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6월.
하루하루 해가 길어지는게 또렷하게 느껴진다.
오후 6시가 되어도, 어느 봄 가을의 오후 4시처럼 해가 조금 기울어졌을 뿐.
바쁜 봄을 보냈다.
그런데 또 막상 뒤돌아보니 무얼하느라 그리 바빴는지 막상 기억에 또렷이 남는게 없네.
회사 일을 생각하면 3월에 터진 큰 사건의 담당자가 되어 정신이 없었고, 이제 Phase 1을 마무리한다.
3월까지 골프레슨을 모두 끝내고서는 3~4주에 한 번씩 라운딩을 나갔다.
그 중에서도 5월 중순에 회사 임원과 나가는 라운딩이 있어 한 동안 부담을 느끼면서 연습을 숙제처럼 했었다.
퇴근하고 와서 저녁먹고 골프연습하고 나면 자야하는 시간이라, 사실상 퇴근 후에 골프 말고는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는데
가끔은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다른 걸 할 시간이 안나다보니 은근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일단, 이런 상황을 차치하고서라도 골프는 이래도 저래도 스트레스 받는 것이 디폴트이다ㅠ)
그러다가 또 5월에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전화영어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전화영어를 시도했다가, 전화올 시간만 되면 스트레스 받아서 관뒀는데
혼자서 영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원서도 읽고 어쩌고 하다가, 위의 일들 (일, 골프, 유튜브 만들기)에
자꾸 우선순위가 밀려서 반 강제적으로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해봤다.
초반에는 정해진 시간에 20분을 꽉 채워서 떠들어야 한다는 것 부터가 스트레스였는데
한달정도 하고 나니 조금 그 라이프스타일 패턴에는 적응을 한 것 같다.
일단 목표는, 올해말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쭈욱 하는 것이다.
전화영어를 한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주 3일 20분을 영어로 떠들기위해서 나름 준비를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과연 올해를 마무리할 때, 나 8개월 간 전화영어를 꾸준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꼭 해내자)
이런 일상생활의 주절거림을 쓰려고 한 건 아닌데..
일상은 큰 변화가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일까, 결혼을 해서일까
내 마음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 같다.
과거의 나는, (그러니까 20대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오늘의 나보다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고- 일상의 나보다 꿈 속의 나를 좇았는데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를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오늘을 알차게 잘 보내고 싶어졌다.
어떻게 생각하면 막연한 꿈? 혹은 소망?이 없어진 것 같기도 했는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 말은 지금 하루하루에 큰 불만 없이 행복하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내 관심사는, 미지의 곳을 탐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알차고 뿌듯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아, 물론 이번 달에 여름휴가가 있어 여행일정을 짜고 있기는 하지마 예전만큼 그렇게 여행에 절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이 어찌보면 행복일 수도 있고, 달리보면 안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일, 가정, 건강, 우정 이런 것들의 조화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므로
어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거나 또는 변화를 맞딱드리기 전에
지금 이 순간 스스로 느끼기에 만족스러운 이 조화로움을 잘 간직하며 좋은 에너지들을 많이 쌓아두고 싶다.
곧 하지가 오고, 덥고 습한 여름을 보내고 나면
금방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겠지.
그 때까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알차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
그렇게 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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