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6일
세계여행 제 37일째 (4)
Rome, Italy


판테온을 구경할때부터 이상하게도 내 기분은 hit the bottom.
그야말로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이유없이 기분이 다운되어서는
언니오빠들이랑 멀찍이 떨어져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로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유가 없을리가. 지금와서 1년이 다 되어서 하는 얘기인데,
그 때 나는 갑자기 불안감과 착잡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스위스에서 하루, 그리고 로마에서 단 이틀이었지만 주영오빠와 셋이 함께하는 여행은 상상이상으로 즐거웠다.
모두들 로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세 명이서 함께하는 여행엔 푹 빠져있었으니까.
정신줄을 놓고 다녀도 될만큼 모든게 활기찼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당장 내일부터라도 주영오빠가 더이상 우리의 스케쥴을 함께 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던 거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셋이 있다가 갑자기 둘이 되면 왠지 축축 처질 것 같은 느낌.
나와 시은언니는 바티칸에 들렀다가 이탈리아 남부로 훌쩍 떠날 예정이었는데,
주영오빠가 과연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갈 경비를 부담할 수 있느냐...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없는 식욕에 겨우 밥 몇숟갈을 넘기고 저녁에 예정되어있던 야경투어를 하러
떼르미니역에 나갔더니 한국인 가이드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오늘 야경투어의 코스는 "트레비분수-판테온-나보나광장-천사의 성"순서란다.

....방금까지 그 코스 그대로 놀다왔거든요?;;;;;;;; 헐........................................-.,-

어쨌든; 이번엔 가이드를 따라 트레비 분수로 출동!
공짜 야경투어였는데 가이드 언니가 정말 싹싹하게 설명을 잘해주셨다.
거의 1년이 다 지나서 그 설명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 기억을 되짚어보면,
트레비 분수의 트레비는 바로 삼거리라는 뜻이란다. 삼거리에 있는 분수.
스페인어로도, 하나-둘-셋을 셀 때, uno-dos-tres로 세는데 뭔가 어언이 비슷하다는 생각!


한 손바닥에 동전 두개를 놓고

어깨 너머로 휙!



그리고 분수에 동전을 던질때도 오른손위에 동전을 놓고는 왼쪽 어깨를 너머 던지는 거란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 나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전 두개를 놓고 왼쪽 어깨위로 던졌다.
.....그런데, 두 번째 동전의 의미인 사랑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로마로 다시 돌아오게, 사랑이 이뤄지게 해주세요 !


트레비분수에서 판테온으로 장소를 옮겼다. 처음 왔을때 찍고 싶었던 사진.



트레비분수와 판테온을 거쳐 다시 간 곳은, 로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나보나 광장.
활기차고 자유롭고 예술의 혼이 넘쳐 흐르던 이 곳은 밤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낮보다도 훨씬 낭만적이고 분위기있는 모습에 가슴 깊은 곳까지 찌릿한 느낌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보나에서 찍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이렇게 밤에도 그림을 팔고 있다.



Ready...

Relax...

shoot !

주영오빠는 나의 사진찍는 포즈를 꽤나 좋아했다.
내가 저런 자세로 사진 찍는 줄 몰랐는데 오빠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문득 총을 잡아도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밤이지만 낮만큼이나 활기차다.


나보나 광장을 걷는 한 여인,

그녈 부르는 애인에게로 걸어간다.


함께 팔짱을 끼고 나보나 광장을 가로지르는 로마의 연인.

야경투어를 함께한 한국인들과.




그 중에서도 밤에 가본 나보나 광장은 정말
 이틀동안의 로마 여행 중,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처럼,
악사의 흥겨운 노래가 들려오고 
환한 햇살 아래 이젤에 걸려있던 그림들이
어두운 광장의 조명아래선
그림이 걸린 그 모습 자체가
또 다른 멋진 그림이 되어 있었다.
 ...

좋구나.
이런 여름밤 나보나 광장의 분위기.

콜로세움보다도, 그 어느 성당들보다도,
로마의 그 오래된 조각품들 보다도.
지금 이 곳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제 각각의 모습이,
그 삶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Travel Book. 2008. 06. 06




나보나 광장에서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천사의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이드 언니 말에 의하면 천상의 성을 지나갈때 걸어야 하는 천사의 다리에는 전설이 있다고.
다리를 건널때 처음으로 눈이 마주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나?

여름밤 이탈리아 로마, 천사의 다리. 이런 이름들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한데
이 다리를 건널 때 처음 눈이 마주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니! 꺄악!

근데 이 다리에 상주하는 거지들이 많으니까 거지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땅바닥을 보고 걸어야 한단다.;.......

천사의 다리에서 보이는 푸른 지붕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다.



가이드 언니는 천사의 성을 조금 돌아,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 보이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버스가 끊길까 말까 하는 그런 늦은 시간이었는데 (10시쯤?) 포토존이라 소문난 그곳엔
온통 한국인이 드글드글드글,DSLR들고 드글드글드글..........역시 한국인이야......

우리도 다른 한국인들 사진 좀 찍어주고, 좀 한산해졌을 때를 틈타 트라이포드에 올려놓고 셀프타이머 작동!
(우린 뭔데 트라이포드까지 가지고 다니는거냐.......................-_-)

저어어 뒤에 우리가 내일 다시 올,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필카는 어깨에 메고 디카는 손에 쥐고, 내가 수고가 많다...

 

이 날 밤은 정말 두고두고 잊지 못할 거다. 아니 이 날 하루 모두를.
사실 로마의 명성이나 환상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나보나 광장 하나로 나는 로마의 매력에 푹 빠졌으니까.
이렇게 방안에 틀어박혀 타이핑을 하면서도 나는 또 로마의 돌바닥을 밟으며 걷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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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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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6일
세계여행 제 37일째 (3)
Rome, Italy



가는 길에 또 편지쓰려고 엽서샀다^^

 

 천사의 성에서 빠져나와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나보나 광장 (Piazza Navona)

거기에 가면 2유로로 먹을 수 있는
커다란 젤라또!!!
가 있다고
같은 민박집 사람들에게 정보를 들었기에
우리는 그런건 안놓치고 꼭 찾아간다.

가자, 나보나 광장으로!!


 



 

여기가 바로 나보나 광장!

