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6일
세계여행 제 47일 째(2)
Prague, Czech Republic





날씨는 화창해지고 있었지만, 사실 내 마음은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울적하고 무척이나 다운되어 있었다.
이제 여행이 정말 막바지일뿐 더러 오늘이면 그동안 유럽여행의 즐거움과 고생을 함께했던 시은언니와 곧 헤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괜찮은 척 해보려 해도 기분이 너무 멜랑꼴리해서 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인데 침울해있었다.

Pentax Mesuper, 프라하의 명물 마리오네트 인형

Pentax Mesuper, 햇살에 비춘 화분.

Pentax Mesuper, 프라하 성 주변의 꽃들로 이쁘게 장식한 레스토랑

Pentax Mesuper


이제 정말 프라하의 웬만한 곳은 다 가보았다. (여행기에 다 쓰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프라하 성에서 나와 다시 한 번 까를교를 건넜다.

까를교에서 뭔가 응시하고 있는 나....뭘 보고 있었을까?



바로 이 까를교의 노장 악사들!


그저께 밤에도 이 까를교에서 연주를 하고들 계셨는데, 그 날하루 나오신게 아니라
아마 이 까를교에서 매일같이 연주하는게 직업이신 분들이신가 보다.
아까 단정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악단과는 또 달랐지만 이들로 인해 까를교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 찼다.


사실 그리고는 우리가 정확히 어디로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왔다갔다 지나치기만 했던, 블타바 강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그 곳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프라하와는 또 다른 모습의 프라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Pentax Mesuper, 블타바 강 아래서 본 까를교

Pentax Mesuper, 노란 벽색깔이 너무 예뻐서. :)


어딘지 모르는 그 곳을 한참 걷다보니 이렇게 잔뜩 그래비티로 가득 찬 벽이 끝없이 이어졌다.
어디 한번 프라하 청년들의 그래비티 실력을 볼까?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낙서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예술작품처럼도 느껴진다.

Love is FREE, 그래 사랑은 Free인데...

누군가가 철판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써놓았었나보다. 뒤죽박죽 된 철판.


한참을 걷고나니 배가 슬슬 고파졌다.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매 끼 식사에 중간중간 빵까지 사먹었는데
오늘은 점심시간도 훌쩍 지났어. 우리는 가이드북의 음식코너 제일 첫번째 리스트의 음식점을 찾아나섰다.
Celice라는 이 가게는 시내중심가에 있었는데 내부도 세련되고 일단 덤탱이 쓸 일이 없단다.

이제 이 식사를 함께하고 나면 나랑 시은언니는 정말 빠빠이.
우리는 마지막 우리 식사를 위해 꼴레뇨와 맥주 필스너를 주문했다.
생각해보면 체코에선 매일같이 술을 마셨군;;

보기만 해도 시원한 필스너 우르켈

두..둘이 먹기 벅찼던 꼴레뇨




꼴레뇨는 돼지 정강잇살을 흑맥주에 넣고 구운 요리인데
족발같지만 족발같은 짭쪼롬한 맛은 없고 쫄깃쫄깃하고 아...........쓰는데 군침돈다....................
중간에 이탈리아에서 초소식 여행을 한지라 살도 빠지고 위도 많이 줄어 있었는데
물가가 싼+여행 마지막이라서 예산에 긴장풀린 프라하에서 정말 매끼 먹고 싶은걸 다 먹어보려다
급 폭식모드로 돌아섰다.
저 큰 꼴레뇨를 언제 둘이 다 먹나........라며 걱정했으나, 아주 남김없이, 조각하나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다 먹어주리라 결의에 찬 시은언니

꺅 이 많은걸 어찌 다 먹지? ..라지만 행복한 한민이



Celnice에서 꼴레뇨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왔을 땐, 정말로 시은언니와 헤어질 시간이었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6시 50분 기차를 타려면 이제 민박집에 돌아가서 얼른 짐을 싸서 나와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이젠 마지막이라는 그런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Celnice가 있는 그 작은 광장에서, 그동안 함께 여행하느라 즐거웠다고 곧 한국에서 보자고 약속하며
주영오빠와 헤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허둥지둥 헤어져버리고 말았다.

언니는 종종걸음으로 프라하 시내속으로 사라졌고
나 역시 시간의 촉박함에 쫓겨 그렇게 프라하 여행을 끝내고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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