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or Center를 기점으로 서쪽은 Hermit Rests 지역을 탐방하러 갑니다!



DAY 12. _18.9.5. (2)


Visitor Center 근처에서 점심도 먹고 간단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하나 보고 나니

아주 조금은 뜨거운 열기가 가신 것도 같았다.


그랜드캐년 여행을 준비하면서 부모님께 헬기투어를 하실꺼냐고 여쭤봤더니

헬기투어는 시시하다 (← 30년 경력의 전직 전투조종사만 할 수 있는 발언) 고,

그랜드캐년 트레일을 직접 걸어보고 싶으시다 하셨다. 



그랜드캐년은 Visitor Center를 기점으로 서쪽인 Hermits Rest, 동쪽으로는 Desert View로 나눌 수 있다.

관광객들이 가볍게(?)걸어 볼 수 있는 트레일은 동쪽에도 서쪽에도 있는데 

Visitor Center를 기점으로 서쪽(Hermits Rest)는 약 11 km 구간인데 반해

오전에 지나왔던 동쪽(Desert View)은 약 35km 구간에 달해서 

동쪽에 있는 트레일까지 갔다오기에는 오고가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 South Rim의 서쪽 - HERMITS REST 구간 ※ 





Visitor Center의 서쪽부분인 Hermits Rest는 성수기에는 자가용으로는 진입할 수 없고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서만 접근할 수 있다. 

Visitor Center에서 하늘색 Village Route 버스를 타고 환승센터까지 이동한 후, 

환승센터에서 빨간색 Hermits Rest Route 버스를 타면 

버스가 Hermit Road를 따라 갈 때는 모든 정거장에서 세워주고, 

돌아올 때는 종점인 Hermits Rest에서부터 Pima Point, Mojave Point, Powell point 이 3개의 정거장에서만 정차한다.



Hermits Rest Route가 좋은 이유는, Point 마다의 거리가 짧고 

그랜드캐년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길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전에 보았던 동쪽의 Point에서만 풍경을 볼 수 있고, point 사이가 멀어서 차량 이동만 가능하다. 

그래서 계속 셔틀버스를 타고 원하는데서 내려서 정차 정거장까지 걸어가며 풍경을 볼 수 있다는게 특징!

우리는 버스를 타고 중간 지점인 Mohave Point에서 내려서 Hopi Point 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Mohave Point 에서 인증샷 한번 찍고 출발! :)




Mohave Point에서부터 Hopi Point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동안 동쪽 Point에서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느낌의 감탄사가 폭발하는 어메이징한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그 모습 한 번 보고 가실게요.



3


2



1


.

.

.



쒀리질뤄!!!!! 우와우!!!!!!!!!!




구름의 그림자가 조금 걷힌 모습. 저 아래 갈라진 틈 사이는 어떤 모습일까?



동쪽 포인트랑 뭐가 다르냐구?

사진으로만 보면 서쪽포인트나 동쪽포인트나 둘 다 스틸컷의 멋진 파노라마라는 느낌이 들지만, 

서쪽 포인트는 정말 그랜드캐년 Rim Trail을 따라 걸으며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동쪽 포인트에서 보는 뷰는 계곡이 넓게 트여있지만 협곡의 굴곡이 도드라지지는 않아서

상대적으로 드넓다, 탁 트여있다. 라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서

서쪽에서 보는 뷰는 협곡이 들쭉 날쭉 굉장히 굴곡이 심해서

빛에 따라 음영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멈춰 서 있는 풍경일 뿐인데도 훨씬 더 다이나믹 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동쪽 포인트는 차를 타고 가다가 정해진 포인트에서 뷰를 감사하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듯 관점이 정적이지만,

서쪽 포인트들은 협곡의 굴곡진 가장자리(Rim)을 따라 들어갔다 나갔다 걸으면서 풍경을 보기 때문에

내가 몇 걸음 움직일때마다 눈 앞의 똑같은 협곡도 조금씩 다른 각도의 풍경을 보여주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동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이 와씨(wow-c)포인트입니다.




Mohave Point 부터 Hopi Point까지 반달 모양의 가장자리 (Rim)을 따라 걷다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멋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감격한 나머지 혼자서 와씨- 와씨 - (너무 멋있어서 급기야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거리다가

내 마음대로 그 곳을 와씨 포인트 (wow-c point)라고 명명했다.

와씨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세상에 나 밖에 없다. 


이미 2013년에 그랜드캐년에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 

오전에 동쪽 포인트를 둘러보면서도 역시 감흥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서쪽 포인트를 둘러보면서 동쪽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짧지만 림을 따라 걸으며 햇빛과 구름의 움직임에 시시각각 역동적인 위용을 드러내는 그랜드캐년을 보면서

나는 이 광경이 말도 안되게- 설명할 수 없을만큼 -  너무 멋있어서 

잠깐 울먹거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많은 관광지들을 가보았고,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운 풍경도 많이 보았지만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감동해서 울먹거린 곳은 (그것도 2번이나) 그랜드캐년 뿐이었다. 


 


와씨(wow-C)포인트에서 감상하는 그랜드 캐년의 장관은 너무나 멋진거...



