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9. Mon.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 Seoul

 

 

자고로, 어른이 되었어도

엄마 말 잘들어서 하나 손해 볼 것이 없다.

 

어제 Bertrand at Mister A's에서 즐겁게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데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 비행기 출발 시간 다시 한 번 잘 확인해라"

 

 

예예 어머니.

제가 여행을 벌써 10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비행기 시간 하나 확인 안 해봤을까봐요 ^^

 

 

 

예예. 그런데

나는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

 

 

어제까지의 화창한 날씨는 어디가고 오늘은 떠나는 날 안개가 자욱하네요~

 

 

 

 

밤에 소파침대에 누워서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침 6시 45분 비행기라서 새벽에 일어나 우버나 리프트를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이래저래 뒤척이다가 새벽 4시 20분 알람소리에 맞춰 리프트 앱에 택시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하고서

간단히 씻고 짐을 챙기고 리프트로 택시를 call했다.

그런데, 분명 근처를 맴돌던 택시들이 모두 BUSY라며 잡히지가 않는 것이다.

 

 

 

마음이 살살 조급해지던 차에, 비행기 시간까지는 넉넉한가 싶어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는데..

6시....15분?!!!

45분이 아니고?!!!!

 

 

내가 순간 잘못본걸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4시 50분이고, 비행기 출발이 6시 15분.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보딩 마감시간도 맞춰야 하는데...심장이 내려앉고 손이 벌벌 떨린다.

제엔장!!!!! 이걸 놓치면 나도 K도 내일 출근 펑크란 말이야!!!

 

 

그러는 동안 마침 다행히도 우버에서 택시가 잡혔고, 15분 뒤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어머. 그러면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50분 남는거야? ^^...........

국제선을 50분동안 수하물 넣고, 출국수속하고, 보안검색하고 할 수 있는거야? ^^.............

나 예전에 LA에서 밴쿠버 가는데도 줄 서느라 1시간 안에 못맞출뻔 했는데...^^...........

 

 

다급한 마음에 (사실 집 앞에서 기다리면 되었는데) 그 새벽에 캐리어를 끌고서 길을 헤메는데

왜 이제 어제 엄마가 비행기 출발 시간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했을때 안했을까 후회도 되고

이렇게 또 대형사고를 하나 추가하는건가 싶기도 한 가운데

(아 내가 이렇게 사고친 걸 모아서 책을 내려는 계시인가...)

마침 우버가 도착했다.

 

 

우리가 헉헉거리며 달려가니,

우버 기사가 몇시 비행긴데 이렇게 급하냐고 물었고,

우리는 6시 15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짐을 실어주던 기사 아저씨 왈

 

 

 

"나 지금 공항에서 오는 길인데, 지금 공항 문도 안열었어.

시간 아주 충분해~ 가다가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갈래? :)"

 

 

 

 

하아...........

다행히도 SAN 공항 자체가 도심에 있어서 우리는 5분만에 도착했고(;;)

마음과 머리는 놀라서 아주 정신없었지만 무사히 보딩 수속과 보안검사까지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3일 잘 놀고서 완전 대형사고 칠 뻔 봤다...ㅠㅠ

 

 

 

짧은 여행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샌디에이고는 내가 상상하고 TV에서 보았던, 미국이자 캘리포니아 그 자체였다.

샌프란시스코도, 라스베가스도, 엘에이도 모두 제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샌디에이고의 햇살과 여유로움, 화창함, 그 공기까지도

내가 어렸을 적 꿈꾸었던 미국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생각보다 좋았고,

표를 끊으며 상상했던 따뜻한 햇살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면 짧은 3일 동안 한국 생각은 정말 하지 않고 지냈다.

뉴스도, 메일도 확인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안부를 붇는 친구도, 또 내가 안부를 물을 친구도 없었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렇게 샌디에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왠지 여행보다 비행시간이 긴 것은 착각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단체투어 관광객 아주머니가

샌디에이고 하나 보려고 3박5일로 미국을 갔냐는둥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 신공을 펼치시는 바람에

3일동안 행복했던 기분이 박살나는 것도 같았지만.

 

그리고, 돌아오는 인천공항에서

나는 빨간 기념품같은 가방을 멘 남자를 한 명 보았다.

 

 

마치,

나와 K의 다음 여정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처럼.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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