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멘트 밸리에서부터 북쪽으로 달려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DAY 11. _18.9.4. (2)

오전에 모뉴멘트 밸리를 돌아보고서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남쪽 그랜드캐년으로 내려가야 했으나....

내가 서부에서 친구와 여행하는 동안 엄마가 가이드 북을 읽어보다가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을 꼬옥 꼬옥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아치들이 무너져내리고 있어서 더 늦게 가면 못 볼수도 있다나 ?


결국, 모뉴멘트 밸리 숙박을 1일 늘리고 모뉴멘트 밸리를 베이스 캠프 삼아 편도 3시간/왕복 6시간 걸리는

아치스 국립공원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만약 일정을 짤때 고려했다면 브라이스 캐년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가는게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ㅠ)

앞으로는 여행 루트를 짜기 전에 미리 엄마에게 가이드 북을 드리는 것으로...

음................엄마와 로드트립을 또 간다는 것인가? @@....



모뉴멘트 밸리를 지나가며 조망하는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ㅠㅠ 또르르



포레스트 검프 촬영지!




모뉴멘트 밸리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달리다 보면

아무 것도 없는 길 한가운데 차 몇 대가 멈춰 서 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바로 그 곳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촬영지!

나는 영화를 보진 않았는데, 포레스트 검프가 저 장면을 뒷배경으로 달리기를 했다던가 달리다 멈췄다던가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는 인적도 없는 이 허허벌판에서 왜 달리기를 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영화 촬영지가 아니라고 해도 너무나 멋진 풍경이긴 했다. 



그리고, 아치스 국립공원에 가는 길은, 사실 힘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무리하지 않는 것을 컨셉으로 

첫날, 둘째날 조금 빡세게 운전하고

점점 운전하는 거리를 줄이려고 했는데

오히려 중간에 운전거리가 늘어나게 되면서

첫날, 둘째날의 피로도 누적되고 해서 

루트를 바꾸자고 해서 미안하셨는지 엄마가 거의 운전대를 잡긴 했지만

뒷좌석에 앉아서 내내 툴툴거렸던 것 같다.

..가 아니고 툴툴거렸다.  @@



게다가... 가지 더 복병이 있었으니..

아치스 국립공원까지는 약 3시간 걸렸는데

공원 입구에서부터 아치를 보러 또 30분을 차를 타고 들어가야했고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는 40분 가량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야했던 것이다......

(참고로 아치스 국립공원도 국립공원 Pass 사용 가능하다)

즉! 구글맵으로만 검색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꿱...





툴툴거리는 나와 달리 군말하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가시는 부모님 흥 !



이런 돌산을 가다보면 작은 창문같은 아치도 만날 수 있다.



아치스 국립공원에는 2500여개의 다양한 아치들이 분포해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델리케이트 아치(Delicate Arch)와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인 것 같다.

유명한 아치들은 차로 휙~ 둘러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트레일을 따라 걸어들어가야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치 하나 보는데마다 시간이 꽤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넉넉치 않은 관계로 가장 유명한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기로 결정했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유타주 차번호판에 그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한참 (툴툴거리며) 걸어들어가다보니 갑자기 어느 순간

눈 앞이 탁 트이면서 델리케이트 아치가 등장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치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아치가 얼마나 커다란지 느껴지지 않았다.



델리게이트 아치 등장의 순간! 아치만 보면 그리 커보이지 않는데 사람드로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다



일단은 멀리 앉아서 아치를 감상해봅니다.어쩜 풍화작용에 저렇게 가운데가 뻥 뚫린 아치가 살아남았을꼬..



델리케이트 아치의 거대함은, 아치 앞에 다가섰을 때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아치의 높이만 해도 18m정도라는데 9층짜리 아파트 높이랄까?

사람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델리케이트 아치와 인증샷을 찍는다.

우리 가족도 열심히 서로 카메라를 바꿔가며 인증샷을 찍었다. 



