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동생도 나라를 지키느라 텅 빈 집에 홀로 있다. Open Arms를 들으며.
이렇게 2011년이 끝나간다. 사람들이 나눠놓은 시간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유난히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나의 2011년.
대개는 기쁜 일 보다도 힘든 일이었고, 많이 무너져버렸다.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이기고 버티고 이게 다 성장의 과정이라고 "괜찮다"라고 생각하고 나아가고 싶었는데
때론, 내 힘만으로는 괜찮다고 날 다독일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마음만으로는 괜찮다고 날 일으켜 세울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성실하고 열심으로 다하는 것이 항상 그에 비례하는 결과로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여기가 나의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닥이 또 바닥을 치고, 그 바닥이 또 바닥을 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내가 지금까지 믿었고, 나를 이끌었던 나만의 가치관과 기준들이 많이 무너지는 상황에 여러번 놓였고
그 와중에 나는 많이 방황했고 당황스러웠고 혼란스러웠다.
좌절스러웠고, 실망스러웠다가, 분노했다가, 원망했다가, 허무하고 무기력했다.
처음 반 년은 울면서 버텼고, 나머지 반년은 입술을 깨물면서 눈물을 참으며 버텼다.
힘들고 외로웠다.
내가 이 곳을 헤쳐나가는 힘은 나의 성실함과 인내, 그리고 즐거움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그 동안 즐거워하며 성실하게 인내하며 지내온 내가 바보 같다고도 느껴졌다.
그렇지만,
힘들었지만, 많이 울었지만, 괴로웠지만, 많이 좌절했지만
난 또 저렇게 많은 것들을 새로 알았다.
24살까지의 나는 노력하는 만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면,
25살의 나는, 노력하는 만큼 이루지 못하더라도 -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새로운 가치관을 세웠다.
24살까지의 나는, 내 자신이 성실하다고 자부했었다면,
25살의 나는, 잘 할 때뿐만 아니라, 못 할 때까지도 꿋꿋하게 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성실함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24살까지의 나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을 큰 희생이나 어려움, 실패 좌절 없이 손쉽게 얻었다.
25살의 나는, 세상에 얻기 힘든 것들이 있다는 것, 얻으려 하다가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난 2011년을 참 지독히도 힘들었다고, 그리고 마음과 몸이 너무나도 아픈 한 해였다고 기억하겠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교훈, 그리고 인간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 한 해가 될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안녕, 2011년. 안녕, 나의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