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1월 25일

미국 서부 여행 제 4일째 (1)

Grand Canyon 




오늘의 제1목적지는 Grand Canyon.



플래그스태프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피닉스에서 오후 6시부터 잠들어버린게 그대로 굳어져서였는지, 플래그스태프에서도 일찍 잠들고 새벽녂에 나 홀로 일찍 잠이 깼다.

잠깐 밖에 나가보니 어제밤새 비가 왔는지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래도 일기예보와 다르게 하늘 한켠이 맑게 개고 있길래 안심을 했다. 

아...어제 세도나에서의 나의 氣力이 효험이 있었구나.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조금씩 하늘이 보이는 애리조나의 하늘.





오늘 일정은 미국 서부 여행에서 꼭 들러야하는 관광지 제1순위 Grand Canyon!



사실, 나는 그랜드캐년에 대한 피눈물 나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07년 12월 겨울.

21살의 세상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밴쿠버에서의 교환학생을 1학기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이하야

샌프란시스코 - 라스베가스 - LA - 멕시코시티의 3주간 배낭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북미에서 하는 첫 배낭여행이기도 했거니와, 내 인생 최초의 꽤나 긴 장기 여행이기도 했다.

여행 새내기인 나는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열심히 뒤져서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루트를 알아봤다.

라스베가스의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서 새벽 6시 20분에 버스를 타고 (내가 오늘 묵은) Flagstaff에 도착,

Flagstaff 버스를 갈아타고 그랜드캐년으로 들어갈 수 있다기에 

나는 버스표도 미리미리 예매하고 그랜드캐년안에서 묵을 호텔도 예약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하다가 라스베가스에 도착을 했고, 그레이하운드 터미널 가까운 호텔에서 묵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하는 바로 그날, 나는 같이 여행하던 언니와 새벽 6시에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Flagstaff로 가는 버스의 게이트는 3번이었는데 3번 출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앉아있었다.

우리도 그 줄에 앉아  주위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어서 버스에 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6시 20분이 지나고, 7시가 지나고, 7시 20분이 되었는데도 버스에 타라는 말이 없는 거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이상해서 터미널 직원에게 Flagstaff로 가는 버스는 언제 타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버스는 6시 20분에 떠났는데?"


떠났는데?

떠났는데?!!

떠났는데?!!!!


무슨소린가염....우리는 새벽 6시부터 와서 죽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이 추워서 터미널 안에서 기다렸던 거고, 버스는 터미널 밖에 있다가 6시 20분에 딱 출발을 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초초초멘붕.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다음 차는 언제 있냐고 물었더니,

아침 8시에 있는데, 이 버스는 직행이 아니라서 Flagstaff에 다음날 도착한다고..................................(...)


이보게. 나는 오늘 밤에 그랜드캐년 안에 숙소를 예약해놓았네. 

환승지인 Flagstaff에 내일 도착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아무리 21살의 짱돌을 굴렸지만, 아무런 대책이 서질 않았다. 

그랜드캐년이 버스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그런 곳도 아니고, 

그 다음 일정이 따박따박 짜여있어서 내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버스비에 호텔숙박비까지 200달러가까이 홀라당 날릴 판이었는데 

대책이없으니, 그냥 눈 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어쩌지..어쩌지..발만 동동 구르다가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었다. 

엄마라면 뭔가 내게 알려주지 않을까?

그런데, 새벽에 잠자다 말고 전화벨 소리에 전화를 받은 엄마도 내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그런데 엄마가 여기서 뭘 어떻게 도와주겠니...." 라고 대답하실 뿐이었다. 



여행에서 배우는 것이란, 그런 것 같다.

당시 21살. 이제 갓 대학교에 올라오기까지 나는 항상 엄마 품 안에 있었다.

부모님의 경제적, 정신적인 돌봄 아래서 세상 걱정 없이 컸고

모르는 게 있거나 어려운 게 있으면 부모님에게 물어보고 상의하고 그렇게 답을 찾고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여기서 뭘 어떻게 도와주겠니...

나는 뒷통수를 크게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당장 엄마에게 물어보아서도 그랜드캐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보다도 

이제 내가 맞닥뜨린 세상 그리고 앞으로 맞딱뜨릴 세상은, 

엄마가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는 이제 정말 내가 풀어가야 하는 세상이란 걸 깨달았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나는 겨우겨우 버스비를 어느정도 환불받아서  라스베가스 (스트립도 아닌) 다운타운의 호스텔에 하루 묵고

다음날, 호스텔에서 연결해준 그랜드캐년 일일투어로 겨우, 그랜드캐년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서 울고불고 하며 돌려받은 버스비를 들고

태양이 작열하는 정오의 한적한 라스베가스 거리를 겨우겨우 짐을 끌면서 호스텔을 찾아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이란, 예상치 못하게 내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이 세상은 엄마 도움 없이 내 힘으로 헤쳐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던 시간이었다.






갑자기, 옛 여행얘기에 너무 심취했다.

