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밤생각

■ 삶 2010. 10. 27. 23:17


1. 악몽을 꿨다.
비록 물리적으로 함께한 시간은 적었지만 누구보다도 마음깊이 믿고 있는 친구였는데
꿈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나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그것도 나는 그 친구에게 진심으로 대했던 행동에 대해서, 내 앞에선 마치 자기도 그런척을 해놓고
남들 앞에서 나를 비웃는 그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나는, 그 친구에게 버럭 화를 내고 나와버렸다.
다른 사람들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실 그건 망신꺼리라고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내가 너무 충격받고 화가났던 건, 내 진심을 진심처럼 받아놓고 뒤에선 그걸 비웃고 있었던 그 친구의 행동때문이었다.
정말 내 입에서 "어떻게 너가..."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였으니까.

착하고 배려심깊고 날 먼저 생각해줬던 그 친구가 현실에서는 절대 그럴리가 없는데...라고까지 생각하고 나니
어쩌면 현실로도 내가 그 친구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그 누구보다 진심의 이야기를, 속깊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였는데,
그건 아주 오래전에 과거형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싶은 불안함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바로 지금


내가 서울로 올라가던 날, 기차역까지 배웅해주고 서울지하철노선도를 건네주며 악수로 손을 꾸욱 잡아줬던 그 친구가
며칠전 우연히 만나 악수하는 내게 당황한듯이 왜그러냐고 물었을 때,
그 때 이미 우리가 예전같은 사이가 아님을 현실로도 깨달았나보다.



2. 뜨거운 데자와
드디어 자판기에 차가운 캔음료에서 뜨거운 캔음료가 몇 개 교체되었다. 그중에 데자와도.
프리세션 첫 날, 601호에 온풍기가 안틀어져서 얼어죽지 않기 위해 뜨거운 데자와를 뽑아서 몸을 녹였는데
그 뜨거운 데자와가 돌아왔다.
아직 10월인데 영하권으로 떨어질만큼 기상이변으로 벌써부터 코트를 꺼내입고 다니고 있다.

춥다. 정말.
도서관에서 추워서 그냥 집에 와버렸다. 정문까지 걸어나오는 길도 머리털이 쭈뼛설만큼 춥더라.
뜨거운 데자와가 돌아왔듯, 추운 겨울도 돌아오고 있다.


3. 인내심의 한계
진짜 인내심의 한계에 거의 다다르고 있다.
견디기 힘들다. 참기도 힘들고.


4. 지키지 못한 약속.
어짜피 무의미해져버렸지만, 그 때의 약속은 정말이지 보란듯이 못지키게 된 것 같다.
그건 그 사람과의 약속이란 의미보다, 나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으로서의 의미도 컸는데
잊고 지내는 동안 나는 그 약속도, 그 다짐도 그리고 나조차도 지켜내지를 못했다.

온 사방에서 빨간불이 켜지는데 도통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진짜 한 대 치면 바로 쓰러질것 같다. 그냥 와르르 다 무너져버릴 것 같다.
그 후폭풍이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며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다.
이게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더욱 무섭다.

'■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하연 그 두번째  (2) 2010.11.08
11월 첫째날  (0) 2010.11.01
제주도의 가을  (2) 2010.10.26
지금 -제주도.  (2) 2010.10.23
time flies. does??  (2) 2010.10.19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