 날씨는 어디가고 오늘은 떠나는 날 안개가 자욱하네요~

 

 

 

 

밤에 소파침대에 누워서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침 6시 45분 비행기라서 새벽에 일어나 우버나 리프트를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이래저래 뒤척이다가 새벽 4시 20분 알람소리에 맞춰 리프트 앱에 택시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하고서

간단히 씻고 짐을 챙기고 리프트로 택시를 call했다.

그런데, 분명 근처를 맴돌던 택시들이 모두 BUSY라며 잡히지가 않는 것이다.

 

 

 

마음이 살살 조급해지던 차에, 비행기 시간까지는 넉넉한가 싶어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는데..

6시....15분?!!!

45분이 아니고?!!!!

 

 

내가 순간 잘못본걸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4시 50분이고, 비행기 출발이 6시 15분.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보딩 마감시간도 맞춰야 하는데...심장이 내려앉고 손이 벌벌 떨린다.

제엔장!!!!! 이걸 놓치면 나도 K도 내일 출근 펑크란 말이야!!!

 

 

그러는 동안 마침 다행히도 우버에서 택시가 잡혔고, 15분 뒤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어머. 그러면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50분 남는거야? ^^...........

국제선을 50분동안 수하물 넣고, 출국수속하고, 보안검색하고 할 수 있는거야? ^^.............

나 예전에 LA에서 밴쿠버 가는데도 줄 서느라 1시간 안에 못맞출뻔 했는데...^^...........

 

 

다급한 마음에 (사실 집 앞에서 기다리면 되었는데) 그 새벽에 캐리어를 끌고서 길을 헤메는데

왜 이제 어제 엄마가 비행기 출발 시간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했을때 안했을까 후회도 되고

이렇게 또 대형사고를 하나 추가하는건가 싶기도 한 가운데

(아 내가 이렇게 사고친 걸 모아서 책을 내려는 계시인가...)

마침 우버가 도착했다.

 

 

우리가 헉헉거리며 달려가니,

우버 기사가 몇시 비행긴데 이렇게 급하냐고 물었고,

우리는 6시 15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짐을 실어주던 기사 아저씨 왈

 

 

 

"나 지금 공항에서 오는 길인데, 지금 공항 문도 안열었어.

시간 아주 충분해~ 가다가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갈래? :)"

 

 

 

 

하아...........

다행히도 SAN 공항 자체가 도심에 있어서 우리는 5분만에 도착했고(;;)

마음과 머리는 놀라서 아주 정신없었지만 무사히 보딩 수속과 보안검사까지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3일 잘 놀고서 완전 대형사고 칠 뻔 봤다...ㅠㅠ

 

 

 

짧은 여행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샌디에이고는 내가 상상하고 TV에서 보았던, 미국이자 캘리포니아 그 자체였다.

샌프란시스코도, 라스베가스도, 엘에이도 모두 제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샌디에이고의 햇살과 여유로움, 화창함, 그 공기까지도

내가 어렸을 적 꿈꾸었던 미국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생각보다 좋았고,

표를 끊으며 상상했던 따뜻한 햇살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면 짧은 3일 동안 한국 생각은 정말 하지 않고 지냈다.

뉴스도, 메일도 확인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안부를 붇는 친구도, 또 내가 안부를 물을 친구도 없었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렇게 샌디에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왠지 여행보다 비행시간이 긴 것은 착각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단체투어 관광객 아주머니가

샌디에이고 하나 보려고 3박5일로 미국을 갔냐는둥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 신공을 펼치시는 바람에

3일동안 행복했던 기분이 박살나는 것도 같았지만.

 

그리고, 돌아오는 인천공항에서

나는 빨간 기념품같은 가방을 멘 남자를 한 명 보았다.

 

 

마치,

나와 K의 다음 여정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처럼.

 

 

 

 

 

Posted by honey,H
,
2016. 2. 28. Sun.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3)

 

 

 

 

 

 

서쪽을 향해 달리다보니 금세 저 너머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고, 어느 새 우리는 해안가에 닿았다.

코너를 돌자마자 해변가를 띠라서 키 큰 야자수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있었고,

왼편에는 넓은 잔디밭이 나타났다.

San Diego City and County Administration 빌딩 앞의 넓은 잔디밭에서

이 곳 주민들이 한가로이 일요일 점심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USS Midway Museum이 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반납하고서

바로 코로나도 섬으로 들어가는 Flagship Ferry를 탔다.

