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1월 22일
미국 서부 여행 제 1일째
LA (Santa Monica)
2013년 01월 22일, 오전 11시 05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일본 나리타 공항을 거쳐, 다시 미국 LA로 연결되는 델타 비행기에 탑승했다.
짐은 아주 간단했다.
여행을 허락해준 학교오빠 (앞으로 대장오빠라고 부르겠다)가 차에 짐 실을 자리가 부족하니까
짐을 최대한 줄이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통에 나는 여행 9년차에 처음으로, 캐리어 아닌 배낭하나만 딸랑 들고 출국길에 올랐다.
발권하고 바로 다다음날 아침 출국하는 급한 일정에 짐싸느라 밤을 꼴딱 새웠는데,
세상에, 도쿄에서 LA까지 가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울어대는 어떤 아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귀마개를 귀를 틀어막고 10시간 내내 참을 인만 새겨야 했다. ㅠㅠ....
호스텔은 여자 도미토리를 예약했으니, 설마 코고는 여자와 함께하는 불상사는 없겠지.....라고 날 다독이며. (과연...)
내내 눈오고 비와서 우울했던 서울하늘과 달리 시작부터 쾌청하다. :)
LA를 기준으로 2013년 1월 22일 오전 8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1월 23일 새벽 1시 30분)
예정된 시간 그대로 드디어 비행기가 LAX에 도착했다.
2007년 12월 25일 아침, 21살의 내가 헤멨던 그 LAX공항에,
2013년 1월 22일 아침, 27살이 된 내가 약 5년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
그 때의 나는, 고작 5년뒤에 내가 이 미국땅을 다시 밟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전혀!
LA 아니랄까봐, 겨울인데도 아침 날씨는 너무나도 쾌청하고 따뜻했다.
이틀밤을 새는 중이었지만, 날씨가 얼마나 좋았던지 나는 콧노래가 절로 났다.
그러나...US Boarder and Customs에서 정확히 2시간을 잡혀있었다. 버스를 타러 공항밖으로 기어 나오니 아침 10시 반. =_ㅠ
사실 로드트립은, 23일부터였는데 싼 비행기표를 찾다보니 22일 도착하는 표를 끊었고
일단 22일은 나 혼자 LA에서 버텨야 했는데 이미 5년 전에 LA는 다 관광한 관계로 그닥 혼자서 관광객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LA에 갈 데가 또 있나....검색질을 하다가 눈에 발견한 것이 산타모니카!!
그래그래, 바닷가도 있고(혼자 놀기에는 바닷가가 좋음), 숙소비도 싸고, 공항에서도 그리 안멀고, 5년 전에 가보지도 않았고!!!!!
내게 최적이다!!!!
하며 숙소만 덜렁 예약하고, 가는 버스편만 대충 알아놓고 일단 LA로 출발하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나는 숙소 주소.............도 적어가지 않았는데
(=_=...;;; 여행을 너무 자주하면 준비성이 떨어진다...닥치면 다 된다는 걸 알기 때문..)
천만 다행으로(?) 산타모니카행 버스를 함께탄 일본인 할머니랑 수다를 떨다보니 마침 같은 숙소에 머문다는 것이다.
올레 (/ +_+)/ 덕분에 나는 아주 무사히, 아주 빠르게 , 예약해둔 호스텔로 기어들어올 수 있었다.
End of the Trail.
원래 나의 계획은, 호스텔로 오자마자 씻고 바로 이 LA의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러 나가서
UCLA와 게티센터를 보고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유유히 노을을 구경하는 것이었으나...
전날 밤의 밤샘 + 장기간의 비행 + 애기 울음 소리 + 2시간의 US국경과 세관통과 + 시차.....때문에 거의 반녹초가 되어서
노을만 보자...고 나와 타협하며...호스텔 침대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래, 사람이 멀쩡해야 관광도 하지..
다행히 1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서는 씻고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휘적휘적 호스텔을 걸어나갔다.
혼자 하는 여행은 다 괜찮은데, (물론 다 괜찮을리 없다..-_-) 혼자 식사하는게 조금 뻘쭘하다.
처음엔 좀 쑥쓰쑥쓰....하다가 불끈! 용기를 내서 한 카페테리아에 들어갔다.
뭘 시켜먹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_=...오랜만에 팁문화의 나라에 와서 팁을 몇 퍼센트 줘야되는지만 한참 고민했다.
어쨌든! 뭘로 채웠는지 모르겠지만 뭔가로 배를 채우고! 드디어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고고!!
저기 놀이기구가 있는 곳이 Santa Monica Pier. 주차장 위주로 찍어서 조금 삭막해보인다..
놀이기구가 있는 Santa Monica Pier. 타보지는 않았다.
....겨울이라 그런건가.....아니면 내가 그동안 온갖 세계를 다 들쑤시고 다니면서 너무 이쁜 해변을 많이 보아서 그런건가.....
산타모니카!! 뭔가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일 것 같은데......촘....실망했다.
우리나라 동해도 아니고 서해에 놀러온 느낌. 관광객과 잡상인으로 정신없기까지 하고....-_ㅜ
바닷가가 거기서 거기라며 나를 위로....
노을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서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아저씨가 베니스 해변쪽으로 가면 더 번화한 거리를 볼거라고 해서 베니스 해변 쪽으로 출발했다. :)
자전거를 타고 베니스비치를 향해 가는 길. 조금씩 노을이 지려나보다.
한시간 정도 달리고 돌아오는 길. 자전거 대여료는 한시간에 7달러 정도? 노을진다아.
나름, 기대를 하고 자전거를 탔는데 해변가를 달린다는 것 말고는 크게 인상적인 것은 없었다.
오히려, 뭐랄까 - 5년 전에 왔을때만 해도 거대하고 건강한 것 같았던 미국이, 뭔가 자꾸 초라해지는 느낌, 힘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스믈스믈 밀려 올라왔다.
홈리스들이 잔디밭에 누워 자고 있었고, 거리는 조금 지저분했다.
번화한 거리를 볼거라돈 베니스 비치 근처의 가게들은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 뿐이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갓난 아기였던 87년에서 89년.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미국의 모습은 항상 밝은 햇살이 가득하고, 활기차고, 힘이 있었다.
한국에서 자라는 동안 나는, 나의 어릴 적 사진, 어릴적 보았던 영화에서의 미국에 대한 밝고 힘찬 꿈같은 것들이 있었다.
여름에 왔어야 할 해변가를 비성수기인 겨울에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제일 처음 세계여행을 시작할 때와 다르게 그 동안 온 세계를 돌며 너무 많은 것들을 봐버려서인지,
그러니까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어버려서 미국에 대한 환상들이 깨져버린 것이지,
아니면 미국이 정말 조금씩 조금씩 쓰러져 가고 있는 것인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 , 어린 날 동경했던 것들이 막상 커보니 별거 아니게 되는 느낌이 싫어서
나는 자꾸만, 겨울에 와서 그런걸꺼라고 나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13 미서부 로트드립'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세도나 맛보기 (0) | 2013.03.08 |
---|---|
4. 남자셋 여자셋 (0) | 2013.03.06 |
3. 산타모니카에서 노을구경 (0) | 2013.02.22 |
1. 출국하기까지 단 이틀. (2) | 2013.02.16 |
프롤로그 (3) | 2013.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