나보나 광장은 86년에 토미티아누스 황제가 조성한 전차 경기장 유적지라고 한다.
다른 광장들과 달리 차가 출입할 수 잆기 때문에 뭐가 훨씬 안정적인 그런 느낌.
이런저런 건물에 둘러쌓여있고 다른 광장들에 비해 조금 좁은 느낌이 나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이 나보나 광장엔 그림을 파는 화가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이탈리아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도 있고, 유명한 작품들 모작도 있고, 또 창작품들도 있고
왠지 모르게 예술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마치 커다란 전시회장 같은 그런 느낌? 아름다운 그림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그림때문에 광장자체가 예술품이 된 듯 하다

그림을 감상중인 관광객들



어쨌거나 우리가 이 나보나 광장에 온 이유는오로지 2유로짜리 스페셜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
우린 복잡한 골목골목을 잘도 찾아서 스페셜젤라또를 파는 집을 찾아냈다!
2유로를 내고 스페셜 젤라또를 달라고 하면, 주인장 마음대로 7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퍼준다...
흐아.................띠아모♥ 이딸리아.......


흐아아아 또 먹고 싶어...ㅎㅎ


다들 아이스크림 들고 신났다!!!

내가 젤 좋아하는 유럽여행 사진중 하나!!

그다음 장소 판테온을 찾아 네비게이션 발동!



로마의 골목길도 매력있다.

아무 기대 없이 갔던 나보나 광장이었지만,
나보고 로마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난 정말 주저없이 콜로세움이나 트레비 분수 보다도
나보나 광장을 꼽을 것이다.

그 곳의 매력을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유명한 유적지에서 줄 수 없는 그런
나보나 광장만의 매력이 있다.

수많은 아름다운 그림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사람들은 젤라또를 하나씩 들고 분수옆에 앉아 수다를 떨고
뭔가 예술혼이 느껴지면서도
고대 로마가 아닌 현대 로마인들의 평범한 삶 속에
잠시 엿들어온 그런 느낌.
편안하고 평화로운.





알록달록한 길을 걸어서 판테온으로 갑니다.


그다음 장소는 바로 판테온 (Pantheon)!
아그리파가 모든 로마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신전
으로 고대 로마 신전 중에 가장 잘 보존된 신전이다.
(우리가 인체데생할때 그리는...그 ...아그리파?)





이 판테온 신전의 일화중 유명한 것이,
신전의 돔 지붕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비가 와도 이 구멍으로는 비가 안들어온다고 한다


아니 그럴 수가 있는거야?
그래서 들어가봤다.
진짜 돔 뚜껑위에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판테온 광장에서 만난 말.

그리고 나의 note.




여기서 만난 말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갑자기, 아주 갑자기 확 지쳐버리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낮에 너무 over-up되어있더라니.
갑자기 나는 너무 힘빠지고 기운이 빠져서..
그리고 갑자기 어떤 . 말할 수 없는 생각이 들어서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냥 조용히 아무말 없이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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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6일
세계여행 제 37일째 (2)
Rome, Italy


보르게세 공원에서 나와 우리는 어제 산 로마패쓰를 이대로 썩힐 수 없어
(보르게세 박물관에 못들어갔으므로)
갈만한 곳을 찾다가 천사의 성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 싸람이 남의 셀카를!

아니 또!!!






이 곳이 바로 산탄젤로 성 (Castel Sant' Angelo) 일명 천사의 성이다.
말이 성이지 사실 저긴 유사시 교화의 피난처로, 또 때론 감옥으로 쓰이던 마치 요새같은 성이다.
앞에서 보면 왕관같기도 하고, 옆에서 보면 커다란 유람선 같기도 하다. 상당히 높이 세워진 산탄젤로 성.

사진찍는 주영오빠

바로 여길 찍고 있군요, 로마를 흐르는 테베레 강.




성안에 들어가면 뭐가 있냐구? 사실 성 내부에선 별로 볼게 없다 -.,-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어서 각종 병기가 전시되어 있다는데 별로.....
감옥이었는데 볼게 뭐가 있겠나......다만 성의 높이가 꽤 높아서 로마의 경치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


성 내부에서 로마를 내려다보는 사람들...

저기 보이는 돔지붕이 바로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또 천사의 성 옆에는 바로 바티칸 시국이 있는데 천사의 성에서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이 바로 보인다
철창사이로 보이는 베드로 성당이...마치 감옥에 갇힌 것 같은건 나만의 느낌.


아, 근데 왜 감옥으로 쓰이던 이 성이 왜 천사의 성인걸까?
그건 바로 6세기 경 로마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의 시민들이 페스트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때 당시 교황이 온힘을 다해 기도를 했는데, 꿈에서 천사 미카엘이 칼집에 칼을 집어넣는 장면을 봤단다.
칼집에 칼을 집어 넣다니!, 뭔가 일이 끝나고 칼을 다 써서 집어넣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페스트는 멈췄고, 교황은 이 성을 짓고 성 꼭대기에 미카엘의 동상을 세웠다.

바로 이게 칼집에 칼을 꽂으려는 미카엘 천사의 동상


성 꼭대기에서 생각에 잠긴 언니와 나


처음부터 잘 알던 사이는 아니었고
또 여행중에 낯선 땅에서 만나 우연히 합류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세명에게는 통하는게 있었다.
그건 바로 사진찍기를 엄청 좋아한다는 거.
난 똑딱이에, 폴라로이드에, 필카를 들고 다녔고
시은언니도 사진에 굉장히 예민했고
주영오빠는 DSLR을 들고 다녔으니까.

언니랑 둘이 다닐땐 독사진, 컨셉사진만 찍었는데
오빠가 합류하고 나선 다들 서로를 피사체 삼아
부담없이 찍기 시작했다.
바로 옆 사진 처럼.


세명도 셀카가 가능하다.....다만 카메라를 들면 원근법에서 피해를 본다는거..

한참을 천사의 성에서 노닥노닥 거리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천사의 성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사실 테베레 강을 건너는 산탄젤로 다리를 건너야 한다.
길 양옆으로 천사의 조각들이 서 있는 이 다리도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라고.
도시 건물 하나하나가 다 유적이고 예술품인 도시이다.

이히히히, 왠지 화보같이 찍힌 이 사진!

다리 위에 비친 우리 세 명의 그림자.

산탄젤로 다리 위에서 휴식중.

언니야, 뭐하노.

하하하, 세명이 서로를 다 찍고 있다.

확실히 주영오빠가 합류하면서부터 우리는 좀 더 여유로워졌다.
뭔가 언니랑 둘이 있을 땐 지도 뒤적이랴 사진 찍으랴 표지판 보랴 두 사람이 나눠서 하기 벅찼는데
한 명 더 합류하니까 어느 정도 분담도 되고, 사실 주영오빠가 거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신 사납게 카메라꺼냈다가 지도 꺼냈다가 그럴 일이 없어졌다.