 

 

파란하늘 아래 커다란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는데,

비로소 이제서야 미국이라는 실감이 아주 약간 들었다.

(사실 그저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부산 정도 놀러간 느낌이었다....;;)

 

 

어느 새 배낭여행도 10년 차.

미국만해도 서너 번 왔다갔다 했더니 사실 미국이 낯설다는 느낌이 없어졌다.

이렇게 여러번 오갈 수 있는 어른의 자유가 좋기도 하면서

자꾸만 세상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고 설렘과 호기심이 사라지는 어른의 무딘 감정이 슬프기도 하다.

 

 

코로나도 섬에서 바라본 샌디에고 쪽 풍경. 참 맑고 깨끗하다.

 

 

 

약 20여분간 샌디에고의 다운타운의 전경을 구경하며 드디어 코로나도 아일랜드의 선착장에 발을 디뎠다.

우린 바로 Orange Ave.를 따라 한적한 동네를 걷고 걸어 가이드 북에 소개된 라운지 버거 (Rounge Burger)를 찾아냈다.

 

미국 서부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In&Out은 너무 접근성이 떨어져서

대신 가이드 북이 추천해준 수제 햄버거가게를 골랐다.

라운지 버거는 최근 LA와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인기 몰이중인 수제 햄버거 체인점이라구.

 

 

유즙이 흐르는 스테이크 패티!

 

 

 

가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당황하는 것이, 이런 햄버거나 샌드위치 가게다.

다양한 입맛과 알러지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주문자가 일일이 들어가는 재료를 골라야 하는데

패티는? 굽기정도는? 야채는? 번은? 치즈 종류는? 등등을 속사포로 물어보는데

그냥 Default로 모든게 정해진 건 없는거니? ㅠㅠ

나는 열심히 대답하다가 치즈 종류를 고르라는데서 거의 기진맥진 해서 그냥 처음 불러주는걸 다 골랐다.

무조건 처음 불러주는 그걸로 해줘....

 

 

 

어쨌든, 그야말로 스테이크 맛 그 자체인 도톰한 패티와 아메리칸 치즈가 줄줄 흘러 내리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햄버거로 뒤늦은 점심 허기를 채우고

Moo time Cremery 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촵촵 먹으며 코로나도 호텔로 계속 걸어갔다.

미국에 왔으니 미국인처럼 먹어줄테다!

 

 

사실 샌디에고도 그렇고 특히 코로나도 아일랜드는 차로 이동하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

다운타운은 버스라도 타고 다닐 수 있었지만, 코로나도는 걸어서 섬을 가로지르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여...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힘으로 겨우겨우 걸어갔네.

(그리하여 2017년부터 오로지 여행을 위해서 운전연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드디어 코로나도 호텔의 해변에 닿았다. 사진보다 훨씬 끝없이 펼쳐져 있던 멋진 해변.

 

 

이곳이 코로나도 호텔입니다 :D

 

 

하얀 건물에 빨간 삼각뿔 같은 지붕이 인상적인 코로나도 호텔(Coronado Hotel).

1888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호텔인데,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로만 만든 빅토리아 양식 목조 건물이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고 한다.

오래 전에 지어져서 세련된 외관은 아니지만, 이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느 새 오후 4시 30분. 시간이 한없이 짧게만 느껴진다. 아니, 사실 짧았다. 고작 1박 2일이라니.

 

 

코로나도 호텔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해가 기울기 전에 되돌아 페리 선착장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제부터 꼭 다운타운 맞은편에서 노을 지는 샌디에고를 보고 싶다고 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하루종일 뜨겁게 내리쬐던 해가 점점 기운다.

2층 건물조차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이 아름다운 섬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기울어지는 햇살을 받아 점점 오렌지 빛으로 물들고

45도의 따뜻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곳에서의 평화롭고 따뜻한 시간들이 이제 끝나간다.

나에게는 끝이지만,

이들에게는 보통의 일요일과 다르지 않을 오늘, 여기 바로 지금.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특별한 순간.

 

나에게도 평범한 일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2016. 2. 28. Coronado Island, San Diego.

 

황금빛으로 물드는 다운타운의 전경과 그리고 하얀 보트.

 

 

 

페리 선착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건너편 다운타운의 빌딩 전면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맨하탄이나 시카고만큼 화려한 스카이라인은 아니지만

아담하고 또 정갈한 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왠지 모르게 애정이 샘솟는다.

나는 이제 너무 큰 도시보다는 적당한 규모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그런 아담한 곳이 좋다.

