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하여튼 지독하게 덥다.
겨울은 정말 끔찍하게 춥더니, 여름은 정말 지독하게 덥구나.
아마 이대로 9월 중순까지 지독하게 덥다가 반짝 "청명하고 시원한 가을이에요~" 하고서는
금새 또 관악산북사면이라 1~2도쯤 더 추워요....라고 부가설명을 붙여야 하는 겨울이 오겠지


여하튼, 방학이라 월요일이나 일요일이나 아무것도 다를게 없는데도
왠지 모르게 일요일은 좀 마음이 느긋해진다.
늦잠을 자도 용서가 되고, 소파에 누워서 리모콘을 돌려도 용서가 된다.


어제는, 기말고사의 전투애로 다져진 법오테이블 6명이 삼청동에서 모였다.
로스쿨 사람들을 학교가 아닌, 학교밥이 아닌,  공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테마로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학교 안에 있으면 그렇게 절친같다가도, 학교 밖에서 만나면 뭔가 서먹한 감이 있다.
그래도 그 묘한 서먹함과 이질감을 느끼면서
서로 조금씩 사적인 사이, 그러니까 동기가 아닌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그 묘한 서먹함마저 나쁘지 않다.


우리(혹은 두리오빠)의 궁금증에 주방장이 나와서 기구들을 설명했다.


저녁식사를 하러 간 곳은  8steps. 6명이 들어갈 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자리배치가 조금..당황스러웠다.
마치 청교도신자 식탁에 나란히 앉은 기분, 그것도 맞은편 벽엔 난생처음보는 제빵용 기구들이 가득.
WTO 서면을 쓰고 기절했던 3명과, 국제 인도법 서면을 코앞에 둔 1명과 로리뷰 편집으로 정신없는 1명과
지난주 갓 일본에서 정신놓고 놀다 들어온 1명이 두서없이 뒤섞어가며 얘길 하는 통에
"내 말 듣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한거야?" 류의 확인질문이 몇번 나오긴 했지만서도
정신없는 와중에 무난한 남자, 여자들이 평가하는 여교수, 교수직 아버지의 집안생활, 눈 앞에 걸린 제빵기구 맞추기 등의
다양한 화제로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 와중에 단연 우리들을 압도했던 키워드는 무난함.

"정감있는"선물

싸이월드 아이폰 앱을 시연받은 동희

손놀림은 래퍼저리가라.

2차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어느 Jazz Bar. 저녁식사한 곳보다는 좀 더 친근하게 모여 앉을 수 있었지만
공연소리와 사람들 떠드는 소리에 우리도 덩달아 목소리 볼륨을 키우면서 얘기하느라 나 오늘 목 다 갔다....
일본에서 사온 메이지 사탕. 남자들에게는 요구르트 스카치를, 여자들에게는 버터 스카치를 줬는데
맛은..요구르트 스카치가..... :-)
다들 고마워~ 하고 잘 받아가는데 희동이만 반쯤 뻘쭘한 얼굴로는 "너........정감 ..있다" 라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 뻣뻣한 표정으로 떠듬거리면서 말하는걸 보니, 칭찬받는거에도 약하고(!) 칭찬해주는 거에도 약할(?)
희동이의 진심을 담은 감사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ㅋㅋㅋ 근데 ..정감있다...라니....(.................)


2차에서도 역시나 교수님들 얘기와 다음학기 수업과 방학이 1달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푸념과
올해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과 (벌써?) 내년 여름방학 캠핑 계획...(...)
그리고, 문제는 소개팅 소개팅 소개팅.
두리오빠의 소개팅얘기때문에 분위기가 엄해지는 바람에
희동이가 (이유없이) 자폭을 했고, 정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희동이 얘기에 초집중했던 우리들은
정말, 일 순간에 다같이 빵 터져서는 완전 나자빠졌다....괜찮아, 희동아 너의 이미지는 여전히(?) 괜찮아.


잘 보면 왼쪽에 음악에 심취한(?) 병섭신이 ...



어쨌든,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난하지 않은 6명 중에 5명이 시끌벅적 떠들다가도 한번에 화제를 휘어잡는 건 희동이다.
3시간을 얘기하든, 4시간을 얘기하든 단 한방으로 그 날의 MVP를 받아가는 황희동 만담가님.


분명 그 훈남 의사선생님이 일주일간 금주! 라면서 신신당부를 했는데
나는 사랑니 수술한 것도 홀랑 까먹고 체리 보드카 한 잔을 들이키곤
다시 욱씬욱씬 거리는 왼쪽 잇몸을 감싸쥐고 집에 돌아왔다.


어쨌거나,
무난하지 않은 올해 여름, 무난하지 않은 공부들에 치여가면서도
지금 이 순간들이 아쉬운걸 보니 뭐 어쩌고 저쩌고 해도  무난히 행복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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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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