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온에어

2015.12.19. (2日)

 

 

 

우리는 요지야 카페에서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교토의 관광 제1번지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향했다.

기요미즈데라까지는 조금 넓은 골목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야 했는데

 

정말이지 관광객들과 장사꾼들로 정신없이 북적이는 통에

 

방금 전 요지야 은각사점에서 느꼈던 그런 고요함, 평온함이 와장창 박살나는 느낌이 들었다. 



빨간 기둥이 인상적인 기요미즈데라의 입구

 

 


 

기요미즈데라 입구에서 내려다본 풍경

 

 


 

동완이와 양갱이

 


 

아이들은 기요미즈데라 안을 굳이 둘러보기보다는,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를 돌아보고 싶다 했다.

나는 사실 기요미즈데라에서 노을 지는 모습을 볼 요량으로 왔으나 

날씨도 흐리고 해가 지기까지 한참이나 남은 듯 해서 나도 청수사의 코앞에서 이 아이들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복작거리는 산넨자카에서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는 그야말로 관광객을 위한 전통거리 같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일본 전통 음식들 가게들에 손님들이 북적북적거렸다.

이런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거리를 좋아하겠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내려갈 수록 내 마음은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흐리던 날씨는 점점 개어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기요미즈데라 코앞까지왔는데 그냥 돌아가는게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내일 교토에 다시 올꺼니까 일찍 혼자 오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왕이면 여기까지 온 거 기요미즈데라는 보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후지나미 니넨자카점

 

 


 

후지나미 가게의 미다라시 단고

 

 


 

맑게 개여가는 하늘

 

 


 

한복입은 동완군과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들



여기 기요미즈데라와 니넨자카, 산넨자카에는 유독 유카타와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유카타를 입고 교토를 구경하는 것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나름 트렌드인듯 했다. 

요즘 우리나라의 전주에도 한복 입고 관광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어쨌든, 각 나라마다 그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나간다는 것은 소중하고 중요한 것 같다.

물론 관광객의 입장에서, 유카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98%가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는 점은 좀 당황스러웠지만.

 

 



좁은 골목길에 모여드는 인파들

 

 


 

자, 나는 여기까지.

 

 


 

아직도 가을느낌의 교토

 

 


 

관광객으로 복작복작거리던 니넨자카와 산넨자카의 길이 끝나고, 

아이들이 기온거리로 간다고 할 때쯤, 나는 아무래도 다시 기요미즈데라에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 누나는 사실 기요미즈데라의 노을이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개는게 오늘 볼 수 있을 것 같아.


원래 일행이 아니니, 더 이상 같은 경로를 밟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해할 일도

그들이 가고 싶은 곳에 같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미안해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거기서 인사를 하고서 다시 기요미즈데라를 향해 걸어올라가는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발길이,마음이 한 결 홀가분해졌다.

 

그 아이들이 나를 끌고 다닌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자유로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만 해도 혼자 여행 다니면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을까걱정하던 나는 어디로 간걸까 

 

홀로 걷는 발걸음이 이렇게 경쾌할 수 있나. 

 

나는 되돌아온 길을 날아갈 것 같은 발걸음으로 걸어 올라갔다. 

 


털모자를 쓴 석상

 

 

 

유카타를 입은 멋쟁이 커플

 

 

 

노을 대신 햇살이 비치는 기요미즈데라

 

 

 

낡은 느낌이 먼저 드는 기요미즈데라의 전통 건물

 

 

 

이제 사진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티켓으로 인증샷

 


 

기요미즈데라 안은 정말이지 오롯이 관광객만을 위한 곳 같았다 .

우리나라 경복궁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뭔가 일본적인 것을 보러 왔는데, 

땅과 건물만 일본 양식이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사람과 언어는

온통 중국어와 한국어 일색인 느낌.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도 중국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한다. 

 

게다가 나뭇잎들이 다 떨어진 12월의 기요미즈데라 내부는 황량하고 쓸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가 바라던 노을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햇살에 잠시 황금빛으로 물드는 기요미즈데라의 전경

 


 

오색찬란한 유카타를 입은 아가씨들

 


 

 


 

 

 

기요미즈데라 내부는 별로 볼 게 없어서 한 번 둘로보고 나왔지만,

그 밖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천천히 해가 지면서 종종 구름사이로 황금빛 햇살이 붉은 기요미즈데라의 건물을 비추었고,

관광객들로 정신없기는 했지만, 그들이 기요미즈데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는 모습을 구경하는게 좋았달까.

오늘 아침부터 어스름 지는 저녁까지 하루종일 걸어다닌 탓에

이젠 고질병처럼 되어버린 골반 통증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이제 어두움이 내리고 있었다.

이젠 돌아가야겠다. 오사카로.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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