 

 

 

그리고 하늘이 붉으스레 물든다.

 

 

 

우리는 선착장 근처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코로나 한 병 씩을 시켜 아주 짧은 허세도 부려보았다.

(참고로, 건물 밖 노상에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없다. 반드시 펍이나 레스토랑 내부에서만 술을 판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을 떠올리며 코로나에서 코로나도 한 병!을 외쳤다.

그리고 나와 K는 이 소소한 즐거움이 참 행복해서 천진난만하게 웃어댔다.

태평양 너머로, 키 큰 가로수들 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이 따뜻한 겨울 밤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어서.

 

 

 

 

코로나도 섬에서 마시는 코로나 :)

 

 

하나둘 불빛이 켜지면서 한국보다 조금 이른 6시 즈음, 어둠이 내려앉았다.

 

 

 

K와 나는 황금빛 노을의 순간부터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후회 없을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즐기고서 다시 페리를 타고 샌디에이고 다운타운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 새벽이면, 이 짧은 3박 5일의 무모한 미국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기에

우리는 이곳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Bertrand at Mister A's로 향했다.

Lyft 기사 아저씨에게 Mister A's에 간다고 했더니,

기사 아저씨가 wow! 감탄하며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마치 자기가 가는 것처럼 즐거워해줬다.

자기도 가족들과 특별한 일이 있으면 가는 곳이라면서. :)

 

 

Bertrand at Mister A's는 샌디에이고 다운타운 한가운데 있는 12층 높이의 레스토랑으로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샌디에이고에서 다운타운과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Bertrand at Mister A's가 있는 12층으로 올라가자 굉장히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나와 K 모두 운동화와 패딩...(;;)을 입고 있어서 혹시 드레스코드 때문에 쫓겨날까봐 살짝 쫄았지만

다행히 우리를 친절하게 파티오 석으로 안내해주었다.

 

 

야외 파티오 석이 만석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 곳도 겨울은 겨울이라 그런지 다들 실내의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에서 식사 중이었고

파티오 석에는 우리와 10대 후반즈음으로 보이는, 그런데 굉장히 잘 차려입은 3명의 아이들 뿐이었다.

 

 

 

도심을 가로짓는 저 불빛은 비행기의 흔적이다.

 

 

 

우리가 안내받은 파티오 석 자리는

이번엔 엠바르까데로(Embarcadero)의 뒷편에서 다운타운과 SAN 공항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역시나 뉴욕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처럼 거대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빌딩들과 바다와 공항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파노라마 뷰가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5분에 한 대씩, 비행기들이 빌딩들 사이를 가로질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만찬답게 흐뭇한 식사

 

그리고 빠에야 :) 빠에야는 꼭 스페인가서 먹읍시다.

 

다운타운과 바다, 그리고 오른쪽편이 바로 SAN공항

 

 

눈 앞에서 끊임없이 비행기의 착륙을 지켜보며 식사를 하는 곳이라니 :)

야경도 사랑스러운데 비행기가 착륙하는 이색적인 모습까지도 마치 일상처럼 볼 수 있는 곳, 참 특색있고 좋다.

 

 

 

이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배부르고도 맛있게 먹고 참 행복한 눈을 하고 있네요.

 

 

그렇게 오늘 하루가 알차고 또 행복했다고.

이제서야 여행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고민과 일에 대한 압박, 걱정, 근심거리 모두 잊고,

마음 속에서 지워버리고,

행여나 마음 속에서 슬금 슬금 기어오르려거든

꾹꾹 눌러 밟으면 보낸 3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오길 잘했다.

충분히 이 고생과 피로와 돈이 아깝지 않은,

매력있고 날 즐겁게 만들어준,

그런 사랑스러운 도시였다.

 

이제 한국에서 추울 때마다,

샌디에고에서의 뜨거웠던 -

그러나 상쾌했던 햇살이 문득 문득 떠오를 거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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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8. Sun.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2)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알람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나와 K가 잠들었던, Mel의 거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햇살-

 

야자수가 정원수인 이 샌디에고 동네 정말 이국적이다.

 

 

 

머리 맡 창문에서 샌디에고의 아침햇살이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 더 누워있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어난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거실문을 열고 나왔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몸과 정신을 일깨운다.

반팔을 입었지만 2월의 샌디에고 아침 공기는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햇살에 자연스럽게 깨는 이 아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한국의 일상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것임을 서울의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피츠커피!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Mel이 추천해준 quisie로 아침을 먹었다.

