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간을 써야 그랜드써클로 넘어가는데 ㅜ.ㅜ

잘 안써지는 부분은 얼른얼른 쓰고 넘어가잣!


---------------------------------------------------------------------------------------------------------------------------------------------




어느새 미국에 도착한지도 2주나 되었다.

휴가도 반환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다음주는 부모님을 모시고 로드트립을 *또* 해야하기 때문에

(아니 이게 힘든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음?)

샌디에이고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더더욱 여유롭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



아침부터 3km를 뛰고서 활짝 웃으며 인증샷!




아침에는 발보아 공원에 가서 2마일(약 3km정도)을 가볍게 뛰어주었다!

여행다니면서 아침 조깅하는게 주특기인데 이렇게 샌디에이고에서 해내다니, 헤헤헤

가로수가 쭉쭉 뻗고 연두연두한 잔디밭이 드넓게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 속을 달릴때면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낯설고 새로운 느낌과 동시에

또 나 스스로가 이 곳의 토박이 같은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다.

아주 잠깐동안 내가 이 곳 주민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

비자도 영주권도 시민권 없이도 누릴 수 있는 아주 잠깐 나의 착각이 선사하는 그런 느낌.

그런데 햇살이 따갑도록 뜨거워서 기미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함께.....ㅠㅠ

다음 번엔 선캡을 챙겨야겠다. 내 소듕한 피부..




그래서 결론은, 8월 30일의 샌디에이고의 햇빛은 무지막지하게 뜨거웠다는 것이다.

거리를 걷고 있으면 이대로 살균이 되는구나 싶을 정도로.

그래서 점심을 먹고서 햇빛도 피할 겸, USS 미드웨이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항공모함을 이용해서 만든 박물관이라서 항공모함의 내부와 갑판도 돌아다녀볼 수 있고,

갑판에 전시된 비행기들도 구경해볼 수 있다.




항공모함의 갑판에도 올라와보았다



갑자기 따라해보고 싶었ㄷㅏ...창피함의 친구의 몫..미아네..



더우니까 내부도 열심히 구경해본다.



바라만 봐도 시원한 바다 풍경 :)



살인적인 햇살에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 저 아래 키스하는 커플 조형물도 보이고 저 멀리 코로나도 브릿지도 보인다.



사실 2년 전에 왔을 땐, 시간도 1.5일밖에 없는데 차 없이 라호야도 다녀오랴, 코로나도 섬에도 다녀오랴

USS 미드웨이 박물관에 올 여유가 없었는데 항공모함으로 된 박물관은 흔하지 않으니 

샌디에이고에 와서 한 번쯤 와볼만 한 곳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USS 미드웨이 박물관에서 그다지 오랜 시간을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전시물을 관람하는 체험은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분명 실내를 돌아다니는 건데도 왜이렇게 기가 쭉쭉 빨리는건지

난 백화점>박물관>미술관 순서로 실내에서 관람하다보면 너무너무 피곤한 느낌이 든다.

(나란 녀자 쇼핑 싫어하는 녀자...)

그래서 여행을 가도 주로 야외를 걷고 풍경을 보게 되는 것 같아.

너무 날이 덥고 당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박물관 관람은 적당히 마무리하고 

근처 스타벅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그린티 프라푸치노 폭풍흡입하면서 겨우겨우 체력보충

역시 여행하다 힘들면 스타벅스가 최고다.

스타벅스 만쉐! 


그런데 이제 정말 나이 들었나? 왜 이렇게 피곤한지...

(이때도 피곤한줄 알았으나, 이거슨 피곤한 것이 아니었다.

그 다음주는 미친 일정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ㄷㄷㄷ)



그리고 나는 코로나도 비치에 또 왔지롱!





코로나도 비치에 또 왔지! (에어비앤비 주인이, 호텔 앞 보다 1km정도 떨어진 곳을 추천해주었다!)

샌디에이고 워낙 작은데다 차가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15분 이내면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어디 가는데만 한 시간씩 걸리면 쉽지 않은데, 노닥노닥하다가도 바다갈까? 해서 후다닥 챙겨나왔다!

그런데 몰랐는데 친구가 코로나도 섬은 샌디에이고랑 다른 행정구역이라고...




바닷물에 젖어 말려놓은 티셔츠



This lazy, crazy day of summer. 이 때는 인정!




어제 코로나도 비치에서의 초등학생처럼 뛰어 놀았던게 좋아서

또 저녁시간 즈음해서 간이의자랑 비치타올 다 꺼내들고 또 왔다!

어젠 발만 깨작깨작거렸는데 

오늘은 첨벙첨벙 물에 들어가서 춥다고 꺅꺅 뛰어다니고

백사장에 비치타올깔고 누워서 살결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만끽!

이 여유! 이 자유! 이 건강! 이 젊은 날이 너어무 좋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시간이 영원하지 않겠지?

언젠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없고, 애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나의 시간과 나의 감정에 오롯에 집중할 여유는 사라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지나가는게 눈물나게 아쉽다.

