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2일 (3)
여름휴가 4일째
로비니(Rovinj)
자그레브에서 로비니로.
로비니(Rovinj)
"로비니는 크로아티아 북서쪽, 동유럽 아드리아해를 향해 돌출한 이스트라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이스트라의 진주' 혹은 이스트라의 두브로브니크 등으로 불릴 정도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
그저 인터넷 기사로만 읽어보고 대뜸 결정한 크로아티아의 작은 도시.
자그레브에서 출발한 버스는 리예카와 풀라를 지나 로비니를 향해 달렸다.
버스여행이야 너무 많이 해봐서 별 느낌 없었는데
로비니에 도착하기 1시간 전에 들른 풀라(Pula)에서 부터 뭔가.....쎄....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달까.
장장 5시간을 달려 날이 제법 어둑해진 밤 8시 30분.
드디어 버스가 로비니의 버스터니널에 멈춰 우리를 떨궜고,
짐칸에서 캐리어를 꺼내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멘.탈.붕.괴.
기사에서 읽었을 때, 아담하고 작은 도시라고만 상상하고 왔는데
헐??!!!! 유럽의 제 1순위 가족여행지라는 랭킹이라도 찍은걸까?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명동거리만큼이나 온 가족 유럽인들로 바글바글거리는게 아닌가? (-_-);;;
1차 멘붕.
미리 프린트해온 숙소 주소와 주인이 알려준 집 찾는 법을 가지고
이 사람 저 사람 잡고 길을 물어봤지만...
허걱....
영어가 잘 안통한다..............................@@;;
2차 멘붕.
겨우겨우 방향만 잡고서 미끌미끌한 돌바닥에 캐리어를 덜덜덜 끄는데
다들....동양인 처음 보듯 쳐다보고 지나간다...
단언컨대, 동양인이 단/한/명/도/없/다/
3차 멘붕.
갑자기 도대체 어쩌자고 이런 아무 정보도 없는 도시에 오자고 했으며...
반나절이면 다 둘러본다던 도시에 어쩌자고....3일씩이나 묵자고 한걸까.............
그랬다...
이번만큼은 하루단위로 이동하는 여행 대신, 2-3일씩 짐 풀고 푹 쉬자며
지도도, 책자도, 뭣도 없는 이 도시에 나는 3일씩이나; 숙소를 잡은 것이다......
내가 왜그랬지...?
무거운 캐리어를 돌바닥에 질질 끌고 가면서
어이가 없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좁은 골목길을 못찾아서 뱅뱅돌다가
겨우겨우 숙소 주소까지 왔는데
으응? 1층이 ....공방이다?;
여름밤, 공방앞에 작은 의자를 가지고 나와 돌을 깎던 할아버지가
캐리어를 끌고서 번짓수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 나와 찐찡이를 보고
뭘 찾냐고 물어봤고, 우리는 Garazotto 10을 찾아왔다고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여기가 맞다면서 숙소 관리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줬고,
그렇게 우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 낯설고도 복작거리는 로비니의 여름밤을 피해 도망치듯- 숙소로 들어왔다.
무슨 큰 일을 당한 것도 아닌데 - 식은 땀이 났던 건
아마 - 예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긴장감,
아무런 정보도, 자료도 없는데 언어도 잘 통하지 았는데 최후의 보루인 조력을 받을 한국인이 전혀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조차도 이런 긴장감과 불안함은 처음이라
그런 내가 낯설 정도였다.
내가 나이가 든 걸까?
멋모르고 용감무쌍하게 여행 다니던 21살의 패기롭던 내가 -
모르는 도시, 한국인이 없는 도시에 왔다고 이렇게 겁이 나나?
어쨌든,
여기서 우리는 3일을 지내기로 했고 되돌릴 수 없으니
잘 지내봐야겠지.
방 안의 창문은 영화에서나 보았던, 빗장을 거는 나무창문이었다.
끼이익- 거리는 창문을 열어보니 창문 앞엔 빨랫줄이 걸려있고
아래층 공방 할아버지와 손님들이 간간이 주고받는 목소리가
마치 어린날 외할아버지댁에 놀러갔던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나쁘지 않아. 괜찮아.
첫날의 우리집 앞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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