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오사카 온에어'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5.12.25 3. 오사카의 리조또
  2. 2015.12.25 2. 내가 오사카에 가는 이유
  3. 2015.12.25 1. 혼자하는 여행의 즐거움
 오사카 온에어 

 

2015.12.18. (1日)  


 

사카이스지혼마치 역으로 나오니 아직 7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한밤중인 것 마냥 캄캄하다.

에어비앤비 주인이 적어준 주소와 구글지도의 도움을 받아 그의 집앞에 다다랐다.

주인이 있는 집에 함께 머무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뻘쭘하다고 생각하며 벨을 눌렀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외국인 남자 하나가 뛰쳐나왔다.

생각보다 젊고 쾌활한 외국인 남자가 뛰쳐나와서 깜짝 놀랐다.

간단하게 집에 대해 소개를 받고서 저녁시간이라 배를 좀 채우러 밖으로 나왔다.

오사카에 가봤던 친구들은 어서 도톤보리에 가라고 채근했지만

어제 자정까지 일하고, 잠도 몇 시간 못잔채로 짐을 싸들고 낯선 곳에 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지금 이 낯선 도시를 또다시 헤메고 싶지 않다.

이 동네에서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옆 나라라지만 외국은 외국이었다.

낯선 동네에서 저녁 한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긴 관광지가 아닌 주택가여서 그런건지

8시가 넘어가자 가게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일본어를 모르는 나는 간판만 보고서 여기가 뭘 파는덴지,

식사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자까야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처음 온 그 동네를 얼마나 많이 휘젓고 다녔는지 모른다.

일단 아무데라도 들어갈까말까 문앞에서 고민하다 돌아나오기를 수차례.

그러다 영어 메뉴가 쓰여진 곳을 발견했다.

La Oliva!!

 

 

 

 

 

 

 

아,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였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규모가 아주 아담해보였는데 가족단위 손님들이 오손도손 외식하고 있는 모습이

따뜻해보여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단체석이 2테이블이 다인 그런 곳이었다.

나는 손짓으로 나는 1명인데 식사가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키친에서 요리를 하던 주인아저씨가 아주 빠른속도의 일본어로 장황하게 대답을 했다.

먹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긴한데 왜이렇게 뒤 설명이 긴건지....

한참 설명 후에도 내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니, 그제서야 영어가 되냐고 물어보신다.

내가 먼저 영어로 물어볼걸.

앉아도 되는데 앞에 단체손님이 있어 식사하기까지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그렇게 나는 키친이 바로 보이는 Bar자리에 홀로 앉았다.

그리고 원래는 술을 안마시는데 여행지고 해서 샹그리아를 한 잔 시켰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풀어지게 한다.

 

한국에선 그 어떤 술자리에서도 먼저 술에 손대는 법 었던 내가,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선 먼저 주문하고 홀짝인다 .

빈 속이고 피곤하기까지 한데 술이 들어가니 금세 술기운이 돌았다.

그래도 참 좋다.

 

부부로 보이는 가게 주인은 친절하게 대해줬고,

더듬거리며 한국어로 한 두 마디 말도 걸어주었다.

이 동네가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인이 별로 없었을텐데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마음씨에 살짝 감동을 받았다.

이게 바로 일본인가.

5년 전 도쿄에선 이런 느낌을 못받았던 것 같은데.

 

따뜻한 리조또와 직접 만든 샹그리아

 

 

 

 

그나저나, 일본에 와서 먹은 첫 끼니가 스시도, 우동도, 라멘도 아닌

리조또라니!!!

이런 상황에 조금 실소가 나왔지만, 어쩌랴 -

일본어로만 쓰인 메뉴를 보고 들어가기엔 겁이 났고,

여기까지와서 편의점 음식을 먹을 순 없으니 그래도 이렇게라도 식사를 해야지.

샹그리아가 반잔 정도 남았을때 하얀 도기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갈한 리조또가 나왔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맘에 들었다.

배가 고팠던지라 순식간에 먹어치워버렸다.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웃으며 인사를 했다.

주인 아내분이, 한국어로 즐겁게 여행하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주인 아저씨는, 당신은 아름답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라고 해주었다.

하하. 배가 부르니 살 것 같은데

가이드 북에도 나오지 않은 동네의 작은 스페인 음식점에서 먹은 따뜻한 리조또 한 그릇에

마음이 따뜻하다.

괜한 자신감도 생긴다.

내일부터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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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온에어

2015.12.18. (1日)


아는 것이라고는 명탐정 코난의 코난 친구가 그 곳 출신이라는 것 하나 뿐.

오직 그것밖에는 아는게 없는데 정말 뜻하지 않게 오사카에 간다.