거기다 맨날 한 명이 한 명 기념사진만 찍어주다가 이젠 셋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구도도 됐고
혼자 여행하던 주영오빠도 풍경사진, 건물사진만 찍다가 눈치 안보고 찍는 피사체(모델)가 생겨서 좋아했다.

사진을 찍을 때, 아무리 예쁜 풍경이라도 그것만 잔뜩 찍어놓으면 재미가 없다.
적당히 그 안에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있으면 좋은데, 둘이 다니면 어쩔 수 없이 기념사진이 되거나
그걸 피하려고 하다 보면 혼자서 뭔가 하는 척 하는 컨셉사진이 나온다....
그렇다고 낯선 외국인들한테 막 렌즈를 들이댈 수도 없고.
그러다가 한 찍사가 3명이 되면 한 명이 2명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구도가 나온다는거.
장난 치는 사진 찍기도 좋고, 질리지도 않고. ㅎㅎ

이렇게 남이 사진 찍는 모습도 뒤에서 찍어주고 말야.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나. 뭘 찍고 있었을까?

바로 이 사람. Pentax Mesuper. 미쯔비시100.

Posted by honey,H
,
2008년 6월 5일
세계여행 제 36일 째 (3)
Rome, Italy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갈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나만의 착각이라도.



콜로세움을 나온 우리들은 진실의 입을 보러 가기 위해 보카 벨라 베리타 광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콜로세움의 복작복작한 거리에서 한참 걸어나오니 갑자기 시원한 가로수 길 옆으로 잔디밭 평지가 펼쳐져 있었는데
지금 지도를 펼쳐서 보니 대충 Circo Massimo라는 곳인 것 같다.
원래 여행다니면서 지도나 지하철 노선 보기를 자청하는 나이지만
이탈리아에서부터는 나는 지도나 길찾기에서 손을 떼고 주영오빠가 네비게이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그때는 지도 안봐도 된다고 좋다고 헬렐레 정신놓고 다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도시의 윤곽이 안잡힌다.
(아..이런거 싫어...다시 가야 하나 ....-.,-)

한적한 길을 따라 걸어요..




어느 한가로운 오후처럼...

여기 이 길을 걸을 때,
2G짜리 메모리로 갈아끼웠다.
그리고 옆의 사진이 2G로 바꿔 끼운후
저장된 첫 사진.

여기 이 곳을 걸을 때는 낯선 여행지같지 않고
친언니오빠랑  피크닉 나간 그런 느낌이었다.
즐겁고 편안한고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은..
시은언니와 주영오빠도 그런 느낌이었을까?

훗날 각자 여행길이 나뉘어진 후,
내 디카를 한번 켤때마다
이 사진이 제일 먼저 로딩되었는데
이 사진을 볼때마다 이 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다시금 스멀스멀 그리워지곤 했었다.

                        

                                        

로마 시내 곳곳에서 발견되던 암호같은 알파벳.








 







그렇게 한참 걷고 걸어 보카 델라 베리타 광장에 도착한 우리들! 그러나 아뿔싸!!!!!

진실의 입을 보는데도...........관람시간이 정해져있구나;;;!!!! 문닫았다!!!!!!
가이드 책에는 그런 관람시간 안내 따위 나와있지 않았는데!!!!
이날 해가 너무 길어서였을까? 우리는 한참 낮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시간이 5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결국 우리는 진실의 입에 손 넣기를 포기당한채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어떻게 걸어왔는데 ㅠㅠ


아자씨, 내 손도 잡숴봐요. 잡숴보란 말이에요 ㅠㅠ



그리하여 다시 발길을 돌린 곳은, 진실의 입에서 그리 멀지 않은 캄피돌리오 광장 (Piazza del Campidoglo).
우리가 잘 아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광장으로 이 광장으로 올라오는 계단(코르도나타;Cordonata)도 그가 직접 설계했단다.
어디 함 올라가 보까~?

이게 어떻게 오후 6시쯤의 하늘색이냐고!!

꽃무늬가 아름다운 캄피돌리오 광장.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이 꽃무늬 모양 바닥의 광장은,
로마의 다른 여타 바로크 양식의 광장과 달리 르네상스 양식을 따르고 있다고..(가이드가 말씀하신다)


바로크양식아고 르네상스양식이고 간에, 우리는 지금 지쳤어! 하루종일 걸었단 말이야...ㅠ
게다가 하늘 보곤 몰라는데 시계보니 저녁시간.; 작은 피자 한조각으로 채운 배가 벌써 꼬르륵 거린다.
그래 , 조금만 참아 나의 위장아. 우리 요 캄피돌리오 광장의 로마 시청사 뒤에서
포로 로마노 (Foro Romano)만 쓰윽 보고 얼른 하숙집에 가서 반찬 10가지랑 같이 밥먹자 !!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여긴 카피톨리노 언덕과 팔라티노 언덕사이의 저지대로 고대 로마 생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가이드북 참조 ㅋ)
여기서 사법, 정치, 종교 등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그 때의 유적이 남아있어
고대 로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바로 그 곳!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바라다 본 포로로마노 .



여기 바로 위에 그늘에 가려진 기둥들이 바로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농업의 신을 위한 새턴 신전이었다 한다.
그 아래에 국가의 보물이 매장되어 있었다는데!!!!!..........지금 내려가서 파보면 아무것도 없겠지? 쳇.
밤에 혼자 몰래 나와서 파볼까?


콜로세움 쪽에서 바라본 포로 로마노.



사실 포로 로마노는 무료로 일반인에게 공개 되기 때문에 마음껏 들어가서 걸어봐도 되지만,
하필이면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입장할 수 없게끔 되어 있었다. 들어가려면 다시 콜로세움쪽으로 가야 했는데
지금 하루종일 걸은데다 배까지 고픈 우리들은 차마 콜로세움으로 되돌아 걷기 싫어서;;
그냥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뭐가 먼지 가이드책으로 구경하며 포로 로마노를 구경했다......(...)


휴, 긴긴 하루 해가 집니다.



저녁 7시쯤, 하숙집에 돌아오니 맛있는 한국식 반찬이 10가지나 날 기다리고 있어 ....거기다가 저녁은 감자탕이야..헐...
다른데보다 5유로 비싼데, 이렇게 아침 저녁 10가지 반찬을 얻어먹으면서 5유로 비싸다는건 핑계일뿐, 꺄아...
정말 배터지게 밥도 먹었는데, 하숙집 아저씨가 하숙집 주변에 있는 인기 최고의 젤라또 집을 소개해주셨다...
그래서 우린 또 안갈 수가 없어서.....(...) 젤라또 먹으러 고고씽!!