 

 

 

 

피츠커피들고 신이 났다!

 

 

 

발보아파크 가는 길!

 

 

 

나와 K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Mel이 추천해 준 Bakery&Pie에서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리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넓은 공간에는 이미 우리처럼 가볍게 아침을 먹으려는

힐크레스트 동네 주민들로 가득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 앉아 퀴시(프랑스식 파이 혹은 케이크, Quisie)를 하나씩 먹고서,

바로 옆의 Peets Coffee에서 따뜻한 라떼도 한 잔씩 사들고서는

찬찬히 오늘 첫 목적지 발보아 파크(Balboa Park)로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서 일요일 아침의 평화로운 힐 크레스트(Hill Crest)를 걷는 기분!

높은 건물이라고는 고작 2층이 전부인 작고 아담한 이 동네를 여유롭게 기분이란!

내가 사는 곳도 이렇게 낮은 건물들로 하늘이 탁 트여있고, 사람들로 붐비지 않으면서,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조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여기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에어비앤비에 묵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 주민들이 좋아하는 베이커리에서, 이 곳 사람들이 아침으로 먹는 식사를 먹고

사람 사는 동네를 걸을 수 있으니.

 

 

서울은 초고층 빌딩들과 심지어 아파트들이 하늘을 가리고, 햇살을 가리고, 빽빽한 건물들로 길은 비좁다.

길거리엔 사람들로 북적이고 길에서 뛰기엔 미세먼지와 매연이 심하다.

어릴 땐 마냥 큰 도시, 서울, Fancy한 것이 좋았는데 20대 후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어느 순간

여유롭고 한가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에 대한 갈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 지금 내 삶이 학생으로서의 여유롭던 시절이 끝나고,

어쨌든 한 성인이자 사회인으로서의 무게를 지고 살기 때문 아닐까.

이렇게 평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날로 날로 커져만 간다.

 

 

 

 

너무너무 행복한 우리 K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리고 날씨도 동네도 정말 좋다며 감탄하며 걷다보니 어느 새 발보아 파크에 도착했다.

100년이 된 공원이라는데, 도심 속에 이렇게 넓고 쾌적한 녹색지대가 있다니!

그런데 발보아파크는 미국보다도 스페인 남부와 너무 비슷했다.

특히 세비야! 건축물에서 스페인의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보자마자 세비야를 떠오르게 했던 정교한 조각 건축물과 야자수! (샌디에고 인류박물관)

 

 

 

스페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발보아파크에서!

 

 

 

 

발보아파크는 단지 녹색지대라기보다는, 다양한 테마의 정원과 박물관, 공연장, 영화관가지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는데,

햇살에 목말라했던 우리는 실내 관람보다는 야외에서 캘리포니아의 뜨거워지는 햇살을 충분히 만끽하자 마음먹었다.

 

 

 

 

발보아파크의 독특한 식물원 건물 (Botanical Building) 여기서 웨딩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한다.

 

 

 

Botanical Building앞 잔디밭에도 잠시 앉아보고요! 옆에는 벌써 저렇게 돗자리까지 가지고 왔다.

 

 

 

Botanical Building의 맞은편엔 직사각형의 커다란 연못이!

 

 

 

 

아직 아침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참 한적한 풍경

 

 

 

이렇게 저렇게 사진도 많이 남겼다.

 

 

 

 

역시나 세비야 느낌이 물씬! (하지만 정교함은 세비야를 따라올 수 없다)

 

 

 

 

 

공원 곳곳에 요런 귀요미 작품들도 있다.

 

 

 

 

자전거 거치대의 그림자가 발보아 파크를 너무나도 앙증맞게 표현했다!

 

 

 

조금 일찍 간 덕분에 우린 발보아 파크를 한결 한적한 분위기에서 즐겼는데

점심때쯤이 되자, 샌디에고의 유명 관광지답게 관광객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 아침에 사람 많이 북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한 것은 역시 사람 사는 마을에 국한된 것이었나! ㅠㅠ

여튼, 발보아파크는 큰 맘먹고 다 둘러본다면 하루 종일 둘러봐야 겨우 다 볼 것 같은 크기였는데

우리는 시간이 오늘 하루밖에 없기 때문에,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이쯤에서 발보아 파크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 다음 목적지는 코로나도 아일랜드였는데,

발보아 파크에서 나오자마자 내 눈에 우리나라 따릉이 같은 자전거 대여소가 눈에 띄었다.

