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두번째 날.

아침일찍 눈이 번쩍 뜨였다.

 

오후에 여름궁전(Петерго́ф : 뻬쩨르고프)에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괜찮을지 계속 조바심이 나서

몇 번이나 방 문의 커텐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특히 여름궁전은 화창한 날 가야 이쁘다는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날씨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기도 전부터 혼자 좌불안석이었다.

 

 

 

 

 

마트에서 산 하얀 계란, 바나나, 그리고 하트가 이쁘게 그려지 호스텔 키 (♡)

 

 

 

 

 

 

 

 

 

여름궁전(뻬쩨르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에서 약 30km정도 떨어진 핀란드만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궁전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수중익선, 메트로와 미니버스, 택시 등)가 있는데

뻬제르고프 익스프레스라는 쾌속선이 값은 좀 비싸지만 여름궁전까지 한 번에 데려다 주고 시간도 적게 걸려서

갈 때는 쾌속선을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돌아올 때도 귀찮아서 그냥 쾌속선을 타고 돌아왔음 ....홍홍홍)

 

 

 

 

 

 

 

뻬쩨르고프 익스프레스 쾌속선을 타는 선착장은 에르미타주 박물관 옆의 구 해군성 건물 뒤쪽에 있다.

 

 

 

구 해군성 건물 앞의 기념비

 

 

 

 

 

네바강 선착장에서 바로 표를 끊고 쾌속선을 탈 수 있는데,

참고로 성인 편도가 당시 750루블이었고, (현재 800루블)  왕복은 더 저렴했는데 (현재 1400루블)

우리는 돌아올 때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올 줄 알고 미련하게 편도표를 샀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더 힘 빠지고 배고프고 귀찮아서 더더욱 쾌속선을 타고 싶은 유혹이 솟구치니

애시당초 갈때부터 쾌속선을 탔다면 그냥 왕복을 사는게 훨씬 더 저렴하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괜히 나중에 또 편도표를 사려면 괜히 아까움...(ㅠㅠ)

 

 

그리고 네바강 선착장에서 학생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우리를 학생값에 표를 끊어주었다. (당시 편도 500루블)

대박. 우리는 할인해서 판 줄도 모르고 우리끼리 돈 계산이 안맞아서 한참 옥신각신까지 했는데....

더더욱 왕복으로 샀으면 학생할인 가격으로다가 더욱 싸게....(ㅜㅠ)

동안이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 여름궁전 쾌속선 정보 - 홈페이지 : http://en.peterhof-express.ru/)

 

 

휘유.

 

 

네바강 위에 떠 있던 쾌속선이 시간이 되자 물살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아침일찍 깬 피곤함과 날씨에 대한 스트레스에 잠깐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쾌속선은 30분만에 우리를 여름궁전의 선착장에 내려다주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었고, 선착장옆에는 관광객들만을 위한 카페가 딱 1개 있었는데,

※ 우리 모두 꼭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식사를 하고 여름궁전에 오도록 합시다! ※

한국이고 러시아고 관광객은 호갱인 것인가, 아니면 독점의 폐해인 것인가.

굉장히 내용물이 부실한 햄버거를 맛보게 됩니다....이렇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비주얼이라서 찍어놓음.

 

 

 

 

이제, 부실한 햄버거로 배도 채웠고 선착장에서부터 아랫공원 입장표를 끊고 긴긴 수로를 따라

저 위의 여름궁전을 보면서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뻬쩨르고프라는 이름의 여름궁전은 18세기~19세기의 궁전과 정원으로 이루어진 황제들의 여름별궁이었다.

100헥타르가 넘는 부지에 3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과 수 많은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고

특히 아랫정원의 삼손분수와 대궁전의 대폭포가 가장 화려하고 유명한데

이 아랫정원의 분수는 여름시즌인 5월 초부터 10월 초 사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한정적으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여름이 아니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그런 황제의 별궁이다.  ('이지러시아' 347p~348p 참조)

 

 

 

참고로 여름궁전은 윗정원, 대궁전, 그리고 아랫정원으로 크게 3개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궁전 내부 입장과 아랫정원에 입장하려면 각각 따로 표를 끊어야 하고,

쾌속선을 타고 여름궁전에 올 경우는 아랫정원을 거쳐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입장권을 끊게 되어있다.

    

 

 

 

저 멀리 한 가운데 여름궁전의 대궁전과 삼손분수의 물줄기가 보이네요.

 

 

 

저 멀리 대궁전과 함께 ♡ 베스트샷

 

 

대궁전과 함께 2 ♡

 

 

 

 

핀란드만으로 흐르는 수로를 거꾸로 걸어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드디어!

