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내내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사진을 이제서야 인화했다.
언제부턴가 무광인화를 해주는 곳이 없어지더니, 3*5싸이즈도 없어지고, 급기야는 필름인화를 안해주는 곳까지 있어서
이젠 정말 필름사진은 포기해야하는건가....싶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관악구청 앞에 있는 사진관에서는 3*5싸이즈도, 무광인화도 된다고 했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걸로 기억되는 올해 가을,
갑갑할 때마다 - 카메라를 들고 나가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래봤자 맨날 가는 코스지만) 사진을 찍었다.
공부가 힘들었고, 도서관이 갑갑했지만
가끔 이렇게 카메라를 들고 나가 학교 이 곳 저 곳을 찍을 때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아름다운 곳을 찾아 헤메고 싶었지만
마음껏 그럴 수 없는 내 처지가 속상하고 아쉬웠지만.
필름스캔을 했어야 했는데- , 아님 인화한 사진을 스캔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아이폰으로 다시 찍었다. 어짜피 인화한 원본은 내 사진첩에 꽂힐 테니.
정확히 무슨 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 내 필름이 간직한 2010년 - 서울대캠퍼스의 가을들.
추석연휴 첫날이었던가, 아주 화창했던 날 - 대운동장 위 벤치에 앉아서 나름 여유를 만끽했다.
아주 초 가을, 자하연둘레길, 유난히 먼저 빨갚게 물들었던 나무잎.빨간잎과 초록빛의 보색대비가 아름다웠다.
추석, 폭우가 쏟아진 그 다음날. 혼자 301동까지 걸어올라갔다가 만난 노을 -
집으로 돌아가는 어느 밤 -
아마, 어느 주말 낮이었던 것 같다. 오후에 학교로 들어가던 길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던 15동 뒤. 한적했던 어느 주말.
법대 야외 게시판 아래 코스모스. 그리고 자전거. 이것도 어느 일요일 낮.
막 노란 단풍이 들어가던 중도 앞. 중도앞 단풍은 조금 이르게 물들고 그리고 아주 이르게 아스라히 사라졌다.
노을빛 아래 강아지풀. 대운동장을 내려다보는 언덕. (개인적으로 이번 필름 베스트샷 ♡)
가을축제하던 날, 형법과 행정법 사이. 학관으로 블루베리 요거트를 먹으러 가다가 잠깐 공연 구경 :)
항상 저 자리에 서있던 자전거, 항상 저 자리에 서있는 정의의 종, 항상 그 곳에 서있지만 계절마다 달라지는 목련나무
All pictures taken by Pentax Me Super with film Agfa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