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3일 (2)
여름휴가 4일째
자그레브
자그레브는 몇 시간이면 다 본다더니만 설마 했는데, 정말 작은 구역 안에 모든 관광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반나절이 짧을까 싶었는데 반나절이면 몇발자국씩만 걸어서 충분히 다 둘러볼 수 있다는거!!!
옐라치치 광장
우리는 옐라치치 광장의 인포센터에서 자그레브 관광지도를 한장 받아서
가볼만한 곳을 모두 체크해보았다.
1. 돌라츠 시장
2. 성모승천대성당
3. 로트르슈차크 탑
4. 성 마르크 성당.
5. 스톤게이트.
좋아. 이 다음은 자그레브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로트르슈차크 탑이다!!!
옐라치치 광장에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금세 로트르슈차크 탑 근처까지 도착했다.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거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키가 훌쩍 큰 웬 한국청년 한 명이 우릴 붙잡았다.
"저기요. 여기 자그레브에서 어디어디 가보셨어요? 생각보다 도시가 너무 작은거 같아서요"
"음, 저희도 잘 모르는데...어디어디 가보셨는데요?"
"아침부터 돌라츠 시장이랑 성모승천대성당, 그리고 저어기 타일지붕 성당이랑?"
"....저희보다 더 많이 보신것 같은데요...^^;;; "
"앗..이런...도시가 정말 작네요...ㅠㅠ"
역시......니 맘이 곧 내 맘.
볼 것 찾아다니는 한국인에게 자그레브는 아무래도 썩 성에 차지는 않는 도시다.
어쨌든, 로트르슈차크 탑에 올라볼까?!
my sketch from the top
꼭대기까지 올라서자 자그레브의 작은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로 코 앞에 성 마르코 성당과 성모승천대성당도 보였다.
화창한 날씨와 선명한 하늘.
시간도 여유롭고해서
슥슥 삭삭 작은 스케치를 남겼다.
아까 자그레브 관광정보를 묻던 멀끔한 청년도 탑에 올라왔다.
그림그리고 있는 내 옆에 와서는
쫑알쫑알 여행얘기를 신나게 하고는
오늘 자기들은 자다르(Zadar)로 떠난다며
즐거운 여행이 되라는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다 .
로트르슈차크 탑 아래서 기타연주를 하던 할아버지.
그림을 다 그리고서 탑에서 내려와 성 마르코 성당을 향해 걸었다.
그래봤자 거의 한 블럭 정도 거리이다.
로트르슈차크 탑 아래에선
할아버지 한분이 전자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은은히 퍼지는 기타선율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분명 아는 노래같았는데 .
조금 걸어올라가자 금새 성 마르코 성당에 도착했다.
Church of St.Mark (성 마르크 성당)
그라데츠 언덕의 상징이자, 타일로 장식된 지붕으로 유명한 성당.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혼재된 성당 건물로
1256년 세워졌으며 타일지붕은 1880년에 개축 공사를 하면서 덧붙인 것.
지붕 문양중 왼쪽은 중세 크로아티아 왕국, 달마티아 지방, 슬라보니아 지방을
오른쪽은 자그레브를 나타내는 문장이다.
- 어느 멋진 일주일 : 크로아티아 참고
이 건물 하나면 자그레브 인증! ><)=b
저 타일모양의 지붕이 진짜 독특하다. 마치 레고블록 짜맞춰놓은 느낌. 어떻게 성당에 이런 장식을 할 생각을 했을까?
아기자기한 외관때문에 성당마자 아기자기할 것 같은데 은근...덩치가 있다.
한참 앞에 나와서 찍어야지 성당 앞에 서면 사진찍기 힘들다.
1시의 태양빛이 내리쬐지만 꿋꿋하게!
그 다음 일정은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에서 에서 3시 30분 버스를 타고 로비니(Rovinj)로 가는 것이었다.
유명 관광지도 다 둘러보았겠다. 숙소 근처 노천카페에서 조금 노닥노닥 하다가
다시 트램6번을 타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트램을 타고 옐라치치 광장 근처를 벗어나니 탁 트인 녹색 잔디밭과 정원들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밤엔 캄캄해서 차마 보지 못했던 이 풍경.
괜시리, 마음이 철컹 - 했다.
