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안 다니니 새 소식도 뜸해지는 블로그 ಥ_ಥ (요즘 애들은 이런 이모티콘을 쓰더라...)
올해는 단풍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지나간 가을의 시간들을 기록해본다.
휴가였던 어느 날, 아침 9시에 취소표로 예매 성공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생각보다 전시된 작품이 적어서 실망했다던 사촌의 평을 들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내가 애정하는 김환기 화가와 장욱진 화가 작품이 있어서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 동안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김환기 화가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보고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1950년대에 그린 작품이라는데 파스텔 톤의 배치가 따뜻하면서도 세련되었다.
MMCA 샵에서 판매하는 아트프린팅이 18만원이었는데, 하루 고민하고 다음 날 바로 구매.
전 날,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관람 후 경복궁을 산책할 계획이었는데 3분 차이로 입장이 마감되었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찾은 경복궁. 향원정이 보수를 마치고 4년 만에 공개되었다고 해서 갔는데
이 날은 또 햇살이 엄청 뜨거웠다.
올해 가을은 여름이다가 갑자기 춥다가 갑자기 뜨겁다가 또 갑자기 춥다가.
서늘하고 기분 좋은 그런 가을의 날씨 없이 여름과 초겨울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단풍색도 예년같지 않고.
항상 마음 속 버킷리스트에만 담아두었던 카약도 탔다.
항상 한강 근처에서 탈 생각이다가, 날이 날이니만큼 강원도에 가서 탈까? 했는데
당일 예약으로 바로 반포 한강공원에서 타는 카약을 예약해버렸다.
한강에서 타는 카약은 매일 보던 풍경이라 별 감흥 없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찰랑거리는 한강물도 맑고 강에 떠서 바라보는 풍경도 예뻤다.
그리고 우리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한국인답게 두 시간 내내 강철부대 마냥 노를 저으며
동작대교와 잠수교 사이를 동서로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다녔다.
11월 둘째 주, 하루는 김장하고 하루는 결혼식 가고 양 이틀 친척모임으로 정신 없었던 주말.
바람에 낙엽들이 비오듯 떨어지고 인도에는 바싹 마른 나뭇잎들이 가득 뒹굴던 오늘.
이제 정말 이번 주가 지나면 나뭇가지에 간당간당 붙어있는 잎사귀들마저 모두 떨어질 것 같다.
어째서인지 가을 같은 느낌 전혀 없던 2022년의 가을도 이렇게 가는구나.
해는 점점 짧아져서 6시가 되기도 전에 밤이 되어버리고
이제 한동안은 겨울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