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사냥꾼은 끝까지 싸워 물리쳐야"
미 플렉시스사와 6년간 특허소송에서 이긴 김미형 금호아시아나 부사장
기사입력 2010.08.09 16:19:39 | 최종수정 2010.08.09 16:37:48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2004~2008년) 총 38건의 특허권 소송 공격을 받아 세계 1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총 34건)보다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지난 6년간 특허 소송 건수는 4배 이상 증가했죠. 역사적으로 보면 지배자는 `영토`싸움에 능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지적재산권(특허) 싸움에 강한 몇 몇 기업만 살아남는 특허 시대가 될 것입니다"

지난달 6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법무팀 팩스로 미국 오하이오 연방법원의 승소 판결문이 전송됐을 당시 김미형 고문변호사(부사장.46)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계 굴지의 기업과 지난 6년간 벌인 특허권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최근 금호그룹은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국제 특허 분쟁에서 의미있는 역사를 남겼다. 타이어 산화방지제(6PPD)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플렉시스사가 지난 2005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한 이래 6년간 지속돼온 `지리한` 특허권 분쟁에서 최종 승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ITC가 2번에 걸쳐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준 뒤, 올 7월 플렉시스 본사 소재 오하이오 연방법원 마저 특허 침해 소송을 기각하면서 추가 소송 가능성을 배제시켰다.

플렉시스사는 6PPD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대 고무화학 약품 기업. 그래서 금호의 승소는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것처럼 상당히 의미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외국기업이 특허 침해 제품을 수출해 미국 업계에 피해를 주었는지 판정하는 기구로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성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6년 간 국제 소송을 진두지휘한 그는 "패소했다면 연간 2억5000만달러(한화 약 3000억원) 어치의 산화방지제를 생산하는 금호석화 사업부의 존속자체가 불투명했을 것"이라며 "관계사 금호타이어가 만드는 금호석화 산화방지제를 함유한 타이어마저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말했다.

승소비결을 묻자 차분히 말하던 그는 이 대목에서 가장 흥분했다.

"좋은 로펌(법무법인), 비싼 변호사요?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신뢰와 정성은 그렇지 않아요. 기업이 외국 변호사를 고용해도 우리를 위해 100%, 아니 200% 일하도록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고객을 대신해 변호사들이 소송에 몰입하도록 유도해야죠."

그는 소송 진행 동안 `꿈`과 `현실`이 헷갈리는 적이 많았다고 했다. 소송에 24시간 매달리며 고민하다 보니 꿈 속에서 지시했는지, 실제 지시했는지 구분 못하는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천성이기도 하다. 93년 부터 고문변호사로 금호와 인연을 맺은 김 부사장은 원래 계약서 등을 꼼꼼히 챙겨 사내에서 `지독한 스타일`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비용 등이 두려워 자사에 불리한 합의(Settlement)로 국제 소송을 종결짓는 성향이 강하다"며 "금호 임원진과 석유화학 직원들이 `뚝심`을 갖고 소송을 적극 지원해준 것도 승소에 큰 원동력"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국내 기업들이 해외의 특허 소송 공세에 한층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되풀이했다. 제조시설도 없이 싼 값에 특허만 사들인 뒤 소송을 거는 특허 사냥꾼(Patent Troll)이 아시아 기술기업을 주 타겟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서비스업보다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에 특허 사낭꾼 공격에 특히 노출돼 있다 "며 "특허 소송이 과거 전기전자 중심에서 신성장동력 분야인 환경, 에너지, 바이오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 웨슬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 로스쿨 졸업과 함께 로스쿨 동문인 워런 크리스토퍼 전 미국 국무장관에 발탁돼 대형 로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소송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배우며 국제 소송에 관한 기본기를 닦을 수 있었던 셈이다.

노르웨이.우루과이 대사와 코리아헤럴드 회장을 지낸 김병연씨가 부친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주역인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빠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세계 지도자에 3년 연속 선정될 만큼 국제적 지명도도 높다.

[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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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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