더 놀아야겠다. 

더 열심히 더 알차게 더 빡세게 이 젊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야겠다.




어제보다는 강렬하지 않지만, 여전히 평온한 느낌의 노을



뭉게뭉게 이쁜 하늘



코로나도 다리를 건너 다시 샌디에이고로 넘어가는 길. 그 위에서 보는 샌디에이고 다운타운의 전경



이렇게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밤도 저물어 갑니다.

원래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에서 넉넉히 머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샌프란시스코 - 요세미티 - 샌프란시스코 - 샌디에이고 - LA까지 이어지는

은근 동선 많은 여행이 되어버렸다는 거. :)

Posted by honey,H
,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이고로!



네. 꼭 이렇게 떠나는 날 화창하다니까요.



공항가기 전 기어코 들러서 사먹었던 Smashed avo toast :)




여름휴가 4일차.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이고로 넘어가는 날!

원래는 완전 로드트립 취지에 맞게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부 해변을 따라서 샌디에이고까지 운전해서 가려하였으나,

해필 일부 구간이 공사로 막혀있어 해변도로만 이용할 수는 없고

빅서(Big Sur)근처까지 해변도로를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올라와서 고속도로를 타는 수 밖에 없다기에

여러모로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교통상황이 비효율적인 것 같아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그 와중에 아침에 갑자기 유선언니가 추천해준 Vive la TrateSmashed Avo Toast먹고 싶어지는 바람에

급기야 공항가던 길에 Ferry Building에 들러 결국 Smashed Avo Toast를 Take out 해서 먹긴 먹었는데

문제는 비행기를 놓칠까봐 엄청 절박해졌다는 것이다. ㅠㅠ

국내선이라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렌트카를 반납해야했고

렌트카를 반납해야하려고 보니 기름을 채워줘야 했다.

게다가 나는 수하물로 부칠 짐이 있고...렌트카 반납하는 곳이랑 Domestic Terminal이랑은 거리가 멀고..


워메..나 비행기 놓치면 어뜨캄? ㅠㅠ


작년 가을 상해에서 몬트리올행 비행기 놓쳤던 일생일대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얼마나 가슴이 쫄리던지 ㅠ

다행히 비행기는 놓치지 않았으나, 보안검색 시간대가 몰렸는지 보안검색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행기 놓치는 줄 알았다.ㅠ

여러분, 우리 국내선이라도 마음 놓치말고 일찍일찍 다닙시다 .ㅠ.ㅠ


 


다행히 시간맞춰 비행기를 탔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구경하며 1시간 반을 날아 샌디에이고 도착!



점심은 Five guys에서!





비행기는 약 한시간 반 정도를 날아 샌디에이고에 도착했다.

꺄! 내가 샌디에이고에 또 오다니!!

그것도 2년만에 또 오다니!!!



사실 샌프란시스코나 LA이에 비하면 샌디에이고는 작은 휴양지같은 느낌이랄까.

이미 서울도 너무 크고 복잡한데, LA를 생각하면 LA도 대도시인데다 느긋하게 쉬기보다는 관광지를 찾아다녀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이 느껴졌다.

그보다는 할 게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한, 그냥 쉬고있어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리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샌디에이고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었다.

사실 LA는 2007년에 이미 관광차 다녀오기도 했고, 그 때도 크게 감흥이 없기도 했고,

그리고 이제 휴양지 찾는거보니 나 이제 늙었나벼...또르르

다행히 친구도 샌디에이고에 와본 적이 있어서 샌디에이고 분위기도 알고 있고 느긋한 휴가 일정에 동의해주어서 더 좋았다.

너도 늙었나벼...또르르.




렌트카 빌리고 에어비앤비 가서 짐 풀어놓고, 

샌디에이고의 여유를 만끽하러 찾은 곳은 바로바로바로 코로나도 비치! (Coronado Beach!)

2016 년 2월에 왔을 때는, 페리를 타고 들어와서 코로나도 호텔 (Hotel del Coronado)을 구경하고 갔었는데

이번엔 여름이니까! 비록 수영복은 없지만 에어비앤비에 있는 비치타올과 간이 의자를 챙겨서 차를 타고 고우고우씽!

2016년이 관광객모드였다면, 올해는 조금 더 현지인같은 느낌으뤄!



2016년 2월에 페리를 타고 코로나도 섬 가던 길


2016년 2월에 방문했던 호텔 코로나도 앞에서




점점 석양이 지려하는 바닷가



에어비앤비에서 빌려준 간이 의자까지 펼쳐놓고 신이 났다!



추워서 물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백사장만 철벅철벅, 초딩처럼 뛰어노는 나


역광이고 흐릿하지만 뭔가 기분 좋은 사진 :)


어딘지 모르게 초딩같은 느낌은 나만 느껴지는 걸까? 이번 여행기 제목에 영감을 주었던 티셔츠 ㅎ


물이 너무 차가워서 발만 담그고도 바르바르 떨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신나게!