림트레일 걷기를 끝내자 갑자기 차가운 소나기가 쏟아졌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머리 위를 지나가며 그랜드 캐년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걷어갔다.

어느 새 오후도 저물어 가고 있어서, 우리는 굳이 다시 동쪽에 있는 트레일을 걷기보다는

Hermits Rest에서 가장 가까운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Bright Angel Trail)을 1시간 정도 걸어내려가기로 했다.


림 트레일은 협곡의 가장자리를 따라 평지를 걷는데,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은 협곡 밑으로 걸어내려가는 하이킹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일반적인 등산과는 반대로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랜드캐년을 항상 위에서만 조망하다가 캐년 아래쪽으로 걸어내려가는 느낌은 또 색달랐는데

콜로라도 강이 있는 캐년 바닥까지 내려갔다 오려면 하루에는 체력적으로 불가능하고 (편도 9~10시간 정도)

캠핑을 해서 1박 2일 코스로 다녀와야 한다고 한다. 

감히 시도해볼 엄두는 나지 않지만, 걸어서 캐년 바닥까지 내려가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일 것 같다.

하지만 해가 저물었을 때 전기도 불도 없는 자연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그랜드캐년 바닥 한가운데

나혼자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하며 너무 무서워서 잠이 안올 것 같다. ㅠ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걷다가 엄마 아빠 화이팅!


으아아아 화이팅! 저도 포효해봅니다!





1시간 가량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따라 걸어갔다가 다시 올라와, 

다시 한번 환승센터에서 Hermits Rest Route버스를 탔다.

바로 노을을 보러 가기 위해서!

(일출부터 노을까지 보는 이 엄청난 체력의 여정!)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Hopi Point와 Powell Point를 노을보는 스팟으로 추천해주어서

Powell Point에 내려 노을이 지기를 기다렸다.

그랜드캐년서도 여러 유명한 노을 스팟이 있겠지만

Powell Point를 추천받은 이유는, 

왼편으로는 해가 떨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고, 

오른편으로는 그 맞은편으로 노을 빛에 물들어가는 그랜드캐년의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낮의 뜨거웠던 햇살의 열기가 식으면서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랜드캐년의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집니다. 이 여행도 이제 끝이 나네요.


황금빛 햇살이 그랜드 캐년의 협곡 사이사이를 비추는 뭉클한 순간


해가 지평선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랜드캐년도 점점 어둠에 잠겨갑니다.


드디어 해가 모두 졌습니다. 우리의 여행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일몰의 붉은 빛으로 강렬하게 물드는 그랜드 캐년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의 그랜드써클 로드트립의 대장정도 막을 내렸다. 

이렇게 그랜드캐년을 동에서 서로, 위에서 아래로, 오전부터 일몰까지 

다각도로 감상하고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이지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리고, 다시 와보고 싶다고 하셨던 엄마의 소원도 이뤄드려서 뿌듯하기도 했고. 


2007년에는 그랜드 캐년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Eagle Point (스카이 워크) 를 보았고, 

2013년에는 그랜드 캐년 South rim의 동쪽 포인트 (Desert View, Moran Point, Lipan Point) 를 보았고,

2018년에는 그랜드 캐년 South rim의 서쪽 포인트 (Mohave Point, Hopi Point)와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걸어보았다.






※ 그랜드캐년 관광 포인트 비교 정리 ※




1. 2007년 Eagle Point 

2007년에는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1 day tour를 신청해서 패키지로 그랜드 캐년을 갔었는데,

당시 포함된 루트는 그랜드 캐년의 가장 서쪽 부근에 위치한 Eagle Point와 Sky walk까지 가는 것이었다.

아주 정확하게 말하면 그곳은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내부는 아니고, 그 주변에서 그랜드캐년의 일부를 조망하는 정도이다.

사실 그땐 그게 그랜드캐년의 전부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그랜드캐년을 관광하려면 그랜드 캐년의 South Rim 또는 North Rim까지 들어와야

그랜드캐년의 장엄한 파노라마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2007년 12월 23일 - Eagle Point를 보는 곳에서 그랜드캐년을 모두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2. 2013년 South Rim 동쪽 

Grand Canyon Village (Visitor Center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Moran Point, Lipan Point, Desert View까지 이동하며 감상했다.

그랜드 캐년의 장관을 차로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는 곳.

South Rim의 서쪽에서 비하면 상대적으로 탁 트인 광활한 배경을 만끽할 수 있다. 

개인 차량이 있을 경우 방문하기 더욱 용이하지만, 그랜드 캐년 내부 순환 셔틀 버스도 이용 가능하다.


Lipan Point ! 탁 저 멀리 탁 트인 느낌!



3. 2018년 South Rim의 서쪽

Grand Canyon Village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Hermits Road를 따라 Mohave Point, Hopi Point 등을 걸어서 이동하며 감상했다. 

