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ada. United States. Dec.08
가장 큰 자기소개서를 오늘 드디어 끝냈다. 거의 2주가까이 머리를 쥐어짜고 들여다보고 고치고 수십번은 썼다 고쳤던.
다 써서 내고 나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앓던 이가 빠진 것 마냥 시원할 줄 알았는데
나 오늘 왜이렇게 허탈하고 기분이 울적한건지.
다 써서 내고 나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앓던 이가 빠진 것 마냥 시원할 줄 알았는데
나 오늘 왜이렇게 허탈하고 기분이 울적한건지.
몇 개의 자소서를 쓰면서 슬픈 것 중에 하나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나의 능력과, 내가 내 인생에 가장 값지게 치는 경험에 꽤나 큰 괴리가 있다는 거다.
쨌든,
나는 은근 사소한 걱정을 사서 하는 그런 아이였다.
밖에서는 야무지고 일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집에만 들어오면 덜렁거리고 산만해서
엄마는 내가 사고치지는 않을까 실수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그건 아마 내가 엄마의 첫 딸이이었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그래서 나도 내가 실수투성이에 덜렁거리고 겁쟁이인줄만 알았는데
긴 여행을 하면서 나는 내 생각 이상으로 무대뽀였고 겁도 없었고 언니들도 잘 못하는 일들을 척척 해결해내곤 했다
오늘정말 피곤하긴 하구나.
생각해보니 2시간 채 못자고 강남-신촌을 돌아다녔다.
쓰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정말 머리가 더 안돌아가는 것 같아.
한참 블로그에 글 올리는 재미에 살았는데
요즘엔 너무 자소서를 많이 써서 그런가. 하얀 백지에 타이핑하는 것조차 덜덜덜 떨린다.
사실 머릿속에 별다른 생각도 없다. 별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서인지 별 다른 생각을 할만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어쨌든 자소서를 쓰고 월수금 간간이 학교를 가준다는 것 외에는 루즈한 일상이다.
끊임없이 세상을 보고 싶다, 휘 둘러보는게 아니라 그 속을 걷고 싶고 부딪히고 싶고 알아가고 싶은데
여행중독이 될 것 같아. 일상과 다른 일상이 좋다.
여전히 엄마 밑의 집에 있는 나라면 늦잠을 자고 어질러진 방에 한숨을 내쉬며 주섬주섬 옷을 주워담을텐데
혼자였던 그때는 버스에서 잠자고 새벽터미널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고 옷들을 캐리어 구석구석 잘도 집어넣었다.
그 때의 내가 진짜 나였던 것 같아.
아 무슨 헛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