원래는 물이 따뜻하면 바닷물에도 좀 들어가서 첨벙첨벙하고 싶었는데

해가 질 때 쯤 와서 그런건지, 바닷물은 너무너무 차가웠다.

8월 끝무렵이라 그런건가?

그래도 왠지 샌디에이고는 1년내내 바닷물도 따뜻할 것만 같은데.

그래도 어린 아이처럼 친구랑 모래사장도 달리고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서 어린이처럼 까르르 웃을 수 있었던,

소중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 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는 추억이기도 하다.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보지 않았어도, 따뜻하고 소중하고 그리고 아련하게 남은 그런 추억. 





드디어 노을이 진다.


야쟈수 두 그루의 멋진 실루엣. 그리고 해가 진 뒤 커다란 여백을 칠하는 아름다운 하늘 색의 변화




나랑 친구는 백사장 간이의자에 깊숙이 앉아 천천히, 

그러나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저물어가는 노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서울과 다르게 탁 트여있어서 마음까지도 탁 트이는 기분이다.

이렇게 인공의 건물 없이 탁 트인 곳에와서야 

하늘이 이렇게나 크구나, 바다가 이렇게 넓구나 새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겸손해진다.


내가 샌디에이고에 이렇게 두번씩이나 오게 되다니.

사람일은 참 모를 일이다.

비록 그때 처럼 여행으로 오긴 했지만, 그래도 두 번째 왔다고 한결 마음이 느긋하다.

그리고 여름이라 해마저 느긋하게 지는 것 같다.

내 인생도 계절로 치면 한 여름에 있을까?

여름에 접어드는 것 같지는 않고, 마치 8월 말처럼 

여름이지만 너무 뜨겁지 않고, 

여름이지만 바닷물이 제법 차가운,

이제 가을의 길목으로 서서히 접어드는

그런 늦여름 즈음에 서 있는 것만 같다.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새 어른이 되어 버렸구나.

영원히 이 여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 제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여러분의 지난 여행을 떠올리셨다면, 

   앞으로의 여행에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 공감(하트) 버튼을 부탁드려요! ★

Posted by honey,H
,

2016. 2. 29. Mon.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 Seoul

 

 

자고로, 어른이 되었어도

엄마 말 잘들어서 하나 손해 볼 것이 없다.

 

어제 Bertrand at Mister A's에서 즐겁게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데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 비행기 출발 시간 다시 한 번 잘 확인해라"

 

 

예예 어머니.

제가 여행을 벌써 10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비행기 시간 하나 확인 안 해봤을까봐요 ^^

 

 

 

예예. 그런데

나는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

 

 

어제까지의 화창한 날씨는 어디가고 오늘은 떠나는 날 안개가 자욱하네요~

 

 

 

 

밤에 소파침대에 누워서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침 6시 45분 비행기라서 새벽에 일어나 우버나 리프트를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이래저래 뒤척이다가 새벽 4시 20분 알람소리에 맞춰 리프트 앱에 택시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하고서

간단히 씻고 짐을 챙기고 리프트로 택시를 call했다.

그런데, 분명 근처를 맴돌던 택시들이 모두 BUSY라며 잡히지가 않는 것이다.

 

 

 

마음이 살살 조급해지던 차에, 비행기 시간까지는 넉넉한가 싶어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는데..

6시....15분?!!!

45분이 아니고?!!!!

 

 

내가 순간 잘못본걸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4시 50분이고, 비행기 출발이 6시 15분.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보딩 마감시간도 맞춰야 하는데...심장이 내려앉고 손이 벌벌 떨린다.

제엔장!!!!! 이걸 놓치면 나도 K도 내일 출근 펑크란 말이야!!!

 

 

그러는 동안 마침 다행히도 우버에서 택시가 잡혔고, 15분 뒤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어머. 그러면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50분 남는거야? ^^...........

국제선을 50분동안 수하물 넣고, 출국수속하고, 보안검색하고 할 수 있는거야? ^^.............

나 예전에 LA에서 밴쿠버 가는데도 줄 서느라 1시간 안에 못맞출뻔 했는데...^^...........

 

 

다급한 마음에 (사실 집 앞에서 기다리면 되었는데) 그 새벽에 캐리어를 끌고서 길을 헤메는데

왜 이제 어제 엄마가 비행기 출발 시간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했을때 안했을까 후회도 되고

이렇게 또 대형사고를 하나 추가하는건가 싶기도 한 가운데

(아 내가 이렇게 사고친 걸 모아서 책을 내려는 계시인가...)

마침 우버가 도착했다.

 

 

우리가 헉헉거리며 달려가니,

우버 기사가 몇시 비행긴데 이렇게 급하냐고 물었고,

우리는 6시 15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짐을 실어주던 기사 아저씨 왈

 

 

 

"나 지금 공항에서 오는 길인데, 지금 공항 문도 안열었어.

시간 아주 충분해~ 가다가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갈래? :)"

 

 

 

 

하아...........