앞서 말했지만, 동쪽에 비하면 캐년의 굴곡이 훨씬 도드라지고 걸을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그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훨씬 더 역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물신 풍기는 뷰






3번의 경험으로도 그랜드캐년을 모두 경험해보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누군가 그랜드 캐년을 간다고 하면

Las Vegas에서 출발하는 1day tour/ 로드트립으로 반나절 관광 / 로드트립 중 하루종일 관광 해본 경험자로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만 하루 이상을 모두 투자해서 

그랜드 캐년의 동쪽, 서쪽, 위, 아래, 아침, 저녁을 모두 둘러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그렇게 보고도 그랜드 캐년에 머무르면 머무를 수록, 

질리지 않고 끝나지 않는 그랜드 캐년의매력에 빠져서 더더욱 발걸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한 포인트에서만 보는 그랜드캐년의 풍경 하나만 보고 돌아서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곳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마지막에 보는걸 추천합니다.

그럼, 이렇게 또! 미서부 로드트립의 대장정을 마칩니다.

다음 여행은 또 어디로 향하게 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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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 모뉴멘트 밸리에서 그랜드캐년까지!




DAY 12. _18.9.5. (1)


그랜드써클의 정점.

그랜드써클의 끝판왕.

오늘은 그랜드캐년으로 갑니다.

끝판왕이니까 그랜드캐년은 2편으로 나눠서 연재하려구요!

하지만 그냥 가면 아쉬우니까 새벽부터 일어나서 모뉴멘트 밸리 일출을 보러 갑니다.


이번 여행에서만 세 번째 일출보기! (ㄷㄷㄷ)

요세미티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그리고 모뉴멘트 밸리.

사실 어제 모뉴멘트 둘러보고 왕복 10시간에 걸려 아치스 국립공원까지 갔다오느라 

엄마도 아빠도 나도 파김치가 되었기 때문에 

사실 나는 일출은 포기하고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우리 부모님 사전에 포기란 없다.

눈뜨자마자 잠옷에 겉옷만 낑겨입고서 모뉴멘트밸리 초입의 The View 호텔까지 달려가봅니다..

숙소에서 모뉴멘트 밸리까지 차로 10분거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래서 숙소의 위치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동 거리를 줄이고 폭넓은 경험을 가능하게 하니까!)



으아으 모뉴멘트 밸리 사이로 떠오르는 저 햇살. 장엄하다으 ...ㅠㅠ


뷰트위로는 비가 쏟아지는데 저 먼 지평선에서는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이 광경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일출을 보러 갈땐 맨날 뜨고 지는 해를 꼭 봐야 하나 싶었지만,

드넓은 평야에 우뚝 솟은 세 개의 거대한 뷰트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 때는,

그리고 눈 앞에서는 내 머리 위엔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지만, 

거대한 뷰트 위로는 소나기가 흩뿌려지고 그럼에도 저 멀리 지평선에서는 이글거리며 해가 떠오르는 순간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다시 봐도 너무 멋있다...엉엉.

이번 여행에서 세 군데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모두 다른 풍경 속에서, 모두 다른 눈높이에서, 모두 다른 감동을 받았다.

여튼, 모뉴멘트 밸리 가면 일출 꼭 봐야 합니다! 꼭!




이제 다시 남쪽으로 그랜드캐년 가는 길


며칠씩 달리다보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이 풍경들이 너무 멋있을 때가 있다.





사실 이번 여행의 루트는 그랜드캐년을 마지막에 간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짰다.

그랜드써클을 시계방향으로도, 반시계방향으로도 돌아볼 수 있는데 

2013년도에는 세도나, 그랜드캐년에서부터 시작해서 반시계방향으로 그랜드 써클을 돌았었다.

모뉴멘트 밸리, 브라이스 캐년 모두 좋았지만

그랜드 캐년에서 받은 감동이 너무 커서 그랜드 캐년을 본 뒤에 보는 캐년들은 임팩트가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그랜드캐년을 가장 마지막에 보는 것으로 루트를 짰다.

크레센도의 느낌이랄까? 

우와. 우와아, 우와아, 우와아아아아


여행도 시작할 땐 작은 것 하나에도, 심지어 공항에만 가도 감동을 받지만 (비행가 창문만 봐도 감동이 넘쳐난다ㅋㅋ)

며칠 여행하다보면 조금씩 신선함이 떨어지고 피곤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여행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려면

초반엔 소박하고 작은 것으로 시작해서 여행 막바지에 가장 기대했던 것, 가장 임팩트가 큰 것을 보는게 좋다는게 

나의 여행관이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그랜드캐년만 세 번째여서, 큰 감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랜드캐년 가는 동안 여행 피로가 누적되어 예민해진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굉장히 찝찝하고 꿀꿀한 기분으로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가장 큰 감동을 느껴도 모자랄 이 끝판왕 그랜드캐년에서 삐짐이라니..삐짐이라니..삐짐이라니 ㅠㅠ!!!

난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여행하고 싶지 않아. ㅠㅠ

여행에서의 감동이 줄어든단 말이야...ㅠㅠ

여행의 감동을 100%이상 맛보려면 항상 정결한(?) 마음이 준비되어야 한다. (-ㅅ-)


 



그랜드캐년 South Rim의 동쪽에서부터 진입해서 서쪽으로 진행합니다.





드디어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 진입!

아쉽게도 입구임을 알려주는 간판과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ㅠㅠ 아숩..


그랜드캐년은 크게 South Rim과 North Rim으로 나눌 수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더욱 유명한 곳은 South Rim이고 Visitor Center도 South Rim에 위치해있다.

