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그리고 브라이스 캐년까지.



DAY 9.  _18.9.2.


이제 더이상 LAZY & CRAZY 한 여행은 없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TOO MUCH BUSY 로드트립이 시작하는 날!

사실 어제 아침 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부모님을 픽업!

빡세게 몬테레이까지 갔다왔지만 관광을 하러 간건 아니고, 30년 전 살았던 가족 추억여행을 간 거라 여행기에서는 과감하게 뺐다.

그리고 이제부터 빡세디 빡센 그랜드써클 로드트립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 올해가 부모님 모두 환갑이셔서, 어떤 기억에 남을 선물을 드릴까 하다가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준비하게 되었다.

로스쿨 다니던 시절, 아빠가 다시 한 번 몬테레이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고 나 졸업하면 우리 가족 다같이 미국서부엘 가자! 했었는데

어쩐지 지금이 아니면 이제 부모님이 더 나이드셔서 로드트립은 어려울 것 같아서 2년 연속 부모님과 함께하는 로드트립 결정!

대박 환갑선물! 미국 서부 로드트립!



대신 지난번 여행의 교훈으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코스를 짰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정신이 너덜너덜할 만큼 무리스러운 여행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가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서, 

라스베가스에서부터 브라이스캐년 숙소까지 이동하는 것 뿐!

널널한 줄 알았지만, 4시간 운전이 만만치가 않다. 만만치가 않아...

(이 날 이후로 가장 짧은 운전거리였던 것 같다....OTL)



브라이스캐년 가는 길. 라스베가스를 지나니 그 뒤로는 한적하고 지루한 직선도로가 이어진다.



일주일동안 수고해준 우리 SUV와 함께!



근데 사실 어마어마하게 컸다.





작년 겨울에 친구들과 먼저 그랜드써클을 여행했던 동생이, (동생은 캐나다에 이어 이번 여행에도 참석하지 못했따 ㅠㅠ)

모뉴멘트 밸리가 비포장도로니까 세단 말고 SUV를 빌리라고 해서 

3명 밖에 안되지만 Herts에서 SUV를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키를 받았는데

생각없이 타고 다니다보니 차가 5인승이 아니라 8인승쯤 되는 엄청 큰 SUV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빠 왈!  딸, 왜 이렇게 큰 차를 빌렸나고......

나도 이렇게 큰 줄 몰랐지....(☞☜) 보고 빌렸나...인터넷에서 그냥 적당하게 골랐지.ㅋ

좀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차체가 워낙 크고 넓어서 짐도 많이 싣고 널부러져있기도 좋아서 로드트립용으로는 결과적으로 아주 편리했다는 거!

역시 돈이 최고다! 역시 크고 좋은게 최고다! 




구글맵을 찍어보니 4시간이라서 금세 갈 줄 알았는데 중간에 좀 쉬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 새 노을이 다 지고 나서야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했다.





숙소는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Ruby's Inn Best Western Plus 로 잡았다.

13년에도 묵었던 곳인데 국립공원이랑 차로 10분밖에 안걸리는데다 그 때 시설도 크고 좋아서 야심차게 예약했는데

이번에 배정받은 숙소는 그때 기억이 왜곡되었었나....생각보다 별로여서 흠칫.

어쨌든, 우리는 내일 브라이스 캐년 일출을 보러 가기로 하였으므로! 

다들 피곤한 몸을 뉘이고 알람을 맞추고 첫날의 여정을 마쳤다.






DAY 10. _18.9.3.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아빠, 엄마, 나 일동은 잽싸게 일어나 얼굴에 고양이 세수하고 옷을 입는 대로 껴입고 

이게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캄캄한 밤길을 달려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으로 입장했다.

원래 국립공원 Pass를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Pass검사하는 사람도 음슴.

우리는 Sunset Point와 Inspiration Point 중에, 일출이 더 아름답다는 Inspiration Point로 향했다.



인터넷에 보면, 뭐 일출 보러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주차장에 차 대기가 어렵다는 둥, 사진기 들이밀 데가 없다는 둥 후기가 있어서

일출보다 1시간 전에 달려갔는데, Inspiration Point 주차장은 민망하리만큼 텅텅 비어있었다.

게다가 일출도 한참 남아서 밖은 너무 캄캄하고 불빛도 없어서 무섭고 제대로 온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빠가 차를 주차하고서, 또 왈!

사람들로 붐빈다더니 우리 밖에 없네! 촌스럽게 제일 일찍 왔네!

아빠!!! ㅜㅠ 힝......



차에서 시간을 좀 때우다가 슬슬 여명이 밝아오기에 옷깃을 여미며 슬슬 올라가봅니다.