다행히도 SAN 공항 자체가 도심에 있어서 우리는 5분만에 도착했고(;;)

마음과 머리는 놀라서 아주 정신없었지만 무사히 보딩 수속과 보안검사까지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3일 잘 놀고서 완전 대형사고 칠 뻔 봤다...ㅠㅠ

 

 

 

짧은 여행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샌디에이고는 내가 상상하고 TV에서 보았던, 미국이자 캘리포니아 그 자체였다.

샌프란시스코도, 라스베가스도, 엘에이도 모두 제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샌디에이고의 햇살과 여유로움, 화창함, 그 공기까지도

내가 어렸을 적 꿈꾸었던 미국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생각보다 좋았고,

표를 끊으며 상상했던 따뜻한 햇살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면 짧은 3일 동안 한국 생각은 정말 하지 않고 지냈다.

뉴스도, 메일도 확인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안부를 붇는 친구도, 또 내가 안부를 물을 친구도 없었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렇게 샌디에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왠지 여행보다 비행시간이 긴 것은 착각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단체투어 관광객 아주머니가

샌디에이고 하나 보려고 3박5일로 미국을 갔냐는둥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 신공을 펼치시는 바람에

3일동안 행복했던 기분이 박살나는 것도 같았지만.

 

그리고, 돌아오는 인천공항에서

나는 빨간 기념품같은 가방을 멘 남자를 한 명 보았다.

 

 

마치,

나와 K의 다음 여정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처럼.

 

 

 

 

 

Posted by honey,H
,
2016. 2. 28. Sun.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3)

 

 

 

 

 

 

서쪽을 향해 달리다보니 금세 저 너머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고, 어느 새 우리는 해안가에 닿았다.

코너를 돌자마자 해변가를 띠라서 키 큰 야자수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있었고,

왼편에는 넓은 잔디밭이 나타났다.

San Diego City and County Administration 빌딩 앞의 넓은 잔디밭에서

이 곳 주민들이 한가로이 일요일 점심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USS Midway Museum이 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반납하고서

바로 코로나도 섬으로 들어가는 Flagship Ferry를 탔다.

 

 

파란하늘 아래 커다란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는데,

비로소 이제서야 미국이라는 실감이 아주 약간 들었다.

(사실 그저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부산 정도 놀러간 느낌이었다....;;)

 

 

어느 새 배낭여행도 10년 차.

미국만해도 서너 번 왔다갔다 했더니 사실 미국이 낯설다는 느낌이 없어졌다.

이렇게 여러번 오갈 수 있는 어른의 자유가 좋기도 하면서

자꾸만 세상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고 설렘과 호기심이 사라지는 어른의 무딘 감정이 슬프기도 하다.

 

 

코로나도 섬에서 바라본 샌디에고 쪽 풍경. 참 맑고 깨끗하다.

 

 

 

약 20여분간 샌디에고의 다운타운의 전경을 구경하며 드디어 코로나도 아일랜드의 선착장에 발을 디뎠다.

우린 바로 Orange Ave.를 따라 한적한 동네를 걷고 걸어 가이드 북에 소개된 라운지 버거 (Rounge Burger)를 찾아냈다.

 

미국 서부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In&Out은 너무 접근성이 떨어져서

대신 가이드 북이 추천해준 수제 햄버거가게를 골랐다.

라운지 버거는 최근 LA와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인기 몰이중인 수제 햄버거 체인점이라구.

 

 

유즙이 흐르는 스테이크 패티!

 

 

 

가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당황하는 것이, 이런 햄버거나 샌드위치 가게다.

다양한 입맛과 알러지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주문자가 일일이 들어가는 재료를 골라야 하는데

패티는? 굽기정도는? 야채는? 번은? 치즈 종류는? 등등을 속사포로 물어보는데

그냥 Default로 모든게 정해진 건 없는거니? ㅠㅠ

나는 열심히 대답하다가 치즈 종류를 고르라는데서 거의 기진맥진 해서 그냥 처음 불러주는걸 다 골랐다.

무조건 처음 불러주는 그걸로 해줘....

 

 

 

어쨌든, 그야말로 스테이크 맛 그 자체인 도톰한 패티와 아메리칸 치즈가 줄줄 흘러 내리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햄버거로 뒤늦은 점심 허기를 채우고

Moo time Cremery 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촵촵 먹으며 코로나도 호텔로 계속 걸어갔다.

미국에 왔으니 미국인처럼 먹어줄테다!

 

 

사실 샌디에고도 그렇고 특히 코로나도 아일랜드는 차로 이동하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

다운타운은 버스라도 타고 다닐 수 있었지만, 코로나도는 걸어서 섬을 가로지르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여...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힘으로 겨우겨우 걸어갔네.

(그리하여 2017년부터 오로지 여행을 위해서 운전연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드디어 코로나도 호텔의 해변에 닿았다. 사진보다 훨씬 끝없이 펼쳐져 있던 멋진 해변.

 

 

이곳이 코로나도 호텔입니다 :D

 

 

하얀 건물에 빨간 삼각뿔 같은 지붕이 인상적인 코로나도 호텔(Coronado Hotel).