여름궁전의 화려한 대폭포와 대궁전에 도착하였습니다. :D 

 

 

 

 

 

 

 

         

화려하다. 정말 화려하다!!!

 

 

 

파스텔톤의 연주황과 연민트색의 아름다운 궁전 그 앞으로

황금색 칠과 조각상들로 꾸며진 제단같은 계단이 층을 이뤄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그 한가운데 황금빛의 삼손 동상이 입을 찢고 있는 사자 동상에서는

커다란 물줄기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순간, 구름에 가려져있던 해가 잠시 얼굴을 내밀었고

그 반짝이는 햇살에 황금빛 분수의 동상들이 일제히 눈부시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관광객들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여름궁전의 한 가운데에서 압도적인 화려함과 맹렬함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뽑아내는

저 삼손분수는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의 '폴타바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분수라고 한다.

삼손이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삼손은 러시아,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한다고. ('이지러시아' p348 참조)

사자의 입을 찢어버리는 모습으로 승리를 기념하다니.

역시 불곰국답다.

 

 

 

 

분수와 폭포수 사이사이 서있는 다양한 포즈와 형상의 동상들.

 

 

 

저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궁전은 그야말로 여심저격입니다 ♡

 

 

 

도통 이 삼손 분수 앞을 떠나지 못하는....♡

 

 

 

 

 

화려한 궁전의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세상에 많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이렇게 아룸다움을 위하여 꾸며놓은 아름다움에 반하기는 또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바라고 기대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여름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여름궁전.

잠시 얼굴을 내밀고 햇살을 내리 쬐어준 태약 덕분에 나는 소원 하나를 또 이루었다.  :)

 

 

문득, 유럽 다른 곳에도 아름다운 궁전들이 많은데

이 러시아의 궁전들이 유독 화려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생각해보았는데,

색감이 굉장히 컬러풀하기 때문인 듯 하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궁전 등을 생각해보면

거대하고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외벽 색이 러시아의 궁전들만큼 컬러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궁전를 보자.

모스크바의 짜리찌노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분홍색 벽돌 건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여름궁전은 연주홍색 건물, 겨울궁전은 연민트색 건물. 

푸쉬킨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하늘색 건물.

다들 햇살아래 빛나면 마음이 설렐정도로 색감이 사랑스러우면서도 화려하다.

 

 

러시아 특유의 건축양식은 알 수 없지만,

어둡고 추운 겨울이 길기 때문에 밝고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의 건물을 짓게 된 건 아닐까. :)

 

 

 

 

 

 

 

계단을 올라와 대궁전을 등지고 바라본 분수와 핀란드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로의 모습.

 

 

 

 

우리는 대궁전 내부에도 들어가보았다.

대궁전 내부는 하나의 박물관인데, 사진촬영도 금지되어 있고

신발에 비닐도 씌워야 하고 심지어 입장객 수도 제한할만큼 그 관람자체가 깐깐한 궁전이었지만

각 방마다 제각기 다른 컨셉과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화려한 관람이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이 문화재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자기들의 문화와 유산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보존하고 아끼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피부로 와닿았다.

 

 

 

 

한적한 아랫정원의 모습

 

 

 

여기도 아랫정원

 

 

 

 

대궁전 너머의 윗정원이 있고 대궁전과 핀란드만 사이의 넓은 부지는 아랫정원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왕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아랫정원을 조금 더 돌아다녀보기로 한 찰나에,

어린이 대공원의 코끼리 관람차같은 작은 열차를 발견했다.

이걸 타면 아랫정원을 걷지 않고 빠른 시간안에 정원 전체를 크게 돌아볼 수 있다.

 

 

아랫정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원이라기보다 아주 커다란 전원의 풍경같은데

숲과 넓은 뜰 사이사이 간간이 자그마한 교회당같은 건물들이 하나씩 세워져있다.

이런데서 걷다가 길을 잃으면 미아가 되는 건 순식간일 것 같군.

 

 

 

 

 

 

아랫정원 어느 한 부지에 있는 또 다른 분수.

정원 안에 여러가지 컨셉의 분수와 조각상들이 많이 널려있다.

 

 

 

 

대궁전 앞에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아무리 찍어도 미련이 남는 마성의 궁전

 

 

 

 

 

황제들의 궁전답게 정원들이 너무 넓어서 윗정원은 둘러보지도 못했다.