South Rim과 North Rim과의 직선거리는 길지 않지만, 캐년을 둘러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편도 5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North Rim은 포기하고 South Rim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South Rim의 동쪽에서부터 진입했다.

공원입구에서부터 30여분간을 달리다보니 드디어 첫 포인트인 Navajo Point에 도착했다.

한 번 내려서 볼까?!






두두둥! 거대한 그랜드캐년의 등장!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돠)



그랜드캐년을 바탕으로 (동생없는)우리 가족 사진! (엄마 아직 삐졌음)







그랜드캐년은 그랜드캐년이었다.

그랜드 써클의 다른 캐년들도 이 세상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고, 신기하고, 대단하지만

그랜드캐년은 그야말로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눈 앞에 펼쳐진 파노라마가 눈보다 가슴을 먼저 때린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서 - 뭐라 형용할 수식어가 없어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세상의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눈앞에 펼쳐진 이 광활하고 장엄한 지질협곡의 파노라마가 주는 감동을 써내려가기가 어렵다.

우리 가족도 한참을 Navajo Point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가

조금 더 움직여서 이번엔 Lipan Point로 이동했다.


크아......ㅠㅠ

더 멋진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ㅠㅠ

Navajo point보다 더 앞이 트인 것 같다. 



Lipan Point에서 바라본 뷰,뷰,뷰!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이 커다란 그늘을 드리웠다. 하지만 금세 사라진다는거!



같은 자리에서 시야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보이는 또 다른 뷰,뷰,뷰!



네. 인생샷입니다. 야아아아아호오오오오오!!!@ㅁ@!!!!!!!




사실 그랜드캐년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절벽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인생샷을 많이 찍는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지만 더 멋진, 더 짜릿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몇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왔을 땐 눈 대중으로 보고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절벽 끄트머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곤 했었다. 


하지만,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트레일을 벗어나거나 

무리하여 절벽 끄트머리까지 가서 사진을 찍는건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도 절벽 끄트머리에 서거나 앉아있는 아슬아슬한 외국인들을 보았는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는 아찔한 느낌이 들더라. 얘들아 ㅠㅠ 조심해 ㅠㅠ  

나도 부모님도 계시고 안전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 욕심은 과감히 버리고 안전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러분도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여행하세요!





엄마아빠도 인생샷 찍으시고 기분이 풀리셨다!



동생없는 가족사진2 (Feat.어쩌다보니 3명이서 씨밀러룩)




그랜드 캐년 오는 내내 삐져있던 엄마도, 그랜드캐년의 멋진 풍경 앞에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셨나보다.

원래 일상생활에서의 딸과 엄마와의 싸움은 "딸, 밥 먹을꺼야?" 와 "엄마, 나 밥 줘" 한마디면 풀릴 정도로 시덥잖은 삐침이건만

여행 중에는 체력적으로도 피곤해서 예민한데다가 

서로 잠시 피해있을 곳도 없고 아침부터 밤까지 작은 차안에서 하루종일 같이 부대껴야 하다보니

밥먹을래?로는 풀리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ㅜㅜ


그래도 그랜드캐년의 설명할 수 없을만큼 장엄하고 감동적인 풍경 앞에서는

인간의 사소한 삐죽한 마음들은 모두 훌훌 날아가버릴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대자연은, 경이롭고 대단다.


동쪽포인트에서 중앙부로 이동할 수록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Moran Point도 잠깐 들렀지만 사람도 많고, 이렇게 포인트 하나하나에 너무 시간을 많이 썼다가는

계획한 여행을 다 못할것만 같아서 과감하게 Visitor Center로 이동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우리 가족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사먹고 

Visitor Center에서 하는 20여분짜리 그랜드캐년에 대해서 알려주는 짧은 무료 영화도 보았다.

(일단 정오즈은엔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실내에 있는게 나은 것 같았다.)



사실, 2007년, 2013년, 2018년. 5~6년 텀으로 그랜드캐년을 방문하고 있는데

2013년에 처음 South Rim을 방문해서 느꼈던 그랜드 캐년의 감동이 너무나도 압도적인 인상으로 남아서인지

물론, 이번 방문에도 여전히 그랜드캐년은 너무나 경이롭고 거대하고 멋있지만

처음 느꼈던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냥, 아 역시 그랜드 캐년 참 대단하구나. 그때 그대로구나. 

이런 덤덤한 마음?



하지만, 이건 나의 오만불손한 생각이었다.

오후에 만난 그랜드캐년은 - 

지금까지 본 그랜드캐년과는 또 다른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걷고 걸으며 감탄사를 토해내다시피 했다.



그럼, 이제 정말 마지막 그랜드 캐년 감동의 끝판왕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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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5일

미국 서부 여행 제 4일째 (3)

Grand Canyon, Lipan point & Desert view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차에 올라탔을 때에도,

모란포인트에서의 감동이 가시지 않아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먹은 거라곤 이른 아침에 Inn에서 먹었던 씨리얼과 토스트 뿐, 점심 끼니를 걸렀는데도

배가 고픈줄도 몰랐다.



그런데 여행이라는게 참 그렇다.

감동은 차차 클라이막스로 치닫는게 좋다. 

