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일 (2)
Mexico City, Mexico



1월 1일이라 휴관일일꺼라고 생각했던 멕시코 시티의 인류학 박물관은
버젓이 영원중(?) 아니, 개관중이었다! 헐..좀 일찍 올껄. -_-

 El Museo Nacional de Antropología .
멕시코의 국립 인류학 박물관은 멕시코 시티에서 피라미드와 함께
꼭 보고 가야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인류학 박물관이다.

무려 48mpx나 내고 입장한 박물관은 커다란 ㄷ자 1,2층 건물로 관이 16개 정도로 되어있었고
꼼꼼히 본다면 하루종일 봐도 다 못둘러볼 것 같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박물관이었다.
인류학 박물관답게 인류문명시초부터 멕시코의 아즈텍, 떼오띠우아깐, 마야 문명등등
다양한 역사적, 인류학적 출토물들을 전시해놓았다.



출토물들의 스케일부터가 어마어마하다.


NG샷인데 왠지 생동감이었어서 우후훗.


나름 영어오디오 가이드도 빌리고 의욕적으로 전신관람에 나섰지만
박물관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큰데다가 정작 영어로 설명해주는 작품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처음에야 귀기울여 듣다가 고새 때려치워버렸다

설마 이것은....DDong?

아,, 머리가 잘린 뱀이었군요 -_-


멕시코시티를 구경할때는 한국인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더니, 정작 박물관에 갔더니 한국인이 드글드글 했다.
오랫만에 하는 한국인 구경...(..) 연배를 보아하니 초등학교 교사님들로 보이는 30대 초중반의 한국여인네들.
한국인과 안면트고 괜시리 아는 척 하는게 싫었던 우리들은 열심히 관람에만 집중했는데
어느샌가 우리 주변에 관광가이드 책을 들고 얼쩡거리는 왠 한국인 남자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꾸 우리를 졸졸 따라 오는 것을 보니 우리와 동행하고 싶은 눈치가 보였는데
은근 슬쩍 우리들한테 유적지에 대한 질문을 해오길래 나는 슬그머니 피해버렸고;
선희언니가 고분고분 대답을 받아주다가 그렇게 박물관 1층을 같이 돌게 되었다.

저 화려한 색채가 2000년도 더 전에 칠해진 것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선희 언니와 함께



아즈텍 문명의 계급.


왕은 아마 저런 복장을 하고 있었나 보다.



인류학 박물관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아즈텍과 마야문명 출토물들이었는데 그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커다란 출토물들은 유리관안에 집어넣지 못해서 그대로 개방해놓았는데 은근히 저 출토물을 가지고 장난을 많이 쳤다.

드래곤볼처럼 원기옥을 모으는 ......(...)


원래 저렇게 유물에 손대면 안되는데; 내가 저렇게 장난치면 관리인들이 와서는
씽긋 씽긋 웃으면서 건들면 안된다고 가벼운 경고를 보내주었다.
근데 다른 멕시코애들이 건들면 무섭게 화를 냈다는.;;;

귀여워.../ㅁ//


그 새 그 한국인 오빠와 경계를 풀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멕시코에 오기 전에 벤쿠버에서 환승을 했다며
벤쿠버에 아주 폭설이 내렸다고 했다. 밀짚모자를 벤쿠버 공항에서 잃어버렸으니 돌아가면 찾아달라는 부탁도;

만지지 말랬는데 또 손대는 어글리 코리안;;


1층만 돌았는데도 거의 기진맥진,,, 그 한국인 오빠는 일행들과 다시 만나러 가야한다며 박물관에서 빠빠이 했으나
우연히 박물관을 나가는 길에 일행들과 함께 다같이 만나 같이 저녁식사를 하러가기로 했다.
그 일행은 한국인 남자 셋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데 멕시코에서 일정이 맞아 같이 다니는 거라고 했다.
딱 보니 한 눈에 셋 다 성격이 도드라져 보였는데
우리를 따라다닌 오빠는 성격 싹싹하고 사교성(오지랖) 좋은 사람이었고, (후드군)
덩치큰 뿔테 안경은 자기 주장이 굉장히 강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었으며; (안경군)
비니를 쓰고 있던 훤칠하게 생긴 사람은 말수 적고 조용조용한 그런 사람이었다. (비니군)

