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밤생각

■ 삶 2013. 6. 14. 01:09




#1. 



무엇을 이루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절박함'이 아닌가 싶다.

가끔 무엇에서부터 잘못되었나 생각해보면 

- 근본적으로 '절박함'이 없어서였을 때가 꽤 있었다.

절박하면, 하게 된다. 닥치고 하게 된다. 






#2. 


그저께 세라워크를 가는 길에 청각장애우가 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청각장애가 있는 바리스타는 친절하게 주문을 받았고, 나는 그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을 했다. 

내가 주문한 커피가 정성스럽게 준비되는 동안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인간이 만든 기계가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하다 한들, 

인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가 있을까.

우리의 몸이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고, 그에 맞는 기능들을 하게되기 위해서

셀수없을만큼 많은 세포와 신경과 조직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우리를 만들어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남들보기에 크게 의아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를 갖추고, 

또  살아가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게

얼마나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인가?


또 그 모든 것들이 100% 기능을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닌가?

우리 몸이 100만개의 기능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그중에 98만개쯤 기능할 수도 있고, 76만개쯤만 기능하는 것일수도 있다. 

또 각각 100%, 80%, 발휘하는 정도들도 다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 커피를 만들고 있는 저 청각장애우는, 100만개의 기능 중에서 귀가 잘 들리는 기능 하나가 떨어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장애의 유무는, 정도의 차이일 뿐 아닌가.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사람들 눈에는 내가 장애가 없어보일지 몰라도, 

아마 내가 발휘할 수 있는 기능 중 많은 것들은 제기능을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모두가 다 똑같다. 다르지 않다. 






#3. 


대개는 혼자여서 외롭다..라는 감정에 빠지지만

가끔은 그냥 혼자여서 좋은 시간들이 있다. 

아마 혼자여서 외로운 이유는 -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순간, 그런것들을 함께 보고 듣고 공유하고 싶은데 그럴 대상이 곁에 없다는 그런 이유인 것 같다.


혼자여서 좋은 때는, 

이런 새벽.

남들은 다 잠이 든 새벽 세시.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여름밤 공기를 맞을 때.

정신 산만하고 (남들 눈에는) 정리가 안된 방이지만 

나만의 공간에, 내게만 의미있는 물건들로 둘러싸여 있을 때.



그리고 버려진다는 것이 두렵지 않을 때.




나 하나로 충분한 일도 둘이 되면 버거울 때가 있다.

때론 둘이라는 관계가 거추장스럽고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소모하게 하는 때가 있다.

타인에 의해서 내가 좌지우지 되는 그런 상황은 싫으니까.




서울 한복판에서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리는 이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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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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