1888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호텔인데,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로만 만든 빅토리아 양식 목조 건물이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고 한다.

오래 전에 지어져서 세련된 외관은 아니지만, 이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느 새 오후 4시 30분. 시간이 한없이 짧게만 느껴진다. 아니, 사실 짧았다. 고작 1박 2일이라니.

 

 

코로나도 호텔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해가 기울기 전에 되돌아 페리 선착장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제부터 꼭 다운타운 맞은편에서 노을 지는 샌디에고를 보고 싶다고 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하루종일 뜨겁게 내리쬐던 해가 점점 기운다.

2층 건물조차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이 아름다운 섬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기울어지는 햇살을 받아 점점 오렌지 빛으로 물들고

45도의 따뜻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곳에서의 평화롭고 따뜻한 시간들이 이제 끝나간다.

나에게는 끝이지만,

이들에게는 보통의 일요일과 다르지 않을 오늘, 여기 바로 지금.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특별한 순간.

 

나에게도 평범한 일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2016. 2. 28. Coronado Island, San Diego.

 

황금빛으로 물드는 다운타운의 전경과 그리고 하얀 보트.

 

 

 

페리 선착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건너편 다운타운의 빌딩 전면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맨하탄이나 시카고만큼 화려한 스카이라인은 아니지만

아담하고 또 정갈한 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왠지 모르게 애정이 샘솟는다.

나는 이제 너무 큰 도시보다는 적당한 규모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그런 아담한 곳이 좋다.

 

 

 

그리고 하늘이 붉으스레 물든다.

 

 

 

우리는 선착장 근처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코로나 한 병 씩을 시켜 아주 짧은 허세도 부려보았다.

(참고로, 건물 밖 노상에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없다. 반드시 펍이나 레스토랑 내부에서만 술을 판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을 떠올리며 코로나에서 코로나도 한 병!을 외쳤다.

그리고 나와 K는 이 소소한 즐거움이 참 행복해서 천진난만하게 웃어댔다.

태평양 너머로, 키 큰 가로수들 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이 따뜻한 겨울 밤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어서.

 

 

 

 

코로나도 섬에서 마시는 코로나 :)

 

 

하나둘 불빛이 켜지면서 한국보다 조금 이른 6시 즈음, 어둠이 내려앉았다.

 

 

 

K와 나는 황금빛 노을의 순간부터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후회 없을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즐기고서 다시 페리를 타고 샌디에이고 다운타운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 새벽이면, 이 짧은 3박 5일의 무모한 미국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기에

우리는 이곳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Bertrand at Mister A's로 향했다.

Lyft 기사 아저씨에게 Mister A's에 간다고 했더니,

기사 아저씨가 wow! 감탄하며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마치 자기가 가는 것처럼 즐거워해줬다.

자기도 가족들과 특별한 일이 있으면 가는 곳이라면서. :)

 

 

Bertrand at Mister A's는 샌디에이고 다운타운 한가운데 있는 12층 높이의 레스토랑으로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샌디에이고에서 다운타운과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Bertrand at Mister A's가 있는 12층으로 올라가자 굉장히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나와 K 모두 운동화와 패딩...(;;)을 입고 있어서 혹시 드레스코드 때문에 쫓겨날까봐 살짝 쫄았지만

다행히 우리를 친절하게 파티오 석으로 안내해주었다.

 

 

야외 파티오 석이 만석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 곳도 겨울은 겨울이라 그런지 다들 실내의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에서 식사 중이었고

파티오 석에는 우리와 10대 후반즈음으로 보이는, 그런데 굉장히 잘 차려입은 3명의 아이들 뿐이었다.

 

 

 

도심을 가로짓는 저 불빛은 비행기의 흔적이다.

 

 

 

우리가 안내받은 파티오 석 자리는

이번엔 엠바르까데로(Embarcadero)의 뒷편에서 다운타운과 SAN 공항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역시나 뉴욕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처럼 거대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빌딩들과 바다와 공항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파노라마 뷰가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5분에 한 대씩, 비행기들이 빌딩들 사이를 가로질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만찬답게 흐뭇한 식사

 

그리고 빠에야 :) 빠에야는 꼭 스페인가서 먹읍시다.

 

다운타운과 바다, 그리고 오른쪽편이 바로 SAN공항

 

 

눈 앞에서 끊임없이 비행기의 착륙을 지켜보며 식사를 하는 곳이라니 :)

야경도 사랑스러운데 비행기가 착륙하는 이색적인 모습까지도 마치 일상처럼 볼 수 있는 곳, 참 특색있고 좋다.

 

 

 

이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배부르고도 맛있게 먹고 참 행복한 눈을 하고 있네요.

 

 

그렇게 오늘 하루가 알차고 또 행복했다고.

이제서야 여행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고민과 일에 대한 압박, 걱정, 근심거리 모두 잊고,

마음 속에서 지워버리고,

행여나 마음 속에서 슬금 슬금 기어오르려거든

꾹꾹 눌러 밟으면 보낸 3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오길 잘했다.

