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외국에서 보내서 그런가.
올 해 여름을 난 것 같지가 않다.
다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하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여름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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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9월 중순이구나.
이렇게 2014년도 흘러흘러 지나가겠지.
올 한해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모르겠다.
꼭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 필요는 없지만
뭐든 끝이 다가올때쯤엔 무슨 목표를 향해 살았는지, 그걸 이루었는지 곱씹게 된다.
올초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없이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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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커다란 깨달음이 하나 있었다.
이제는 까먹고 사는 예전 남자친구의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친구 하나가 짖궂게 내 앞에 디밀어 우연히 그의 최근 모습을 보게되었다.
이젠 상관없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사진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 하고 내려앉았다.
..나랑 있을때보다 행복해보여...
그 사람이 그리운 것도, 헤어진 것을 후회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날 밤이 새도록 잠이 들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스스로 토닥였다.
첫째. 그가 나랑 있을때보다 행복해보인다고 해서 속상한 것은
마치 내가 그의 행복의 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건 아주 몹쓸 나의 오만함.
둘째. 그가 행복해보인다고 해서 분한 것은
나와 그의 행복함을 비교질하고 경쟁하려는 나의 못된 마음일 뿐.
셋째. 이제와 그가 행복한지 아닌지, 그가 나와 행복했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마음속으로 곱씹고 있는 것은 아주아주 부질없는 짓.
이렇게 생각하고나니 전날밤부터 저릿저릿하던 마음이 펴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의 행복의 원인이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것인가를 한참 생각했다.
그랬다.
우리는 하나님도 아니고, 누군가의 오롯한 행복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의 행복이 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그가 나때문에 행복하길 바라고,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무의식중에 압박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똑같이 나는 오직 상대방이 나의 행복의 원인이 되어주기만을 바랐다.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그들의 행동에 서운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행복의 뮤즈가 되기 위하여 쓸데없는 애를 쓰느라 혼자 지쳤었던 거다.
흔히들,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누군가를 만나라고 한다.
나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그 말을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혼자서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해왔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다면 뭐하러 둘이라는 관계가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을 느꼈었다.
그런데 비로소, 나는 혼자서도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 가까운 것인지 알 것 같다.
나의 행복의 원인에 다른 사람을 끼워넣지 않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사람은 나여야 하는 것.
단지 혼자놀아서도 외롭지 않고, 혼자서도 척척해내는게 아니라.
과연 내가 이 깨달음을 행동으로도 잘 실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무언가라도 깨달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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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회사가기 참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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