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8월 28일

MJ와 함께하는 헐랭한 프랑스 여행 (3)

Paris, France

 

 

 

영화 <Mr.빈의 홀리데이> 라는 영화를 보면

영화 주인공인 Mr.빈이 파리중심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 장면들이 있다.

물론 그 영화의 주된 내용은 파리를 걷는게 아니라 걸어서 깐느까지 가는 거지만.

 

어쨌든,

파리는 세느강을 따라 느긋하게 걸어볼만한 도시다.

내 기억속 2008년의 파리여행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루브르박물관도, 에펠탑도, 몽마르뜨도 아니었다.

아름답게 물드는 노을을 좇아 세느강변을 걸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다음에 파리에 가면 어디 유명관광지를 돌아다니지 않고

세느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다니리라 - 다짐했었다.

 

그래서 써프라이즈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 파리에서의 6시간을!

MJ와 함께 개선문에서부터 우리의 목적지 리옹역(다시 아비뇽으로 내려가야 하므로..ㅜㅜ)까지

세느강을 따라 걷기로 했다. :D

 

 

오늘의 우리의 루트 개선문(A)서부터 리옹역(B)까지.

 

 

 

(이전 편의 낙엽 가득한 곳이 이미 샹제리제에서 뛰를리 정원쪽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8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으스스한 가을날씨를 느끼며 우리는 세느강에 도착했다.

며칠전 차가운 강바람과 싸우며 바토무슈를 탔던 세느강. 

우리는 강가를 따라 마음에 드는 다리를 하나하나 건너다니면서 걷기 시작했다.

 

Mj in Paris. 너무나도 전형적인, 그러나 그래서 더 아름다운 파리.

 

머리를 가다듬는 찰나에 찍힌 사진. 의식하고 찍은 사진보다 분위기 있어 보이게 나왔다. (고 스스로 생각한다)ㅎㅎ

 

지도도 없이 걸었던 파리 골목인데다가 뭘 하러 들어갔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여행기를 너무 늦게 쓴 탓이다.

 

 

 

자. 이제 세느 강 한 가운데에 있는 시테섬 가까이 까지 왔다.

36개에 달하는 파리의 다리 중에 보행자 전용다리인 <퐁 데 자르/ pont des Arts> 다리에 도착했다.

예술가의 다리라는 뜻의 이 다리에는, 마치 남산자물쇠처럼 사랑을 약속한 자물쇠들이 다리 난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랑따위...=_=

 

퐁데자르에서 바라본 시테섬 쪽 풍경

 

한국인 커플을 찍어주고 우리도 커플샷(?)을 찍었다. :D 나와 MJ는 어딘가 닮은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또 다르다.

 

우리가 기댄 철제난간 아래로 주렁주렁 달린 자물쇠들이 보인다.

올해 초(2013년 2월)에 다리 하중때문에 저 자물쇠들을 모두 철거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있는데

지금가면 다 치우고 없으려나?

원래 사랑이 그런거야. 다 사라지고 그러는거지 =_=....

 

 

퐁데자르 다리를 건너 조금더 시테섬에 가까이 왔다.

시테섬의 시작점에는 파리의 다리들 중에서도 아주 유명한 다리가 있다.

바로 < 퐁뇌프, Pont Neuf > 다리.

 

퐁뇌프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저 멀리로는 에펠탑이 - 바로 앞에 퐁데자르 다리가 보인다.

 

퐁뇌프 다리에 앉아 :) 바람이 아주 많이 휘날렸던게 기억이 난다.

 

 

 

어느 귀금속가게 유리에 비친 나와 MJ, 그리고 뒤로는 파리의 풍경 -

 

 

드디어 노틀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에 들어섰다.

내가 오늘 파리를 걸으면서 하고 싶은게 또 하나 있었다.

바로 길거리에서 파르페 사먹기!

 

2008년에 처음 파리에 왔을때

노을따라 세느강을 걷다가 어느 뒷골목에서 처음으로 파르페를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밴쿠버에서도 파르페를 먹어본 적은 있었는데 - 뭔가 식사대용으로 먹는 두툼한 파르페였고

파리에서 먹어본 파르페는 얇게 구운 밀가루반죽 위에 누텔라를 바른 파르페였는데

기억속의 그 파르페가 참 맛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관광품 기념가게가 많았던 복작복작한 시테섬 한가운데서 사먹었던 파르페.