어제부터 자전거 타령을 했던 K와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1시간 대여로 샌디에고 공공자전거를 뽑아들고

선착장을 향해 샌디에고 언덕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 즐거운 자전거 여행은, 반년쯤 뒤 다른 도시에서 재앙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ㅜ.ㅠ)

 

 

Take me for a spin around town!

 

 

자전거를 타고 가로 지르던 샌디에이고.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서, 코로나도 아일랜드로 가는 선착장을 향해

일요일의 한적한 샌디에고 어느 동네를 기분좋게 내달렸다.

도시가 크지 않아서 구글맵조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바닷가를 향해서 언덕을 내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어느새 저기, 눈앞에 너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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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8. Sat.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1)

 

 

 

 

두어 번 밤잠을 설치고서 아침에 가까운 새벽에 일어났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하늘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기예보와 다르게 아주 맑은 하늘이었다.

왜 항상 떠나는 날은 날씨가 맑은지. ㅜㅠ

 

 

나는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아주 잠깐의 틈을 타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아침 바람 향기에 머리 끝까지 싱그러워지는 그런 기분을 느끼며 종종 걸음으로 해변가 쪽으로 걸었다.

어제 저녁에 갔던 Boundin과 고작 2블럭 거리었는데 저 엠바르까데로(Embarcadero) 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맞은 편에 요트와 배 너머로 골든 게이트 다리의 빨간 기둥이 얼핏 보였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from SFO to SAN

 


광활한 태평양 연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오전 10시 40분, 예정된 시각에 샌디에고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거의 10년 전,

밴쿠버에서 미국 서부를 여행할 때 별로 볼 것 없는 작은 도시라는 이유로 과감히 뺐던 도시, 샌디에고를 -

심지어 오로지 햇살을 즐기겠다는 포부만으로 한국에서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날아오다니.

그 사이에 샌디에고에 새로 즐길 볼거리가 엄청 많아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건 아마, 샌디에이고에 가보고 싶은 새로운 이유가 생겨서이겠지.

어느 누군가가, 샌디에고를 너무 추천했기 때문에라고나 할까.

물론, 나는 그 누군가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비행기는 서쪽 해안을 따라 한 시간여를 날다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비행기 창 밖으로 샌디에고의 모습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도시가 낮고 넓게 퍼져있고

(나 샌디에고를 너무 과소평가 했나?)

최근에 어느 영화(시카리오)에서 보여준 어느 멕시코 도시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런데 보통의 공항들이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져 건설되는 것과 달리,

샌디에고의 SAN 공항은 도심 바로 옆 해변에 위치해 있고

비행기는 도시의 건물들 지붕위를 낮게 날면서 가정집과 차 위를 지나 사뿐히 SAN공항에 착륙했다.

(정말....부드러운 Landing이었다. 일기장에 말 그대로 "부드러운 landing"이라고 적어놓았다.)

 

 

야자수가 곧게 뻗은 이국적인 샌디에고에 도착! 약간 제주도공항과 비슷한 분위기 후후.

 

도심의 주택가 위를 날아 착륙하는 비행기와 그보다 높이 솟은 야자수 :)

 

 

 

드디어,

야자수가 가로수인 곳.

샌디에고에 도착했다.

남부지역답게 공항 밖으로 늘씬한 야자수들이 뻗어있고, 햇살은 따뜻하다 못해 살짝 따갑기까지 했다.

 

 

그리고,

모두들 한여름 옷차림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초가을 분위기었다면 여긴 초여름의 활발한 느낌이 났다.

 

 

우리는 우버를 불러 예약해둔 에어비앤비에 찾아갔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편에)

일단 짐을 두고 집을 살짝 둘러본 뒤, 우리는 남은 하루 반나절 동안,

샌디에이고의 약간 북쪽에 위치한 라호야 (La Jolla) 해변에 가기로 했다.

 

 

2월에 만난 샌디에고는,

그야말로 내가 상상했던 샌디에고 그 자체였다.

서울은 폭설이 내린다던데, 이 곳은 20℃가 넘고 햇살이 화창하기 그지 없다.

그래, 이런 햇빛을 쬐고 싶어서 샌디에고를 골랐지!

 

 

라 호야(la Jolla) 가는 길, 내가 상상했던 미국의 모습을 보았다.

 

 

 

버스를 타고서 라 호야(La Jolla)까지는 1시간 여정도 걸리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정말 내가 어린 시절 티비를 통해보았던, 상상해왔던 그런 미국의 모습이었다.

