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je en Sudamérica 4.
Cuzco (Perú)
# 11 de Agosto, 2015. Cuzco, Peru.
예정시간보다 2시간 늦어진 12시 36분에서야 출발
Llueve. 비가 내린다.
새벽부터 일어나 제일 먼저 아침을 먹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오늘은 드디어 페루의 배꼽 쿠스코 (Cuzco)로 가는 날.
마추픽추를 여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도시 쿠스코.
사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야간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여러 후기에서 죽어도 이 구간만은 야간버스를 타지 말라는
충고를 너무 많이 읽어서, 짧은 여행에서 무리하지 않기 위해
우리도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직행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10시 30분 비행기였기 때문에 러시아워를 피해
새벽일찍 출발했지만, 2시간의 연착 끝에
12시 30분이 지나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안데스 산맥
한참을 솟아올라 하얀 구름 위, 맑은 하늘에 다다랐을 때.
구름을 뚫고 올라온 거대한 안데스 산맥을 마주했다.
이토록 높은 산맥이라니.
민둥산 같은 안데스산 계곡 사이사이로 심하게 구불거리는 도로가 외로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길 버스를 타고 어떻게 오른단 말인가........
그렇게 비행기는 1시간여를 날아 우리를 촉촉히 젖은 쿠스코 공항에 내려다 주었다.
한참을 기다려 짐을 찾으니 호텔에서 우릴 픽업해주러 온 아저씨가 손을 흔들었다.
비행기가 2시간이나 연착되어 혹시나 우리를 기다릴까 싶어 공항 wifi로 비행기가 연착된다고 메일을 보냈었는데,
아마 호텔측에서 읽지 못했었나보다.
우릴 보고 3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하는 아저씨에게, 우리가 일부러 늦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쿠스코 공항에서 쿠스코 관광지까지 택시타고 10분 거리였기 때문에.
10분이면 오갈 거리를, 그는 우리와의 약속을 위해 3시간이나 참고 기다린 것이다.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일테지만 왜 내가 속상하고 미안한걸까.
그렇게 젖은 빗길과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달려, 그리고 조금 언덕을 걸어올라가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쿠스코에서 고른 숙소는 <La morada suites>
이번 여행을 보면 초반 페루 숙소는 일반 페루 여행에 비해 아주 고급지다.
긴 남미여행이 아니라 짧은 휴가동안 쉼없이 움직여야 해서 숙소는 좋은데 쓰자고 했다.
역시 비싼 돈을 지불한만큼 퀄리티가 아주 좋았다.
우리 방은 심지어 복층으로 1층엔 화장실과 주방이, 2층엔 내 침대보다 더 좋은 침대가 있는 룸이.
그러나 이 숙소엔 무시무시한 복병이 숨어있었다.....
나는 숙소 평가에 써있던, 언덕 위에 있는게 유일한 단점이란 코멘트를 무시하면 안되었다.
깔끔한 침구류 :) | 고산병을 예방/완화한다는 차 |
La marada suites 의 공용라운지에서 내다본 쿠스코.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뷰가 너무 좋다.
약간 높은 지대에 있어서 쿠스코가 한눈에 내려다보일만큼 경관도 좋고, 모두가 걱정하는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온다. :)
짐도 푸르고 잠시 쉬다가 잠든 찐찡이를 두고 홀로 숙소를 나와 쿠스코의 중심지 Plaza de Armas (아르마스 광장)으로 걸어내려갔다.
리마에도 아르마스 광장이 있는데, 쿠스코에도 아르마스 광장이 있네.
남미라고는 하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여러분, 8월의 페루는 추워요. 오들오들
싸늘한 밤 공기에 손이 시려웠고, 낯선 도시에 혼자 나가는거라 긴장도 됐지만
찬찬히 걸어내려가다보니 리마와는 다르게 외국 관광객이 골목마다 바글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아르마스 광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비로소 마음이 조금 놓였다.
