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1월 31일
미국 서부 여행 제 9일째 (마지막)
Los Angeles, California
이 글을 쓰는 지금 순간은 2013년 4월 26일. 새벽 5시 20분.
이 여행이 끝난 날은 2013년 1월 31일. 약 3개월이 흘렀다.
오늘은 내가 이 여행기를 끝내겠다고 마음먹은 Dead line이다.
여행도, 여행기도 이제 끝낼때가 되었다.
여행을 했던 2주의 시간도, 그리고 여행기를 쓰던 3달의 시간도 나는 참 행복했다고 기억하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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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우리는 LA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화창했다.
대장오빠는 LA공항에서 11시 귀국행 비행기였고,
나는 LA공항에서 오후 2시 30분 비행기.
그리고 이리와 웅이는 이제 우리와 헤어져서 LA관광하는 것이 일정이었다.
숙소가 바로 LA공항옆이라, 대장은 바로 공항에 가면 되는데 내가 조금 애매했다;
LA공항에서 LA시내까지 상당히 멀어서 오고가는데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짐을 맡겨둘 곳도 없어서 다 들고 가야 하고 이래저래 시간도, 거리도, 모든게 다 애매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대장이 공항가는 길에 같이 공항에 일찍 가서 죽치고 있다가 2시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했다.
상쾌한 아침의 LA :)
헤어지는게 잘 실감이 안났다.
웅이, 이리, 나, 대장은 Inn에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마지막으로 짐을 챙겼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타호를 반납할 예정이었다.
이리랑 웅이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는데 이리랑 웅이가 같이 공항까지 가겠다고 타호에 따라 탔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차를 반납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LAX공항에 도착했다.
그동안 내가 내것마냥 쓰고 다니던 웅이 모자가 생각이 났다.
웅이에게 돌려주려고 하자,
웅이가 "모자, 누나 가져요. 누나한테 잘 어울려요. 나는 남미가니까 이제 괜찮아요. "라며 모자를 선물로 주었다.
얼떨결에 고맙다고 대답했다.
한국에서 돌려줄게..라는 말은 하지않았다.
LAX에서 (초췌한) 나, 웅이, 이리.
웅이, 이리, 대장의 마지막 사진.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다같이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데 10시가 좀 지나서였나.
대장오빠가 이제 들어가봐야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에서 만나자"
라고 인사하고, 대장은 출국게이트로 사라졌다.
느낌이 이상했다.
한국에서 만나던 사람을, 미국에서 만나고 - 함께 여행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마음.
일주일 전, 이 LAX공항에서 나 혼자 대장을 기다리던 것도 생각이 났다.
자. 이제 남은 건 - 나 혼자 비행기 시간까지 죽치고 기다리기!!!!!!!!
이제 뭘하며 남은 3시간을 때우나...생각하는데
갑자기 이리가 "너 빨리 체크인 먼저 하고 In&Out 먹으러 가자. 여기서 2km도 안걸려" 라며 인앤아웃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아..좋은 생각이다 정말 ㅠㅠㅠ
대장이 그렇게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In&out !
사실 이리와 웅이는 이제 LA관광을 하러 가도 되는데 굳이 나까지 기다려주는게 되어서 엄청 고마웠다.
혼자 있으면 괜히 외롭고 울적할 것 같았거든.
우린 얼른 터미널을 옮겨서 체크인을 하고,
공항에서 얼마 멀지 않다는 In&Out버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뿔싸....그런데....................공항 주변을 걷는 건, 진심 최악......(...)
LAX공항으로 수많은 비행기들이 지나다니는데 정말 비행기 매연에 폐를 다 쥐어짜는 줄 알았다.
심지어 흡연자인 이리까지도 너무 독하다고 할 정도로 ㅠㅠ
그렇게 우리는 폐에 매연을 심어가며 한참을 걸어 In&out버거에 도착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다는거야?
메뉴를 보니 아주 단촐해. 메뉴는 3개 밖에 없는데 매장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나는 가장 기본 메뉴와 음료로 닥터페퍼를 주문했는데
주문받는 남자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순간 LA에 눌러앉을까 생각했다.................(...)
이름도 기억한다. 라이언...헤.........아 이게 아니지.
하악하악. 이 새벽에 침 넘어간다!!!!
초췌한 얼굴로 인증샷!
아.....
정말.....
최고의 햄버거였다 (♡.♡)=b
감동의 쓰나미 ㅜㅠ
겉은 바삭바삭한데 속은 부드러운 빵과
야들야들한 고기, 아삭아삭한 야채, 살살 녹는 치즈.
세명 다 버거먹다가 눈물 흘리기는 처음이었을 거다.
한국에서 그 어떤 비싼 수제버거보다 맛나다......ㅜㅠ
한국에 안들어오나요?
한국에 들어오면 과연 같은 맛일까? ㅠ
내가 일주일간 미국에서 먹었던 모든 것을 다해서 최고로 맛있었다. ㅠㅠ
LAX근처의 인앤아웃버거 근처 공원. 싱그럽다!
LAX에서 2시반 비행기였는데, 체크인을 하긴 했지만
IN&Out에서 버거를 먹고 나니 이미 1시 30분이 조금 지나고 있었다.
탑승수속도 해야하는데 조금 많이 지체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LAX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침 LAX로 들어가는 버스가 서있었다.
어...이게 정말 헤어지는건가......싶었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이리와 웅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도 한국에서 보자! 안녕!"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스를 타러 타박타박 뛰어갔다.
2007년 겨울,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그 버스정류장에서
2013년 겨울, 그 날 처럼 파란 하늘 - 환한 낮, 담담히 서있는 이리와 웅이와 안녕 -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냥 어렴풋이 그 장면이 기억이 난다.
-
공항에 도착했을 때 , 나는 아주 촉박했다.
출국 수속을 하는 직원이 나한테 늦었다고 타박을 했다.
짐 검사하는데도 줄이 아주 길었고, 처음으로 바디 스캔도 했다.
짐검사를 마치고 나니 비행기 출발시간이 10분 남아있었다.
나는 짐을 들고 전속력으로 뛰어서 게이트까지 달려갔는데
아뿔싸, 게이트가 바뀌었단다.
또다시 미친듯이 달려서 나는 무사히 - 아주 무사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에 올라타고나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막판에 너무 조급해져서 끝이다. 헤어진다. 이런 감정을 느낄새가 없었다.
그리고 비행기는 금새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치 처음 도착했던 날 처럼, LA는 화창하고 쾌청했다.
아쉬움, 후련함, 그리움 그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나간 모든 순간들이 꿈같이 흩어졌다.
한 겨울의 아주 따뜻하고 - 행복한 꿈이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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