사실 미국이 워낙 커다란 나라라서 지역마다 그 특색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어린 시절에 형성된 내 머릿 속의 미국이라는 이미지는

이렇게 드넓은 잔디와 파란하늘,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모습이었다.

미국에 여러 번 다녀왔지만,

이제서야 내가 생각했던 미국의 모습을 만난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금 설렜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려 La Jolla Shores에 도착했다.

기린처럼 시원하게 쭉쭉 뻗은 야쟈수를 따라 걸어내려가니, 탁 트인 바닷가가 나타났다.

(La Jolla Cove도 있는데 La Jolla Shores에서 내렸다.)

 

 

드디어 La Jolla Shores 근처에 도착!

 

제주도에 있는 야자수와는 비교도 안되게 키 큰 야자수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부럽다!

 

웃음이 절로 나지요 :)

 

 

 

 

 

아무리 햇살이 따사롭지만, 아직 2월이고 바닷가라서 찬 바람이 조금씩 부는데

이 곳 사람들은 마치 한여름인것 마냥 비키니를 입고서 태닝도 하고 수영도 하고 해변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이 라 호야(La Jolla)를 "즐기러" 온 가운데, 이 라 호야(La Jolla)를 "보기" 위해 온 것 우리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라호야 해변의 한가로운 풍경.

 

 

으앙. 탁 트인 이 해변.


 

바닷가에서 걸어나오는 연인들 ♡

 

물 웅덩이에 물을 주고 있는 귀여운 꼬마.

 

서서히 해가 지는 라 호야의 해변

 

 

 

 

우리는 해변을 따라 파도소리를 즐기며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노을을 보며 모래사장 끝에 걸터 앉았다.

 

 

 

이렇게 한 것도 없는데 노을이 지지요오.

 

 

저 앞 바다에서 쏟아지는 파도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소리를 시원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정말 시원하게 들리니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2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곳.

마치 초여름 바다처럼.

가족들과 친구들이 햇살을 즐기며 뛰노는 곳.

따뜻하고 건강하다.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해변을 많이도 보았지만, 아름다운 것보다도-

부럽다.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이 곳에는 삶이 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물놀이를 하고 모래성을 쌓는다.

누군가는 서핑보드를 타며 파도를 즐기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거닌다.

또 누군가는 강아지와 함께 이 멋진 뛰어가고

친구들은 럭비공을 던지고 덤블링을 연습하며 여기,

La Jolla를 즐기고 있다.

 

 

부럽다.

이 햇살도,

이 해변도,

이 건강함도.

여기서 나고, 자라고, 사는 이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 2016. 2. 27. La Jolla, San Diego에서.

 

 

 

태평양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장관을 연출하면서 먼 이 곳까지 온 우리에게 따뜻함을 건넨다.

 

이제 저 해는 태평양을 너머 한국에서 떠오르겠지.

 

 

 

저 태평양 너머로 노을지는 멋진 하늘을 감상하고서 뒤돌아 걷는데

풀밭냄새와 함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까르르 웃으며 뛰노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둑어둑해지는데.

이 어둑함과 이 풀냄새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 때는 나도 해가 져가는 때까지, 엄마가 저녁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원없이 걱정없이 뛰어놀던 때가 있었지.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 시간에 놀이터가 아니라 학원에 있지 않을까.

씁쓸하다.

 

 

갈 때는 한참인 것 같던 길이,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것 같다.

우리는 힐크레스트(Hill Crest)에서 저녁을 먹고,

샌디에고의 다운타운격인 개스램프 쿼터(Gaslamp Quater)로 나갔다.

뭔가 저녁에 Gaslamp가 켜져서 엔티크하고 로맨틱할 것 같았는데

그냥 Hip한 거리였다.

젊은 사람들이 늦은 시간인데도 레스토랑과 펍에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토요일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었는데

뭔가 활동적이고 생기넘쳐 보여서 나름 나쁘지 않았다.

 

 

여기, 샌디에고는 현지에 친구가 한 명 있으면 딱 좋을 것 같다.

낮에는 해변에서 함께 뛰어 놀고, 저녁엔 이쁘게 차려입고서 인기있는 Pub에 가서 밤을 보내는.

우리는 그저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어 조금 안타까웠다.

북적이는 개스램프 쿼터(Gaslamp Quarter)를 뒤로 하고서,

우리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심지어 밤에는 불빛조차 적은 힐크레스트(Hill Crest)로 돌아왔다.