형형색색의 젤라또!


찌그린 얼굴이 컨셉...

말끔하게 샤워하고 셀카도 찍고 ㅋㅋ



젤라또 한번 맛보세요 요호호호호호


일단 맛있고 말고 간에, 젤라또....무지 큰거다...;; 왠만한 사람 성인 손보다 크다..;;; 거기다 맛도 있고!
알고보니 이미 한국에도 진출했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본적이 없어...........(....)

오빠는 길묻는데 나는 남의 오토바이에서 사진이나 찍고;


그렇게 젤라또까지 먹어치운 우리들은
그 밤에 주영오빠가 있다는 믿음 하나로
오늘 처음 발디딘 동네를 산책한다고 오바 했다.
주영오빠를 만난지는 4일,
실제로는 3일만 함께했는데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같이 여행했던것처럼
나와 시은언니, 주영오빠
모두 편하고 믿음직한 사이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

쨌든 오빠의 방향감각을 믿고 산책을 시작했는데
정말...
야밤에 로마 한복판에서 미아 되는줄 알았다;
주영오빠가 로마인들을 붙잡고 손짓발짓 다해서
겨우 밤 10시에;; 하숙집에 무사히 돌아왔다;;;



내일은 또 어떤 로마를 만나게 될까.
오늘보다 더 멋진 로마에서의 하루를 보낼 수 있길!



(ps. 지지난 달에 써놓은 글이지만, 공개버튼을 누르려고 보니 벌써 1년 전도 더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슬프다. 나는 작년 딱 이날에 포지타노의 절벽 발코니에 앉아 쏟아지는 별들 속에 둥둥 떠서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래 정말 꿈을 꾸고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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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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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5일
세계여행 제 36일 째 (2)
Rome, Italy



로마패스와 함께 :D


베네치아 광장에서 자리를 옮겨
드디어 로마의 하이라이트,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포리 임페리알리 거리를 1km정도 걸어가면 된다.

어렸을 적에 먼나라 이웃나라를 즐겨 읽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탈리아가 다른 유럽 어느 나라보다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는 그랬던것 같다. 신화와 고대역사가 깃든 나라.
먼나라 이웃나라 책 표지에서 보이던 그 콜로세움엘 가다니

우리는 콜로세움에 도착하기 앞서, Roma Pass를 구입했다.
유명한 박물관 free pass와 3일간의 교통 pass, 로마지도등
필요한 자료들로 구성된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Roma Pass!
로마 여행할 때 꽤 유용하다는 거 !


로마패스를 구입하고 조금 더 걸어가니 드디어 눈앞에 콜로세움이 나타났다.

웅장한 콜로세움 !



콜로세움과 함께 나이스 샷♥


끼야아~
도심 한 복판에, 정말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고대의 유물이 남아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2000년 전에 지어진 건물 주위로
현재의 자동차들이 정신없이 달리는 광경이란!
왠지 고대 유물...이란 생각에 로마 외곽에 있나..싶었는데
이렇게 도심 한 복판에 버티고 있다니.



워낙에 유명하기도 했지만
영화 '글레디에이터'때문에 더더욱 유명해진 콜로세움.
안타깝게도 난 글레디에이터를...안 본 관계로....(..)



어쨌든 이야이야~ 신기해하면 콜로세움으로 들어갔다.
줄이 한참 길었지만
우리는 방금 사온 Roma pass때문에
Pass 소지자로 분류되서 바로 입장했다. 나이스!







원형경기장 내부.


콜로세움 안을 구경하는 시은언니와 나.

기념사진도 찍고요...



원형 경기장이라고 해서 콜로세움 안은 평평한줄 알았는데 이렇게 미로처럼 되어있다.


또 주섬주섬 노트를 꺼내는 나.


내가 단체여행보다 개인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내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거다.
특히 나는 빨리빨리 관광지만 찍는 것 보다 천천히 걸어다니며 여유부리는 걸 좋아하고 또 그게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장소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사진찍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것.
거기다 시은언니와 주영오빠 모두 이런 나에게 빨리 가자고 채근하지도 핀잔주지도 않고
서로 각자 하고 싶은걸 하게끔 내버려뒀기 때문에 정말 마음 편하게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그러다가 나도 주영오빠에게 찍히기도 했지만.

Photograph by JY

Photograph by JY



저러코롬 앉아서 그린 콜로세움

대략 이런 모습을 보고 그렸다.



2000년이나 된 이 고대유적지에서 편안하게 낮잠자는 고양이. 너가 주인인 것 같구나.


뒤에 보이는 것이 콘스탄티노 개선문. 프랑스의 마르세유 개선문의 시조가 된 개선문이다.


사실 콜로세움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보고 구경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냥 이 위대한 유적지에 와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낯설어서 바로 떠나고 싶지 않을 뿐.
그렇게 한참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여유를 부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아, 이제 또 어디로 가나요 ~

같은자리에서 서로 딴거 찍는 주영오빠와 나ㅋ 그리고 우릴 찍는 시은언니.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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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5일
세계여행 제 36일 째 (1)
Rome, Italy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coffee or tea?"
".................mmm...........coffee..please........음냐음냐"




뭐?!!! 커피???!?!!! 이건 또 뭔소리야?!
황당한 커피 주문에 벌떡 일어났다.
정신차려보니 승무원이 여권을 돌려주며 커피나 차를 마실꺼냐고 묻는데
자다가 엉겁결에 커피를 달라고 해버린거다. 근데....왜 커피를 묻지? 서비스인가?
의아해하는데 빵과 주스가 든 아침식사를 가져다 준다.. 헐.....호텔차는 이런거 없었는데 -_-;!!



어쨌든, 아침이다. 11시간 40분을 달린 기차가 떼르미니 역에 도착했다.
드디어, 로마다!!!!!!!!!


소매치기 많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떼르미니.
정말 역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정말 소매치기 당하는건 한순간일 듯한 직감이 왔다.
시은언니, 주영오빠 모두 긴장해서 캐리어를 단단히 잡았다.
행여나 날치기라도 당할까봐 서로를 둘러싼 채로 공중전화로 뗴르미니역 근처의 한국인 민박집을 잡았다.
평균 민박숙박료보다 5유로정도 비싸서 일단은 하루만 묵기로 했는데,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음식 반찬이........10가지가 넘는다...........
거기다가 아침은 기본이요 저녁까지 주신단다.............


천쪼가리 두른 기념 샷샷샷

쨌든, 늦은 아침도 얻어먹고 깨끗하게 씻고 개운하게
로마로 걸어나왔다.

