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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30일

미국 서부 여행 제 8일째 (3)

Death Valley, Nevada




Sand Dune에서 폴짝폴짝 즐거운 점프샷 타임을 갖고, 

우리는 이제 마지막으로 Death Valley에서의 제 1순위 추천 관광지인 단테스뷰 (Dante's View)로 향했다. 

단테스 뷰는 단테의 '신곡' 지옥의 편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곳에 가면 Death Valley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실 Sand dune에서 dante's view로 향하는 사이사이 잠깐씩 어딘가에서 내렸지만, 

진심 너무 피곤해서 남자들만 차에서 내려 구경하고, 나는 차에서 뻗어있었다.....(...막장 관광)


거대한 Death Valley를 차로 가로 질러, 드디어 단테스 뷰에 도착했다. 

나름 아침부터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온 건데도, 티투스 캐년 - Sand dune을 다 둘러보고 왔더니 서서히 해가 기운다. 

실은 이제 겨우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Dante's view에서 바라본 Death Valley의 풍경.



저 아래 하얗게 보이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소금이다.

Death Valley 중 일부는 해수면보다 저지대여서, 소금이 결정인 채로 굳어졌다고.

저 광활한 소금분지를, 단테스 뷰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Bad water> 쪽으로 가면 하얀 소금밭을 걸어볼 수 있다.

2007년에는 저 하얀 소금밭을 걸어다녔었는데...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한번 가봤었던 코스가 많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다만 나는 아주 급하게 현실과 동떨어지고 싶었고, 그 때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이 여행이기 때문에 합류했던 것인데

그랜드캐년도 그렇고, Death Valley도 그렇고 - 6년 전과는 아주 다른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기대 - 혹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똑같은 곳이었지만, 본 것도 - 느낀 것도 - 즐거웠던 것도 - 그리고 꺠달은 것도 

전혀 다른 여행이었다. 



@ Dante's view


추워하는 이리. 실제로 아주아주 추웠다.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 모른다.


오달오달 떠는 웅이. 심지어 나한테 모자도 뺏겼...ㅠㅠ


아마 360도 view를 찍고 있었을 이리랑, 파노라마를 찍고 있었던 나랑. 저 멀리 해가 진다.


마지막으로 하이패션 포오즈!




이제, 정말 - 모든 일정이 끝났다. 

단테스 뷰까지 보고 나서 우리에게 남은 건 -

내일 모두 헤어지기 위해 우리가 처음 만났던 LA로 돌아가는 것 뿐.

정확히 1주일이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1주일..참 짧은 것도 같은데 

마치 우주여행을 하고 온 것 처럼, 현실 속의 1주일이 나에게는 마치 수십일을 보내고 나오는 것 같았다. 



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갑니다.



마지막 Death Valley에서 LA로 돌아가는 운전은 이리가 맡았다.

그 동안 이리와 대장오빠가 번갈아서 일주일간 이 먼 길을 모두 운전해주었다. 

다 같이 여행하는 건데, 유난히 이 두 사람이 고생해서 참 미안하네. 


돌아가는 길은 대략 5시간 정도 걸릴거라고. 

이미 해는 졌고, 사방은 캄캄했다. 


오후 5시 45분.

해가 있을 법도 한데 가로등하나 없는 데쓰밸리는

회색빛 희뿌연 하늘과 컴컴한 산 정상의 경계가 모호할뿐...

이 넓은 공간에 우리 밖에 없어서 무서운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차라리 캄캄하면 덜 무서울까.

아직 어렴풋한 빛이 남아 하늘과 컴컴한 산세가 구별되는 지금 이 순간이 더 공포스럽다. 

남자 셋과 있어 그나마 다행인걸까.


이렇게 함께하는 하는 여행은 끝나가는데 

끝나가는 느낌이 싫어,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매번- 여행의 끝이 오면

다시 여행의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밀려온다 


피곤이 밀려왔다 .

배도 고팠고, 하루종일 뛰었고, 

여행의 마지막이라 감정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웅이가 편하게 자라고 치워준 자리에 누워 웅이의 옷을 베고 얼마나 잠들었을까.


우와!!!!!!!!!!!!!!!!!!!!!!!!!!!!!!!!!!!!!!!

갑자기 남자들이 소란스럽게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차가 멈추고 다들 차 밖으로 나갔다. 

뭐지...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오들오들 떨면서 차밖으로 나갔다.





..



별이었다.

그것도, 셀수조차 없을 만큼 -

은하수가 맨 눈에 보일만큼 - 

정말로 쏟아지는 별들이었다. 


가로등도, 건물도, 아직 달도 뜨지 않아서 -

정말이지 빛이라곤 차 전조등과 핸드폰 빛 밖에 없는 곳에서

이쪽 지평선 끝부터 저쪽 지평선 끝까지

별이 온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밤 공기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야상에 털옷에 모자까지 썼는데도, 정신이 번쩍 들만큼 추웠다.

하지만 아무도 그 자리를 뜨려하질 않았다. 차에 타려고도 하지 않았다.

추워서 온 몸을 웅크린채 넋을 놓고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별들이 보이나요?



실은 이렇게나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답니다.



LA로 향하는 127번 주도의 어느 곳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이 아름다운 별이 가득한 밤.

다들 말 없이 바라보았던 그 하늘.

오직 네 명에게만 허락되었던 순간 그리고 감동.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이 감동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너무 아름다워서 벅차고, 그리고 끝나가서 슬픈 마음이 교차하던 그 때의 마음.

우리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시는,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런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볼 수 없겠지.


우리 일정에는 없던 마지막 장관이랄까.

너무 캄캄해서 무서울 지경의 어둠에서도 

네 명이 같이 있어서 무섭지 않았고

또 이렇게나 멋진 광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마지막 깜짝 선물이어서 더더욱.

지고 어디쯤인지도 잘 모르는 127번 주도의 그 순간은 우리 넷의 기억 속에만 남게도겠지.


아직 갈길이 한참 남았기에 아쉽지만 별구경을 뒤로 하고 차에 올라탔다.

나는 중간중간 창문을 내려 밤하늘을 구경하다가 웅이가 돌돌 말아준 베개를 베고 도로 잠이 들었다.



밤길을 다섯시간이나 운전하는 이리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이 순간이, 같이 하는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 길이 다 끝나면 정말 헤어질 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지금 이 여행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니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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