충분히 이 고생과 피로와 돈이 아깝지 않은,

매력있고 날 즐겁게 만들어준,

그런 사랑스러운 도시였다.

 

이제 한국에서 추울 때마다,

샌디에고에서의 뜨거웠던 -

그러나 상쾌했던 햇살이 문득 문득 떠오를 거다.

 

Posted by honey,H
,
2016. 2. 28. Sun.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2)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알람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나와 K가 잠들었던, Mel의 거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햇살-

 

야자수가 정원수인 이 샌디에고 동네 정말 이국적이다.

 

 

 

머리 맡 창문에서 샌디에고의 아침햇살이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 더 누워있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어난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거실문을 열고 나왔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몸과 정신을 일깨운다.

반팔을 입었지만 2월의 샌디에고 아침 공기는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햇살에 자연스럽게 깨는 이 아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한국의 일상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것임을 서울의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피츠커피!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Mel이 추천해준 quisie로 아침을 먹었다.

 

 

 

 

피츠커피들고 신이 났다!

 

 

 

발보아파크 가는 길!

 

 

 

나와 K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Mel이 추천해 준 Bakery&Pie에서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리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넓은 공간에는 이미 우리처럼 가볍게 아침을 먹으려는

힐크레스트 동네 주민들로 가득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 앉아 퀴시(프랑스식 파이 혹은 케이크, Quisie)를 하나씩 먹고서,

바로 옆의 Peets Coffee에서 따뜻한 라떼도 한 잔씩 사들고서는

찬찬히 오늘 첫 목적지 발보아 파크(Balboa Park)로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서 일요일 아침의 평화로운 힐 크레스트(Hill Crest)를 걷는 기분!

높은 건물이라고는 고작 2층이 전부인 작고 아담한 이 동네를 여유롭게 기분이란!

내가 사는 곳도 이렇게 낮은 건물들로 하늘이 탁 트여있고, 사람들로 붐비지 않으면서,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조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여기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에어비앤비에 묵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 주민들이 좋아하는 베이커리에서, 이 곳 사람들이 아침으로 먹는 식사를 먹고

사람 사는 동네를 걸을 수 있으니.

 

 

서울은 초고층 빌딩들과 심지어 아파트들이 하늘을 가리고, 햇살을 가리고, 빽빽한 건물들로 길은 비좁다.

길거리엔 사람들로 북적이고 길에서 뛰기엔 미세먼지와 매연이 심하다.

어릴 땐 마냥 큰 도시, 서울, Fancy한 것이 좋았는데 20대 후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어느 순간

여유롭고 한가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에 대한 갈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 지금 내 삶이 학생으로서의 여유롭던 시절이 끝나고,

어쨌든 한 성인이자 사회인으로서의 무게를 지고 살기 때문 아닐까.

이렇게 평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날로 날로 커져만 간다.

 

 

 

 

너무너무 행복한 우리 K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리고 날씨도 동네도 정말 좋다며 감탄하며 걷다보니 어느 새 발보아 파크에 도착했다.

100년이 된 공원이라는데, 도심 속에 이렇게 넓고 쾌적한 녹색지대가 있다니!

그런데 발보아파크는 미국보다도 스페인 남부와 너무 비슷했다.

특히 세비야! 건축물에서 스페인의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보자마자 세비야를 떠오르게 했던 정교한 조각 건축물과 야자수! (샌디에고 인류박물관)

 

 

 

스페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발보아파크에서!

 

 

 

 

발보아파크는 단지 녹색지대라기보다는, 다양한 테마의 정원과 박물관, 공연장, 영화관가지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는데,

햇살에 목말라했던 우리는 실내 관람보다는 야외에서 캘리포니아의 뜨거워지는 햇살을 충분히 만끽하자 마음먹었다.

 

 

 

 

발보아파크의 독특한 식물원 건물 (Botanical Building) 여기서 웨딩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한다.

 

 

 

Botanical Building앞 잔디밭에도 잠시 앉아보고요! 옆에는 벌써 저렇게 돗자리까지 가지고 왔다.

 

 

 

Botanical Building의 맞은편엔 직사각형의 커다란 연못이!

 

 

 

 

아직 아침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참 한적한 풍경

 

 

 

이렇게 저렇게 사진도 많이 남겼다.

 

 

 

 

역시나 세비야 느낌이 물씬! (하지만 정교함은 세비야를 따라올 수 없다)

 

 

 

 

 

공원 곳곳에 요런 귀요미 작품들도 있다.

 

 

 

 

자전거 거치대의 그림자가 발보아 파크를 너무나도 앙증맞게 표현했다!

