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여행기를 쓴다. 여행기를 썼던, 08년도에 캐나다-미국-유럽 일주 여행 이후에도

09년에 스페인, 포르투갈/ 10년에 도쿄 / 11년에 프랑스일주 여행을 했으니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와중에도 부모님의 허리띠를 졸라서(;) 매년 여행을 다녔구나.

나에겐 모두 즐거운 여행이었고 혹시나 여행기를 쓸 수 있을까 싶어서 여행때마다 자필일기를 썼지만

여행기를 쓸만큼 여유있는 학교 생활이 아니었다.

이제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만큼, 여유롭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껏 쓰지 못했던,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다.

 

 

 

 

-

 

시험이 끝나고 한동안 시험의 악몽에서 허우적거리던 날이었다.

정확히는 시험이 끝난 다음주, 목요일이었다. 

시험만 끝나면 마치 수능이 끝났을 때처럼 개운해지고, 무거웠던 마음도 가벼워질줄 알았는데

삼년동안 몰두했던 현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갑자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미래로 내던져진 느낌은,

깜깜한 계곡아래로 계속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한단계 한단계 고비를 넘기면 희망적일 줄 알았는데 고비를 넘고 넘을수록 눈앞이 깜깜해져왔다.

오랜 시험에 지친 나는, 그 깜깜한 현실을 마주할 힘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슬펐다.

그래서 이렇게 나부라져 있느니, 나는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아빠, 나 여행갈래."

 

 

-

 

 

나는 당장 떠나고 싶었고 그리고 되도록이면

한국을, 그리고 지금 내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을만큼 비행기를 타고 멀리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햇살을 받고 싶었다.

지난 겨울이 유독 추웠고, 나는 한기가 산을 타고 내려오는 산기슭에서 옷을 7겹씩 껴입고 다녔었다.

충동적으로 친구가 일하고 있는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덜컥 예매했는데

내가 가기로 한 주에 이탈리아에 내내 비가 온다는 얘기 + 혼자 돌아다녀야 한다는 압박감 + 여행계획하기의 귀차니즘....이 합쳐져서,

 

 

나는, 미국 서부로 로드트립을 떠나는 친한 학교 동기 오빠가 출국하는 날 새벽에,

그 오빠를 붙잡고 나도 거기 좀 데려가 달라고 쌩떼를 부려서....(...-_-)

(사실 이탈리아 표를 끊기 전에 미국 서부 여행에 따라가고 싶다고 제안을 했으나 이미 예약한 렌트차량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었다 ..ㅜ)

나는 미국 서부의 캐년을 돌아다니는 로드트립에 엉겁결에, 아주 충동적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한 목요일

그리고 그로부터 3일이 지난 일요일 아침, 나는 인천 > LA > 밴쿠버 >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끊었고,

(이미 발권한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환불하는데 취소수수료를 25만원이나 내게 되었다....그러나 부모님은 모르신다....ㅜㅠ 죄송해요 ㅠㅠ)

비행기표를 발권한지 이틀만인 2013년 1월 22일 아침, 나는 정말로 옷만 몇개 넣은 백팩 하나 메고 출국하게 되었다.

같이 여행할 렌트카에 내가 탈 수 있는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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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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