이탈리아의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강했다.
어제까지 스위스에서조차도 비에 시달렸기 때문에
햇살은 따가울수록 눈이 부실수록 좋았다.
덩달아 내 기분도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uuuuuuuupppppppp!
이탈리아도 계획없다.
프랑스에서 몽생미셸의 계획이 깨지면서부터
이미 우리 여행에 계획이란 없어져버렸다.
가이드책을 보고 그저 발길 닿는대로
내키는대로 느끼고 싶은대로.

처음 간 곳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어느 성당.
들어가려는데 나의 미니스커트가 검열에 걸렸다;
바티칸의 베드로성당에 들어갈때
절대로 미니스커트 입으면 안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로마의 성당에서도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없다니;!
그러나 친절하게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녀성들을 위해
하얀 천을 차곡차곡 포개놓았고 나는 낼름 허리에 둘렀다.
이히히






한적하고 조용했던 스위스와 달리 이탈리아는 정말 시끌법적 복작복작했다.
그동안 내가 여행했던 여러 도시들 중에 유럽중에서는 정말 최고로 시끌거리고 복작복작하고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청정지역 스위스에서 넘어와서인건지 로마 도심의 매연도 민감하게 느껴졌다.
차와 오토바이로 꽉 찬 도로와 텁텁한 공기, 문득 서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그 유명한 트레비분수!
동전 하나에 로마로 돌아오고
동전 두개에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역시나 명소답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멋들어지게 기념사진을 찍을만한 공간도 없었다.;
거기다 사람많은 곳은 항상 소매치기 조심!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트레비분수를 등지고 동전을 던졌다.
하나는 로마로 다시 돌아오게...

셀카로 트레비분수와 함께하기란...

개는 나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트레비분수에서 소원을 빌고 (이히히) 우리는 또 다른 장소로 발길을 돌렸다.
로마도 조금씩 조금씩 걸어다닐 수 있어서 교통편을 잘 모르는 여행자들에겐 괜찮은 것 같다.

바르셀로나와 느낌이 비슷한 로마 뒷골목


네비게이터로 활동한 주영오빠

웃기는....ㅎ


드디어 세번째 명소 도착, 여기는 Piazza Venezia, 베네치아 광장!
로마인데 왠 베네치아 광장? 그렇지만 여기는 정말 로마에 있는 베네치아 광장이다.
무려 1885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1911년에야 완성된 기념관으로 이탈리아 통일을 이룬 초대 국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단다.
...........라고 가이드 북에 써있다.


르네상스 건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베네치아 궁전

베네치아 궁전에서 바라본 베네치아 광장



요 정신없는 로타리, 사실 저기 가운데 휑하게 공사중이어서 엄해보였는데
나중에 길거리에서 파는 엽서를 보니까 원래 저기가 꽃밭이었단다.
근데 지금 지하철 뚫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저렇게 갈아엎어놓은 거라고....ㅠㅠ
나도 꽃이 만발한 베네치아 광장을 보여달라고요....


드디어..일행이 한 명 늘면서 셀카아닌 나와 시은언니의 사진이 !!


베네치아 궁전에 올라가는 나와 시은언니.



하늘이 정말 파랬다.
두꺼운 옷이라고는 UBC후디 밖에 없어서 비오고 날씨 흐릴때마다 고놈의 UBC후디만 입었는데
오랫만에 산뜻하고 발랄한 짧은 티셔츠를 입었다. 스페인 ZARA에서 급하게 집은(ㅋ) 노랭이 셔츠.
햇빛은 뜨거웠지만 조금 익어도 괜찮아. 이제야 비로소 진짜 관광하는 느낌인걸.
얼떨결에 우리 여행에 합류한 새로운 멤버, 지금까지 도시들과는 또다른 새로운 로마.
기분 좋게 시작하는 거야 ♬


gogo girls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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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4일
세계여행 제 35일 째 (2)
Bern, Switzerland


   

틈만 나면 그 날의 여행기를 글로 남기는 나.


생각보다 별 볼일 없었던 무제크 성벽을
내려와 우리는 호텔에서 캐리어를 끌고
또 미친듯이 달려서
아슬아슬하게 베른행 기차에 올랐다.
곧 죽을 사람처럼 헉헉거리면서
올라탄 열차는
꽉 차서 앉을 자리도 없었다.....................
OTL하던 순간, 열차칸 앞에 보이는 숫자 1.
오호라 1등석이로구나!
우리는 냉큼 짐을 끌고 1등석에 쳐들어갔다.
2등석이 있던 사람들이
"쟤네  1등석인거 모르고 들어가는거 아냐?"
라는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지만
우후~ 우리는 1등석 유레일패스거든요!
검표원도 웃으면서 펀치를 뚫어주셨거든요~
음하하하하



그렇게 1시간 30여분이 지나 드디어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도착했다.
베른에서 로마로 떠나는 야간열치 시간까지 두세시간 남아있었고, 주영오빠와는 베른역 정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우리는 이미 베른을 구경했었던 주영오빠의 조언을 듣고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곰공원이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베른과 아레 강



루체른도 그랬지만 베른도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도시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강, 아니면 바다를 끼지 않은 도시가 없구나.
서울과 한강, 런던과 템즈강, 파리와 세느강, 루체른과 로이스 강, 베른과 아레 강.
처음 도시가 생길때 식수와 농경수라는 필요조건에 의해 강 옆에 자연적으로 도시가 생겼지만
이렇게 강을 끼고 있는 도시들은 강 때문에 더 돋보이는 것 같다. 도시라는 곳에 강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운치와 낭만.


음? 하늘로 올라가라고? ㅎ



곰공원에서 한참 걸어올라가 드디어 장미공원에 다다랐다.
근데....장미꽃이 만발해서 너무 예뻤다는 주영오빠의 말과는 달리;
전날과 오늘 비가 쏟아부어서인지 장미들이 죄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ㅠㅠ
잉....또 이렇게 비때문에 장관을 놓치는거야?................................쳇.


쏟아지는 비에도 고개를 떨구지 않은 도도한 녀석들.


장미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베른의 구시가지.

