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8월 29일

MJ와 함께하는 헐랭한 프랑스 여행 (1)

Aix-en-provence, France

 

 

아비뇽에서 맞는 세번째 날이다.

어제 엉뚱한 파리여행때문에 완전히 곯아떨어졌지만 아침이 되자 또 말짱하게 일어났다.

오늘은 어제 실패한 상프로방스(Aix-en-provence)에 가는 날.

프랑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액상프로방스가 아기자기하고 이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어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이 아름다운 강을 따라 뛰는 모닝 조깅을 포기할 수 없다!!

아침에 또다시 사과하나 들고 츄리닝 입고 론 강으로 출발 +_+

(여행을 하러 온건지 운동을 하러 온건지 알 수 없음...=_=)

 

 

깨끗한 아비뇽의 하늘. 드디어 잔잔한 강을 본다. 아침 조깅을 나온 강아지 :)

 

 

 

조금 재미있었던 건, 아침부터 츄리닝을 입고 론강을 따라 뛰고 있는데

론 강에서 유람선을 타던 관광객들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는 거였다.

아마 내가 여기 동네 주민으로 보였나봄...ㅠㅠ

나도 관광객이긔....

 

같은 장소에 여행을 와도 누군가는 관광객이 되고 누군가는 그 곳의 주민이 되는 느낌.

어떤 여행이 좋은 것인지 정답은 없지만 - 적어도 본인이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아는 건 필요한 것 같다.

가장 행복하고 추억에 남는 여행을 위하여.

 

자, 이제 드디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상프로방스(Aix-en-provence)로 가보자!!!!

 

Aix-en-provence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 지방 부슈뒤론 주에 있는 도시fh 마르세유 북쪽에 있다.

아르크 강 우안에서 1.6㎞ 떨어진 평야에 있는 이 시는 이탈리아와 알프스 산맥으로 이어지는 간선도로의 교차지이기도 하다.

나무가 늘어선 미라보 대로의 북쪽에 옛 시가지가 있다.

11~13세기의 생소뵈르 대주교관구 대성당 주위에 로마 시대의 유적과 중세시대의 건축물이 남아 있다.

미라보 대로의 남쪽에는 아름다운 17~18세기의 주택들이 많이 있는 신시가지가 있는데, 그 주위로 현대 시가지가 들어섰다.

 

 

사실 오후에 잠깐 엑상프로방스를 보고 나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귀국비행기를 타러 오늘 바로 파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모든 짐을 다 챙겨서 나왔는데, 엑상프로방스 기차역이나 어딘가에 코인락커쯤은 있겠지?..

 

 

 

그/런/데/

아비뇽에서 TGV를 타고 겨우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엑상프로방스는 어제 파리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_=)

엑상프로방스의 TGV역은 아비뇽의 TGV역보다 시가지에서 훨씬 멀었다. 무려 버스를 타고 20분씩이나 가야했다.

 

TGV역에서 겨우겨우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엑상프로방스의 어느 버스정류장에 내렸는데, 구시가지로 가는 법을 모르겠어 (=_=)(=_=)

또 겨우겨우 물어물어 엑상프로방스의 랜드마크가 있는 중앙광장에 도착했다.

중앙광장인(place du general de Gaulle)에서 쭈욱 뻗어있는 미라보 대로 (Cours Mirabeau) 가 이번 관광의 종착역.

 

근데 이 무거운 캐리어를 처리를 못했다. (=_=)(=_=)(=_=);;;;

TGV역에도, 중앙광장의 관광안내소에도 락커가 없다고....

헐....그럼 이걸 질질끌고 다니면서 관광을 하란 말인가!!!!!!

2008년 5월 보스턴에서의 악몽이 떠올랐다.

약20kg어치의 캐리어와 배낭들을 끌고 하버드 교정을 걸어다니다 자포자기하고 뉴욕으로 도망간 ...

 

 

 

아...이젠 정말 대책이 없다.

일단은 미라보대로의 한 노천카페에 앉았다.

배가 고팠다. 엑상프로방스의 TGV역에는 오전에 도착했는데 구시가지까지 들어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짜증도 나고, 지치기도 했고, 배도 고팠다.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그늘을 드리우는 미라보 대로.

 

500년이 넘은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뒤로 노천까페들이 분주한 미라보 대로.

 

 

 

엄청 짜증나고 지치고 배고팠는데 -

설상가상으로 아 이 느긋한 프랑스인들.....아무리 기다려도 주문한 음식이 안나오는거다.

비단 엑상프로방스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음식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었다.

우리가 무슨 스테이크를 시킨 것도 아닌데.

슬슬 이게 느긋한 프랑스인들의 천성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동양인이라서 푸대접을 하는건지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 진짜.....

 

 

사실 여행하기 전에, 엑상프로방스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컸다.

