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지덕지 붙인 포스트잍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괴로운건,
종알종알 떠들 수가 없다는 거다.
책을 보는 것도, 인터넷 써핑을 하는 것도, 티비를 보는 것도
모두 일방소통일 뿐이다.
나는 그야말로 말이 오가는, 내용이 오가는 그런 대화가 하고 싶다.
거의 내 방에 혼자 있기도 하고 집에 엄마가 있긴 하지만 대화랄 것도 없다.
너무 서로의 일상을 잘 알아서 아무것도 새로운게 없다.
가끔가다 "어디가?" "어디갔다 왔어?" 정도가 내 심심한 일상에서 휴식을 주는 새로운 이야기꺼리라고나 할까.
요즘엔 친구들도 다 바빠서인지 (라고 믿으면서)
문자를 보내도 영 대답이 없다. 블로그엔 댓글도 없다
다 어디 숨은겐가...............................................................
어쨌든, 수다쟁이인 내가 정말 입도 안떼고 산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까.
블로그를 하면서부터 싸이는 거의 손을 놓았다. 간간이 다이어리도 쓰고 노래도 바꾸지만
솔직히 말하면 싸이는 일촌인 친구들이 업데이트 하는 걸 구경하는 그런 용도였달까.
그런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친구들 싸이에만 들어가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 얘는 이런인턴을 하는구나, 난 뭘하고 있지
아 얘는 외국가서 공부하는구나, 부럽다.
아 얘는 살빼서 이뻐졌네, 내 모습은 하찮기 그지 없군.
그래서 아예 싸이를 접근금지싸이트로 지정해버렸다.
그랬는데 오늘 아주 오랜만에 접근금지를 해제하고 싸이에 들어가
관심있는 친구들 싸이를 둘러봤다.
뭐 역시나 몇몇은 인턴 하면서 인턴했던 친구들과 사진도 올리고, 엠티도 갔다오고
누군가는 외국 대학원에 가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학연수를 떠났고
또다른 몇몇은 연예인이라도 할 태세로 이쁘게 화장하고 프로필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런데 뭐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기는커녕, 그냥 그렇게라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속이 좀 시원했다.
어딘가에
그냥 지나가려니....하고 기다리라는 말이 써있었다.
내 문제는 지나간다고 나아지는 문제가 아닌걸.
훌쩍 떠나고 싶다
한동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제했는데
그냥 나도 외국대학원을 강력하게 밀어부칠껄 그랬나보다
우리 엄마가 유일하게 뜯어말리는게 3가지인데, 사시, 행시 그리고 교수 혹은 외국 대학원.
숨이 막힌다
나는 이렇게 가둬놓으면 안돼
어깨에 필름하나 낀 카메라를 걸어주고 차비가 없어도 좋으니까 그냥 마음껏 돌아다니게 놔둬야해
계속 새로운 걸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고, 거기서 배우고 기록하고 남기고 반성하고.
답답해, 걸어다니고 싶어
하루종일 그냥 걷고 걷고 걷고 새로운 곳을 향해 또 걷고 싶어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에서 점점 멀어지고 싶어.
죽겠다 진짜.
블로그랑 얘기하고 있다. 허.
그리고 일단 개강하면,
난 좀 새로운 친구들을 사겨야겠다. 나랑 대화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