비록 작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베른은 중세의 유럽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루체른과 비슷비슷한 느낌의 도시였지만 확실히 베른이 훨씬 더 앤티크하고 올드한 느낌,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다.
장미공원에서는 베른의 옛 시가지와 그 시가지를 끼고 도는 U자형의 아레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빽빽하리만큼 오밀조밀 모여있는 빨간 지붕의 베른의 옛 시가지.
왠지 모르게 영화 '향수'가 머릿속에서 오버랩이 된다. 맞아..거긴 프랑스였지....하면서도-
난간에 걸터 앉아 마치 영화를 보듯이 베른 시내를 구경한다.
작은 성냥갑같은 집들 사이로 움직이는 사람들, 저 길을 걸어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준비를 할까?
자꾸 상상하게 된다. 뛰어가는 작은 소녀의 삶을 상상하고, 과일을 들고 걸어가는 중년 여인의 삶을 상상한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나의 입

해가 기울고 점점 날씨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장미 공원 안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의 유리테라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졌다.
점심때 배가 터지게 먹었는데 무제크 성벽을 뛰어다녀서였나,
배가 고팠다. 
히히, 점심때 몰래 싸온 빵이 있구나!
베른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성벽같은 난간 위에 앉아서
나와 시은언니는 조금 딱딱하고 조금 눅눅해진 빵을 씹었다.
이런 적이 한 두번인가, 비참하지도 속상하지도 않았다.
여행하다보면 굶을 때도 있는데
빵도 있고 버터도 있고 잼도 있고 이정도면 호화롭지 ~
게다가 낮에 비싼 점심을 먹었으니까 !



날이 어두워지고 우리들은 사람도 없는 장미공원에서 내려왔다.
올때는 버스를 타고 왔지만 베른이 워낙 작은 도시라 돌아갈 땐 도심을 걸었다.
베른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아레강에 둘러싸인 옛 시가지 길이라고 가이드 책에 써있었다.
베른 중양역에서부터 곰 공원까지 슈피탈 거리, 마르크트 거리, 크람거리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고
그 거리 중간중간 16세기에 제작된 작은 분수들이 서있어서 그 분수들을 하나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크람 거리

이런 분수들이 길 중간중간 서있다.


베른의 상징, 1530년에 제작된 시계탑



밤이 되어서인지 조용해진 베른의 구시가지를 타박타박 걸어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아직 약속시간 전인데 주영오빠가 중앙역 정문앞에 서 있었다.
이제 만난지 3일째 되는 사람인데 약속 장소에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왜이렇게 반가운지.
오빠는 로잔에 갔는데 거기도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별로 구경도 못하고 기차만 실컷 타다 왔댄다.
차라리 우리랑 놀았으면 심심하지라도 않았을텐데 ㅋㅋ

사실 주영오빠는 우리랑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난감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로마로 내려가서 피렌체, 베네치아쪽으로 1주일동안 올라오는 계획이었고 (남>>북)
주영오빠는 2주뒤에 로마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표가 예약되어있기 때문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과감하게 우리와 함께 1주일동안 북행했다가, 우리랑 헤어지면 다시 1주일동안 남행한다는 계획으로 우리를 따라나선거다.

사실, 처음 라우터브루넨에서 맘속으론 우리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무리한 일정이라, 상식있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무모한 결정은 하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덜컥 따라나선다니. 어쨌든 이탈리아는 오빠와 함께한다!


드디어 기차가 들어오고 다들 기차에 올랐다.
처음에 표를 같이 끊은 시은언니와는 같은 칸을 쓰고, 나중에 따로 표를 끊은 주영오빠는 다른 칸으로.
처음 6인용 쿠셋에 타는 거였는데 (그전까지 호텔차만 탔었다...;;) 한쪽 벽면에 3층 침대모양으로 6명이 눕게 되어 있었다.
호텔 차보다 침대간 높이도 짧고 세면대도 없고 정말,,,,타면 누워서 잠만자야 할 것 같은 그런 답답한 구조 ㅠ
다행히도 3층침대중에 언니랑 나 모두 1층 침대에 배정받았고
침대에 누워서 다음 일주일동안 여행하게 될 이탈리아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굿바이, 스위스.




+) 뮈렌에서 빼먹은 폴라로이드

하이디 뒤에 물음표 있습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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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4일
세계여행 제 35일 째 (1)
Luzern, Switzerland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
전날 뮈렌을 오르면서 티틀리스나 리기를 꼭 오르리라 했는데...
진짜 난 날씨 운이 없나봐...........어제는 화창하기라도 했지, 오늘은 비가 왔어..............................................제길
그래서 그냥 어제 못다한 루체른 구경을 마저 하기로 했고,
이미 루체른과 베른을 다 구경한 주영오빠는 로잔을 보고 베른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유로운 루체른의 로이스 강.


오전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우리는 루이스 강변이 한눈에 보이는, 강변의 어느 조용한 카페의 파티오에 앉아 커피를 한 잔 시켰다.
비는 내릴듯 말듯 그렇게 촉촉히 적셔왔고 오전이라 그런지 시내는 조금 한적했다.
살짝 쌀쌀한 바람을 받으며, 화창한 모습이 새겨진 루체른 엽서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티틀리스도 리기도 올라가지 못했지만 커피한잔을 마시며 편지쓰는 여유는 꽤나 마음에 들었달까.

내가 시킨.......카푸치노였나?;

아빠와 슬뽕이에게 편지 쓰는 중.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



커피 한 잔으로 비오는 날의 스산함을 떨친 나와 시은언니는, 호프교회에 잠깐 들렀다가
루체른의 옛 시가지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는 밤이라 골목골목길을 살펴보지 못해는데, 낮에 보니까 아기자기한 중세시대 느낌의 루체른 옛 시가지.
곳곳에 스위스 관광상품을 파는 기념품샵도 보이고 옷가게도 보이고..

귀여운 목각 인형과 함께 :)


카펠교가 아닌 슈프로이어교에서 바라본 루체른의 모습



옛 시가지를 걷고 걸어 루이스 강의 상류쪽으로 올라갔다. 가다보니 슈프로이어교가 보인다.
1568년에 세워졌다는 목조 다리.
이 다리에는 17세기 창궐했던 전염병을 그린 <죽음의 춤>이라는 67개의 패널화가 걸려있다.

우리는 옛시가지쪽에 이름난 카페&베이커리인 HUG에 찾아 들어갔다.
다행히도 운이 좋아서 로이스강변이 바로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는 거!
가격이 대략 20 스위스 프랑(한화 2만원 정도)으로 조금 쎈 가격이었지만
어제까지 선식과 요구르트와 바나나로 배를 때운 것 치면 지금이야 말로 배부르게 먹을 차례 +_+
특히 예산에 쪼들리던 주영오빠가 없을때라 더더욱 배를 채워놔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밥은 언제나오나요?


이게 다 나의 세트메뉴에 있던 빵(몇개야;) 주스와 커피.

오믈레도 나오고...