엄마랑 아빠 ㅋ 엄마만 브이를 하고 아빠는 반쪽짜리 하트에 맘이 상했나?



(언젠가 볼 수도 있겠지) 사랑의 하트 발사!



엄마랑 나랑 아빠! 사진을 보니 갑자기 무너지지 않을까 급 무섭네



툴툴거리던 나를 위해서 엄마가 이쁘게 사진도 찍어주셨다.



이 아치를 보려고 한참을 차를 타고, 또 걸어 들어왔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다들 느긋하게 아치 주변에 편하게 앉아 노닥노닥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노을이 지는 시간이 가까워져서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던것도 같다.

그리고 엄청 좋은 카메라를 세팅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들도 많았다.


사실 델리케이트 아치가 있는 지형이 냄비처럼 움푹 파여진 경사형태라서 조금 위험하기도 한데 

우리 가족끼리 열심히 카메라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고갤 들어보니 사진기자의 렌즈캡이 떽데구르르르 우리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떨어지는 렌즈캡만 바라보며 집중한 가운데

아빠가 떨어지는 렌즈캡을 잽싸기 낚아채서 보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Nice Catch! 박수를 받았다. ㅋㅋ

다들 일면식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각 세계 사람들일 뿐인데

이런 좋은 일에는 인종도 국경도 없는 것 같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박수치고 고마워하고 ㅋ

노을을 기다리는 심심한 가운데 작은 이벤트였달까? 



이렇게 외계행성마냥 동그랗게 파여 있다.



사실 처음에 아치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는 큰 흥미도 없었을뿐 더러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일정 때문에 특별한 느낌이 들 여유도 없었다.  

(당시엔 이제 해가 지는데 캄캄한데 운전해야하는게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ㅜㅜ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달리 국립공원 일대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밤 운전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고 나니,

풍화침식의 결과로 이런 아치가 생겼다는 것도 대단한데

나는 아치 그 자체의 대단함보다도

아치가 거대한 자연 액자가 되고, 그 공간 사이로 아치 너머의 풍경들이 액자에 담긴 그림이 되는

특별한 자연의 프레임 구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아치와 아치 속에 담기는 너머의 풍경이라니.

종종 창문이 프레임이 되어 잘라내는 풍경은 감상해봤지만

이렇게 자연아치에 의해 담겨지는 풍경은 처음 본 것 같다. 

나는 거기서 그런 생각을 했네 허허.


그런데 신기한게, 이제 우리는 이런 자연 환경 속에 멋진 아치가 서 있는 곳을 알고

GPS로도 알 수 있고 트레일도 잘 닦여져 있으니 아치에 접근하는게 어려지 않지만,

도대체 이 아치를 발견한 사람은 어떻게 처음 발견했을까?


아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도 이렇게 구불구불 오랜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이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치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저 이런 산길을 헤메다가 발견한걸까?

아치에서 바라보면 내가 올라온 길이 보이는데, 반대로 올라오는 길에서는 아치의 끄트머리조차 보이지 않는데.

여하튼,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런 아치들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

 

 


다시 돌아가는 길. 비록 운전의압박은 있었지만 올라올때보다는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우리도 노을을 보고 가려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구름이 잔뜩 끼어 노을을 보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린 돌아갈 길도 멀고, 내일도 일정이 있기에 델리케이트 아치를 뒤로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 하는 동안 잠시 해가 비추었고, 

아마도 끈기있게 노을을 기다리던 사진작가들은 금빛 햇살이 비추는 멋진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았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1% 정도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이 고단함을 알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은, 생각했던것 만큼 (혹은 그 이상) 피곤했다. 그랬던 것 같다.

그 피곤함이 내일 여정에도 약간의 여파를 끼쳤다. ㅠㅠㅠ



하지만, 아치스 국립공원에 갔다오긴 잘했다.

