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8. (1日)
사카이스지혼마치 역으로 나오니 아직 7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한밤중인 것 마냥 캄캄하다.
에어비앤비 주인이 적어준 주소와 구글지도의 도움을 받아 그의 집앞에 다다랐다.
주인이 있는 집에 함께 머무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뻘쭘하다고 생각하며 벨을 눌렀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외국인 남자 하나가 뛰쳐나왔다.
생각보다 젊고 쾌활한 외국인 남자가 뛰쳐나와서 깜짝 놀랐다.
간단하게 집에 대해 소개를 받고서 저녁시간이라 배를 좀 채우러 밖으로 나왔다.
오사카에 가봤던 친구들은 어서 도톤보리에 가라고 채근했지만
어제 자정까지 일하고, 잠도 몇 시간 못잔채로 짐을 싸들고 낯선 곳에 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지금 이 낯선 도시를 또다시 헤메고 싶지 않다.
이 동네에서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옆 나라라지만 외국은 외국이었다.
낯선 동네에서 저녁 한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긴 관광지가 아닌 주택가여서 그런건지
8시가 넘어가자 가게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일본어를 모르는 나는 간판만 보고서 여기가 뭘 파는덴지,
식사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자까야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처음 온 그 동네를 얼마나 많이 휘젓고 다녔는지 모른다.
일단 아무데라도 들어갈까말까 문앞에서 고민하다 돌아나오기를 수차례.
그러다 영어 메뉴가 쓰여진 곳을 발견했다.
La Oliva!!
아,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였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규모가 아주 아담해보였는데 가족단위 손님들이 오손도손 외식하고 있는 모습이
따뜻해보여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단체석이 2테이블이 다인 그런 곳이었다.
나는 손짓으로 나는 1명인데 식사가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키친에서 요리를 하던 주인아저씨가 아주 빠른속도의 일본어로 장황하게 대답을 했다.
먹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긴한데 왜이렇게 뒤 설명이 긴건지....
한참 설명 후에도 내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니, 그제서야 영어가 되냐고 물어보신다.
내가 먼저 영어로 물어볼걸.
앉아도 되는데 앞에 단체손님이 있어 식사하기까지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그렇게 나는 키친이 바로 보이는 Bar자리에 홀로 앉았다.
그리고 원래는 술을 안마시는데 여행지고 해서 샹그리아를 한 잔 시켰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풀어지게 한다.
한국에선 그 어떤 술자리에서도 먼저 술에 손대는 법 었던 내가,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선 먼저 주문하고 홀짝인다 .
빈 속이고 피곤하기까지 한데 술이 들어가니 금세 술기운이 돌았다.
그래도 참 좋다.
부부로 보이는 가게 주인은 친절하게 대해줬고,
더듬거리며 한국어로 한 두 마디 말도 걸어주었다.
이 동네가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인이 별로 없었을텐데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마음씨에 살짝 감동을 받았다.
이게 바로 일본인가.
5년 전 도쿄에선 이런 느낌을 못받았던 것 같은데.
따뜻한 리조또와 직접 만든 샹그리아
그나저나, 일본에 와서 먹은 첫 끼니가 스시도, 우동도, 라멘도 아닌
리조또라니!!!
이런 상황에 조금 실소가 나왔지만, 어쩌랴 -
일본어로만 쓰인 메뉴를 보고 들어가기엔 겁이 났고,
여기까지와서 편의점 음식을 먹을 순 없으니 그래도 이렇게라도 식사를 해야지.
샹그리아가 반잔 정도 남았을때 하얀 도기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갈한 리조또가 나왔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맘에 들었다.
배가 고팠던지라 순식간에 먹어치워버렸다.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웃으며 인사를 했다.
주인 아내분이, 한국어로 즐겁게 여행하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주인 아저씨는, 당신은 아름답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라고 해주었다.
하하. 배가 부르니 살 것 같은데
가이드 북에도 나오지 않은 동네의 작은 스페인 음식점에서 먹은 따뜻한 리조또 한 그릇에
마음이 따뜻하다.
괜한 자신감도 생긴다.
내일부터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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