어쨌든, 밤늦도록 노는 게 부러워도 여행할 때는 안전이 최고다!

 

 

 

여기가 Gaslamp Quarter.

 

 

자, 내일은 샌디에고에서의 (오늘 왔는데 벌써) 마지막.

내일은, 발보아 파크와 코로나도 섬에 갈 예정이다.

내일도 이렇게 햇살이 반짝하길 바라며 벌써부터 두근두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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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7. fri.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eoul ▶ San Francisco 

 

 

 

 

 

 

 

 

 

어쩌다보니 충동구매한 미국행 비행기표.

고작 주말을 보내고자 미국에 가는 나.

비행기에 타고서도 헛웃음이 쳐지는데 기어코 간다.

캘리포니아, California.

 

 

원래 오후 6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던 첫 비행기는

아침부터 딜레이된다는 통보를 주더니, 보딩시간도 늦어지고 출발도 한참이나 늦춰져서는

정확히 오후 10시 1분에서야,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캄캄한 하늘로 떠올랐다.

 

 

어쨌든, 샌프란시스코라니!

물론 조금 자란 뒤에는 미국은 얼마든 여러번 갈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또! 간다니.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갈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또 이렇게 짧게 또 갈 줄은 몰랐는데.

 

 

 

많은 여행지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내게 조금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2007년 겨울방학 길고 긴 미국 서부 여행을 시작한 도시였고, 그만큼 설렘이 생생한 도시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짧은 여행이라 최종 목적지인 샌디에이고만 집중해도 부족할 것 같았지만,

노을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브릿지를 보고 싶어 일부러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탑오버를 했다.

다른건 다 필요없어.

난 그거 하나만 보면 돼.

파란 하늘 아니면 노을 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 브릿지.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가 않는지....)

 

 

연착으로 손님들을 옮기는 탓에 텅텅빈 좌석!

 

 

 

연결편 비행기 때문에 몇몇 손님들을 다른 항공사로 옮겨 태운 탓에 비행기는 좌석이 꽤나 비었다.

심지어 내 옆좌석은 모두 비었다.

여행하면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다. 신난다!

 

나는 팔걸이를 모두 열어제끼고 다른 좌석에 앉아있는 K를 불러 같이 자리를 나눠 누웠다.

4좌석 연석이긴 해도 키 165cm, 170cm인 다 큰 여자 둘이 누우려니 좁긴 좁구나.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잠시 잠들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도착하기 1시간 전이다.

사실 남미 한 번 갔다왔더니, 그 뒤로 8~9시간짜리 비행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헐)

 

 

 

밥 한번 먹고 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니 어느 새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드디어 비행기가 SFO(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육중한 몸을 내려놓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꽤나 앞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금세 빠져나가서 우버를 타면

노을이 지기 전에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에 도착해서

노을 지는 배경의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간에 입국심사에서 K가 붙들리는 바람에 약 1시간 정도를 공항에 발을 동동 구르며 묶여있어야 했다.

 

 

 

 

공항 근처는 이리도 맑았는데..

 

 

 

 

어쨌든!

우버를 부르고서 공항 밖으로 나가자

북미 특유의 새파란 느낌의 맑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경민이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못나오면 어쩌지, 설마 추방당하는 건 아니겠지..혼자 고민했던 것들을

말끔히 떨쳐줄만큼 아주 상쾌한 날씨였다.

우리를 태운 우버는 신나게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맑은 날씨라면 노을은 끄떡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상상도 잠깐.

다운타운으로 들어오자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건물 2층이 안보일 정도의 엄청난 안개였다.

얼른 호텔에 짐을 풀고 다시 우버를 불러 Hawk Hill로 향하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골든게이트 브릿지 위를 달리는데도 안개가 너무 심해 기둥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우버가 Hawk Hill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정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만큼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우버기사가 아주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 (ㅜㅠ)

 

 

 

"너네 정말 여기서 내릴꺼야? 여긴 돌아가는 택시도 없는 곳이야...ㅠㅠ"

 

"ㅜㅜ.......그냥 아까 왔던 골든게이트브릿지로 돌아가줘 ....ㅠㅠ"

 

 

 

 

샌프란시스코는 왜 이렇게 항상 가혹한 것인가.

그것도 겨우 반나절짜리 Stop over일뿐인데.

2007년에도 이 도시는 안개에 휩싸여 내게 실망감을 주었는데 ..ㅜㅠ

또 오라는 계시인걸까?