여름궁전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이쁜 궁전만 있을 줄 알았는데

궁전 앞뒤로 커다란 정원이 둘러싸고 있어서

시간이 넉넉하고 날씨가 좋다면 피크닉 삼아 천천히 정원을 돌아다녀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 가면, 궁전의 화려함에 압도되어 궁전 앞을 떠나지 못하고 궁전 근처에서만 맴돌게 된다는게 함정....☞☜)

 

 

여름궁전이야말로 가장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고 해서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잠깐잠깐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햇살을 내리쬐어준 햇님 덕분에

오직 이 여름 한철에만 볼 수 있다는 그 화려한 여름궁전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사랑해요 햇님 (♡)

 

 

그런데 여름궁전을 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놓이면서 이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해야 할 일을 끝낸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숙제를 다 한 느낌 헤헤 :P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 러시아 여행 #여름궁전 #여름 궁전 #러시아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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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오늘의 일정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 좋은 점 중 하나는, 여름궁전이나 예까쩨리나 궁전 말고는

모든 관광지들이 걸어다닐 수 있을만큼의 근거리에 오밀조밀하게 잘 모여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메트로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쾌한 공기로, 또 시원한 하늘로 우리를 맞아주던 오전과 다르게 

점심을 먹고서 관광을 시작하려하자 구름이 몰려들더니

기어코 빗방울이 토도독 토도독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소식은 밤부터였는데 일기예보보다도 더 빨리 비가 오다니 (ㅜㅠ)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건너 작은 물줄길을 따라 피의 구원 사원(Спас на Крови)을 향해 걸어갔다.

이름부터 살짝 스산한데 날씨까지 흐리니 괜히 한기가 솟는 그런 느낌.




그리보도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날씨때문에 더 칙칙해보인다. ㅠㅠ 





피의 구원 사원은 얼핏 그 모습이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지만,

성 바실리 성당이 장난감같고 조금 유치한듯 동화스러운 면모가 있다면

피의 구원 사원은 훨씬 더 엄숙하고 무게감있고 복잡하하고 정교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성 바실리 성당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일단 외관의 색부터가 조금은 톤 다운 되어 있다.



1883년부터 24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1881년 3월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테러를 당했던 자리에

세운 것으로 내부에는 당시 피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이지 러시아' p301 참조)






날씨가 안좋아서 안타깝지만, 6일이나 있었던 덕분에 화창한 모습을 또 볼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

피의 구원 사원의 내부는 내벽과 천장가지 모두 모자이크화로 꾸며져있었는데

그 화려함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1층과 천장의 돔 사이에는 다른 층도 없는데 어쩜 저 높은 돔 끝까지 다 타일을 붙였을까.

그러면서도 이렇게나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사람이 - 또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의 구원 사원 천장돔 한가운데의 모습!





높은 성당 내부를 가득채운 모자이크화. 성당 안에서는 모두 고개를 꺾어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샹들리에 불빛에 반짝이는 모자이크의 섬광.





예상보다 빨리 흐려지고 추워진 날씨 탓에 기분도 같이 가라앉아버렸다.

오늘 아침 모스크바역에서, 그리고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우릴 반겨주었던

그 상큼화고 화창한 날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비가 뚝뚝 내리는 날씨가 된거지?

(그런데 이 도시에 6일을 있어보고 깨달았는데, 날씨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변덕스럽다.)




조금 슬프고 뾰로통한 마음으로 피의 구원 성당을 둘러보고서

(그리고 맑은 날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ㅜㅠ




그래서 우리는 우선 카잔 성당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이 스타벅스는 창가에서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기로 유명한 스타벅스이다. 

2층에도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다른 카페가 있는데, 우리는 일단 스타벅스로 고고고.





비가 와서 많이 북적거리는 스타벅스. 세계 어딜가도 스타벅스는 참 비슷비슷하다.






운이 좋게도 창가석에 앉았다! 바로 저렇게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뷰가 베스트인 스타벅스.

물론 따뜻한 카페라떼에 춥고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





When you hold a cup of coffee, think of it's journey.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라떼로 마음을 녹이는 사이 비도 어느 정도 그쳤다.

날씨가 맑지 않아 야외에서 무언갈 하기는 그런데

또 시간도 저녁이 가까워져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실내 관람을 하기에도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따라 걸어 옐리세예프 상점(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에 가보기로 했다.




러시아 박물관 앞을 지나가다가 만난 푸시킨 동상 따라하기.





옐리셰예프 상점은 넵스키대로에 서있는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1층의 식료품 겸 기념품가게라고나 할까.

원래 1903년에 연 가게인데 2012년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재오픈 했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면 베이커리, 디저트류, 초코렛, 술, 치즈 등등 다양한 식료품들과 

그리고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포장된 여러가지 기념 식료품등을 이쁘게 진열해놓고 있다.