여행 중간에 클라이막스를 찍어버리면, 그 다음에 보는 것들부터는 조금 시시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60일 북미-유럽 여행을 할 때도, 여행중반부에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까지 보고 나니

그 다음의 오스트리아와 체코는 프/스/이의 감동에 밀려서 무미건조했달까.

그래서 나는 그 다음부터 가장 가고 싶은 곳을 항상 여행의 마지막에 두곤 한다.




어쨌든, 모란포인트를 지나 그 다음에 도착한 곳은 South rim의 Lipan Point.

Lipan Point에서 보는 광경도 훌륭하고, 날씨도 쾌청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사실 우리들은 아주 무덤덤하게 아..멋있네....라고만 읊조릴뿐...ㅜㅠ



Grand Canyon from Lipan Point.




관광의 감흥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고, 사람도 없이 한적해서 우리는 다같이 이 멋진 배경을 풍경을 뒤로 단체사진을 찍기로 했다.

Moran Point의 view가 정말 탁 트여서 보기 좋긴 하지만, 사실 거기는 우리가 Moran Point를 더 넘어 들어간 곳이기도 했고

가파른 절벽에 기대어 봤던 거라 단체사진찍기는 좀 무리가......(-_-;;)


준비력 甲인 대장오빠가 준비해온 삼각대와 리모콘으로 단체사진 찍기 :D



다들 자리를 잡고 리모콘을 눌러보는 대장오빠 키키키



우리 제법 그럴싸한 남셋여셋 단체사진 :D 그런데 왜 뒷배경은 합성같죠?


손으로 글씨쓰기! 막냉이부터 G,r,A,n,d !!



Lipan Point에서는 콜로라도 강이 훨씬 더 잘 보인다. 

Moran Point보다 콜로라도 강이 있는 동쪽으로 더 이동했기 때문.



굽이굽이 흐르는 콜로라도 강. 얼핏보면 멈춰있는 것 같은데, 하얀 물결이 흐르고 있는걸 알려준다.


나와 막냉이 사이에 대장오빠 자리!


대장까지 이얍, 완성!



바나나 먹다 딱 들켰...

이번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건, 

차 안에 비상식량을 구비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

미국의 여타 다른 도시나, 유럽여행과 다르게

미국 서부의 거대한 자연경관들을 보러다니는 길은

그야말로 황무지에 도로 하나만 덜렁 있을 뿐,

작은 마을이라도 지나지 않는 이상, 레스토랑 찾기가 힘들다.


특히 Grand Canyon과 같이 차로 둘러보기도 힘든 크기의

국립공원 안에는 뭐 사먹을데는 전혀 없다.

내가 피닉스에서 퍼질러 잤던 첫 날,

다른 사람들이 식빵이랑 바나나랑 귤이랑 초코렛등을 잔뜩 사서

차에 싣고 다녔는데, 

오늘 처럼 먹을 곳도 없고, 시간도 없어 

점심을 굶을 때마다 바나나 하나씩..

분명 대장오빠가, 식사는 거르지 않는 여행을 만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했었는데....





자, 이제 그랜드캐년의 마지막 View Point다. 이번에는 East Rim에 있는  Desert View!!!

사실, 계속 이렇게 Point 마다 끊어서 보여주니까 그랜드 캐년의 어디쯤인지 나도 조금 헷갈려서 우리 루트를 표시해보았다.








넓은 초록색 바탕이 그랜드캐년. (사실 왼쪽부분의 조금 짤렸다.)

노란색 선이 우리가 이 날 움직인 이동거리이다. 사진의 왼쪽에서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South rim에서 East rim쪽으로 이동했는데.

제일 왼쪽의 빨간 체크표시들이 Yavapai -> Moran -> Lipan -> Desert view순서다.

지금 저렇게 지도로 표시하고 보니까, 그랜드캐년이 도대체 얼마나 큰 건지 진짜 짐작도 되지 않는구나. 

North Rim에서 보는 View도 좋다던데, 안타깝게도 겨울에는 출입을 막는다고.





Desert view가는 길. 사진 왼쪽에 Watch Tower가 보인다.


Desert View에서 보이는 모습.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엄청 추웠다.


아..이제 슬슬 그랜드캐년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조금 신기했던 건, 우리나라 산들은 다 뾰족뾰족한데, 여기는 마치 칼로 자른듯이 반듯반듯한 면이었다는거.


이제 아무런 감동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




워치타워에는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 피곤했는데 들어갔다.



워치타워 안에서는 이렇게 층마다 경관을 360도로 구경할 수 있도록 창문을 내어놓았다.





아래서 이리가 찍은 나.위에서 찍은 이리.




아...이렇게 길고 긴 그랜드캐년의 투어가 모두 끝이 났다.. (그랜드캐년만 3편째.....)

어제도 날씨가 안좋고, 아침에도 안개가 가득해서 그랜드캐년을 제대로 못보면 어쩌나...너무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기적처럼 맑고 쾌청한 하늘아래 상상도 못한 그랜드캐년을 만난건, 정말 축복이 아니었나...싶었다.

혹은 세도나에서의 정기?...쿨럭....

