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야경'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2.08 (8) 모스크바 - 이별하는 마음으로 붉은 광장이여 안녕. 5
  2. 2017.02.04 (4) 모스크바 - 한 여름밤의 꿈 2

 

 

Day 4-2.

 

 


 

오늘 밤, 야간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푸쉬킨 미술관에서 나와 문화 예술의 거리라고 하는 아르바뜨 울리차 (АРБАТ УЛ.)로 향햇다.

아르바뜨까야 역에서부터 외무성까지 길게 뻗은 이 보행자 거리는

지금까지 이틀 동안 우리가 만난 모스크바와는 또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모스크바가 깨끗하고 정비된 청담동 같은 분위기였다면 (특히 츠베르까야 울리차부근)

여기 아르바트 울리차는 복작거리는 옛 대학로 혹은 옛 홍대골목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모스크바를 떠나기 직전에 다소 생소한 모스크바의 또 다른 모습을 이렇게 보았다.

어느 쪽이 정말 모스크바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인지 잠시 헷갈린다.

어쩌면 그 둘 모두일 수도.

 

 

아르바트 울리차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도 들어갔다.

 

크기대로 서 있는 마뜨료쉬까 인형들. :)

 

 

 

 

러시아 기념품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아마 열어도 열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 마뜨료쉬까(Матрёшка) 인형이 아닐까? :)

이 러시아 전통인형 마뜨료쉬까 인형은 다복과 다산, 부유함과 행운 등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5개까지가 세트인데 더 정교하게 만들어질수록 더 작고 더 섬세하게 만든 미니미 같은 인형들이 나온다. 

그리고 인형이 많을 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져있을수록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는 거.

하지만 기념품으로 사서 집에 크기대로 나열해놓으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너무나도 확실한 러시아 상징이어서 스타벅스 씨티 텀블러로도 있다. (완전 이쁨) 

 

 

 

마뜨료쉬까 모양의 마그네틱. 색깔도 장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아주 저렴♡

 

 

이 아이는 췌부라쉬까 ^.^

 

 

원숭이 같기도, 기즈모 같기도 한 이 녀석 이름은 췌부라쉬까(Чебурашк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러시아 어린이 프로그램의 외계인인가 우주인 캐릭터다.

이 췌부라쉬까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러시아어 선생님이 매 시험 때마다 100점을 맞으면 학생들에게 러시아에서 사온 선물을 주시곤 했다.

선물이 너무 탐난 나머지, 영어도 아니고 전공언어도 아닌 제3외국어를 열렬히 공부하여

중간, 기말, 중간, 기말 4번의 시험 중에서 3번을 100점을 맞았었는데

딱 한 번, 저 췌부라쉬까 포스터가 선물이었던 2학기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지 못해

가장 갖고 싶었던 췌부라쉬까 포스터를 못받았다는 슬픈 이야기가.....(ㅜ.ㅠ)

 

 

 

여하튼, 그 때 당시 러시아어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호감과 궁금함이 생겼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렇게 정말 러시아에 오게 되었고. :)

쓰빠씨바 ♡ (Спасибо)

 

 

 

 

 

도형 같이 귀여운 러시아어, 단낀도낫쓰 (ДАНКИН ДОНАТС)

 

 

 

아르바트 거리의 푸시킨 부부 동상과도 함께.

 

 

 

 

 

 

돌아다니기도 힘들만큼 뜨겁던 어제 날씨와 달리,

오늘은 날이 흐려 낮에는 시원했지만 저녁이 되자 약간의 부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쌀쌀해지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깼다가 다시 못자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체력고갈이 심한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밤이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밤의 붉은 광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불을 밝힌 역시박물관

 

 

그저께 밤, 리츠칼튼 호텔 라운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붉은 광장 건물들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Light up이 된 붉은 광장의 야경은,

첫날 이른 아침 단체관광객들이 바글거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야경을 즐기러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분명 싸늘한 바람에 부슬비가 내리는 밤인데도

분위기 자체는 낮보다도 활기차고 심지어 젊고 생기발랄한 느낌마저 들었다.

 

 

 

밤에 만난 성 바실리 성당과 스빠스까야 망루.

 

 

 

밤에 보아도 여전히 신비로운 느낌의 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밋밋하지만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가로등 불빛.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성 바실리 성당 앞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그 때는 마지막이란 마음에 얼마나 애를 썼는지.

 

이제는 호텔에서 짐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시간이어서 호텔로 발길을 돌리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 자리에, 바로 그 곳에 서있을

성바실리 성당과 굼 백화점과 붉은 광장이지만

나는 이제 이 곳을 떠나고 나면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모스크바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상상했던 것보다도 좋았지만

똑같은 도시를 특별한 이유없이 2번씩 가는 일은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로비니를 떠날 때가 생각이 났다.

떠나는 그 순간에도 로비니도 너무 좋았지만, 다시 가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

 

 

 

 

 

" 사진을 찍는 대신 나도 저 광장에 앉아

불 밝힌, 식지 않는 여름 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분위기를

호젓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는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모스크바를 떠난다.

떠난다는 아쉬움과 미련을 달랠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쫓기듯이 떠난다.

여행했던 도시를 떠나는 건 마치 이별하는 것 같다.

다시는 못 보는 그런 이별.

 

헤어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  2016. 8. 3. Trave note, Moscow in Russia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레닌그라드 역

 

 

 

 

이별하는 것 같은 슬픈 감상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우리는 호텔에서 짐을 빼 택시에 싣고 모스크바의 동북쪽에 위치한 레닌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출력해온 예약표를 가지고서 자동티켓발매기에서 표를 발권하고,

물을 사고, 짐을 추려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야간기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1층 객차의 4인실 중 침대 3개를 예매했는데,

나머지 1개 침대 주인공인 할아버지 한 분이 이미 우리의 침대칸에 타 있었다.