La Compañía de Jesús
La Compañía de Jesús 를 배경으로 :)
쿠스코 대성당 - The Cathedral Basilica of the Assumption of the Virgin (Cusco Cathedral)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성당, 그리고 그런 성당들로 둘러싸인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과 그들에게 기념품을 팔려는 원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쓸쓸한 마음으로 광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하나- 둘- 광장에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
가로등이 켜지는 아르마스 광장
두 성당사이에서 :)
촉촉하게 젖은 바닥에 가로등 불빛이 번지고,
어슴푸레해지는 하늘 아래
그 실루엣을 드러내는 아르마스 광장은
가슴이 먹먹할만큼 아름다웠다.
왜 사람들이 쿠스코를 좋아하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아르마스 광장을 둘러보고 산토 도밍고 교회를 향하는 골목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광경에 웃음이 절로 낫다.
하지만, 나는 한시간 뒤 내가 얼마나 처참해질지 전혀 몰랐다.
그땐 전혀 몰랐다.
산토 도밍고 교회에 갔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숙소에 혼자 남겨둔 찐찡이가 나때문에 걱정할까 싶어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들떠서였을까,
여기가 쿠스코라는 생각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쿠스코, 바로 고도 3300m의 고산지대.
종종걸음조차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 급한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숙소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다. 3블럭 쯤.
언덕 위에 있는 숙소를 향해 걸어올라가는데,
갑자기 숨이 턱-턱-막혀왔다.
고작 계단 한칸을 올라갈만큼 다리를 들어올릴수가 없었다.
나는 몸을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벽을 붙잡고서
한걸음 오르고, 헉헉 거리고 한걸음 오르고 헉헉거리며
주저 앉았다가 섰다가를 반복하다 겨우, 겨우 숙소 앞에 기다시피 도착했다.
고작 3블럭이던 그 언덕이 왜이렇게 멀게 느껴지던지,
정말이지 길거리에 드러눕고 싶은 것을 참으며 숙소에 도착했고
나는 출입문 앞에 앉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숨을 쌕쌕 몰아쉬는데
누군가 내게 물었다.
" 두 유 니드 옥시헨 (oxigen)?"
옥..옥시헨?!
얼굴이 시퍼래져서는 고개를 끄덕이니, 갑자기 리셉션에서...
마치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기다란 산소통을 들고나와 차분히 알콜로 마스크를 닦고는 내게 산소호흡기를 대주었다.
헐....산소통이 구비되어 있다니...
와 살다살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
일단 마스크를 썼는데 산소가 나오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련히 알아서 조치해주는거겠지 싶어 열심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렇게 몇 분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숨을 몰아쉬는 응급처치를 받고서야
나는 겨우 네 발이 아니라 두 발로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 복층 숙소...누가 침대를 2층에다 놓은거야?!!!!!
아까 누가 복층이라 좋다 그랬어.....
와나..
이게 바로 고산병이구나....
쿠스코에 올 때부터 현지 고산병 약인 소로체를 챙겨먹었는데 나한테는 크게 도움이 안되었나보다.
그러게 왜 그렇게 신나서 뛰어댔을까....ㅜ.ㅠ
파차파파에서 먹은 수프와 깔조네. 맛있었다. | 하프를 닮은 악기를 연주해주었다. |
침대에 누워서 그렇게 한참을 어지러움과 미식거림 속에서 헤롱거리다가
8시가 넘은 시간에야 조금 기력을 회복하고서 숙소 근처의 <파차파파>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분명 몇시간 전만 해도 이유업싱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쿠스코였는데,
갑자기 고산병 증세를 한 번 앓고 나니 조금 무서워졌다.
나, 내일은 괜찮겠지?
# 쿠스코 숙소
La morada suites (트윈) 약$70/1박 - Booking.com 예약
- 공항까지 Free shuttle service 운행
- 아침식사 제공 (빵, 과일, 시리얼 등등)
- 아르마스 광장에서 3블록 거리
- 투어 등 아침식사를 못할 경우 간단한 런치박스(Lunch box) 제공 - 바나나, 음료수, 스낵 등 감동 ♥♥
- 침구 및 욕실 용품등이 아주 깔끔, 뜨거운 물 잘 나옴.
# 고산병
- 복불복 : 걸릴 놈은 걸린다. 소로체 먹어도 상태가 그닥...
- 절대 신난다고 뛰어다니거나 종종걸음으로라도 다니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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