히히. 이제 피곤하니까 얼른 숙소로 이동해서 저녁먹고 폭풍수면 합시다! 


여행 3일만에 동갑내기 Sue와는 단짝이 되었다. 숙소에 가는 줄 알고(?!) 신나서 걸어가는 중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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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5일

미국 서부 여행 제 4일째 (2)

Grand Canyon 





Yavapai Point에서의 예상치 못한 안개 걷힘으로 날씨 운이 좋았다는 둥 잔뜩 신이난 우리들은, 

두번째 포인트인 Moran Point로 이동했다. 

가던 중에 점점 날씨가 개기 시작했다. Yavapai만 해도 구름이 가득 꼈었는데, 어느새 파란하늘 등장!

그제부터 3일동안 우중충한 날씨에 우울해했던 우리들은 다같이 파란하늘에 홀려서 하늘구경을 하러 나왔다. :P




우와! 파란하늘이다! ...그러나 안개는 여전하다능.



웅이, 나, 막냉이, Sue - 오늘도 열심히 친해지려고 노력중.


말이 없어서 몰랐지만...이리는 이런 캐릭터였다. ...




위 사진을 찍을 때도 처음엔 안개가 가득했는데, 우리가 파란하늘이랑 사진찍는 사이 안개가 스르르 걷혀서 그랜드캐년을 얼핏 다 둘러보았다.

이때부터 우리는 슬슬 근/자/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안개낀 계곡을 가더라도 우리가 도착하고 15분여가 지나면...안개가 걷힌다는...그런...근자감?ㅋㅋㅋ

근자감이라도 있으니 좋다는 마음으로, 우리는 점심도 거르고 Moran Point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실 모란포인트(Moran Point)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별로 큰 감흥은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안개에 뒤덮여있었고, 

그리고 View point앞에 시야를 좀 가리는 돌언덕이 있어서 아까 Yavapai Point처럼 커다랗게 탁 트인 경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Pioneer, 이리....는 View point를 너머 돌언덕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장오빠가 따라 들어가고 나머지 네 명은 그냥 View Point안에서 기다리는데

이리대장오빠가 도통 되돌아나올 생각을 안하는 거다......


왜왜왜?! 뭐가 있길래?! 얼마나 좋길래?!??!!!


한참 기다리다가 답답해서 나도 용기를 내서 돌언덕으로 걸어들어갔다.

약간의 절벽의 위험을 감수해야했지만, 크게 위험하지는 않아서 조심조심 돌과 나무뿌리를 밟으며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본 광경은....

정말이지, 나는 죽도록 그 순간을 못 잊을 것 같다.

내가 보고 있는 눈 앞의 풍경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수가 없어서 나는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가슴이 벅차서 터질 것만 같았다.

나이렇게 쉽게 감동받는 사람 아닌데.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그 감동을, 공개한다.



3....



2...



1.



Grand Canyon from Moran Point.





이 모습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6년전 처음 Grand Canyon을 봤을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었다. 물론 보여지는 View자체가 달랐지만.

그때는 뭐랄까, 우와 계곡이 엄청 크구나......이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이런 대자연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위대한가. 사람의 힘으로 어찌 이런 걸 만들 수 있을까....



엄청난 스케일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서 가슴이 벅찬 나머지,

나는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아무나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와 함께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어서줘서 감사하다고. 



나는 겨우겨우 정신과 이성을 다잡고 (ㅋㅋ)

인원수 늘리고 차 업그레이드 해가며 데려오기 귀찮았을텐데도 여기 이렇게 데려와준

대장오빠에게, 수줍게 (//_//) 데려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우리는 짤막한 교훈을 얻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는 죽여쥬는 경관이 있다.>





모란포인트에서는 그랜드캐년사이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도 보인다. 사진 오른편의 청록색 물줄기.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란포인트를 너머, 더 깊숙이 들어온 그 곳에서 도대체 얼마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시간이란 것을 잊어버릴만큼 나는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은 사진기가 아니라 두 눈에 담기에도 정말이지 거대하고 거대하고 또 거대했다.

안개까지 걷혀서 파란하늘아래 햇살을 받고 있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은,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졌다.


나는 흥분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저 멀리의 그랜드캐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저 아래는 얼마나 깊을까, 저 멀리 보이는 캐년들은 도대체 내게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

하늘, 그리고 깎아놓은 듯한 캐년. 오로지 그것 뿐이었다.

캐년 너머 캐년...그 뒤에 어떤 도시 풍경도, 어떤 인공적인 것도, 어떤 다른 풍경도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향의 풍경. 눈 앞이 풍경을 너머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거대한 깊이감과 거리감, 그 엄청난 공간속에서

나는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여기에서 두 팔을 힘껏 펼치고 뛰어내리면, 

나는 바람을 타고 저 멀리까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멀리멀리, 자유롭게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원래 없었던 것처럼.







처음엔 이리와 대장오빠가, 그리고 내가 , 그다음엔 웅이가 차례차례 넘어오더니 결국엔 우리 모두가 건너와서

이 멋진 광경을 모두가 함께 했다.

이제 또 다른 Point로 옮겨가야하는데, 

우리만의 이 비밀 point에서 보는 광경이 아쉬워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내가 언제 이 광경을 또 볼 수 있을까.