사실 뭐든 하기 전엔 조금 귀찮고, 별거 없을 것 같고, 몸이 피곤하고 그런 핑계거리가 잔뜩 생기지만

또 경험하고 난 뒤에는 그 나름 좋은 것이 있었고, 또 결국엔 거의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나이가 먹으니 호기심이 줄어들고 기대가 줄어들고 

몸이 편한걸 찾게 되면서 점점 삶도 여행도 단조로워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이겨내야지. 

내가 머릿속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과 느낌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기대하면서 꿈을 꾸면서 살아가야지.



이제 내일은 드디어 대망의!

그랜드캐년이다 두둥두둥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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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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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텔로프 캐년에서 모뉴멘트 밸리까지 이동!



DAY 11. _18.9.4.

부모님과 함께하는 TOO MUCH BUSY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트립의 다음 목적지는,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모뉴먼트 밸리 역시 안텔로프 캐년과 마찬가지로 Native American인 나바호(Navajo)족의 관할지역이다.

그래서 미국 국립공원패스도 사용할 수 없다. (ㅜ.ㅜ)


모뉴먼트 밸리는 2억 7천만년전의 지층이 풍화, 침식되어 남은 거대한 사암 덩어리가 기념비(Monument)들처럼 솟아올라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건 계곡 바닥 기준으로 약 300m나 솟아 올라있다고.

모뉴먼트 밸리안으로 입장해서 흙길을 달려볼 때  그 웅장하고 거대한 사암덩어리의 압도하는 느낌을 느껴볼 수 있다. 

사실 난 칙칙한 겨울에 한 번 와봤는데 그 땐 그냥 거대한 돌덩어리들 사이를 지나는 느낌 뿐이었다.

그런데 맑은 가을 날에 다시 와보니 산도 아닌, 거칠가 깎아내린 것 같은 붉은 돌덩어리가 대평원에 불쑥 불쑥 솟아오른

그 장엄한 풍경은 모누먼트 밸리가 아니면 그 어떤 곳에서도 감상할 수 없는 풍경인 것 같았다. 



모뉴먼트 밸리의 가장 유명한 풍경. 우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흙길을 달리는 차와 비교해보면 저 돌기둥이 얼마나 커다란지 알 수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전에 사진 한 장! 오랜만에 교복같은 흰 티셔츠 벗고 초록색 티셔츠!


내가 찍었지만 진짜 너무 멋있는것 같다. (ㅠㅠ)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놓았다.




우리가 고작 3명밖에 안되지만 7인승짜리 SUV를 렌트한 이유는 바로, 이 모뉴먼트 밸리의 비포장 흙길을 달리기 위한 것!

모뉴먼트 밸리 초입의 The View Hotel에서도 모뉴먼트 밸리의 근거리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지만,

차를 타면 약 17km정도 되는 모뉴먼트 밸리 구석구석을 돌아 볼 수 있다.

차가 없어도 단체 투어로 계곡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단점은, 투어차량은 4면이 뚫려있어서 

비포장 도로의 풀풀날리는 먼지를 코로 다 들이마셔야 한다는 것...(ㅠㅠ)



우리는 SUV도 렌트해왔고, 거침없이 비포장도로를 달려들어가다가 눈길이 가는 View Point에 차를 세우고

기념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해맑게 웃는 엄마와 반쪽 하트가 되어버린 아빠의 애잔한 사랑 (Feat.의도치 않은 씨밀러룩)



부모님께 이런 포즈를 주문해놓고 연행되는 것 같은 나. 엄마아빠 사이에 있으니 꾸러기 같지만 사실은 서른넘은지 오래..ㅠㅠ



병풍처럼 서 있는 카멜 뷰트 (Camel Butte) 모뉴먼트 밸리의 사암기둥을 뷰트라고 부른다.



외계 행성에 발을 디딘 느낌 (> .<)



오늘도 빠지지 않는 나의 벙거지 모자. 벙거지 모자 덕분에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서 소중한 나의 피부를 지켰다. 여러분 모자는 필수입니다 필수!!



