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루종일 살다시피 하는 법대건물 뒤엔 작은 나무 세그루가 서 있다.
지난주부터 한그루씩 물이 들기 시작하길래 하루하루 눈여겨 보고 있었다.
다들 가을이 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단풍이 들어가는지 벌써 나뭇잎이 떨어져가는지 관심도 없어보인다.
내가 가끔 그 나무들을 가르키면서 단풍색이 곱다고 말하면 그제서야 그러네! 라며 언제 이렇게 단풍물이 들었지? 라며 머리를 긁적이니까..
이 곳에서 처음 맞은 봄- 여름- 그리고 이제 절정으로 달려가는 가을.
봄이 가고 여름이 가는 건 하나도 아쉽지 않았는데 가을이 가는 건 너무 아쉽다.
빨리 이 모든 과정들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푸념할 때마다
내가 이 곳에서 이 계절들을 지켜볼 기회가 단 세 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가 조금은 색다르고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또 가장 순식간에 사라질- 그것도 다가올 쓸쓸함과 스산함 앞에서 더욱 찬란한 가을은 더더욱 -
비록 주말에도 도서관에 나와 앉은 처지이지만
이렇게 이 안에서 무디게나마 밤낮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와
그리고 그 속에서 일상 속의 아름다움과 하루하루 순간의 소중함을 감사해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스물 네 살의 가을-
지금 이 아름다운 가을빛처럼 아름다웠던 나날들로 기억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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