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9일 (2) 

여름휴가 10일째

스플리트 (Split)

 

 

스플리트의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가면 골목골목 미로같은 길들이 이어진다.

아까 지나갔던 것 같기도 하고, 처음 온 것 같기도 한데 다양한 가게들이 많아서 헤메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게 북쪽으로 걷다보면 성벽을 벗어나 갑자기 푸르른 나무와 잔디로 둘러싸인 공원이 나타난다.

왠지, 싱그러워서 좋다. 이미 여름은 훌쩍 지나가고 있는데 연녹색 나뭇잎이, 해가 저무는 저녁바람이 마치 초여름같이 느껴지게 한다.

 

아르니르 예배당의 첨탑과 공사중인 그루구르 닌스키 동상.

 

하늘에 걸린 알록달록한 빨래들 :)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뒷편의 푸르른 녹음이 스플리트의 또다른 매력

 

그림같은 구름, 그리고 프라하를 연상시키는 아주 오래된 시계종탑이 있는 이 곳은 나로드니(Narodni) 광장 :)

 

해가 기울어지는 거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여유로운 이 풍경

 

다시 성벽안으로 들어왔다. 매력넘치는 스플리트의 엔티크 거리, 그리고 넘치는 멋쟁이들.

 

 

 

 

시간은 어느 새, 밤 8시를 가리키고 자그마한 스플리트 골목을 쏘다닌 것도 충분히했다.

보통 여행다니다보면 대충 도시의 윤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로비니도 그렇고, 스플리트도 그렇고 좁은 골목길들이 미로처럼 이어지다 보니

돌아다니면 도통 어디쯤 와있는지 알 수가 없다.ㅠㅠ

나름 미로를 헤메는 것 같은 재미가 또 매력 !!!

 

 

이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스플리트의 야경을 보러 마르얀 언덕을 또! 가기로!

 

 

 

 

낮에 왔던 마르얀 언덕의 벤치에 앉아 한참을 저 멀리 불켜져 반짝거리는 리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캄캄한 밤, 간간이 산책하는 사람들만이 오가는 고요한 마르얀 언덕에서

찐찡이와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로 만나 어느 새 12년째 함께하는 친구 찐찡.

엄마들끼리도 알고 지내서 그런건지 다른 고등학교 동창보다도 조금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친구.

이상하게도 찐찡이 앞에선 마음 속 깊은 무거운 얘기들을 꺼내게 된다.

해결방법을 바란것도 아니지만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랬던걸까.

 

 

마르얀 언덕에서 바라본 스플리트의 항구 야경

 

반짝반짝 빛나는 리바 거리.

 

 

 

다시 마르얀 언덕.

저 아래 사람들로 북적일 리바거리에 하나-둘- 가로등이 켜진다.

건물들에도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성큼, 밤이 다가온다.

 

여행을 시작한지도 열흘째.

해가 서서히 짧아지는 게 온 몸으로 느껴진다.

 

동시에, 어느 새 가을이 문턱앞에 왔구나.

 

- 2014.08.19. Travel Note-

 

 

마르얀 언덕에서 내려와 숙소를 향하는 찐찡이를 붙잡고, 30분만 골목길을 헤메다 가자고 해서

다시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하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내일이면 스플리트를 떠나 드브로브니크로 갈텐데, 이렇게 숙소로 들어가기가 못내 아쉬웠다.

돌고 또 돌았던 그 골목이었지만 내 인생 마지막 스플리트의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걷다 가자.

북적이는 리바거리를 지나 궁전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다시 페리스틸 광장으로!

 

 

종탑이 있는 페리스틸 광장은 낮보다도 더 붐비는 것 같았다.

우리처럼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수 많은 관광객들이 광장의 계단과 기둥에 둘러 앉아있었고,

우리도 계단 한 곳에 앉았다.

 

페리스틸 광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악사였을까, 아니면 근처 Bar의 연주자들이었을까,

어느 밴드가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페리스틸 광장은 그대로 그렇게 무대가 되었다.

두어 곡 정도가 지나갔을까, 한 커플이 Ballroom Dance를 추기 시작했고, 광장 분위기는 한 껏 달아올랐다.

 

 

 

 

멋진 춤솜씨를 보여주었던 커플

 

 

그 밤의 풍경, 그 밤의 스플리트.

 

그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 스테이지였고

이 광장을 둘러싼 관광객들은 기꺼이 그들의 관람객이 되었다.

이 여름 밤, 노래가 흐르고 춤으로 가득찬 이 밤.

 

그러다 어느 노래 한 곡이 시작되었고,

이 곳에 앉은 관광객들이 하나 둘 다같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고, 함께 떼창으로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 가르쳐준 것도,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저 그렇게 모두가 흥에 겨워서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그렇게 모두가 하나 되어서

그 밤, 그 광장의 축제를 즐겼다.

 

행복했다.

아주 많이.

 

- 2014.08.19. Travel Note -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