이것보다 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을까.

돌아서다가도 또 한 번 뒤돌아보고,

다시 발걸음을 떼다가도 다시 한번 카메라에 담아보고.

헤어지기 싫은 연인처럼, 미련이 가득남은 연인처럼 그렇게 몇번을 되돌아보았다.







 



마무리는, 막냉이가 좋아하는 하이패션포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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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5일

미국 서부 여행 제 4일째 (1)

Grand Canyon 




오늘의 제1목적지는 Grand Canyon.



플래그스태프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피닉스에서 오후 6시부터 잠들어버린게 그대로 굳어져서였는지, 플래그스태프에서도 일찍 잠들고 새벽녂에 나 홀로 일찍 잠이 깼다.

잠깐 밖에 나가보니 어제밤새 비가 왔는지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래도 일기예보와 다르게 하늘 한켠이 맑게 개고 있길래 안심을 했다. 

아...어제 세도나에서의 나의 氣力이 효험이 있었구나.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조금씩 하늘이 보이는 애리조나의 하늘.





오늘 일정은 미국 서부 여행에서 꼭 들러야하는 관광지 제1순위 Grand Canyon!



사실, 나는 그랜드캐년에 대한 피눈물 나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07년 12월 겨울.

21살의 세상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밴쿠버에서의 교환학생을 1학기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이하야

샌프란시스코 - 라스베가스 - LA - 멕시코시티의 3주간 배낭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북미에서 하는 첫 배낭여행이기도 했거니와, 내 인생 최초의 꽤나 긴 장기 여행이기도 했다.

여행 새내기인 나는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열심히 뒤져서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루트를 알아봤다.

라스베가스의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서 새벽 6시 20분에 버스를 타고 (내가 오늘 묵은) Flagstaff에 도착,

Flagstaff 버스를 갈아타고 그랜드캐년으로 들어갈 수 있다기에 

나는 버스표도 미리미리 예매하고 그랜드캐년안에서 묵을 호텔도 예약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하다가 라스베가스에 도착을 했고, 그레이하운드 터미널 가까운 호텔에서 묵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하는 바로 그날, 나는 같이 여행하던 언니와 새벽 6시에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Flagstaff로 가는 버스의 게이트는 3번이었는데 3번 출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앉아있었다.

우리도 그 줄에 앉아  주위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어서 버스에 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6시 20분이 지나고, 7시가 지나고, 7시 20분이 되었는데도 버스에 타라는 말이 없는 거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이상해서 터미널 직원에게 Flagstaff로 가는 버스는 언제 타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버스는 6시 20분에 떠났는데?"


떠났는데?

떠났는데?!!

떠났는데?!!!!


무슨소린가염....우리는 새벽 6시부터 와서 죽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이 추워서 터미널 안에서 기다렸던 거고, 버스는 터미널 밖에 있다가 6시 20분에 딱 출발을 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초초초멘붕.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다음 차는 언제 있냐고 물었더니,

아침 8시에 있는데, 이 버스는 직행이 아니라서 Flagstaff에 다음날 도착한다고..................................(...)


이보게. 나는 오늘 밤에 그랜드캐년 안에 숙소를 예약해놓았네. 

환승지인 Flagstaff에 내일 도착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아무리 21살의 짱돌을 굴렸지만, 아무런 대책이 서질 않았다. 

그랜드캐년이 버스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그런 곳도 아니고, 

그 다음 일정이 따박따박 짜여있어서 내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버스비에 호텔숙박비까지 200달러가까이 홀라당 날릴 판이었는데 

대책이없으니, 그냥 눈 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어쩌지..어쩌지..발만 동동 구르다가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었다. 

엄마라면 뭔가 내게 알려주지 않을까?

그런데, 새벽에 잠자다 말고 전화벨 소리에 전화를 받은 엄마도 내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그런데 엄마가 여기서 뭘 어떻게 도와주겠니...." 라고 대답하실 뿐이었다. 



여행에서 배우는 것이란, 그런 것 같다.

당시 21살. 이제 갓 대학교에 올라오기까지 나는 항상 엄마 품 안에 있었다.

부모님의 경제적, 정신적인 돌봄 아래서 세상 걱정 없이 컸고

모르는 게 있거나 어려운 게 있으면 부모님에게 물어보고 상의하고 그렇게 답을 찾고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여기서 뭘 어떻게 도와주겠니...

나는 뒷통수를 크게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당장 엄마에게 물어보아서도 그랜드캐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보다도 

이제 내가 맞닥뜨린 세상 그리고 앞으로 맞딱뜨릴 세상은, 

엄마가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는 이제 정말 내가 풀어가야 하는 세상이란 걸 깨달았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나는 겨우겨우 버스비를 어느정도 환불받아서  라스베가스 (스트립도 아닌) 다운타운의 호스텔에 하루 묵고

다음날, 호스텔에서 연결해준 그랜드캐년 일일투어로 겨우, 그랜드캐년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서 울고불고 하며 돌려받은 버스비를 들고

태양이 작열하는 정오의 한적한 라스베가스 거리를 겨우겨우 짐을 끌면서 호스텔을 찾아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이란, 예상치 못하게 내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이 세상은 엄마 도움 없이 내 힘으로 헤쳐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던 시간이었다.