2월 말 미국여행을 가기 때문에 되도록 여행은 자제하고 싶었는데

최근 주말동안 어떤 외로움과 자괴감 속에서 허우적 거리던 내가

예상치 못한 회사의 휴가 독려 압박에 생긴 아무 계획 없는 긴 휴가 기간 동안

더욱 더 침잠해버릴까 그것이 두려워

십수번의 망설임 끝에 기어코 나는 오사카행 티켓을 끊고 말았다.

오사카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쥐뿔도 모르면서.

관심이라고는 '1'도 없었으면서.

 어느 새 내게 여행은 낯선 곳에 대한 궁금함, 그곳에서의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질릴대로 질린 일상에서의 도피를 위한, 어떤 최고의 효과를 보장하는 탈출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곳, 낯선 곳에서 헤메는 것 보다

조금 낯선 환경에서 평소 쉬면서 하던 것들을 하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지쳤나보다. 아니면 - 어른이 되었나보다.

이렇게들 어른이 되었나보다 .

 

 

 

 

아무리 여행을 좋아한다지만, (2년 전 미국여행을 빼고는)

그래도 나름 앞서 많이 조사도 하고 대강의 루트라도 준비를 했는데

이번 오사카 여행은 출발 3일 전 비행기 티켓 구매, 2일 전 숙소 예약.

그리고 전날 자정까지 야근, 공항 게이트 앞에서까지 일을 하고서

비행기에 앉아서야 가이드북을 뒤적거리며 숙소까지 가는 길을 알아보고 있다.

그나마 비행기 안에서 일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직장인의 휴가는 이런 것이구나.

휴가 앞뒤로 몰아서 일 처리를 하느라 여행준비는 사치일 뿐이고,

여행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이드북 보고 당당 갈 곳을 정해야 하는.

여행 전에 준비하고 싶어도 준비할 시간과 체력이 없다.

일만해도 피곤한데, 여행 준비라니!

여행은 가고 싶은데, 여행 가기가 귀찮다.

이래서 어른들은 패키지 여행을 하는구나.

일일이 싸이트 뒤져가며 정보 알아보고 가격을 비교하는 건 학생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그럴 체력도, 정신도, 마음도 없다.

무조건 자유여행이 최고인 줄 알았던 어린 날의 내가 조금 부끄럽다..

이제 막 외국여행 10년째인데,

10년이면 이렇게 사람이 변하는 구나.

 

 

 

 

 

인천에서 오사카까지는 1시간 40분 비행이라 비행거리가 짧아서인지

이륙하자마자 바로 식사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 몸이 노곤노곤해질 때쯤, 밀린 피로에 눈이 스르르 잠겨 올 때 쯤.

비행기는 서서히 해가 기울어지는 오사카/간사이 공항에 말그대로 편안히 내렸다.

 

 

이번 여행은 혼자였다.

긴 여행 중 하루 이틀 씩 혼자인적은 있었지만, 4박 5일 여행을 모두 혼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사실 겁도 났다.

혼자인게 무서워서라기보단 혼자서는 심심하고 지루할까봐 나는 그런 겁이었다.

그런 주저하는 마음을 이번 여행에서는 이겨보자고 마음먹었다.

 

 

수하물 찾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내 짐가방을 기다리며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을 찾자는 다짐과, 욕심을 버리자는 다짐도 했다.

4박 5일 여행이라고 해서 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번 여행은 계획에 없었던 덤으로 갖게 된 것이니까

관광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떠나 낯선 곳에서의 일상을 즐겨보자는 목적이 있었는데

나는 카메라를 2개나 이고 지고, 책도 2권씩이나 챙겼고, 짐싸기도 바쁜 와중에 이 옷 저 옷 입었다 벗었다를 하고서야

겨우 짐을 다 챙겼다.

가볍게 떠나자 했던 여행인데 등과 목에 멘 가방이 그 어느때 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욕심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 욕심을 버리자.

이번 여행의 목적에 집중하자. 천천히, 여유롭게 쉬는거야...

 

라며 나를 토닥이는 갑자기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그래, 나는 욕심이 많았다.

뭐 하나 놓기 싫어하고 바라는 것은 어떻게든 가져야만 행복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이 가장 많았다.

욕심이 많은 만큼 이기적이었던 것도 같다 .

그런데 왜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일까.

욕심이 많은 걸, 이기적인게 나인걸 어떡해.

 

나의 20대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

스스로를 깨달아가고, 이를 부정하고, 고치고 싶어하고 좌절하고 그리고 순응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혹은 체념하는 길고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부정적인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내 안에서 나의 여러 자아들이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싸워댔다.

그게 나의 20대였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의 시작과 함께 알게된 첫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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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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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혼자인게 무서워서라기보다

혼자서는 심심하고 지루할까봐 나는 그럼 겁이었다.

그런 주저하는 마음을 이번 여행에서는 이겨보자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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