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2일 (1) 

붉은빛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 아야소피아

 

 

이스탄불에서 맞는 세번째이자 마지막 아침.

오후 비행기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기 때문에

어제밤 미리미리 짐을 싸놓고서, 또 아침일찍 술탄아흐멧 역을 찾아 나섰다.

오늘도 유로자전거나라 비잔틴 투어(!!)를 예약해놓았기 때문!

 

첫날, 오스만 투어를 해보고서 유적지는 자유여행을 하는 것보다, 가이드 설명을 듣는게 훨씬 유익할 것 같아서

아야소피아가 포함된 비잔틴 투어를 또 예약했다. (추천추천!!)

 

첫날은 투어를 처음해봐서 뻘쭘뻘쭘했는데, 오늘은 한 번 해봤다고 완전 여유작작.

가이드님도 그저께 오스만투어를 함께 진행했던 가이드님 팀에 배정되었다. 후훗.

 

매일 보는데 매일 찍는 블루모스크 앞에서 :)

 

 

 

8시 20분에 아야소피아 역에서 모여서 처음 간 곳은, 아야소피아가 아니라..... 두 개의 오벨리스크가 있는 옛 전차경기장 히포드롬 광장.

으응? 전차경기장? 로마의 콜로세움같은게 여기 이스탄불에 있다는 것이야? @@?

 

 

가이드가 설명해주기를 - 원래는 비잔틴 시대 전차경주가 벌어지던 세로 500m, 가로117m의 경기장이었다는데,

사실 지금은 건축물들은 다 흩어져버리고 3개의 기둥만 서있는 평평한 땅이라고 한다.

 

 

이제는 그저 공원일뿐인 히포드롬 광장의 모습.

 

오벨리스크와 청동 기둥.

 

 

 

나선형의 청동기둥은 원래 세 마리의 뱀이 서로 꼬아올라가는 모습의 기둥인데,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그리스의 아폴로 신전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뱀 기둥은 원래 더 높았는데, 머리와 상단부분이 파손되어서 지금은 저 기둥만 남아있다고.

떨어져 나간 뱀 머리 중 하나는 이스탄불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하나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찾으면 대박일거니 남은 이스탄불 여행동안 잘 둘러봐야.......쿨럭. 찾으면 횡재하는거다잉.

 

 

이집트 오벨리스크 앞에서 :)

 

 

마치 파리에서 본 것만 같은 오벨리스크가 이스탄불에도 있다!

사실 터키에서 오벨리스크를 보다니? 살짝 쌩뚱맞다고 생각했는데

비잔틴 시대에 콘스탄티우스 황제가 이집트에서 가져 왔다고 한다.

원래 높이는 60m, 무게 800톤의 거대한 규모였는데, 상단부분인 약 20m만 띄어 온거라고.

 

원래 오벨리스크는 60m짜리 통 암석이었다는데 기원전 16세기에 저걸 저렇게 반듯반듯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서 잘라낸

이집트인들의 솜씨가 그저 대단할 뿐이다.

현대인들도 저렇게 커다란 화강암을 통째로 깎아내라고 한다면 현대기술 없이 만들 수 있을까.

고대 이집트인들이 존경스럽다 못해 경이로워지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 드러난 분홍빛 아야소피아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이스탄불 관광의 끝판왕! 아야소피아로 향합니다.

이 아야소피아때문에 비잔틴 투어도 신청했다는거!!

 

 Hagia Sophoa, Ayasofya Muzesi. (비잔틴 건축의 대표, 성 소피아 성당)

 

성스러운 지혜를 의미하는 이 아야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제국 900년동안은 그리스 정교회 성당이었고,

오스만제국이 들어선 이후에는 약 480년동안 이슬람 모스크였으며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한번의 화재와 한번의 혁명으로 인한 파괴를 거쳐 세번째 지어진 성당이 현재까지 굳건히 그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현존하는 비잔틴 예술 정점으로 불리는 지금의 아야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제국 초기에 건축되어 로마 건축의 영향을 많았을 뿐 아니라

1천년의 세월이 흐르고 오스만제국시대에 모스크로 바뀌며 첨탑과 이슬람 양식이 첨가되어 동서양 건축양식을 골고루 갖춘 건물이다.