가운데는 카페처럼 테이블이 되어 있어서 자리가 있다면(!)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관광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ㅎㅎ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의 약자. 그 뒤로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 




음음. 뭘 사면 좋을까. 초코렛에 마음을 빼앗겼엉 ♡





이런 마카롱과 디저트류도 있고



러시아 보드카도 있고 참고로 엄청 비싼데 소주도 있음!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좀 그쳐서 네바강을 따라 크게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고작 반나절의 경험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특유의 느낌보다도 커다란 유럽의 한 도시같았고

깨끗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던 모스크바에 비해서 호객꾼들도 많고 정비가 덜 된 느낌.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결국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의 차이인걸까?

나는 모스크바가 너무 좋았던 걸까?

여기도 날씨가 화창하면 더 나을까?



사실 이번 여행 일정을 짤 때, 다른 블로그의 얘기들을 많이 참조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더 좋고 볼게 많다는 글들을 보고

모스크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6일로 일정을 짰는데,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5일을 더 있으려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피곤해졌다. 

게다가 일기예보는 일주일 내내 비구름이고. 



아니야. 이제 어느새 여행5일차.

시차도 없이 3일을 풀로 여행했고, 야간열차도 탔고 조금 지칠때가 되었어.

내일은 오후에 해가 조금 날것 같아서 그 유명한 여름궁전(뻬쩨르호프)에 가기로 했는데

과연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그런 화창한 날씨의 반짝이는 황금분수를 볼 수 있을까.


기대반, 걱정반.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첫날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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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2.

 

 


 

오늘 밤, 야간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푸쉬킨 미술관에서 나와 문화 예술의 거리라고 하는 아르바뜨 울리차 (АРБАТ УЛ.)로 향햇다.

아르바뜨까야 역에서부터 외무성까지 길게 뻗은 이 보행자 거리는

지금까지 이틀 동안 우리가 만난 모스크바와는 또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모스크바가 깨끗하고 정비된 청담동 같은 분위기였다면 (특히 츠베르까야 울리차부근)

여기 아르바트 울리차는 복작거리는 옛 대학로 혹은 옛 홍대골목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모스크바를 떠나기 직전에 다소 생소한 모스크바의 또 다른 모습을 이렇게 보았다.

어느 쪽이 정말 모스크바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인지 잠시 헷갈린다.

어쩌면 그 둘 모두일 수도.

 

 

아르바트 울리차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도 들어갔다.

 

크기대로 서 있는 마뜨료쉬까 인형들. :)

 

 

 

 

러시아 기념품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아마 열어도 열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 마뜨료쉬까(Матрёшка) 인형이 아닐까? :)

이 러시아 전통인형 마뜨료쉬까 인형은 다복과 다산, 부유함과 행운 등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5개까지가 세트인데 더 정교하게 만들어질수록 더 작고 더 섬세하게 만든 미니미 같은 인형들이 나온다. 

그리고 인형이 많을 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져있을수록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는 거.

하지만 기념품으로 사서 집에 크기대로 나열해놓으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너무나도 확실한 러시아 상징이어서 스타벅스 씨티 텀블러로도 있다. (완전 이쁨) 

 

 

 

마뜨료쉬까 모양의 마그네틱. 색깔도 장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아주 저렴♡

 

 

이 아이는 췌부라쉬까 ^.^

 

 

원숭이 같기도, 기즈모 같기도 한 이 녀석 이름은 췌부라쉬까(Чебурашк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러시아 어린이 프로그램의 외계인인가 우주인 캐릭터다.

이 췌부라쉬까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러시아어 선생님이 매 시험 때마다 100점을 맞으면 학생들에게 러시아에서 사온 선물을 주시곤 했다.

선물이 너무 탐난 나머지, 영어도 아니고 전공언어도 아닌 제3외국어를 열렬히 공부하여

중간, 기말, 중간, 기말 4번의 시험 중에서 3번을 100점을 맞았었는데

딱 한 번, 저 췌부라쉬까 포스터가 선물이었던 2학기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지 못해

가장 갖고 싶었던 췌부라쉬까 포스터를 못받았다는 슬픈 이야기가.....(ㅜ.ㅠ)

 

 

 

여하튼, 그 때 당시 러시아어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호감과 궁금함이 생겼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렇게 정말 러시아에 오게 되었고. :)

쓰빠씨바 ♡ (Спасибо)

 

 

 

 

 

도형 같이 귀여운 러시아어, 단낀도낫쓰 (ДАНКИН ДОНАТС)

 

 

 

아르바트 거리의 푸시킨 부부 동상과도 함께.

