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살자, 자말.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
나만의 평점 ★★★★★
별 다섯 개가 아니라 별 열개라도 박아주고 싶은 영화.
괜히 아카데미 8개부분 수상이 아니다. 정말 오랫만에 맛보는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퍼펙트 웰메이드 영화다.
스토리, 영상미, 카메라워크, 사운드, 감동, 재미, 몰입도...모두 다.
내용은 간단하다. 인도의 빈민가,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차 따르던 고아 소년이 퀴즈쑈에 나가서 백만장자가 되는 것.
이 간단한 스토리를 마치 기억의 구슬들을 한 실에 꿰어넣듯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깔끔하면서도 탄탄하게 이끌어나간다.
척보면 답이보이는 그런 식상한 추리영화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고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디에서 답이 튀어나올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거기다 주인공의 우승을 방해하는 순간들마저도 너무 자연스럽게 찾아와 관객마저도 침을 삼키게 한다. 반전에 반전.
그리고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면서 보는 인도의 역사와 가슴아픈 현실들.
영화는 주인공의 힘들고 비참했던 어린시절을 비춰주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보고 있으면 안타깝지만, 안타까움으로 짜증을 자아내는 그런 억지는 쓰지 않는다.
차라리 가볍다. 가볍고 경쾌하고 때론 흥겹고 웃기기까지 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처해있지만, 관객들까지도 그래도 잘될것 같다는 희망을 어렴풋이 느끼게끔 한다.
분명 제목에서부터 슬럼가의 한 청년이 하룻밤에 백만장자가 되는 그런 인생역전의 스토리를 뼈대로 하지만
뭔가 한 사람의 인생이 고군분투하여 이렇게 성공하는구나...그런 감동의 스토리보다도
퍼즐처럼 맞추어 나가는 자말(주인공)의 다이내믹했던 인생의 에피소드들을 맛보는 재미가 영화의 매력이다.
그래서 스토리가 억지스럽지 않다는 거다. 억지스러운 감동을 주려하지 않으니까.
그저 자말의 인생을 함께 쫓아갈 뿐.
스토리도 잘 푸는데 더더군다나 카메라 테크닉과 사운드도 좋다.
할리우드영화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낯선 앵글과 각도의 샷들이 신나게 출몰한다.
그런데 낯설어서 튄다는 느낌은 커녕 신선하고 새로워서 몇몇 장면들이 뇌리에 팍 꽂힌다.
그런 샷들이 영화를 더 생동감 넘친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만든다.
또 리드미컬한 편집과 딱 떨어지는 배경음악까지.
또 확연히 느껴지는 원색적인 색채들, 판자촌의 판자지붕, 빨래터의 빨래들
무채색 회색빛 도시에서의 삶에 익숙해진 우리네들 눈에 인도의 거칠면서도 아름다운 빛깔로 그림을 그린다.
그들에게는 어렵고 힘든 삶의 터전이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어서일까, 알록달록한 그 모습이 아름답다.
영화가 끝날까봐 아쉬웠던 적은 참 오랫만이었다.
영화가 거의 끝날때쯤에 조금 웃기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눈물을 줄줄 흘릴만큼 큰 감동을 선사하는 그런 목적의영화가 아닌데
영화가 끝나려하니까 갑자기 영화 중반부에 나왔던 대사가 자꾸 스믈스믈 떠올라서.
"도망치면, 그럼 우린 뭐먹고 살아?"
"LOVE"
'■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두리 (1) | 2009.03.30 |
---|---|
토요일 오후의 여유 (0) | 2009.03.21 |
Exercise (0) | 2009.03.19 |
후회의 시간, 절망의 시간, 인내의 시간 (2) | 2009.03.17 |
이미 오래전 이야기 (0) | 2009.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