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지난 1학기 기말고사를 2~3주 앞두고 엄청난 정신적 Crisis가 왔었다.
올해들어 나는 너무 자주 아팠고, 자연스럽게 운동은 쉬게 되었으며 그 여파로 몸이 붓기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도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어떤날은 아무 이유없이 우느라 수업을 못들어갈 지경이었다.

그 때, 영국에 있던 사촌언니의 홈페이지에서 잔잔한 강물이 흐르는 아비뇽의 사진을 보았고-
난 오로지 그 사진만을 보고 남프랑스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겨우겨우 1학기를 끝냈다.
방학하자마자 만료된 여권을 먼저 갱신했고, 인턴을 하는 와중에 같이 갈 친구와 비행기표를 끊어서
법조윤리를 치고 이틀 뒤, 나는 학교 친구 MJ와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의 (계획된) 여정은 이러했다.
출국-도쿄-파리-리옹-안시-니스-아비뇽-엑상프로방스-아를-파리(귀국)
정말 루트만 짜놓고는 여행계획은 커녕 숙소도 잡지 않았지만 (출국하기 10시간 전에 리옹과 니스까지만 겨우 예약했다.)
MJ와 나는 둘다 헐랭한 성격이라 오히려 계획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생각을 하며 즐거워했다.
계획은 없었지만 목표는 있었다.

1. 운동화 가져가서 강가나 바닷가에서 조깅하기
2. 책 한권 가져가서 카페나 강가나 기차에 맘 편히 독서하기
3. 각 도시에서 친구들에게 엽서쓰기 (그리고 서로에게도 하나씩 써주기)
4. 파리 센강을 따라 걸으며 여유즐기기
5. 안시호수 옆 잔디밭에서 샌드위치 먹으며 피크닉 분위기 내기
6. 니스에서 비키니 입고 파라솔 아래 누워 놀다가 바닷물에 뛰어들기
7. 아비뇽의 유네스코 다리 구경하기
8. 액상프로방스의 노천레스토랑에서 프랑스인처럼 느긋하게 식사하기
9. 어디든 시장이 선다면 시장 구경하고 수제 jam사오기 (시장서는 날의 운이 따라줘야 한다.)
10. 큐티 가져가서 매일 아침 같이 큐티하기

이게 관광을 하러 가는건지, 거기 주민놀이를 하러 가는건지 그 경계가 모호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빡빡한 여행보다 그냥 발길가는 대로 걸어다니며 여유로운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다.
과연 우린 저 10가지 목표를 다 이뤘을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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