 

 

 

 

 

 

돌아다니기도 힘들만큼 뜨겁던 어제 날씨와 달리,

오늘은 날이 흐려 낮에는 시원했지만 저녁이 되자 약간의 부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쌀쌀해지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깼다가 다시 못자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체력고갈이 심한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밤이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밤의 붉은 광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불을 밝힌 역시박물관

 

 

그저께 밤, 리츠칼튼 호텔 라운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붉은 광장 건물들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Light up이 된 붉은 광장의 야경은,

첫날 이른 아침 단체관광객들이 바글거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야경을 즐기러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분명 싸늘한 바람에 부슬비가 내리는 밤인데도

분위기 자체는 낮보다도 활기차고 심지어 젊고 생기발랄한 느낌마저 들었다.

 

 

 

밤에 만난 성 바실리 성당과 스빠스까야 망루.

 

 

 

밤에 보아도 여전히 신비로운 느낌의 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밋밋하지만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가로등 불빛.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성 바실리 성당 앞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그 때는 마지막이란 마음에 얼마나 애를 썼는지.

 

이제는 호텔에서 짐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시간이어서 호텔로 발길을 돌리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 자리에, 바로 그 곳에 서있을

성바실리 성당과 굼 백화점과 붉은 광장이지만

나는 이제 이 곳을 떠나고 나면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모스크바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상상했던 것보다도 좋았지만

똑같은 도시를 특별한 이유없이 2번씩 가는 일은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로비니를 떠날 때가 생각이 났다.

떠나는 그 순간에도 로비니도 너무 좋았지만, 다시 가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

 

 

 

 

 

" 사진을 찍는 대신 나도 저 광장에 앉아

불 밝힌, 식지 않는 여름 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분위기를

호젓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는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모스크바를 떠난다.

떠난다는 아쉬움과 미련을 달랠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쫓기듯이 떠난다.

여행했던 도시를 떠나는 건 마치 이별하는 것 같다.

다시는 못 보는 그런 이별.

 

헤어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  2016. 8. 3. Trave note, Moscow in Russia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레닌그라드 역

 

 

 

 

이별하는 것 같은 슬픈 감상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우리는 호텔에서 짐을 빼 택시에 싣고 모스크바의 동북쪽에 위치한 레닌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출력해온 예약표를 가지고서 자동티켓발매기에서 표를 발권하고,

물을 사고, 짐을 추려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야간기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1층 객차의 4인실 중 침대 3개를 예매했는데,

나머지 1개 침대 주인공인 할아버지 한 분이 이미 우리의 침대칸에 타 있었다.

하악..웬만하면 여자이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네...(ㅜ.ㅠ)

 

 

10년전에 유럽에서 야간기차 타보고 정말 오랜만에 타는 야간기차네. 낭만 돋네....

우리가 탄 야간열차는 2015년에 도입된 2층 열차로 새로 만들어진 기차라서

내부 시설도 엄청 깨끗하고 화장실도 크고 깨끗하고 시트도 깨끗하고 바삭바삭 거렸다.

 

 

 

어느 새, 기차가 덜컹덜컹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칸의 할아버지가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자리에 누우셔서

우리도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조용히 흔들리는 기차 침대에 누웟다.

고작(?) 11시밖에 되지 ㅇ낳아 일기도 쓰고 싶었지만,

몸의 피로함이 나를 압도해서 자리에 눕자마자

덜컹덜컹 거리는 기차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그렇게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제 정말 헤어진다.

이별한다.

안녕, 모스크바.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 기차 이용하기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기차(주간기차/야간기차)가 있는데,

우리는 숙박비와 시간을 아낄겸 야간기차를 이용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야간기차도 2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붉은화살호라고 불리던 야간기차가 있고

2015년 새로 도입된 2층으로 설계된 야간기차가 있다.

 

야간기차의 좌석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가 가능하고, 미리 할 수록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예매싸이트 : http://pass.rzd.ru/

 

* 붉은화살호 (열차번호 002А «Красная стрела»)

  모스크바 23:55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7:56 도착

  2인1실 - 약 9만원 / 4인1실 - 약 7만원

 

* 2층열차 (열차번호 006А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 Москва (двухэтажный))

  모스크바 22:50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6:47 도착

  4인 1실 - 약 4만원

 

tip) 2층 열차는 모두 4인 1실로 되어 있고, 캐리어가 있는 경우 1층 객차로 예약하는 것이 탑승할 때 편리하다.

     객실에 타면 오렌지주스와 작은 빵이 들어있는 종이 상자가 테이블에 놓여져 있으니 1사람씩 챙기면 된다.

     같은 객실에서도 1층 침대가 2층 침대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 참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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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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