엄지 손가락을 닮은 뷰트와 엄지척 인증샷 (손은 점점 까무잡잡해지는 중)



광활한 모뉴먼트 밸리를 풍경으로 자유를 외쳐보는 나...



아빠가 맘에 들어하셨던 매릭스 뷰트



모뉴먼트 밸리를 차로 돌아보는데는 (하나하나 내려서 천천히 둘러보면 더 길어지겠지만) 어림잡아 2시간면 충분 한 것 같다.

처음엔 뷰트들을 보면서 우와우와 하면서 둘러보지만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 감흥이 떨어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뉴먼트 밸리는 호텔에서 조망도 하고, 차로 밸리 안쪽을 구석구석 다녀 보는 것 모두 가치가 있다.

모두가 다 깎여나갔는데 뷰트부분만 지질학적 차이로 수억년의 풍화작용에서 살아남아 우뚝 솟아난 걸 보면서

원래는 어떤 지형이었을까, 왜 저 부분만 저렇게 풍화에 견디는 퇴적층이 쌓이게 된건가 상상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의 그랜드써클을 여행하다보면, 없던 지질학에 대한 관심이 치솟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또 갈 길이 한참 멀기에 모뉴먼트 밸리 관광을 마무리하고,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다음 가는 곳은, 바로 아치스 국립공원!

원래 내가 짠 예정에는 없는 곳이지만, 내가 먼저 미국에 가면서 엄마에게 미국 가이드 북을 드리고 온게 화근이었다.

이미 숙소와 동선을 다 짜고 출발했건만, 가이드북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을 보고 빠져든 엄마가

기어코 동선과 숙소를 바꿔서 꾸역꾸역 아치스 국립공원을 추가하고야 만 것이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널널해져야 할 여행계획이 후반부로 갈수록 빡센 여행이 되고야 말았다.


그래도 엄마가 가자고 하면 가는 겁니다.

우리집 대장은 엄마니까 가자고 하면 가는 겁니다.

그럼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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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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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그리고 브라이스 캐년까지.



DAY 9.  _18.9.2.


이제 더이상 LAZY & CRAZY 한 여행은 없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TOO MUCH BUSY 로드트립이 시작하는 날!

사실 어제 아침 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부모님을 픽업!

빡세게 몬테레이까지 갔다왔지만 관광을 하러 간건 아니고, 30년 전 살았던 가족 추억여행을 간 거라 여행기에서는 과감하게 뺐다.

그리고 이제부터 빡세디 빡센 그랜드써클 로드트립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 올해가 부모님 모두 환갑이셔서, 어떤 기억에 남을 선물을 드릴까 하다가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준비하게 되었다.

로스쿨 다니던 시절, 아빠가 다시 한 번 몬테레이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고 나 졸업하면 우리 가족 다같이 미국서부엘 가자! 했었는데

어쩐지 지금이 아니면 이제 부모님이 더 나이드셔서 로드트립은 어려울 것 같아서 2년 연속 부모님과 함께하는 로드트립 결정!

대박 환갑선물! 미국 서부 로드트립!



대신 지난번 여행의 교훈으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코스를 짰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정신이 너덜너덜할 만큼 무리스러운 여행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가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서, 

라스베가스에서부터 브라이스캐년 숙소까지 이동하는 것 뿐!

널널한 줄 알았지만, 4시간 운전이 만만치가 않다. 만만치가 않아...

(이 날 이후로 가장 짧은 운전거리였던 것 같다....OTL)



브라이스캐년 가는 길. 라스베가스를 지나니 그 뒤로는 한적하고 지루한 직선도로가 이어진다.



일주일동안 수고해준 우리 SUV와 함께!



근데 사실 어마어마하게 컸다.





