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한칸을 가득 채운, 언론과 경영의 전공서적들을 보다가
[경영,경제수학]이란 책을 오랫만에 끄집어냈다.
이중전공으로 경제가 하고 싶었던 나였지만
경제에서 수학의 비중이 높아서 고생한다길래 경영을 선택했는데
하필 전공필수로 [경영,경제수학]이란 과목을 들어야만 했다.
수능7차 첫 세대로 나는 미분과 적분을 배우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바로 이 [경영,경제수학]이 미분과 적분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재수강이 많이 뜬다며?
겁을 잔뜩 집어먹고 수업을 들었는데
역시나 2학년 2학기 과목들 중에 가장 듣기도 싫고 재미도 없고 짜증만 나는 그런 과목이었다.
고리타분하신 교수님은, "이 정도 증명은 너희도 할 수 있지?" 라며 슬라이드를 휙휙 넘겼지만
미분 적분 개념도 제대로 안 서있는 7차 첫 주자인 나는 아무리 책을 들여다봐도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재수강 한 번은 각오해야한댔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듣기 싫고 짜증나는걸 또 한번 듣는게 더 싫다고.
그래서 6차과정에서 미분과 적분을 다 배운 재수생 오빠에게 모르는 게 생길때 마다 물어보고
난생처음 교수님을 찾아가서 모르는 걸 물어보고
6과목 시험을 보는데 시험준비 1주일동안 오직 미분 적분만 하루종일 풀었었다.
지금도 책을 펴 보면 적게는 3번 부터 많게는 5~6번까지, 다시 풀어서 틀리지 않을때까지 고집스럽게 풀었던 흔적들이 있다.
그 결과 정말 수학에 젬병인 내가, 기말고사는 최종성적을 알 수 없으나
중간고사에서는 점수 날로 먹으려고 들어온 공대생들을 빼곤 문과생들중에 최고 성적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최종성적에서도 A+로 [경영,경제수학]을 마무리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2006년이니까)
와 그때 나 진짜 어떻게 이렇게 공부했지 싶다. 그깟 수업하나가 뭐라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만약 내가 그때 남들처럼 <어짜피 재수강은 한번쯤 해야해, 그냥 맘 편히 듣고 다음에 다시 재수강으로 듣자> 라고 생각했으면
난 하기 싫은 공부를 그 때 하고, 만만하게 공부해서 안좋은 성적을 받고 또 다음해에 그 싫은 과목을 또 듣고 있었을꺼다.
내가 그 때 <어짜피 하기 싫은거, 지금 한 번에 제대로 하고 끝내자>라는 마음으로 죽이되든 밥이되든 공부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도 받고 한 번으로 그 수업을 끝낸게 아니었을까.
왜 난 지금, 3년이나 지금의 나는 왜 3년이나 어렸던 나만큼 현명하지 못했던 걸까
너무 늦게 [경영,경제수학]책을 들춘듯 하다.
그러나 인생전체로 보면 그렇게 늦지도 않았을테지.
모든 전공책을 다 버리더라도 , 다시 들춰볼 필요가 없을지라도
수십개의 o,x마크가 난자한 [경영,경제수학]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틈틈이 들춰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