 

 

 

조금 일찍 간 덕분에 우린 발보아 파크를 한결 한적한 분위기에서 즐겼는데

점심때쯤이 되자, 샌디에고의 유명 관광지답게 관광객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 아침에 사람 많이 북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한 것은 역시 사람 사는 마을에 국한된 것이었나! ㅠㅠ

여튼, 발보아파크는 큰 맘먹고 다 둘러본다면 하루 종일 둘러봐야 겨우 다 볼 것 같은 크기였는데

우리는 시간이 오늘 하루밖에 없기 때문에,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이쯤에서 발보아 파크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 다음 목적지는 코로나도 아일랜드였는데,

발보아 파크에서 나오자마자 내 눈에 우리나라 따릉이 같은 자전거 대여소가 눈에 띄었다.

어제부터 자전거 타령을 했던 K와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1시간 대여로 샌디에고 공공자전거를 뽑아들고

선착장을 향해 샌디에고 언덕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 즐거운 자전거 여행은, 반년쯤 뒤 다른 도시에서 재앙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ㅜ.ㅠ)

 

 

Take me for a spin around town!

 

 

자전거를 타고 가로 지르던 샌디에이고.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서, 코로나도 아일랜드로 가는 선착장을 향해

일요일의 한적한 샌디에고 어느 동네를 기분좋게 내달렸다.

도시가 크지 않아서 구글맵조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바닷가를 향해서 언덕을 내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어느새 저기, 눈앞에 너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Posted by honey,H
,

2016. 2. 28. Sat.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1)

 

 

 

 

두어 번 밤잠을 설치고서 아침에 가까운 새벽에 일어났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하늘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기예보와 다르게 아주 맑은 하늘이었다.

왜 항상 떠나는 날은 날씨가 맑은지. ㅜㅠ

 

 

나는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아주 잠깐의 틈을 타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아침 바람 향기에 머리 끝까지 싱그러워지는 그런 기분을 느끼며 종종 걸음으로 해변가 쪽으로 걸었다.

어제 저녁에 갔던 Boundin과 고작 2블럭 거리었는데 저 엠바르까데로(Embarcadero) 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맞은 편에 요트와 배 너머로 골든 게이트 다리의 빨간 기둥이 얼핏 보였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from SFO to SAN

 


광활한 태평양 연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오전 10시 40분, 예정된 시각에 샌디에고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거의 10년 전,

밴쿠버에서 미국 서부를 여행할 때 별로 볼 것 없는 작은 도시라는 이유로 과감히 뺐던 도시, 샌디에고를 -

심지어 오로지 햇살을 즐기겠다는 포부만으로 한국에서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날아오다니.

그 사이에 샌디에고에 새로 즐길 볼거리가 엄청 많아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건 아마, 샌디에이고에 가보고 싶은 새로운 이유가 생겨서이겠지.

어느 누군가가, 샌디에고를 너무 추천했기 때문에라고나 할까.

물론, 나는 그 누군가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비행기는 서쪽 해안을 따라 한 시간여를 날다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비행기 창 밖으로 샌디에고의 모습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도시가 낮고 넓게 퍼져있고

(나 샌디에고를 너무 과소평가 했나?)

최근에 어느 영화(시카리오)에서 보여준 어느 멕시코 도시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런데 보통의 공항들이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져 건설되는 것과 달리,

샌디에고의 SAN 공항은 도심 바로 옆 해변에 위치해 있고

비행기는 도시의 건물들 지붕위를 낮게 날면서 가정집과 차 위를 지나 사뿐히 SAN공항에 착륙했다.

(정말....부드러운 Landing이었다. 일기장에 말 그대로 "부드러운 landing"이라고 적어놓았다.)

 

 

야자수가 곧게 뻗은 이국적인 샌디에고에 도착! 약간 제주도공항과 비슷한 분위기 후후.

 

도심의 주택가 위를 날아 착륙하는 비행기와 그보다 높이 솟은 야자수 :)

 

 

 

드디어,

야자수가 가로수인 곳.

샌디에고에 도착했다.

남부지역답게 공항 밖으로 늘씬한 야자수들이 뻗어있고, 햇살은 따뜻하다 못해 살짝 따갑기까지 했다.

 

 

그리고,

모두들 한여름 옷차림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초가을 분위기었다면 여긴 초여름의 활발한 느낌이 났다.

 

 

우리는 우버를 불러 예약해둔 에어비앤비에 찾아갔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편에)

일단 짐을 두고 집을 살짝 둘러본 뒤, 우리는 남은 하루 반나절 동안,

샌디에이고의 약간 북쪽에 위치한 라호야 (La Jolla) 해변에 가기로 했다.

 

 

2월에 만난 샌디에고는,

그야말로 내가 상상했던 샌디에고 그 자체였다.

서울은 폭설이 내린다던데, 이 곳은 20℃가 넘고 햇살이 화창하기 그지 없다.

그래, 이런 햇빛을 쬐고 싶어서 샌디에고를 골랐지!

 

 

라 호야(la Jolla) 가는 길, 내가 상상했던 미국의 모습을 보았다.

 

 

 

버스를 타고서 라 호야(La Jolla)까지는 1시간 여정도 걸리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정말 내가 어린 시절 티비를 통해보았던, 상상해왔던 그런 미국의 모습이었다.