햇살 따뜻한 거리아래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반짝이고, 노천까페에서 여유를 즐기며 밤거리에선 샹송이 들려온다던

그 작고 아기자기한 엑상프로방스를 기대했는데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엑상프로방스는 너무나도 찾아오기 힘들고 까다롭고, 불친절하기까지.

이 도시에 실망한 것도 실망한 것이지만 - 실망하고 있는 나 스스로가 더 실망스러웠다.

 

 

 

파리로 돌아가야해서 촉박하기도 촉박했는데

엑상프로방스의 구시가지로 들어오는데만 엄청 시간을 쓴데다

레스토랑에서도 우리를 너무 기다리게 해서

정말이지 엑상프로방스를 둘러볼 시간이 채 1시간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 어짜피 캐리어도 처리못했고 시간도 없고

엑상프로방스를 돌아보는 것은 포기하자.

나와 MJ는 지쳐서 그냥 이 미라보  대로만 대충 둘러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미라보 대로에서....아주 전형적인 관광사진을 찍었다.

 

 

 

뒷 배경이 좀 이쁜데 모델이 별로인 사진..

 

 

정말 불행중에 다행이었다면, 오늘 미라보대로에 시장이 선 것이다.

유럽의 소도시에 장이 서면 구경할게 많다던데

말그대로 가는 날이 장날이어야만 구경할 수가 있다.

언제 장이 열리는지 미리 알고 가기는 어려운데

다행히 오늘 미라보대로 시장이 열려서

나와 MJ는 엑상프로방스를 포기한 대신 짧게나마 이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미라보대로의 한쪽 인도에 하얀 천막을 세운 장이 들어섰다. 한번 구경가볼까?

 

우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수제잼 가게 !!!

어디선가 프랑스에 가면 소도시에서 파는 수제 잼을 꼭 사서 오라고 하는 글을 읽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가기전부터 프랑스에 가서 할 List에 잼사서 먹어보기를 넣어놓을 정도였다.

우리가 얼마나 눈빠지게 기다렸던가?!!?! @@

 

아주 운이 좋게도, 우리는 여기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고 실망케한 엑상프로방스에서

기적같이 잼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_+)/////

 

 

 

 다양한 종류의 수제 잼들. 블루베리, 스트로베리, 오렌지 등등.

 

한 입 먹어보겠습니당 블루베리 잼도 먹어보겠습니당

 

그동안 생필품(리옹 - 치약, 파리- 가디건, 레깅스)만 구입하다가 급 수제잼 쇼핑에 눈이 돌아간 우리들 @@

안타깝게도 이런 시장에선 한국에서처럼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는데

내일이 출국날이라 유로를 현금으로 얼마 남겨놓질 않아서

마음만큼 잼을 많이 살 수가 없었다. ㅠㅠ

그래도 블루베리 잼이랑 딸기 잼이랑 고루고루 챙겨서 마음이 든든든든~

 

이렇게 잼을 사고 나니 이제야 좀 마음이 풀렸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한다.....

힘내서 캐리어를 끌고 다시 시장구경.

 

내 눈을 사로잡은 꽃집 (0_0)

 

 

 

이쁘게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물병가게. 깜찍한 센스가 돋보인다.

 

캐리어끌고 관광객 티 팍팍내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ㅠㅠ

 

사람보다 몇배는 더 큰 플라타너스가 울창한 미라보 대로.

 

우리는 얼마 되지도 않는 미라보 대로를 걸어 다시 처음 시작했던 중앙광장(place du general de Gaulle)으로 내려왔다.

나와 MJ는 근처 우체국에 들러서 서로에게 카드를 하나씩 써서 한국으로 보냈다.

여행이 끝나간다는 실감이 났다.

처음 뜬금없이 MJ에게 여행을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던 날,

친해지기 위해 주일마다 만났던 날들,

어색한듯 친한듯 정말 원없이 웃고 떠들고 행복하게 다녔던 일주일.

 

저 뒤에 보이는 것이 로통드 분수.

 

이제 또 해가 진다. 돌아갈 시간이 왔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기울어지는 뜨거운 남프랑스의 마지막 햇살과 함께

나와 MJ는 엑상프로방스를 떠났다.

사실 미라보 대로만 두어번 왔다갔다 한 지라 엑상프로방스를 구경했다고 하기는 좀 어려웠지만

이제는 아쉽지도 속상하지도 않았다.

아마 이렇게 되려는게 우리의 운명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처음부터 이렇게 될 예정이었다고.

여행의 모든게 다 내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그보다도 그 모든 것이 내 의지대로 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다 그렇게 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어제 왔다가 내려간 파리의 리옹역에 다시 도착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파리에 올라왔다가 내려가서

마치 파리가 우리집 옆동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파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캄캄한 밤이었다.

우리를 마중나온 MJ의 외숙모가 오랜만에 파리에 오니까 춥지? 라고 물어보셨는데

나와 MJ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차가운 파리의 밤공기와 함께

우리의 일주일간의 남프랑스 여행은 신기루처럼 우리의 기억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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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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