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정리

■ 삶 2010. 8. 7. 02:39





외롭다고 생각이 들 때면
못된 버릇인건지 뭔지, 나는 핸드폰 연락처에서
더 이상은 연락할 이유도, 연락올 이유도 없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워버린다. .
이제는 정말 연락하기조차 민망한 옛 사람일 수도 있고
현재 내가 속한 집단에 있지만 제일 처음 연락처를 주고 받고는
그 이후로 겨우 목인사만 하는 사람의 연락처일 수도 있고.
그렇게 몇 명씩 연락처를 지우고 나면
그냥 왠지 모르게 마음이 홀가분해져.


오늘 우연히 친구들 싸이 순회를 하다가 절친했던
대학 동기의 싸이에 들어가보았다.
새터를 갔다온 후에 제일 먼저 일촌을 맺었던 친구였고
나보다 두 살이나 많았지만 오빠소리를 싫어해서 맘껏 이름을 불러댔었고
같은 반, 같은 수업들, 같은 조, 같은 동아리를 하면서
대학초반을 잘 어울려 지냈는데 -
조금 조용하고 엉뚱하긴 하지만 속이 깊은 친구라
말은 없어도 항상 그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는데

2학년이 지나고 보통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친구는 군대를 가고 - 나는 교환학생을 가고 -
내가 졸업반이 되어서
후드티대신 포멀한 옷을 입고, 컨버스 대신 하이힐을 신고, 민낯에 화장을 더해갈때
친구는 긴 군대를 마치고 복학한 복학생이 되어서 이제 막 학교에 다시 적응하려 하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 우리는 남들 다 하는 그런 싸이클을 서로 좇았을 뿐인데
뻘쭘하게 인사하며 스치는 사이가 되더니
이제는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는,
그리고 내가 서운한 마음에 일촌도 끊어져버려서는
이제는 서로 뭐하고 지내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네.


시계태엽을 앞으로 한참을 감으니까 우리가 친하긴 했었구나, 하나둘 추억이 떠오른다.
말로 다 표현해주진 않았지만 항상 뒤에서 챙겨주던 마음이 따뜻했던 친구였구나.
그랬던 너도 시간이 많이 지나고 그 따뜻한 마음을 내게는 나눠주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많이 서운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억해.
정경관에서 교양관으로 걸어가던 그 길에서 웃으면서 손 흔들어주던 너를.
그거면 충분하지 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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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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