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2)
여름휴가 6일째
로비니(Rovinj)
왠지 찐찡이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쫓기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숙소로 내려왔는데,
다행히 찐찡이는 침대에서 여유있게 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일어나면 연락해달라고 해도 됐을 것을!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다 누비지 못하고 내려온게 왠지 마음에 걸렸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그런 골목들이었는데.!
뭐, 내일도 하루종일 있을테니 내일 돌아다니지 뭐.
찐찡이를 데리고 나와 숙소 근처에 있는 피자가게에 들어가서는 깔조네와 Grilled Squid를 시켰다.
서빙을 맡은 젊은 서버가 싹싹하게 말을 붙여서 얘기도 한참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부탁해서 사진도 한장 같이 찍었다.
깔조네와 Grilled Squid. | 싹싹하게 말을 걸어주던 써버의 매너손 ㅋ |
아무래도 여행할 때 동행이 있으면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쉽지가 않다.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삶 그 모든 것을 보고 느끼려 가는건데 정작 현지인들과 말섞어볼 기회가 없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어짜피, 한 번 보고 헤어질건데 같이 기념사진이라도 남기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지만 이제 처음 본 사람과 사진 한 번 찍어달라는 말이 쉽사리 튀어나오지를 않는다.
조금 적극적이어도 되는데.
그래, 그러지 말자.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고서 Sunset Tour를 하러 메인광장으로 걸어갔다.
Sunset Tour가 뭐냐구?!
어제 메인광장주변을 걸어다니다가 여행투어샵에 들어갔다.
원래는 3일내내 할게 없을까봐 하루정도 배타고 베니스에 가볼까? 싶어서 들어갔던건데
사실 베니스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는 약간 현실적으로 타이트하고 가격도 꽤 나가서 쉽지가 않았고
대신 이것저것 해볼만한 투어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Sunset & Dolphin Tour 를 신청했다.
근데...왠 돌고래.....크로아티아에서 돌고래봤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이름만 붙여 마케팅하는건가 ㅋ
북적이는 메인 광장. 그리고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그림같은 로비니가 분홍빛인듯 주홍빛인듯 물들고 있었다.
정말 시시각각 아름답구나.
그리고 대망의 7시 30분.
여러 사람을 태운 목조로 만들어진 배가 출발했다.
뭐, 올드 타운 한번 쓰윽 돌아보는거겠지?
왠지 모르게 곤돌라가 떠다니던 베니스를 연상시키는 이 광경
조금씩 멀리 나아간다. 황금빛 하늘 아래 보이는 로비니의 실루엣.
어라, 올드타운만 좀 돌아보다 끝나는줄 알았는데
배가 점점 큰 바다로 나아간다?
콧수염을 귀엽게 기른 통통한 선원아저씨가
돌아다니면서 작은 플라스틱 컵에
독한 술 한잔을 건네주신다.
배 어딘가에 no alcohol라고 써 있었던거 같은데...? @@...
해를 담은 잔
할아버지 선원이 주신 알콜과 함께 치얼스 !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아드리아해의 하늘.
울렁울렁, 투명하고도 검푸른 바닷물이 넘실넘실 들썩였고
수평선 너머로 긴- 여름해가 천천히 빨려 들어가듯 떨어졌다.
배는 먼 바다를 돌아 Hotel Istra가 있는 두 개의 이어진 섬이 있는 곳까지 돌았다.
(어느 블로그에서 여기로 신혼여행을 왔다는 글을 읽었는데, 이런게 있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그보다도...한국에서 이스탄불 - 자그레브 - 로비니 - 배타고 섬까지...이런 루트로 신혼여행을 오다니. 엄청난 정신력이다.....박수!!)
콧수염을 기른 선원할아버지는 술이 끝나갈 때쯤,
스파클링 워터를 -
그 다음에는 Regional Wine을 ,
마지막으로 코카콜라까지 따라주었다.
뭐 엄청난 서비스도 아닌데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가 따라주는 이 음료들이 왜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
노을에 물들어가는 아드리아해 위에서 홀짝이는 이 음료가, 오늘의 이 시간을 더 운치있게 해주었다.
바다위의 외딴 섬
우리배보다 더 커다란 배. 사람들이 일어서서 뭘 보고 있는걸까요?
긴긴 여름해의 여운이 지나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배가 뱃머리를 돌려 로비니로 향했다.
그런데 선착장으로 가지 않고 old town을 향해 돌길래
view를 감상하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뭐라고 외쳐대며 한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뭐지?
컴컴해져가는 바다를 바라보았는데
!
헉@@
돌고래 떼였다!
많지는 않았지만 돌고래들이 수면위로 드나들며 헤엄치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켜려 했는데 돌고래들은 그렇게 가버리고 말았다.
Sunset & Dolphin Tour 라길래 설마 정말 돌고래까지 보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다.
그렇게 주위의 배들이 시동을 끄고 잠시 기다렸지만,
거기까지였다.
천천히 배는 키를 돌려 우리를, 첫날 로비니에 도착했던 그 밤 같은,
환하게 빛나고 복작이느 메인광장에 내려다 주었다.
바다에서 바라본 로비니의 야경.
갖가지 음료를 따라주던 친절한 할아부지
우리는 로비니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떠들썩한 밤거리를 걸었다.
좁은 골목 골목, 불을 켠 아뜰리에와 전등.
아기자기하고 운치있는 Rovinj의 밤거리였다.
그렇게 발길이 흐르는대로 걷다보니 어느새 유페미아 성당까지 올라와버렸다.
한참을 성벽끝에앉아, 밤바다를 바라보다 아쉬운 발걸음로 숙소에 돌아왔다.
잊지 못할 로비니의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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