어쨌든! 이렇게 나의 어린날의 큰 교훈과 함께 피눈물을 뺐던 그 그랜드캐년에, 다시 가게 된 것이다. 

다행히 6년 전에는 그랜드 캐년의 West rim 투어를 했다면, 이번 여행은 South Rim과 East Rim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6년 전에 이미 거대한 그랜드 캐년의 모습을 봤던 지라, 이번 여행에서 크게 기대 안하는 여행지였다. 

그게 그거겠지 뭐....(...)





그/러/나/



뭐 보이는 사람 손?




첫번째 View Point인 South Rim의 Yavapai point에 도착하였는데, 눈 앞에 보이는건 !!!!!!! 

하얀 안개뿐................... 아침 Flagstaff의 화창한 하늘은 어데로 사라지고 안개만 남았느뇽?

사실 우리가 걱정한건 비가 올까봐 걱정이었는데, 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안개였다. 

사실 비가 내리면 길이 좀 미끄럽고 사진이 잘 안나오지만, 경관은 볼 수 있는데

안개는 거대한 자연경관을 하나도 볼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Yavapai point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갔더니, 그래도 우리보고 Lucky하댄다.

근 3일동안 가장 가시거리가 좋은 날에 왔다고......(-_-)



내 기억속의 화창했던 그랜드캐년은 어디에.....OTL







아...어제 나의 세도나에서의 정기는 여기까지였던 것인가. 털썩...

정말이지 계곡 계곡마다 자욱하게 낀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나름, 6년전에 봤으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이걸 보고 싶어서 잔뜩 기대하고 날라온 대장오빠는 어쩐다;;;

그렇다고 우리가 안개를 치울 수도 없는 일이고 ㅠㅠ

희안하게도 브라운색으로 코팅된 내 선글라스를 끼면 미세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아서

나는 우리 여행친구들에게 내 선글라스를 1달러씩 받고 빌려주...었던 것은 아니고, 여튼 선글라스를 한번씩 빌려주며

이걸 쓰면 잘 보인다고 유세를 떨었다. (음하하-_-)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하얀...(-_-)안개 배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때,

갑자기, 그리고 서서히 안개가 조금씩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뜨핫!!!!!!!



하나도 보이지 않던 계곡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더니...

마치 비밀의 계곡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동의 쓰나미 그자체!






아....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광경인가.

우리는 한개가 서서히 걷힐 때마다 조금씩 드러나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에 탄성을 내질렀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쨍-한 날씨여서 와~ 그랜드캐년이다!!! 하는 것보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드러나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이 더욱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안개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에 우리는 환호하면서, 

행여라도 순식간에 안개가 다시 몰려들까봐 서둘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다....우리 여행의 Pioneer인 이리가 아주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온 View point를 찾아냈는데,

하....그곳에서 보이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은 정말.....



그런데, 문제는....위와 같은 장관을 보기 위해서는 거짓말 안보태고 목숨을 걸만큼의 담력과 용기가 필요했다.

그건 바로...



바로, 벼랑끝에 앉는 용기!!!!!!!



다시 말해서 그 View Point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는 절벽 끄트머리였던 것.

(※주의 어린이들 및 어른들도 따라해서는 안됩니다 -_-;;;;)


처음에 이리가 용기내서 먼저 찍고, 그다음에 대장오빠가 찍고, 나도 사진을 찍겠다고 큰소리 빵빵 치면서 절벽끝으로 걸어갔는데,

이제, 벼랑끝에 걸터 앉아야 하는데....다리가 후들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발 밑은 말 그대로 벼랑끝, 낭떠러지. 자칫 몸이 잘못 기울어지면 그야말로 타지에서 비명횡사.

겁 없고 대담한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무서워서 눈을 꽉 감고 앉은 채로 기다시피해서 벼랑끝에 앉았다.





저 그랜드캐년이 모두 내 발밑에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실제론 부들부들 떨고 있음.


여유로운척 웃고 있지만, 실은 아무 받침도 없이 덜렁 거리는 Sue의 발을 보면 까마득한 느낌.



난 저기 두번 앉았다. 으하하하하하하.....쓰는데 손에 땀나..ㅠㅠ






모두들 큰 용기 내어서 저 절벽끝에 앉아 멋진 사진을 한장씩 찍고는 아무 사고 없이 모두들 무사히 Yavapai point에서 내려왔다.

이날 밤, 나는 잠들기 전 다시 한번 Yavapai Point의 절벽 끝에 앉았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그 때, 목에 걸고 있던 선글라스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혹시라도 만약 사람이 절벽아래로 떨어졌더라면? 하는 생각때문에

잠들 뻔 하다가도 떨어지는 꿈에 벌떡벌떡깨곤 했다.

다음날, 아침 사람들에게 어젯밤에 그랜드캐년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하니, 대장오빠와 Sue도 같은 꿈을 꿨다며 신기해했다.

역시 위험한 짓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ㅎ

어쨌든, 안개에 휩싸였던 Grand Canyon의 Yavapai Point, 멋지게 Check!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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