그 오래전 기억속 파르페보다 뭔가 허접하고 별로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 기억이 미화되어서일까?

지금은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느 세느강가의 뒷골목, 창문보다 자그마하게 뚫린 입구에서 바라보았던 파르페 굽는 모습

그리고 얇고 반죽위에 정성스럽게 발랐 주었던 파르페.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그런 파르페를 먹을 수는 없었다.

MJ에게 엄청 기대시켜높았는데 실망시킨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파르페를 먹기 위해 근처 시테섬을 연결하는 다리위 벤치에 앉았다.

파르페를 맛있게 먹어주는 MJ

 

파르페를 먹으며 햇살을 즐기는 나. 당황스러웠던 하루도 이렇게 끝이난다.

 

 

시테섬에는 유명한 노틀담 성당이 있다.

하지만 나랑 MJ모두 예전에 노틀담 성당도 봤었고 - 오늘의 파리걷기여행은 관광지 구경이 아니었으니까 가볍게 Pass!

 

노틀담 성당 뒤쪽에선 거리의 악사가 멋진 연주를 하고 있었다.

 

 

조금씩 해도 기울어지고 - 조금 여유가 느껴지는 파리의 시테섬.

거리의 악사들이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고 -

난 이래서 파리를 좋아하는지도 몰라.

 

건너편이 아마 생 루이(Saint Louis) 섬일거다.

 

울 MJ도.

 

 

노틀담 성당 뒷편에서 장난 쳐봤다. 하하

 

 

시테섬까지 지나면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파리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지나게 된다.

이제는 정말 리옹역까지 걷기만 하면 우리의 파리 여행은 여기서 끝.

조금씩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제는 어서 집...이 아니라 아비뇽에 가서 (ㅠㅠ) 쉬고싶다.

 

 

한눈에도 파리임을 알 수 있는 이 가로등. 우리나라 가로등도 우리나라의 특색의 담은 디자인이면 좋겠다.

 

8월 말인데 플라타너스가 벌써 가을빛이 들었다.

 

 

한참을 세느강을 따라 걷다가 리옹역을 찾아 걸으니 다시 파리의 동쪽 시가지로 들어왔다.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뚫고 강렬한 노을이 도시를 황금빛으로 반짝반짝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바스티유광장으로 들어섰다.

바스티유 광장 한 가운데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Juliet 동상도 보았다.

물론...나와 MJ는 지나가면서도 저게 뭔지 몰랐다.

지금 Google로 검색해서 쓰고 있는 것일뿐 =_=.....

 

 

Juliet 동상 :) 동상 밑에 써있네...

 

리옹 역 근처 - 이제 파리와도 정말 안녕 :)

 

우리는 늦지 않게 기차에 올라탔다.

이제 3시간가까이 달려 아비뇽으로 내려가야 한다.

덜컹 - 덜컹-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고

창 밖으로 오늘 하루만큼이나 강렬하게 기억될 붉은 해가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 모든게 한 순간의 꿈인 것 같았다.

뜻하지 않게 오늘 파리로 실려왔던 것도.

그래서 오히려 여유롭게 세느강을 따라 파리를 가로지르며 걸었던 것도.

저렇게 불타는 태양을 뒤로 하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것도.

이제 프랑스 여행이 끝이란 것도.

나는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그냥 이대로 저 햇살처럼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

 

 

 

 

 

아비뇽의 TGV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11시가 넘어있었다.

아비뇽의 TGV역은 우리의 숙소가 있는 아비뇽 중심가와는 한참 떨어져있어서 또 다시 버스를 타야했는데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아비뇽 중심가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사실 기차표를 끊을때부터 아비뇽 막차버스시간표를 염두해두긴 했다.)

또 내려서 불빛하나 없는 아비뇽 중심가 근처를 헤메며 숙소로 돌아왔다.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 밤늦게 다니는거 정말 좋아하지 않는데 -

그래서 그만큼 불안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아비뇽 도착 !

 

 

 

하.

이렇게 오늘의 파리 여행도

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

 

 

그냥 뻗어버린 MJ. 미안하다 초상권을 지켜주지 못해서...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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