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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4.01.23 인생의 이치 3

Manipulate

카테고리 없음 2024. 1. 26. 17:53


요즘 사진을 안찍어서, 블로그에 올릴만한 사진이 없네 :P


점심시간에 오랜 친구를 만났다.
사실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과가 달라서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러다가, 13년 전에 (하...;;) 대학원에 가면서 선후배 사이로 다시 만났고
당시에도 같은 학년은 아니라 겹치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그때부터 종종 만나서 맛집을 다니고,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
그런 친구사이가 되었다.
똑똑하고 똑부러지지만 어딘가 모르게 약간의 허당기가 있고 유쾌해서
내가 만날 때마다 참 좋아라 하는 그런 친구.


여튼,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다가
내가 지난 달에 혼자서 부모님 댁에 놀러갔다가 엄마랑 한 판 하고(?)
지금까지도 나혼자 꿍해있는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는데
(그리고 그 마음속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요즘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다)
친구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야! (개인적으로 이 친구가 부르는 야! 가 너무 좋다)
진짜 의미 없다. 의미 없어.
그냥 한 귀로 네~ 하고 흘려.
(난 그게 안돼)
엄마가 뭐라고 했을 때 거기에 너가 휘둘려서 그러네.
거기에 Manipulate되는 너 스스로가 싫은거지.
엄마가 뭐라고 하든 거기에 너가 영향 받지마.
엄마는 바뀌지 않아.
너가 아직 마음 수련이 덜 됐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는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야.
예전엔 나도 아빠 마음대로 하려는거 꺾으려고 엄청 애썼어.
근데 지금은 그냥 하고 싶으신대로 내버려둬.
너 아직도 어머니랑 아웅다웅 하는거 보니까
너네 어머니가 엄청 정정하신가보다야.



친구의 말에 정답이 있었다.
사실 알지만 또 쉽게 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영향을 안받고 싶다고 해서 안받아지는 일이던가?
하지만 적어도, 지나간 일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내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고서는 홧병일 날 것 같던
응어리진 내 마음은 한결 풀어진 것 같았다.
그걸 풀겠다고 끙끙거렸던 내 마음이 정말로 부질 없고, 의미 없게 느껴졌다.


Manipulate 되지마.
이미 끝난 일인데 나는 한달 가까이 그 날의 분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절절 매며 마음을 소진하고 있었다.
그게 그 친구가 말하는 Manipulate되고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나.


오늘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때 그 일을 곱씹고 곱씹으며
이번 주말쯤 다시 한 번 엄마와 담판을 지으러 갔을거다.
그런데 오늘 그 친구를 만나고서, 그런 마음을 버렸다.
그래, 엄마가 뭐라하든 내가 휘둘리지 말자.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가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지만. :P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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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이치

■ 삶/IV. 삶 2024. 1. 23. 11:35


작년에 우리 회사 사람들과 Quartet을 결성해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한 것을 기점으로,
바이올린을 다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바이올린 대신 첼로를 새로 배워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캐롤연습을 하면서 오히려 바이올린의 높은 E현 소리가 좋아져서 결국 바이올린을 다시 하기로)


그래서 작년 연말에 숨고랑 바친기 카페를 통해서 레슨 선생님을 열심히 찾았는데
의외로 조건이 잘 맞는 선생님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거기다가 숨고로 찾은 12살이나 어렸던 바이올린 전공생이 시범 레슨을 잡아 두고 두 번이나 당일에 펑크를 냈다.
심지어, 한 번 미루고 다시 잡은 레슨날에는
레슨 시작 2분 전에 연락이 와서는 지금 일어났다고.
서울대 출신이라서 실력과 성실함은 기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뒷통수를 맞았다.


이 친구 때문에 바이올린 배우는 걸 때려칠 뻔 하다가,
결국 우리 Quartet에서 오보에를 하는 팀장님 딸들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 분을 소개받아서 2024년 부터 드디어 레슨을 시작하게 됐다.

번쩍번쩍 닦은 바이올린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아마도 중학교 2학년때까지 바이올린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도 풀 타임으로 바이올린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이십여년 만에 다시 시작한 바이올린.
오래 쉬었던 만큼 레벨을 많이 낮춰서 시작할 줄 알았는데
나에게 스케일, 에튀드, 소품곡 다 시켜본 선생님은 (내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수업을 시작하셨다.
그 결과 지금 많이 지지직거리고 버벅거리고 있음 ^_^.....

진도 카드 쿄쿄쿄


아마, 악기를 배워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기억이 있을텐데
어릴 때 악기를 배우면 사과에 빗금을 긋거나 색을 칠하거나, 그런식으로 연습양을 체크했었다.
나는 그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모두 병행하고 있었는데
악기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배우는 책의 권 수가 늘어나고 연습해야 하는 곡의 길이도 비례해서 길어진다.
그 모든 것을 하루에 5번씩 연습하려면, 솔직히 하교하고와서 저녁먹을 때까지 하루종일 연습만 해야하는데
어린 나이에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게 연습하는 것은 무리 그 자체였다.
당연히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지만 전공할 것도 아니고, 즐겁게 익히는 정도면 충분했는데.

어쨌든, 어린 나이에 집에서 엄마가 매일 들으며 체크하니 연습하는게 고역이었는데
(5번 해야할 것을 4번만 연습하면 듣고 있다가 연습 덜했다고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엄마가 집에 없는 날은 연습을 대충하거나 아예 연습을 안하고서 했다고 거짓말하고 혼나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께 연습량을 줄여달라고 하거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격일로 연습하겠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어리고 순진해서 그 선생님들이 내주는 숙제하느라 혼난 기억밖에 없네. :P


어쨌든, 지금은 아무도 나보고 연습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연습을 덜했다고, 또는 안했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오후 6시가 되면 칼퇴를 하고 집에 달려가서는
하루에 1시간씩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
막상 연습을 해보니 내가 성에 차는 만큼 연습하려면 1시간도 짧다.
그래도 저녁도 먹어야 하고 8시가 넘으면 옆집에 민폐일것 같아서
내가 주중에 연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은 딱 1시간 뿐.


또, 스케일, 에튀드, 소품곡 중에 스케일 연습을 제일 먼저 집중해서 하는데, 사실 스케일 연습이 제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하지만,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기본기가, 사실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만큼 살아보니 누가 말로 하지 않아도 내 머리와 내 몸이 절절하게 알고 있더라.

어릴 땐 멜로디가 있고 화려한 곡들을 연주하는게 당연히 더 재미있고 그것만 하고 싶었는데
요즘엔 그 곡들을 더 잘하기 위해서 기본기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
동기부여가 되어 기본기 연습이 더 재미있다.
(아 물론 표면적 의미의 재미는 아니다. 내가 조금씩 발전한다는 관점에서 재미있다는 것)


무언가를 숙련되게 잘 하려면
아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리고 그 중에서도 기본기를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한다는 것도
모두 깨달은 그런 나이가 되었는데
정작 이걸 아는 이 나이에는 그 연습을 충실히 해낼 시간이 없구나.

시간이 많았던 어린 나이에는 연습을 왜 해야하는지를 몰랐고.
그런 관점에서 아직 충분히 연습을 못했는데 시간이 쫓겨서 부랴부랴 악보를 접을 때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어.
이렇게라도 해야지.
하루에 한 시간. 안되면 30분. 그마저도 안되면 10분.
그렇게 소소하게, 대신 꾸준히 하다보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최선의 결과가 나오겠지.



어쨌든, 올해 1년이라도 꾸준히 배워고 연습해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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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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