치즈세트와 라즈베리 요거트도;;

...많아서 좋긴한데;;



하하, 저게 다 내가 시킨 점심세트....(...) 빵만 몇갠지..; 정말 배터지게 먹고는 남은 빵은 몰래 챙겨왔다.
싸달라고 하면 아무렇지 않게 싸줬을텐데 (외국은 그런문화가 잘 되어있으니) 왜 그때 몰래 숨겨서 나왔는지.-_-;;
점심을 먹고 유람선을 타러 가려다가 옛 시가지의 쇼핑 골목에 완전 사로잡혀버렸다.
여행시작하고나서 스페인 zara에서 산 티셔츠 하나 빼곤 쇼핑다운 쇼핑을 못해서인지,
날씨도 꾸리꾸리한데 완전 삘 받아서 이리저리 걸쳐보고 입어보고 살까말까 고민하고...
오랫만에 이쁜 옷들 입어보니까 기분은 참 야릇야릇 좋더라구요...꼭 사고 싶은 옷이 있었는데 꾹 참았다. ㅠㅠ


자진해서 모델이 되어주신 이 사랑스러운 커플..아직도 사랑하고 계신가요?



한참 옷에 정신팔려있다가 정신을 차려 유람선을 타러 갔더니, 아뿔싸! 5분전에 출발했단다 ㅠㅠㅠㅠ
다음 유람선은 한시간 뒤에나 있는데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것까지 계산하면 베른으로 가는 기차를 놓치게 된다....헐..
스위스에 도착한 날, 베른에서 로마로 떠나는 야간기차를 미리 예약해놓은 탓에 제 시간에 맞춰 베른으로 가야했다.ㅠ
아...이거 뭐지.....

비와서 티틀리스/리기 오르는것 포기하고 오전에 카페에 앉아서 여유타령하며 놀았는데;
점심먹고는 옷 구경하는데 정신팔려서 유람선도 놓치다니;;!!
스위스에서 꼭 해야할 알프스오르기와 유람선을 못타다니;! 무려 3일이나 있었으면서;;!!!!

밀려오는 자괴감과 후회....ㅠㅠ 스페인에서의 늘어지는 여행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나..........

터덜터덜 호텔로 짐을 찾으러 가는데 갑자기 시은언니가 무제크 성벽에라도 빨리 갔다오자고 말을 꺼냈다.
기차시간까지 남은시간은 한 시간, 그래 40분동안 뛰어올라갔다가 20분동안 짐찾아서 돌아오는거야 +_+
그래서 우리는 미친듯이 뛰어서 무제크 성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말 단 1초도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갔건만 철조망과 나무에 가려 별로 보이는 건 없었다 OTL



무제크 성벽에서 내려다본 루체른 전경



올라가서 보니 루체른 호수와 그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
산의 계곡 사이사이에서 하얀 구름이 연기 피어나듯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늘이 낮은건지, 아님 산이 너무 높은건지 구름이 산을가로질러 하늘을 메우고 있었고
저 구름 위에도 파란 하늘일까 싶었다.
왠지 그 위엔 신이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를 근엄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2008. 06. 04  Travel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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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

2008년 6월 3일
세계여행 제 34일 째 (3)
Luzern, Switzerland




원래 계획대로라면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뮈렌에서 걸어내려오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유람선을 놓치고 말았다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 +_+
나와 시은언니는 모두 1등석인데 주영오빠가 2등석이라서 선심쓰듯(..) 2등석에 앉았다.


스위스의 에메랄드빛 호수!


서로 일기를 쓰느라 바쁜 주영과 칸민

ㅋㅋㅋㅋ



차창밖으로 스위스의 때묻지 않은 황홀한 자연환경이 펼쳐졌다. 특히나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던 호수.
우리들은 각자 여행기를 쓰면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흥얼거렸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쩜 이렇게 노래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그러나 새벽부터 패러글라이딩하고 알프스를 뛰어다녀서 완전 피곤했었는지 곰새 무한 잠의 나라로 빠져들었다...;;
옆에 에메랄드 빛 호수들이 날좀 보소~ 하고 손을 흔드는데.....
눈은 떠야겠는데....보긴 봐야게...ㅆ.....음.ㄴ..ㅑ......
으......



한참 헤드뱅잉을 하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루체른에 다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에메랄드 빛 호수는 없어지고
라우터브루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현대식 건물과 공장들이 차창밖에 나타난 것이다.
갑자기 왠지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라우터브루넨이 간직한 스위스다움에 푹 빠져있어서였을까.
어쨌든 루체른 도착!


나와 시은언니는 미리 예약해 놓은 호텔로 짐을 옮기고, 주영오빠는 없는 돈을 쪼개어 호스텔을 잡았다.
(당시 주영오빠는 5일치정도의 숙박비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여행은 3주 남았는데)

중세도시스러운 루체른의 모습, 로이스 강변..


루체른의 상징 카펠교. 1333년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이다.


민 단독샷

주영오빠와 시은언니의 신혼여행컨셉;




내가 좋아하는 사진♥....꽃의 뒷모습은 항상 그립고 아련한 느낌을 말하는 것 같다.


이미 루체른 관광을 해봤던 주영오빠의 가이드를 받아 우리는 루체른의 유명한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갔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 일가를 지키다가 죽은 스위스 용병 786명의 충성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로
심장을 찔린 사자가 프랑스의 상징인 흰 백합의 방패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모습으로 조각 되었다고..



노련한 가이드 주영오빠를 따라 무제크 성벽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린 급히 버스정류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정말 5초만 길가에서 어영부영했더라면 폭우를 맞을 뻔 봤다.
금새 그치겠거니 하며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또 흥얼흥얼 노래부르기....


빗물에 비친 색색의 전광판.


비야..언제 그칠꺼니...?




한참을 기다렸건만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끊임없이 내렸다.
조금만 더 가면 무제크 성벽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에 다들 추워서 오들오들 떨다가 빗방울이라도 피하자며
주영오빠의 후디를 활짝 펼쳐들고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스위스인들이 다들 저게 뭔가 하고 쳐다봤지만 ㅎㅎ
이렇게 후디 한장아래 겨우 비를 피하며 뛰고 있으려니까
영화 클래식도 생각나고, 연애소설의 포스터도 생각나고 마치 우리가 영화 주인공이 된 것 처럼.
비록 우린 손예진처럼 이쁘지도, 조인성처럼 잘생기지도 않았지만 아무렴 뭐 어때
이렇게 루체른의 비오는 밤, 낯선 도시에서 비를 피하려 후디 하나아래에서 셋이 발맞춰 뛰던 추억은
우리들 유럽여행에서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는걸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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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3일
세계여행 제 34일 째 (2)
Murren, Switzerland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주영오빠가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바로 융프라요흐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라우터브루넨역의 웹캠으로 산정상을 보니..
하얀 눈보라만..........휘몰아................역시,,,,나는 자연경관의 목격과는 거리가 먼 것인가?
요세미티의 폭설, 나이아가라의 폭우, 록키산맥에서의 폭설......에다가 융프라요흐의 폭설까지...4종세트 만들어봐?