작년 겨울에 친구들과 먼저 그랜드써클을 여행했던 동생이, (동생은 캐나다에 이어 이번 여행에도 참석하지 못했따 ㅠㅠ)

모뉴멘트 밸리가 비포장도로니까 세단 말고 SUV를 빌리라고 해서 

3명 밖에 안되지만 Herts에서 SUV를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키를 받았는데

생각없이 타고 다니다보니 차가 5인승이 아니라 8인승쯤 되는 엄청 큰 SUV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빠 왈!  딸, 왜 이렇게 큰 차를 빌렸나고......

나도 이렇게 큰 줄 몰랐지....(☞☜) 보고 빌렸나...인터넷에서 그냥 적당하게 골랐지.ㅋ

좀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차체가 워낙 크고 넓어서 짐도 많이 싣고 널부러져있기도 좋아서 로드트립용으로는 결과적으로 아주 편리했다는 거!

역시 돈이 최고다! 역시 크고 좋은게 최고다! 




구글맵을 찍어보니 4시간이라서 금세 갈 줄 알았는데 중간에 좀 쉬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 새 노을이 다 지고 나서야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했다.





숙소는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Ruby's Inn Best Western Plus 로 잡았다.

13년에도 묵었던 곳인데 국립공원이랑 차로 10분밖에 안걸리는데다 그 때 시설도 크고 좋아서 야심차게 예약했는데

이번에 배정받은 숙소는 그때 기억이 왜곡되었었나....생각보다 별로여서 흠칫.

어쨌든, 우리는 내일 브라이스 캐년 일출을 보러 가기로 하였으므로! 

다들 피곤한 몸을 뉘이고 알람을 맞추고 첫날의 여정을 마쳤다.






DAY 10. _18.9.3.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아빠, 엄마, 나 일동은 잽싸게 일어나 얼굴에 고양이 세수하고 옷을 입는 대로 껴입고 

이게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캄캄한 밤길을 달려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으로 입장했다.

원래 국립공원 Pass를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Pass검사하는 사람도 음슴.

우리는 Sunset Point와 Inspiration Point 중에, 일출이 더 아름답다는 Inspiration Point로 향했다.



인터넷에 보면, 뭐 일출 보러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주차장에 차 대기가 어렵다는 둥, 사진기 들이밀 데가 없다는 둥 후기가 있어서

일출보다 1시간 전에 달려갔는데, Inspiration Point 주차장은 민망하리만큼 텅텅 비어있었다.

게다가 일출도 한참 남아서 밖은 너무 캄캄하고 불빛도 없어서 무섭고 제대로 온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빠가 차를 주차하고서, 또 왈!

사람들로 붐빈다더니 우리 밖에 없네! 촌스럽게 제일 일찍 왔네!

아빠!!! ㅜㅠ 힝......



차에서 시간을 좀 때우다가 슬슬 여명이 밝아오기에 옷깃을 여미며 슬슬 올라가봅니다.

아직 여름의 기운을 벗어나지 않은 9월 2일이지만, 해뜨기 전은 너무너무 추웁다 ㅠ

여러분, 일출을 보려면 옷을 따숩게 입어야 합니다!




Inspiration Point로 올라가는 엄마와 아빠의 실루엣


가장 높은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는 중




빛이 들기 전의 Inspiration Point의 풍경 (1)



빛이 들기 전의 Inspiration Point의 풍경 (2)



해 뜨기 전에 인증샷! 옷을 몇겹을 껴입었는지 모른다.




어둠이 가시고 해가 뜨기 시작하는지 어두컴컴하게만 보였던 브라이스 캐년의 후두들이 섬세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몇년 전 겨울의 눈덮인 브라이스 캐년을 보았을 땐 후드들을 뒤덮은 눈이 압도적이라 융단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초가을에 마주한 민낯의 브라이스 캐년의 풍경은 마치 지구가 아닌듯한 생경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이 만든 건물과 도로로 뒤덮인 세상에 있다가, 지구의 속살이 다 드러난 것 같은 캐년을 내려다보니 

새삼 내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 지구가 참 신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해가 후두들을 비출만큼 높이 떠올랐다.