새해라 문을 연 식당도 별로 없었고, 책자에 소개된 식당에 들어갔는데 으..생각보다 별로였다. 서비스도 음식도.
'역시' 한국인 남자들인지라 맥주를 식사와 함께 시켰는데 오빠들은 냄새가 역하다고 음식에 별로 손도 못대고
나와 선희언니만 별 생각없이 또 배터지게 먹었다. -_-



춥다고 후드군에게 여분의 옷을 부탁했는데 비니군의 후드를 가져다줬다;


식사를 다 하고 나니, 오빠들이 술마시러 가자고 -_-;
그런데 비니군이 자기는 피곤하다며 숙소로 돌아가버렸고
선희언니는 안경 쓴 남자가 너무 맘에 안든다며 계속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눈치를 줬다.
그래도 꾹꾹 참으며 가이드책에 나온 술집들을 다 찾아가봤는데 새해라 다 문을 닫은 상태.
우리 호스텔 6층에 칵테일 바가 있었지만 거기까지 가서 오빠들이랑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아서
호스텔 앞에서 빠빠이하고 헤어졌다.


벌써 1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우릴 쫓아다녔던 빨간 후드티를 입고 있던 그 싹싹한 오빠의 이름은 아직 기억이 난다.
다음 날 피라미드에 갈꺼라고 했는데 다들 무사히 여행하고 지금쯤 다들 한국 어딘가에 있겠지?
어느 여행기 블로그나 싸이에 내 사진이 올라가 있을지도 몰라. 

                                                                                                                                                                                             
충격적인 소식.
방금, 이 여행기를 쓰다가 그 오빠 이름이 생각나서 싸이에 생각없이 검색을 해봤다.
오빠 이름이 워낙 특이해서 금방 찾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찾게 되리라곤 정말 생각도 못했다.

오빠 이름을 검색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글이...

"멕시코로 자원봉사를 갔던 지리교육과 ***군이 바다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학교에서 추모식이.....-2008. 02. **"


.............!!!!!!!!!!!!!!!!!
말도안돼. 말도안돼.
특이한 후드군의 이름도, 지리교육과였다는 것도, 멕시코로 워크캠프 자원봉사를 갔다는 것도....다 맞는데
죽었다는 사실만큼은 그 오빠가 아닐것만 같아!

아 정말 이럴수가.
무섭고 슬퍼서 눈물이 난다.
방금 전까지 내 블로그의 글자속에서 살아숨쉬고 있었는데,
지금쯤 한국에 돌아와서 어딘가 내 사진을 올리고 있지 않았을까 추억하고 있었는데
나와 선희언니는 이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학교도 다니고 졸업을 준비하는데
그오빠는 아직도 멕시코의 차가운 바다에서 떠돌고 있다니. 말도 안돼.

비록 한나절밖에 같이 있지는 못했지만
싹싹하고 붙임성좋고 활발하고 긍정적인 그런 사람이었다.
멋대로 구는 안경군에게도 잘 맞춰주었고
처음 만난 여학생이 춥다고 옷 좀 가져다 달라고 했을때도 아무 말 없이 옷도 빌려줄정도로 착한 오빠였는데....

차라리 영영 몰랐으면
내 추억속에서 내 기억속에서 언제나 웃음가득한 얼굴로 살아있었을텐데
이 땅 어디선가 이 오빠도 멕시코의 기억을 떠올리며 살겠지...라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을텐데.....

인연이라는게 무섭고
운명이라는게 무섭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쉬세요.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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