그리고 이미 올라갔다 온 사람들이 눈보라치는 날에 잘 못 갔다가는 아무것도 못보고 내려온대서
우리는 어물쩡어물쩡 하다가, 라우터브루넨 옆 동네에 있는 Murren(뮈렌)에 올라가기로 했다.

뮈렌이 어떤곳이냐고?

우리 나라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뮈렌은 외국 동화책 속 마을을 그대로 옮겨다 높은 곳이다. 시간이 한참이나 뒤로 가버린 듯, 지나가는 소 떼의 방울 소리에 아침잠을 깨고 그 흔한 자동차 하나 볼수 없는 마을. "여행자로서 이곳을 찾았지만 너무나 예뻐 다른 사람들로 인해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한 여행자의 말은 뮈렌이 어떤 곳인지 잘 말해준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은근 끌리지 않은가? 남들 다 가는 융프라요흐가 아니라 우리는 독특하게 뮈렌을 간다!!

뮈렌으로 올라가는 기차안에서. 주영오빠 머리칼을 흐트러뜨리는 바람의 느낌이 떠오른다.

흐아, 그야말로 알프스로군요!


뮈렌에서 딱히 구경할 것은 없다. 그냥 길따라 걸으며 자연경치를 구경하면 그걸로 끝!
마을과 마을 사이가 걸어서 30~40분정도 걸린다고 나와있길래,
우리는 가장 가까운 마을인 김머발트를 향해 출발했다.
뮈렌에 오르니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융프라요흐(로 추정되는) 산이 때때로 구름에 가려다 드러났다를 반복했다.
융프라요흐에 오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일 루체른에 가면 리기나 티틀리스를 가기로 하고..오늘은 뮈렌!

잠시 구름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융프라요흐


커다란 체스판.


알프스에 만발한 튤립!

알프스에 만발한 튤립2!



가이드 북에 써있는 대로 그야말로 한적한 알프스 마을 그대로였다.
보고만 있어도 하이디가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
때때로 관광객 한 둘이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갔을 뿐, 사람들도 없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형형색색 꽃들과 가끔 울리는 소방울소리.

걷고만 있어도 저절로 기분은 그야말로 룰루랄라. ♬
신나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다가 사람도 없고 눈치도 안보이고 그야말로 대놓고 고성방가....(...)까지는 아니고 ㅋ
나랑 시은언니랑 주영오빠랑 추억의 노래들을 끄집어내며 그 날 노래방 18번들은 다 꺼냈다는...(...)
한국에 돌아가서 다같이 노래방에 가자고 결의까지 했다.;;;;

한가로이 풀뜯는 소들 뒤로 패러글라이더가 날아가고...

걷다걷다 중간에 단체 거만샷

이번에는 착한모드샷


파란하늘 아래 민들레 씨앗!

눈 돌리는 곳마다 베스트 포토죤.



...........후.............



분명 가이드 책에는 40분만 걸어내려가면 김머발트가 나온다고 했는데
우리가 너무 노래부르고 사진찍고 앉았다 쉬었다 놀다가 왔나? 아무리 걸어도 김머발트가 나오질 않아...........(...)
정말 뮈렌은 한 걸음 걸을때마다 이뻐서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적 동화책이나 티비만화에서나 봤을 법한 그런 천혜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이쁘게 찍으려고 해봐도 카메라에 담긴 모습으로는 뮈렌의 진짜 매력을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더 한걸음 걷고 한박자 쉬어가며 뮈렌에서의 순간 순간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몰라.


귀여운 닭

이 들판이 온통 꽃이었는데 카메라론 찍어낼 수 없었어..ㅠㅠ

아름다운 뮈렌 동산


한참 걷다보니 배가 고프다. 점심먹을 시간!!
근데.....이.....동네는 보다시피 꽃도있고 풀도 있는데 슈퍼가 없어와.....요...
그럴줄 알고 우리는 이미 라우터브루넨에서 가볍게(?) 점심거리를 사들고 올라갔다는 거!+_+ 선경지명 제대로!
우리가 챙겨간 점심거리는 스위스 플레인 요거트와 바나나 세 개......
3 명이 먹는건데..진짜 단촐하다.............(....)

어쨌거나 스위스 정통의 플레인 요거트 맛 좀 볼까요?^------------------------^ 



표정으로 말하는 스위스 플레인 요거트의 맛....



네..아무리 오리지날이 좋아도 말입니다.....
우리 여행지에서는 함부로 오리지날에 덤비는 대범함은 쓰레기통에 고이 접어 버립시다..
스페인에서 Spanish Chocolate에 한 번 당했는데 스위스에서 또 당할 줄이야..........OTL

스위스플레인 요구르트는...한국 플레인 요구르트와 차원이 다르다는거....단맛따위 0.001%도 없다는 거...
시고 쓰고 텁텁하다는거....유의하시길..........................웩.............

두근두근 플레인~

너무 시고 쓰고 텁텁해서 바나나 투하!!




어쩄거나, 바나나를 통으로 투하한 요구르트로 겨우 배를 채우고,
또 뮈렌 꼭대기에서 한국의 그리운 사람들에게 또 엽서를 썼답니다. :)
(나 편지쓰는거 너무 좋아해! 특히 이렇게 여행하면서 편지쓰는거 너무 낭만적이잖아!)
사실 여기에서 쓴 편지를 누구한테 보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누가 받으셨나요...............;;;;

그리고 우리는 플레인 요구르트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
케이블 카를 타려고 역에 가다보니, 라우터브루넨까지 연결된 등산로 표지판이 있지 않겠나요?
뮈렌을 걸으며 한껏 부푼 분위기와 돈도 아낄겸 (;;) 라우터브루넨까지 걸어내려가자고 의기투합해버린거....
아...누군가 한명이 뜯어 말렸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여행지에서 만난 세명이 어쩜 이리 죽도 잘맞는지...........


...등산로는 등산로였는데........알프스 등산로라는거..................
멀쩡히 걸어내려오다가 나중엔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왔다는거..........................
발 끊어지는 줄 알았네.........................휴.........


발품파는 배낭여행도 좋지만..우리 알프스를 걸어내려오는...그런 짓은 하지 맙시다 ^^

내려오다가 만난 어느 계곡에서.이미 얼굴에 지쳤다고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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