갑자기, 옛 여행얘기에 너무 심취했다.

어쨌든! 이렇게 나의 어린날의 큰 교훈과 함께 피눈물을 뺐던 그 그랜드캐년에, 다시 가게 된 것이다. 

다행히 6년 전에는 그랜드 캐년의 West rim 투어를 했다면, 이번 여행은 South Rim과 East Rim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6년 전에 이미 거대한 그랜드 캐년의 모습을 봤던 지라, 이번 여행에서 크게 기대 안하는 여행지였다. 

그게 그거겠지 뭐....(...)





그/러/나/



뭐 보이는 사람 손?




첫번째 View Point인 South Rim의 Yavapai point에 도착하였는데, 눈 앞에 보이는건 !!!!!!! 

하얀 안개뿐................... 아침 Flagstaff의 화창한 하늘은 어데로 사라지고 안개만 남았느뇽?

사실 우리가 걱정한건 비가 올까봐 걱정이었는데, 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안개였다. 

사실 비가 내리면 길이 좀 미끄럽고 사진이 잘 안나오지만, 경관은 볼 수 있는데

안개는 거대한 자연경관을 하나도 볼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Yavapai point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갔더니, 그래도 우리보고 Lucky하댄다.

근 3일동안 가장 가시거리가 좋은 날에 왔다고......(-_-)



내 기억속의 화창했던 그랜드캐년은 어디에.....OTL







아...어제 나의 세도나에서의 정기는 여기까지였던 것인가. 털썩...

정말이지 계곡 계곡마다 자욱하게 낀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나름, 6년전에 봤으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이걸 보고 싶어서 잔뜩 기대하고 날라온 대장오빠는 어쩐다;;;

그렇다고 우리가 안개를 치울 수도 없는 일이고 ㅠㅠ

희안하게도 브라운색으로 코팅된 내 선글라스를 끼면 미세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아서

나는 우리 여행친구들에게 내 선글라스를 1달러씩 받고 빌려주...었던 것은 아니고, 여튼 선글라스를 한번씩 빌려주며

이걸 쓰면 잘 보인다고 유세를 떨었다. (음하하-_-)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하얀...(-_-)안개 배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때,

갑자기, 그리고 서서히 안개가 조금씩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뜨핫!!!!!!!



하나도 보이지 않던 계곡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더니...

마치 비밀의 계곡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동의 쓰나미 그자체!






아....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광경인가.

우리는 한개가 서서히 걷힐 때마다 조금씩 드러나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에 탄성을 내질렀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쨍-한 날씨여서 와~ 그랜드캐년이다!!! 하는 것보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드러나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이 더욱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안개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에 우리는 환호하면서, 

행여라도 순식간에 안개가 다시 몰려들까봐 서둘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다....우리 여행의 Pioneer인 이리가 아주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온 View point를 찾아냈는데,

하....그곳에서 보이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은 정말.....



그런데, 문제는....위와 같은 장관을 보기 위해서는 거짓말 안보태고 목숨을 걸만큼의 담력과 용기가 필요했다.

그건 바로...



바로, 벼랑끝에 앉는 용기!!!!!!!



다시 말해서 그 View Point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는 절벽 끄트머리였던 것.

(※주의 어린이들 및 어른들도 따라해서는 안됩니다 -_-;;;;)


처음에 이리가 용기내서 먼저 찍고, 그다음에 대장오빠가 찍고, 나도 사진을 찍겠다고 큰소리 빵빵 치면서 절벽끝으로 걸어갔는데,

이제, 벼랑끝에 걸터 앉아야 하는데....다리가 후들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발 밑은 말 그대로 벼랑끝, 낭떠러지. 자칫 몸이 잘못 기울어지면 그야말로 타지에서 비명횡사.

겁 없고 대담한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무서워서 눈을 꽉 감고 앉은 채로 기다시피해서 벼랑끝에 앉았다.





저 그랜드캐년이 모두 내 발밑에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실제론 부들부들 떨고 있음.


여유로운척 웃고 있지만, 실은 아무 받침도 없이 덜렁 거리는 Sue의 발을 보면 까마득한 느낌.



난 저기 두번 앉았다. 으하하하하하하.....쓰는데 손에 땀나..ㅠㅠ






모두들 큰 용기 내어서 저 절벽끝에 앉아 멋진 사진을 한장씩 찍고는 아무 사고 없이 모두들 무사히 Yavapai point에서 내려왔다.

이날 밤, 나는 잠들기 전 다시 한번 Yavapai Point의 절벽 끝에 앉았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그 때, 목에 걸고 있던 선글라스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혹시라도 만약 사람이 절벽아래로 떨어졌더라면? 하는 생각때문에

잠들 뻔 하다가도 떨어지는 꿈에 벌떡벌떡깨곤 했다.

다음날, 아침 사람들에게 어젯밤에 그랜드캐년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하니, 대장오빠와 Sue도 같은 꿈을 꿨다며 신기해했다.

역시 위험한 짓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ㅎ

어쨌든, 안개에 휩싸였던 Grand Canyon의 Yavapai Point, 멋지게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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