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삶 2009. 8. 22. 23:20



그렇다. 생각해보면 대학생이 되고난 이후 나의 여름방학은 다사다난의 시리즈였다.
별 큰 일 없이 무심무심하게 지나갔던 겨울방학들과 비교해보면
여름방학들은 항상 즐거움과 괴로움 어느 중간에 있었거나, 혹은 굉장히 괴로웠거나 그랬다.
그러나 어찌하였건 결론은 항상 좋게좋게 끝이 났다.

1학년 여름방학 땐,
내 친구를 좋아하는 동기녀석 때문에 속앓이를 했지만 끝끝내 그 여름이 가기 전 우린 연인이 되었고
2학년 여름방학 땐,
하루 16시간~18시간의 미친 토플공부를 했었다. 담배가 피우고 싶을만큼(;) 괴로웠으나 277점의 만족스러운 결과달성.
3학년 여름방학 땐,
통역봉사와 벤쿠버 준비, 그리고 2년간의 긴 연애에 마침표를 찍는 일로 힘들었지만 모든걸 정리하고 무사히 벤쿠버로 출발.
4학년 여름방학 땐,
고향인 한국에 와서 유럽을 못잊어 방황했고 불투명한 미래때문에 우울한 가운데 억지로 했던 중국어로 기적의(;) HSK6급 달성.

뭐 과정은 항상 쓰라렸으나 항상 결과는 예상만큼, 혹은 예상치 못하게 좋은 결과로
괴롭고 힘들었던 여름방학을 마치 알차고 보람찼던 여름방학으로 포장해주었다.

이게 지금 날 위한 핑계라해도, 억지스러운 귀납적 일반화라고 해도 어쨌든 그랬다치자.
이번 여름도 나의 귀납적 일반화를 더 공고히해주기를.!


짧지만 내가 22년 하고 6개월을 살면서 느낀 것은,
이 블로그의 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흘러간다>라는 거다.
항상 뭔가 큰 사건들이 내 인생을 휘젓고 달아나는 것 같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좋은일도, 나쁜일도 그냥 그렇게 다 지나가버린 과거가 되고 만다.
행복도 영원하지 않았고 슬픔도 영원하지 않았다.
행복했다가 슬펐다가 기뻤다가 괴로웠다가, 그런 감정파도의 연속일뿐이었다.

수능에서 대박이 나면
마치 어릴적 동화책처럼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짜잔~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인생은 동화책이 아니었다.
수능이 끝나니까 더 머리아프고 골치 아픈 일들이 몰아쳤다.

그리하여 깨달았다.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내 삶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을.
다만 잔잔하게 흐르느냐 요동치며 흐르느냐. 그 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흘러가는 내 삶 한가운데 있다.
괴롭거나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괜찮다.
그것도 다 내 인생이니까.

괴로웠다 하여 좌절하지 말고
행복했다 하여 안주하지 말지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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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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