 

 

 

어쨌든, 결국 우버를 돌려서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다시 건넜고

그리고 2007년 12월, 바로 그 곳에 다시 섰다.

그래도 조금 안개가 걷혀 교각이 제법 드러났다.

 

 

 

아쉽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안개에 불빛이 휩쓸려 마치 불타는 것 같은 골든게이트 브릿지

 

 

이건 2007년 겨울의 나. 하하하.

 

 

 

 

 

그래. 이 정도라도 보여줘서 고마워.

살다보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

비행기가 4시간 딜레이 되고, 공항에 1시간 넘게 붙잡혀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화창한 하늘 아래 이 다리를 보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번에도 그런 장면을 볼 적절한 때가 아닌가보다.

 

 

그렇게 추억의 장소에서 또 한 번의 추억을 남기고, 우리는 28번버스를 타고 Fisherman's warf로 이동했다.

 

 

여전한 꽃게표지판, 반가워라!

 

신나는 금요일밤에 다들 어디간 것일까?

 

 

 

그런데 금요일밤인데, 다들 어디로 간걸까.

내 기억 속 샌프란시스코는 복작복작 했던 것 같은데.

심지어 Fisherman's warf 뒤쪽 골목은 저녁 7시인데도 사람이 다니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Boudin을 찾아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로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를 해결했다.

 

 

 

클램차우더를 먹으러 들어온 Boudin.

 

Boudin에서 파는 거대한 빵들. 제일 윗줄에 악어도 있고 꽃게도 있다.

 

 

Boudind의 시그니처 메뉴인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

 

 

 

 

 

지나가는 길에 8년 전 보았던 가게들도 보았다.

그 땐, 길을 걸으며 한 가게, 한 가게 들어가보고 보이는 곳에서마다 사진을 찍었었는데.

참 어리고 순진하고 호기심도 많았었지.

가보지 않았던 세상들이 너무나도 커다랗고 거대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내가 마음먹으면, 시간과 돈을 들일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갔던 곳을 이렇게 또 오기까지 하지만

그 때 그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마음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겠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옛 추억과 마주한 거리에서 나는 한참이나 싱숭생숭했다.

 

 

 

이것도 2007년. Fisherman's Warf의 어느 가게였던 것 같다.

 

 

그땐 클램차우더가 아니라 대게를 뜯...볼살 통통 'ㅅ'

 

 

 

애시당초 계획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한 가지 계획마저도 이루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Fisherman's Warf에서만 헤맨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인 K에게 더 이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괜히 스탑오버해서 이도 저도 아닌게 된건 아닐까 그런 후회까지 조금 밀려왔다.

하지만 후회는 그만.

 

 

그래도 내일은 샌디에고에 가니까.

그곳에선 햇살이 반짝반짝 비추길 :)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은 맑기를 바라면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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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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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7. ~ 2016. 2. 29.

San Francisco & San Diego

 

 

지금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오네.

3박 5일 미국여행이라니. 3박 5일 미국 출장도 무리인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은 지난 2015년 추석 즈음, 미국 항공권 특가이벤트에 혹한 덕분(?)이다.

미국 서부까지 왕복 비행편을 6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팔길래 3.1절이 낀 샌드위치 휴일에 힘입어

나는 덜컥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샌디에고에 가는 비행기편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말이 3박 5일이지, 사실 1일은 이동하고, 2일 여행하고 바로 새벽에 떠나야 5일째 한국에 도착하는

남들이 보기에 도대체 뭐하러 돈쓰고 시간써서 

미국까지 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일정이었다고나 할까. (정확한 자기파악)

그러니까, 다시 요약해서 말하면 고작 주말을 보내려고 미국에 가는거다.

심지어 나는 그리 친하지도 않은 5촌 언니를 꼬드기기까지 했다.

재작년 5박6일 밴쿠버 여행도 어이없어 했던 엄마도 심지어 3박5일 미국 여행에는 두 손을 다 든 것 같았다.

나는 그 때 왜 그렇게도 무모하고 돈 아깝기 그지 없는 여행을 계획했던 것일까. 

 

 

엄청난 이동거리와 비용, 그에 비하면 턱없이 짧았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그런 무모한 나의 무모한 결심에 스스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 무모함, 대담함, 일종의 허세로움(?) 다 괜찮다고. 그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고.

그렇게,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감싸던 2월 말 -

아주 짧은 햇살을 만끽하기 위하여 나는 최종 목적지, San Diego로 떠났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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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San Diego.
What I had waited for.
What I had imagined.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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