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3일
세계여행 제 34일 째 (3)
Luzern, Switzerland




원래 계획대로라면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뮈렌에서 걸어내려오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유람선을 놓치고 말았다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 +_+
나와 시은언니는 모두 1등석인데 주영오빠가 2등석이라서 선심쓰듯(..) 2등석에 앉았다.


스위스의 에메랄드빛 호수!


서로 일기를 쓰느라 바쁜 주영과 칸민

ㅋㅋㅋㅋ



차창밖으로 스위스의 때묻지 않은 황홀한 자연환경이 펼쳐졌다. 특히나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던 호수.
우리들은 각자 여행기를 쓰면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흥얼거렸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쩜 이렇게 노래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그러나 새벽부터 패러글라이딩하고 알프스를 뛰어다녀서 완전 피곤했었는지 곰새 무한 잠의 나라로 빠져들었다...;;
옆에 에메랄드 빛 호수들이 날좀 보소~ 하고 손을 흔드는데.....
눈은 떠야겠는데....보긴 봐야게...ㅆ.....음.ㄴ..ㅑ......
으......



한참 헤드뱅잉을 하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루체른에 다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에메랄드 빛 호수는 없어지고
라우터브루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현대식 건물과 공장들이 차창밖에 나타난 것이다.
갑자기 왠지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라우터브루넨이 간직한 스위스다움에 푹 빠져있어서였을까.
어쨌든 루체른 도착!


나와 시은언니는 미리 예약해 놓은 호텔로 짐을 옮기고, 주영오빠는 없는 돈을 쪼개어 호스텔을 잡았다.
(당시 주영오빠는 5일치정도의 숙박비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여행은 3주 남았는데)

중세도시스러운 루체른의 모습, 로이스 강변..


루체른의 상징 카펠교. 1333년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이다.


민 단독샷

주영오빠와 시은언니의 신혼여행컨셉;




내가 좋아하는 사진♥....꽃의 뒷모습은 항상 그립고 아련한 느낌을 말하는 것 같다.


이미 루체른 관광을 해봤던 주영오빠의 가이드를 받아 우리는 루체른의 유명한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갔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 일가를 지키다가 죽은 스위스 용병 786명의 충성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로
심장을 찔린 사자가 프랑스의 상징인 흰 백합의 방패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모습으로 조각 되었다고..



노련한 가이드 주영오빠를 따라 무제크 성벽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린 급히 버스정류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정말 5초만 길가에서 어영부영했더라면 폭우를 맞을 뻔 봤다.
금새 그치겠거니 하며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또 흥얼흥얼 노래부르기....


빗물에 비친 색색의 전광판.


비야..언제 그칠꺼니...?




한참을 기다렸건만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끊임없이 내렸다.
조금만 더 가면 무제크 성벽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에 다들 추워서 오들오들 떨다가 빗방울이라도 피하자며
주영오빠의 후디를 활짝 펼쳐들고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스위스인들이 다들 저게 뭔가 하고 쳐다봤지만 ㅎㅎ
이렇게 후디 한장아래 겨우 비를 피하며 뛰고 있으려니까
영화 클래식도 생각나고, 연애소설의 포스터도 생각나고 마치 우리가 영화 주인공이 된 것 처럼.
비록 우린 손예진처럼 이쁘지도, 조인성처럼 잘생기지도 않았지만 아무렴 뭐 어때
이렇게 루체른의 비오는 밤, 낯선 도시에서 비를 피하려 후디 하나아래에서 셋이 발맞춰 뛰던 추억은
우리들 유럽여행에서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는걸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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