아직 여름의 기운을 벗어나지 않은 9월 2일이지만, 해뜨기 전은 너무너무 추웁다 ㅠ

여러분, 일출을 보려면 옷을 따숩게 입어야 합니다!




Inspiration Point로 올라가는 엄마와 아빠의 실루엣


가장 높은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는 중




빛이 들기 전의 Inspiration Point의 풍경 (1)



빛이 들기 전의 Inspiration Point의 풍경 (2)



해 뜨기 전에 인증샷! 옷을 몇겹을 껴입었는지 모른다.




어둠이 가시고 해가 뜨기 시작하는지 어두컴컴하게만 보였던 브라이스 캐년의 후두들이 섬세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몇년 전 겨울의 눈덮인 브라이스 캐년을 보았을 땐 후드들을 뒤덮은 눈이 압도적이라 융단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초가을에 마주한 민낯의 브라이스 캐년의 풍경은 마치 지구가 아닌듯한 생경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이 만든 건물과 도로로 뒤덮인 세상에 있다가, 지구의 속살이 다 드러난 것 같은 캐년을 내려다보니 

새삼 내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 지구가 참 신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해가 후두들을 비출만큼 높이 떠올랐다.



황금빛 햇살이 후두를 비출 때, 황금빛으로 물드는 후두들의 풍경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Inspiration Point의 후두에 빛이 들만큼 해가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형 때문에 예정했던 일출시간보다도 상당히 늦게 해가 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45도 각도의 황금빛 햇살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할 때,

수천 개의 후두들에 황금빛 햇살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두운 장막을 물러내고 황금빛 파도가 밀려드는 장면이었다.

해가 위에서 내려쬘 때보다 사선으로 빗겨 들어오면서 후두의 입체감이 생생하게 도드라졌다.

쨍한 한낮에 왔다면 이 수천 개 후두들의 입체감이 덜했을 것이다. 

이래서, 브라이스 캐년에 일출을 보러오는구나.

바다에서 해가 끓어오르는 그런 일출과는 전혀 다른 그런 일출이었다.

섬세한 자연의 조각에 빛이 드리워지는 것에 경외감이 느껴졌다.

햇살이란 것이 이렇게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햇살이 없을땐 칙칙하게만 보였던 풍경이, 

햇살 아래서 자기 본연의 색을 최대치로 내뿜게 되니까.



엄마랑 나랑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받은 선물을 개시해버린) 아빠와.



바람이 몰아치는데 독사진도 남겨봅니다.



2013년 1월 말. 눈에 덮여 수천개의 후두들이 눈에 뒤덮여 있던 때


Inspiration Point 전체샷 (해 뜨기 전)


Inspiration Point 전체샷 (해 뜨는 중)



Inspiration Point에서의 황홀한 일출 구경을 끝내고 장소를 옮겨 Navajo loop Trail을 내려가보기로 했다. 

Navajo loop Trail은 브라이스 캐년 내부로 내려가 볼 수 있어서

View Point에서 내려다보는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협곡 아래서 위를 올려다 보게 되는 또 다른 View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려갈 땐 웃으며 내려가지만 올라올 땐 이를 악물어야 한다..ㅠ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던 중 만난 토르의 망치!



드디어 시작된 삼각대 가족사진! 가족여행에는 삼각대와 리모컨이 짱이다!



후두 사이의 깊은 협곡 사이를 내려가는 길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좁은 협곡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 멀리 손톱같은 초승달



다시 올라와서 마지막으로 만세 인증샷!




해가 다 뜨고 나자 거칠 것 없는 태양이 얼굴에 곧바로 내리 꽂으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침이었는데도.

시간이 더 넉넉했으면 트레일을 따라 더더 깊이 내려가볼 수 있었을텐데

사실 오늘 정오에 인스타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는 안텔로프 캐년을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브라이스캐년에서 더 느긋하게 트레일을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엄마아빠는 자유여행을 하니 이렇게 트레일도 걸어서 협곡 안으로 들어와 걸어보고 얼마나 좋으냐

에둘러서 이 여행을 준비한 나를 칭찬해주신것 같다.


여행이 끝나고 이렇게 여행기를 쓰다보니, 엄마아빠가 중간 중간 한 마디씩 던졌던 말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부모님과 하는 여행은, 여행 전과 여행하는 동안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친구들과 하면 나눠할수 있는 준비를 내가 다 해야 하는)

이렇게 끝나고 나서 추억했을 때 훨씬 더 뭉클해지는 감동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미친 매력 때문에 내가 작년에 다시는 길게 부모님과 여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서

올해 기꺼이 또 한 번 로드트립을 시도했나보다.



Bryce Canyon 표지판 앞에서. 이렇게 찍어놓으면 두고두고 꺼내보게 된다.





자, 이제 시간대를 넘어 주(State)를 넘어, 안텔로프 캐년으로 출발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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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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