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게시판에 이제 곧 열릴 헬게이트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4기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 나도 2년 전 이맘 때 프리세션을 들으면서 민법과 형법도 구별을 못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3년간 공부하나 겁을 냈더랬지.
정말 로스쿨에서 오랜 시간을 버틴 것 같은데
햇수로는 2년, 학기로는 고작 4학기 밖에 지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다.
2년 전, 그러니까 나의 1학년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옛날 같이 느껴지는데 말이다.
지난 4학기를 뒤돌아보면,
초반 1학년 1학기, 2학기, 그리고 2학년 1학기까지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건 정말 내 손모가지라도 걸고 장담한다.
그런데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하다가 정말 죽을 뻔했고, 그 다음부터는 죽지 않으려고 애쓰는 학기를 보냈다.
이제 많은 것들이 결정되었다.
4학기 동안의 성적, 인턴의 결과, 2/3을 지나온 로스쿨 생활.
다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자퇴서를 쓰고 나오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하라고 해도, 나는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잘'이라는 말은 성적 뿐만 아니라 여기서의 생활 전반을 다 포함하는 말이다.
지난 2년동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고르라면
제법 이 동네 공부가 익숙해지고 할만해지고, 사람들과 이 학교에 적응한 지금보다도
가장 처음, 1학년 1학기, 정말 아무 것도 몰랐던 그 때.
그래도 쫓아가보겠다고,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나도 하면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열정과 열의로 처음 법공부를 해나갔던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마치 하얀 스케치북 같아서 뭐든 그릴 수 있을 것 만 같았고, 그리고 싶었다.
2년이 지나면서 그 하얀 스케치북에 뭔가 열심히 그리긴 그렸는데
그 그려놓은 그림이, 지금 보기에 내가 원했던 그림같지도 않고 남들이 보기에 이쁜 그림 같지도 않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쏟아부은 노력, 흘려버린 눈물을 생각하면 그 그림이 초라해뵌다.
하지만,
내가 그 때 행복했던 건, A+를 받아서가 아니지 않았나.
정말이지 뭣몰랐지만 꿈과 열정이 있어서, 그렇게 몰입할 수 있어서 행복하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즐거웠고 행복하지 않았던가.
이제 남은 1년.
많이 지치고 힘이 빠졌지만,
또 앞으로 어떤 많은 일들이 날 계속 넘어뜨릴지 모르겠지만,
그 때처럼 꿈, 열정,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남은 1년을 보냈으면 좋겠어.
그 땐 뭐 잘해서 자신감이 있었나?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것을 꿈꾸면서
그렇게 열정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마지막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1년 뒤의 나는, 지금을 슬퍼하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