아, 이런 곳도 있었는데 너무 관광책만 철썩 믿고 관광지만 돌아다닌건 아닐까.
이렇게 좋은 곳도 있었는데!
광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있었거늘.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나와 찐찡이는 어제 사둔 버스표를 따라 드디어 로비니(Rovinj)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크로아티아는 철도보다 버스간 이동이 훨씬 잘 되어 있는데
고속버스 안에 실내용 화장실이 딸려있는 커다란 고속버스로 이동한다.
드디어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창가쪽에 앉아 자그레브에서 있었던 일을 일기로 써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한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허리춤에 묶어놓은 셔츠가 갑갑해서 셔츠를 풀렀는데...
아/뿔/싸/........................@@;
그 순간 갑자기 뒷목이 서늘해지면서 식은 땀이 흘렀다.
럴쑤럴쑤!
묶어놓은 셔츠를 푸는 순간 갑자기 아랫배가 싸.....하게 아프면서 배탈의 신호가 온 것이다!!!!
그 즉시 바로 쓰고 있던 일기장을 덮어버리고 침착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이 버스는 무려 5시간짜리 버스..........이제 겨우 1시간 올까말까 했다규....
휴게소에 들르긴 들르겠지만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고
그보다 나는 배탈신호라 지금 1분 1초도 쉽지 않다고!!!!
억....................내가 수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이럴땐 어떻게해야 되는걸까....ㅠㅠㅠ
한 15분을 안절부절 못하다가,
그래. 이 버스 안에는 화장실이 있어.....민망하지만 화장실을 써보자!!!
하면서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끌어모아 뒷문근처의 화장실 문을 열었다.
...............
누가 여기다가 비품을 다 쳐박아놨어??!!?!?!?!?!
나 지금 심각하다고 ;ㅁ; 주여...............
분명 화장실이 딸린 고속버스였는데 창고로 쓴지 오래......OTL
이제 정말 얼굴은 하얗게 질려가고
내려달라고 해야되나...휴게소는 어디냐고 물어봐야 하나....방법이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을 때쯤.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어느 마을로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 작은 간이 버스터미널에 차를 세웠다.
할레루야!!!!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버스운전기사한테 "토일렛 토일렛!!!"을 외치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화장실 문을 밀치는 순간
"스따아아아압 !!!!!! 레이디!!!!!!!!!!!!!!! 뜨리(3) 쿠나!!!!!!!!!!!!!!!!!!!!!!!"
야!!!! 나 지금 .......ㅠㅠㅠㅠ....아라따...
....그대로 다시 버스로 달려가서
손에 집히는대로 동전을 집어들고
화장실 문지기에게 뜨리쿠나를 쥐어주고서야
비로소 나는 천국에 도착했다 (?)
로비니로 가는 길...
단언컨대,
약 10년간 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배탈따위를 겪은 적이 없던 나다.
피곤해서 편도선은 부어봤을 지언정, 물갈이도 안해봤던 나다.
배탈약따위 챙기지도 않는 나다.
진심...
그런데 오늘...나......
진짜 고속버스 한가운데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맥주가 문제였나? 아님 갑자기 염도가 높은 음식을 들이밀어서 그랬나?
여튼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앞으로 버스타는데 트라우마 생길것 같아....OTL
꼬불꼬불 산길을 달리다 어느 산 정상까지 온 것 같다.
버스에서 찐찡.
버스는 산길을 따라 거침없이 달렸다.
비록 산길이었지만 도로는 잘 닦여있었고
힘들지도 않았다.
중간에 바다가 보였다가 절벽이 보였다가 산이 보였다가
그렇게 자그레브에서 로비니까지-
서쪽을 향해 버스는 5시간을 달리고 또 달렸다.
이제 가는 로비니는,
여행책자에도 한페이지 소개될까말까한.
블로그에서 찾아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직은 크로아티아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다.
처음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할때
그저 제 2의 두보르브니크라는 말에 덜컥 1순위로 밀어넣고는-
동선이 복잡하다고 플리트비체를 빼버리게 한
그런 도시였다.
사실 아무것도 아는 것 없으면서.
HIGH RISK, HIGH RETURN
분명 - 알려지지 않은 만큼 뭔가 더 매력적인 게 있을꺼야.
그렇지 로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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