황금빛 햇살이 후두를 비출 때, 황금빛으로 물드는 후두들의 풍경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Inspiration Point의 후두에 빛이 들만큼 해가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형 때문에 예정했던 일출시간보다도 상당히 늦게 해가 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45도 각도의 황금빛 햇살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할 때,

수천 개의 후두들에 황금빛 햇살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두운 장막을 물러내고 황금빛 파도가 밀려드는 장면이었다.

해가 위에서 내려쬘 때보다 사선으로 빗겨 들어오면서 후두의 입체감이 생생하게 도드라졌다.

쨍한 한낮에 왔다면 이 수천 개 후두들의 입체감이 덜했을 것이다. 

이래서, 브라이스 캐년에 일출을 보러오는구나.

바다에서 해가 끓어오르는 그런 일출과는 전혀 다른 그런 일출이었다.

섬세한 자연의 조각에 빛이 드리워지는 것에 경외감이 느껴졌다.

햇살이란 것이 이렇게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햇살이 없을땐 칙칙하게만 보였던 풍경이, 

햇살 아래서 자기 본연의 색을 최대치로 내뿜게 되니까.



엄마랑 나랑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받은 선물을 개시해버린) 아빠와.



바람이 몰아치는데 독사진도 남겨봅니다.



2013년 1월 말. 눈에 덮여 수천개의 후두들이 눈에 뒤덮여 있던 때


Inspiration Point 전체샷 (해 뜨기 전)


Inspiration Point 전체샷 (해 뜨는 중)



Inspiration Point에서의 황홀한 일출 구경을 끝내고 장소를 옮겨 Navajo loop Trail을 내려가보기로 했다. 

Navajo loop Trail은 브라이스 캐년 내부로 내려가 볼 수 있어서

View Point에서 내려다보는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협곡 아래서 위를 올려다 보게 되는 또 다른 View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려갈 땐 웃으며 내려가지만 올라올 땐 이를 악물어야 한다..ㅠ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던 중 만난 토르의 망치!



드디어 시작된 삼각대 가족사진! 가족여행에는 삼각대와 리모컨이 짱이다!



후두 사이의 깊은 협곡 사이를 내려가는 길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좁은 협곡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 멀리 손톱같은 초승달



다시 올라와서 마지막으로 만세 인증샷!




해가 다 뜨고 나자 거칠 것 없는 태양이 얼굴에 곧바로 내리 꽂으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침이었는데도.

시간이 더 넉넉했으면 트레일을 따라 더더 깊이 내려가볼 수 있었을텐데

사실 오늘 정오에 인스타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는 안텔로프 캐년을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브라이스캐년에서 더 느긋하게 트레일을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엄마아빠는 자유여행을 하니 이렇게 트레일도 걸어서 협곡 안으로 들어와 걸어보고 얼마나 좋으냐

에둘러서 이 여행을 준비한 나를 칭찬해주신것 같다.


여행이 끝나고 이렇게 여행기를 쓰다보니, 엄마아빠가 중간 중간 한 마디씩 던졌던 말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부모님과 하는 여행은, 여행 전과 여행하는 동안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친구들과 하면 나눠할수 있는 준비를 내가 다 해야 하는)

이렇게 끝나고 나서 추억했을 때 훨씬 더 뭉클해지는 감동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미친 매력 때문에 내가 작년에 다시는 길게 부모님과 여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서

올해 기꺼이 또 한 번 로드트립을 시도했나보다.



Bryce Canyon 표지판 앞에서. 이렇게 찍어놓으면 두고두고 꺼내보게 된다.





자, 이제 시간대를 넘어 주(State)를 넘어, 안텔로프 캐년으로 출발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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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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