사실 미국이 워낙 커다란 나라라서 지역마다 그 특색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어린 시절에 형성된 내 머릿 속의 미국이라는 이미지는

이렇게 드넓은 잔디와 파란하늘,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모습이었다.

미국에 여러 번 다녀왔지만,

이제서야 내가 생각했던 미국의 모습을 만난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금 설렜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려 La Jolla Shores에 도착했다.

기린처럼 시원하게 쭉쭉 뻗은 야쟈수를 따라 걸어내려가니, 탁 트인 바닷가가 나타났다.

(La Jolla Cove도 있는데 La Jolla Shores에서 내렸다.)

 

 

드디어 La Jolla Shores 근처에 도착!

 

제주도에 있는 야자수와는 비교도 안되게 키 큰 야자수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부럽다!

 

웃음이 절로 나지요 :)

 

 

 

 

 

아무리 햇살이 따사롭지만, 아직 2월이고 바닷가라서 찬 바람이 조금씩 부는데

이 곳 사람들은 마치 한여름인것 마냥 비키니를 입고서 태닝도 하고 수영도 하고 해변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이 라 호야(La Jolla)를 "즐기러" 온 가운데, 이 라 호야(La Jolla)를 "보기" 위해 온 것 우리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라호야 해변의 한가로운 풍경.

 

 

으앙. 탁 트인 이 해변.


 

바닷가에서 걸어나오는 연인들 ♡

 

물 웅덩이에 물을 주고 있는 귀여운 꼬마.

 

서서히 해가 지는 라 호야의 해변

 

 

 

 

우리는 해변을 따라 파도소리를 즐기며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노을을 보며 모래사장 끝에 걸터 앉았다.

 

 

 

이렇게 한 것도 없는데 노을이 지지요오.

 

 

저 앞 바다에서 쏟아지는 파도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소리를 시원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정말 시원하게 들리니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2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곳.

마치 초여름 바다처럼.

가족들과 친구들이 햇살을 즐기며 뛰노는 곳.

따뜻하고 건강하다.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해변을 많이도 보았지만, 아름다운 것보다도-

부럽다.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이 곳에는 삶이 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물놀이를 하고 모래성을 쌓는다.

누군가는 서핑보드를 타며 파도를 즐기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거닌다.

또 누군가는 강아지와 함께 이 멋진 뛰어가고

친구들은 럭비공을 던지고 덤블링을 연습하며 여기,

La Jolla를 즐기고 있다.

 

 

부럽다.

이 햇살도,

이 해변도,

이 건강함도.

여기서 나고, 자라고, 사는 이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 2016. 2. 27. La Jolla, San Diego에서.

 

 

 

태평양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장관을 연출하면서 먼 이 곳까지 온 우리에게 따뜻함을 건넨다.

 

이제 저 해는 태평양을 너머 한국에서 떠오르겠지.

 

 

 

저 태평양 너머로 노을지는 멋진 하늘을 감상하고서 뒤돌아 걷는데

풀밭냄새와 함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까르르 웃으며 뛰노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둑어둑해지는데.

이 어둑함과 이 풀냄새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 때는 나도 해가 져가는 때까지, 엄마가 저녁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원없이 걱정없이 뛰어놀던 때가 있었지.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 시간에 놀이터가 아니라 학원에 있지 않을까.

씁쓸하다.

 

 

갈 때는 한참인 것 같던 길이,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것 같다.

우리는 힐크레스트(Hill Crest)에서 저녁을 먹고,

샌디에고의 다운타운격인 개스램프 쿼터(Gaslamp Quater)로 나갔다.

뭔가 저녁에 Gaslamp가 켜져서 엔티크하고 로맨틱할 것 같았는데

그냥 Hip한 거리였다.

젊은 사람들이 늦은 시간인데도 레스토랑과 펍에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토요일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었는데

뭔가 활동적이고 생기넘쳐 보여서 나름 나쁘지 않았다.

 

 

여기, 샌디에고는 현지에 친구가 한 명 있으면 딱 좋을 것 같다.

낮에는 해변에서 함께 뛰어 놀고, 저녁엔 이쁘게 차려입고서 인기있는 Pub에 가서 밤을 보내는.

우리는 그저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어 조금 안타까웠다.

북적이는 개스램프 쿼터(Gaslamp Quarter)를 뒤로 하고서,

우리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심지어 밤에는 불빛조차 적은 힐크레스트(Hill Crest)로 돌아왔다.

어쨌든, 밤늦도록 노는 게 부러워도 여행할 때는 안전이 최고다!

 

 

 

여기가 Gaslamp Quarter.

 

 

자, 내일은 샌디에고에서의 (오늘 왔는데 벌써) 마지막.

내일은, 발보아 파크와 코로나도 섬에 갈 예정이다.

내일도 이렇게 햇살이 반짝하길 바라며 벌써부터 두근두근 ♡

Posted by honey,H
,

 

 

 

 

 

 

 

 

 

 

 

 



This is San Diego.
What I had waited for.
What I had imagined.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