- 이스탄불 홀리데이 참조

 

역시 이스탄불 최고의 인기 관광지답게 8월의 햇볕이 내리쬐는 아침부터 줄이 얼마나 길던지.

가이드가 있으면 따로 먼저 들어간다던데 이마저도 전날 크루즈에서 내린 단체 관광객들과 뒤섞여 입장부터 쉽지가 않았다.

땀범벅이 되어 입국심사대같은 입장심사대를 통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들어가봅니다. 아야소피아!

 

 

스테인드 글라스와 천장의 성모마리아 그림으로 장엄한 본당의 모습

 

 

 

아야소피아에 들어가니 약간 컴컴한 실내에서 굉장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거대하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뭔가 무겁다. 발길이 닿는 바닥의 돌느낌때문일까?

내가 받들고 서 있는 것도 아닌데, 무겁다는 생각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마- 그만큼 압도되어서였으리라.

 

본당으로 들어가니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반쪽이 공사중으로 가려져있어서 아쉬웠지만

지금까지 봐온 성당들과, 모스크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 건축물. 이 실내장식의 느낌.

 

 

안타깝게도 본당의 반쪽이 공사중이었다. 금박으로 얼굴이 가려진 천사 세라핌과 성당의 가운데 돔.

 

 

이 무거운 건물을 들어올리고 있는 건, 이 본당의 대형 중앙돔.

약 15층 높이에 맞먹는 55m의 대형 중앙돔과 두개의 반원형 돔이 중앙돔을 받치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버티고 있지만, 사실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안에 건축했기 때문에

돔을 받치고 있는 벽이 벌어지는 위험이 있어서 후대에 계속 부벽을 붙여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고 한다.

 

 

6개의 날개가 달린 천사 세라펨. 유일하게 얼굴이 복원되었다. 천사에게 둘러싸인 성모 모자이크

 

오스만 제국의 흔적도 보인다. 대형 아랍어 칼리그래프.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정교한 모자이크는, 이후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 모스크로 바뀔때 모두 회반죽에 덮어져버렸다.

지금 열심히 복원작업을 하고 있지만, 회반죽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그 위에 다시 회반죽을 덮어서 회반죽 덩어리를 띄어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모자이크들도 다같이 뭉텅이로 빠져서 이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오스만제국의 역사도 역사이지만, 그 속에 묻혀버린 비잔틴 시대의 유물을 온전히 감상할 수 없는 후세의 나는 속상할 뿐.

마치 멕시코시티에 갔을 때, 정복자들이 지은 수백년된 성당 아래 피라미드의 유물들이 묻혀 있는데

이미 성당조차도 역사가 깊어 함부로 허물수 없어 피라미드 유물들을 꺼내기 어렵다고 했던게 생각이 났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뒤덮어버리면 끝인걸까 .

 

 

 

열심히 설명중인 가이드님 :)

 

 

<최후의 심판> 14세기 모자이크 원화로 예수님의 최후 심판날을 그렸다. <이레네 황후> 12세기 모자이크로 아기예수에게 봉헌하는 황제와 황후

 

 

 

 

2층에 올라가면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슬람 승리의 회반죽에 가려져있던 비잔틴 시대의 저교한 모자이크를 보는 것도 아야소피아를 구경하는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가이드님이 있었던 덕분에 거대한 아야소피아를 헤메지 않고 중요한 작품들을 골라 설명을 들으면서 다닐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가이드님을 따라 다닌 덕분에....내가 헤메며 여행할 수 없었지만.

 

다들 잠시 자유시간을 갖고 흥미 있는 곳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나는 살짝 지쳤다. 이제 이스탄불의 마지막이기도 하고.

그저 본당을 조금 휘적 휘적 걸어다니다가

가이드님께 부탁해서 본당내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윙크하고서 엄지를 치켜세운 나. 이번 여행에서 참 좋아하는 사진 '-')=b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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