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공시기간이 다 끝났다. 이렇게 정말 2009년 1학기 수업은 끝이 났다.
뻔뻔한 5학년이었던 (무려 휴학도 없이) 나는 대놓고 이 실험제작실습 수업 하나만 등록했다.
차마 밝힐 수 없는 이유 하나와 일주일에 한 번만 등교한다는 편리함, 매주 교수님의 뒷풀이와 그리고 학점을 잘주신다기에....(..)
그러나 지난 4개월간의 여정은 결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실 이미 실습수업도 들어보았고 혼자 끄적끄적 편집한 경험도 있어서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일단 실험영상이라는 난해한 주제 때문에, 그리고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인간관계 실타리 때문에
이번 학기가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중간 개인 과제 이후- 나와 은정이와 묵빠, 동션 이렇게 4명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onocity 제작에 들어갔다.
하하.
생각해보면 7명이 함께했던 방제실은 어쩜 그렇게 7명이나 되면서도 다투지도 의견때문에 고민하지도 않고
그렇게 손과 발이 착착 맞아서 잘 굴러갔는지 모르겠다.
인원은 달랑 4명이었는데도 이번 실제실은 왜 그렇게 의견 조율과 영상 촬영과정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는지.
역시 이렇게 함께하는 작업은 몇명이서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함께하느냐도 참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웠다.
촬영하는 묵빠. 오빠는 카메라 잡았을때가 제일 잘 어울린다는걸 아시는지..
감독님 묵빠.
머릿속으로는 항상 걱정하면서도 겉으로는 항상 밝게 웃어서 보기 좋은 묵빠.
원래 생각하지 않고 즉석에서 찍는 슛팅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건 오빠가 카메라맨일때 이야기였고 ......이런 스토리가 없는 영상을 즉석으로 찍어가는 묵빠의 스타일때문에
연기자 (?) 와 다른 카메라 맨이 꽤나 힘들어했다는 걸 아실련지...?
그래도 꿍얼꿍얼 말도 많고 말도 안듣는 꼬꼬마 3명을 데리고 대장으로 팀을 잘 다독이며 총대메고 앞장서준
묵빠, 감사감사. 그러나 쿠폰은 여전히 내 손에.........................음하하하하하하
미안해...이쁜 은정이 ㅠㅠ
이번엔 블루스크린 촬영도 있었는데, 블루스크린으로 색감을 완전히 빼려면 뒷 배경에 음영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조명을 이용해서 최대한 음영을 줄여줘야 한다.
방송 조명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뜨겁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스튜디오 천장에 있는 조명만 켜도 후끈후끈하고 땀이 많은 사람들은 땀이 줄줄 난다.
근데 거기다가 쥬피터 조명으로 블루스크린에 직빵을 쐈으니.......
조명에도 살이 탄다는 말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나야 더위를 잘 견뎌서 별 문제 없었다지만 정말 찜통같은 더위에 죽을뻔 했던 멤버들.
근데 그렇게 찍은 블루스크린샷 다 뺐다며.................
재밌는 사진 위주로 찍다보니까 안타깝게 고생했던 카메라맨 동션의 사진이 없군요.....................-.,-......
슛팅코드가 안맞는 감독님때문에 가장 속앓이를 많이 했던 카메라맨. 무거운 카메라 들고 찍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하수구 속에서도 즐거운 묵빠... |
"대박 이쁘게 찍었어!!"라며 올라왔지만 녹화버튼 안누르고 찍은 베테랑 감독님. |
Monocity의 주인공은 나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발이었다.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발만 나온다고 하면, 얼마나 실험적인지 감이 오실랑가?
여튼, 묵빠의 개인영상을 발전시킨 이 Monocity에서 내 발은 맨발로 출연했는데....
덕분에 나는 학교를 비롯하여 광화문과 청계천과 명동롯데와 지하철과 명동 한복판에서 맨발로 걸어다녀야 했다.....(....)
뭐 그거까진 괜찮아. 때때로 나는 종로 거리의 썩은 구정물을 (일부러) 밟고 지나가야 하기도 했으며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에 뛰어들어 버벅거리다가 발이 살짝 까지도 했으며
발바닥을 찍고 싶다는 감독님 때문에 2미터가 되는 철봉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야 하기도 했다.....
삼성관 바닥을 안방처럼 애용하는 은정이
첫 중간점검때 하이 퀄리티와 오묘한 색감으로 교수님의 기대를 잔뜩 부풀게 했던 그 장면은
쑤, 거긴 삼성관 지하였어. 일요일이면 철문을 내리는 그 삼성관 지하말이야.
우린 지상 1층으로 들어가서 아무도 없는 지하로 내려와서는 우리끼리 마음껏 촬영을 했지. 후후
그리고 하얀 배경으로 걸어들어가는 그 곳은 엘포관에서 삼성관으로 연결되는 그 통로야.
어쨌든, 마지막 편집까지 날 참 애먹였던 Monocity.
마지막에 크레딧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한 일로만 따지면, 협찬 제공 및 기획, 촬영, 편집, 출연까지..........-.,-.................
왠지 오빠들이 그냥 협찬 제공 및 출연만 집어넣었을것 같은 불안함.
어쨌든 처음 실제실을 시작할때만해도 실험영상에 대한 왠지모를 거부감과 막막함이 있었는데
나도 예상치못한 내 개인영상을 비롯해서
팀 영상 찍을 때도 간간이 내가 찍은 샷들을 오빠들과 교수님 모두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다는 것.
그리고 오빠들의 SOS로 정말 내 마음대로 다른 영상과의 흐름을 무시하고
내 느낌 가는대로 편집한 클라이막스 1분.
그 1분을 완성했을 때 동션이 놀라워했는데, 나중에 들은바에 의하면
교수님이 그 1분을 호평하면서 내가 실험영상만드는 센스가 있다고 하셨다고!!!
감동의 쓰나미군여...........................................그래서 나는 이번 실제실 A+!
죽을만큼 고생하고도 오빠들한테 밀려서 상대적으로 B+받고 피를 토했던 방제실의 한을 실제실에서 갚았다.
한 학기동안 수고 많았다고 스스로에게 축하박수!
그래도 우리 조 사람들끼리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슬프네 ㅠ
방제실만큼 재밌고 왁자지껄하고 영상편집하러 모여서 매일 술마시러 가지도 못하고
왠지 비지니스 같은 느낌의 실제실이었어....
탁월한 발연기로 주연상을 수상받아 마땅한 나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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