하악..웬만하면 여자이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네...(ㅜ.ㅠ)

 

 

10년전에 유럽에서 야간기차 타보고 정말 오랜만에 타는 야간기차네. 낭만 돋네....

우리가 탄 야간열차는 2015년에 도입된 2층 열차로 새로 만들어진 기차라서

내부 시설도 엄청 깨끗하고 화장실도 크고 깨끗하고 시트도 깨끗하고 바삭바삭 거렸다.

 

 

 

어느 새, 기차가 덜컹덜컹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칸의 할아버지가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자리에 누우셔서

우리도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조용히 흔들리는 기차 침대에 누웟다.

고작(?) 11시밖에 되지 ㅇ낳아 일기도 쓰고 싶었지만,

몸의 피로함이 나를 압도해서 자리에 눕자마자

덜컹덜컹 거리는 기차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그렇게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제 정말 헤어진다.

이별한다.

안녕, 모스크바.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 기차 이용하기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기차(주간기차/야간기차)가 있는데,

우리는 숙박비와 시간을 아낄겸 야간기차를 이용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야간기차도 2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붉은화살호라고 불리던 야간기차가 있고

2015년 새로 도입된 2층으로 설계된 야간기차가 있다.

 

야간기차의 좌석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가 가능하고, 미리 할 수록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예매싸이트 : http://pass.rzd.ru/

 

* 붉은화살호 (열차번호 002А «Красная стрела»)

  모스크바 23:55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7:56 도착

  2인1실 - 약 9만원 / 4인1실 - 약 7만원

 

* 2층열차 (열차번호 006А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 Москва (двухэтажный))

  모스크바 22:50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6:47 도착

  4인 1실 - 약 4만원

 

tip) 2층 열차는 모두 4인 1실로 되어 있고, 캐리어가 있는 경우 1층 객차로 예약하는 것이 탑승할 때 편리하다.

     객실에 타면 오렌지주스와 작은 빵이 들어있는 종이 상자가 테이블에 놓여져 있으니 1사람씩 챙기면 된다.

     같은 객실에서도 1층 침대가 2층 침대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 참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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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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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아호드늬 랴뜨 쇼핑몰 내에 있는 무무(MyMy)

모스크바에 30여개의 지점이 있는 체인 레스토랑으로 여기도 역시 셀프로 여러가지 음식 중에 골라담으면 된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볍게 한 끼 먹기에 괜찮은 것 같다.

 

 

 

꼬치구이인 샤슬릭과 구운 야채. 츤데레 직원이 카라멜을 공짜로 줬다.

 

 

낭만적인 가로등의 실루엣 :) 넘나 이쁘다.

 

 

 

 

 

저녁을 먹고서 간 곳은, 이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O2 Lounge).

츠베르스카야 울리차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 12층에 스카이 라운지가 있는데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도, 가서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이용할 수가 있다.

심지어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아도 잠시 경치만 보고 나와도 된다.

우리도 호텔로 들어가 안내를 받아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갔다.

 

시간은 딱 해가 질 때 쯤이었는데,

바로 붉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최전방 자리는 식사예약한 고객들에게 우선 배정되는 것 같았고

우리는 Bar를 이용할거라고 했더니 한 칸 뒷줄에 앉혀줬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데는 전혀 지장 없다 :)

 

 

붉은 광장 반대쪽으로 황금빛 노을이 진다. 저 멀리 스탈린 양식의 외무성(아마도)이 보이네.

 

 

 

한 낮의 뜨거웠던 열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넘어가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스카이라운지 뒷편으로 해가 넘어간다.

강남 한복판의 34층 건물에서 항상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나는, 아무 이유없이 러시아를 생각하곤 했었다.

저 광활한 하늘 해가 넘어가는 저 곳에 러시아가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가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 내가 그 해가 지는 곳에 있다니.

지금 저 해는 또 어디로 넘어가고 있을까.

 

 

저녁을 먹고 왔으니 가볍게 맥주를 한 잔씩 주문했다.

 

 

 

 

드디어 붉은 광장이 붉게 물든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황금색의 빛깔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아주 빠르게 물들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을 잃는다.

빛에 투명해졌던 사물들이 어둠에 탁해진다.

 

 

 

 

 

 

해가 지면서 붉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역사 박물관과 크렘린,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사원의 황금 돔.

 

 

 

 

 

드디어 완전히 해가 사라지고 검푸른 어둠이 내려앉았다.

건물에 하나 둘씩 조명빛이 들어온다.

 

 

 

 

건물 끝의 빨간 별, 노란 별들 사이 보이는 성 바실리 성당의 야경.

건물 끝에 달린 별 장식이 이 순간을 동화처럼 만들어준다.

딱딱해보이는 건물들 위에 크리스마스 같은 별모양이라니.

츤데레 같은 이 나라 사람들처럼,

건물들에서조차 웬지 모르게 웅장하고 거대한 위용 가운데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환상의 시간.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노을빛도 모두 사그라져가는 시간.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12층의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 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원한 여름밤 바람이 기분마저 설레게, 시원하게 한다.

 

이런 순간을 상상이나 해본적 있었을까.

 

러시아 모스크바 한 가운데서,

붉은 광장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여름밤을 즐기는

이 시간, 이 순간을.

 

 

2016. 8. 1. travel note in Moscow.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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